평화군축센터 핵없는 세상 2009-09-09   2143

[핵군축 보고서 I] 결론과 제언



참여연대는 국제사회에 핵군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음에도 불구하고, 핵군축이 이행되지 않는 배경과 원인을 유엔총회에 회부된 핵군축 결의안에 대한 표결현황 분석을 통해 확인하고자 했음. 이에 다음과 같은 결론을 도출할 수 있었다.


첫째, 전 세계 핵무기고 확장의 한 축이자, 유일하게 핵무기를 사용한 적이 있는 미국이 표결에 붙여진 핵군축 관련 결의안에 완고하게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는 것임. 이는 세계적 차원의 핵군축을 가로막아 온 가장 큰 걸림돌이 바로 미국이라는 것을 확인시켜 주고 있음. 미국은 핵무기 사용, 비핵국가들에 대해 핵무기로 위협하지 않겠다는 안전보장, 핵태세 완화, 특정 지역의 비핵지대화 등 유엔에서 표결이 이루어진 모든 핵군축 결의안에 일관되게 반대하고 있음. 이는 미국이 이미 숱하게 지적받아 온 것처럼 이중 잣대와 정당성 논란을 불러올 수밖에 없음. 자신들의 핵무기를 줄이거나 사용위협을 포기하지 않은 채 특정 국가들의 핵무기 개발이 핵확산을 부추기고 있다고 비난하거나, 강경한 제재나 압박을 가해왔기 때문임. 따라서 핵무기 없는 세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미국의 핵정책의 변화가 요구됨. 관련하여 미 오마바 행정부의 핵정책 전환은 다행스러운 일이며 앞으로 핵군축의 실질적 이행을 기대해 봄.


둘째, 또 다른 핵무기 보유국인 러시아도 핵군축에 미온적이라고 평가할 수 있지만, 특히 영국, 프랑스가 핵군축에 더 미온적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음. 유엔 핵군축 결의안에 압도적으로 반대 입장을 취했던 영국과 프랑스, 그리고 찬성보다는 반대와 기권이 더 많았던 러시아도 사실상 국제사회의 핵군축 요구에 응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보여줌. 그러나 핵무기 없는 세상이 되기 위해서는 이들 핵무기 보유국들의 핵군축 노력이 반드시 수반되어야 함.


셋째, 핵군축 실현을 위한 구체적인 이행과제로서 핵무기 경계태세 완화와 비전략적 핵무기 감축이 결의되었지만 정작 핵무기 보유 5개국은 반대 또는 기권의 입장을 고수했음. 이는 우리가 평화롭다고 여기는 이 순간에도 핵무기는 여전히 경계태세 상태에 있으며, 의도적이든 우발적이든 언제나 핵전쟁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임. 게다가 중국을 제외한 핵무기 보유국들은 핵무기의 개발, 생산, 비축, 사용 금지를 비롯한 핵군축 스케줄의 필요성을 적시한 핵무기 사용금지 협약에 반대(미국, 영국, 프랑스) 혹은 기권(러시아)해왔음. CTBT(포괄적 핵실험 금지조약)를 비준하고 추가 핵실험을 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핵보유 국가들이 핵무기 사용을 포기하지 않는 한, 그리고 수많은 핵무기들이 경계태세에 있는 한 ‘핵무기 없는 세상’을 결코 달성될 수 없음.


넷째, 한국과 일본 등 소위 미국과 동맹관계에 있는 나라들은 미국의 핵우산에 의존하며 핵 억지력을 향유하고 있음. 그 결과 한국과 일본은 비핵국가임에도 불구하고, 핵군축에 가장 반대하고 있는 미국의 핵 정책에 편승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음. 특히 한국은 미국을 포함한 핵무기 보유 국가들의 핵무기 사용과 배치 금지, 핵 태세 완화, 비핵국가들에 대한 소극적 안전보장 등에 관한 결의안에 모두 기권하고 있음. 핵무기를 개발하고 있는 북한도, 핵우산에 의존하려는 한국도 핵무기를 중요한 안보 수단으로 삼는 한 국제사회의 핵군축 노력에 역행한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임. 따라서 핵군축의 의무가 비단 핵무기 보유 국가들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라 핵 억지력에 의존하고 있는 나라들의 의무이기도 하다는 것을 인식할 필요가 있음.


다섯째, 미국, 영국, 프랑스, 이스라엘 등은 인도양, 동남아시아, 중앙아시아의 비핵지대 결의안에 찬성하지 않고 있음. 해당 지역에 자국의 첨예한 정치군사적 이해관계가 있는 경우 이들 핵 보유 국가들이 비핵지대화를 지지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음. 비핵지대는 핵무기의 개발, 생산, 실험, 획득 또는 제3국의 핵무기와 핵폭발장치를 자국 혹은 역내 배치하지 않도록 하며, 핵 보유 국가들로부터 안전을 보장받는 것을 그 내용으로 함. 이는 핵무기 생산과 사용 가능성을 제거하는 것으로 더 많은 지역들에 확장될 필요가 있음. 앞으로 한국도 한반도 비핵화를 넘어 한반도와 일본에 대한 핵무기 보유 국가들의 안전보장과 핵무기의 반입, 배치, 사용을 금지하는 내용의 동북아 비핵지대화를 추진할 필요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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