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군 동원훈련기간 연장, 실효성 없는 전형적인 군 중심의 발상

국방부가 최근 발표한 국방개혁 기본계획안에 예비군 동원훈련기간을 현재의 2박3일에서 2020년부터 4박5일로 늘리기로 하자 반발이 거세다. 일각에서는 직장을 쉬면서 2박3일 훈련을 받기도 버거운데 기간을 늘리는 것은 현실을 무시한 조처라는 주장이다. 국방부는 기간 연장은 2005년 수립된 국방개혁 기본계획에 포함됐던 내용이라고 하지만, 당시 알려진 계획에는 예비군을 150만명으로 줄이고 정예화한다는 것이었지, 훈련기간 연장을 밝힌 적은 없다.


국방부가 2005년 국방개혁 기본계획에는 없던 예비군 동원훈련 기간 연장 계획을 밝혔다. 불온서적 선정 못지않게 시민들의 목소리를 고려하지 않은 전형적인 군 중심의 정책이자 실현가능성이 의심스러운 졸속정책이다.

이미 1971년 대통령 선거에서 김대중 후보가 예비군 폐지를 공약으로 내걸어 돌풍을 일으켰던 사실을 언급하지 않아도, 방만하게 운영되고 있는 현행 예비군제가 실질적인 예비전력으로 기능하지 못하고 있고, 서민생계에까지 지장을 주고 있어 차라리 폐지하는 게 낫다는 여론이 높다. 현대화된 무기와 전투장비를 제공하고 4박 5일의 동원훈련을 받도록 한다고 해서 185만명의 예비군이 정예화 되지도 않을 뿐더러 군 스스로 강조하는 미래전의 환경에도 적합하지 않다. 차라리 그 비용을 현역에 복무하는 사병들의 급여인상이나 복무 환경 개선에 쓰거나 서민생계 지원에 투여하는 것이 훨씬 바람직하다.

사실상 1주일 내내 예비군 훈련에 동원시키는 것은 자영업자들에게 가장 큰 피해를 주겠지만, 지금처럼 훈련기간 만큼 업무 공백이 늘어난 것을 기업이 부담할 것을 강제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실효성도 합리성도 없는 이런 정책결정에 의해 시민들이 겪게 될 여러 어려움을 국가안보를 위해 감내하라고 강요하는 것은 과거 병영국가에서나 가능했던 일이다.

또한 북한 급변사태와 수복을 염두에 두고 예비군에게 실전 위주의 민사작전 훈련을 실시하겠다는 계획은 특히 현 시점에서 매우 위험할 뿐만 아니라 갈등유발적인 발상이다. 이라크에서의 민사작전 경험을 사례로 들고 있으나, 이를 남북관계에 적용하여 예비군이 북한에서 민사작전을 펼치는 것이 현실성이 있는지, 지금처럼 남북관계가 위기로 치닫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 급변사태나 수복을 대비한 예비군 훈련 계획을 공표하는 것이 적절한지도 의심스럽다.

국방부는 당장 동원훈련 기간이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할 게 아니라, 지금도 예비군들을 비롯해 시민들을 설득하지도 동의도 구하지 못하는 그런 계획을 철회해야 한다.



박정은 (참여연대 정책실장)



‘[어떻게 보십니까] 예비군 동원훈련기간 연장’ (세계일보, 2009. 7.8)에 실린 글입니다. http://www.segye.com/Articles/News/Opinion/Article.asp?aid=20090707003848&c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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