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적 공감대를 얻지 못한 것은 대체복무제도가 아니라 이명박 정부다

오늘 7일, 참여연대 느티나무홀에서는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권 실현과 대체복무제도 개선을 위한 연대회의’주최로 최근 대체복무 허용을 무용지물화하려는 이명박 정부의 태도에 대해 비판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 날 기자회견에는 이석태 변호사, 임종인 변호사, 나동혁 병역거부자, 김수정 번호사, 김정대 신부, 정진우 목사, 이영 민주화운동가족운동협의회 상임의장 등이 참여했다.

참석자들은 병역거부운동이 오랫동안 전개되면서 어느 정도 국민적 공감대를 획득해 왔고, 운동의 결실을 거두어야 하는 시점에서 이명박 정부가 이를 무효로 돌리려 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일뿐만 아니라 국민과의 소통 부진성을 또 한 번 드러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유엔 반기문 사무총장을 배출한 국가가 오히려 인권이 성장하기는커녕 더 후퇴되고 있고, 불과 2개월 전에 유엔에서 병역법 개정을 발언했던 내용을 지금 번복하려는 행동 등은 국내 불신을 높이는 것은 물론 국제적 망신이라고 언급했다.  

다음은 지난 7월 4일에 발표된 성명 전문이다.





국민적 공감대를 얻지 못한 것은 대체복무제도가 아니라 이명박 정부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고 우려했던 일이 마침내 현실로 나타났다. 정부의 한 소식통을 인용한 오늘자 뉴스보도에 따르면 “종교적인 신념을 이유로 병역을 기피하는 사람들에게 대체복무를 허용하는 문제는 아직 국민적 공감대를 얻지 못하고 있어 앞으로 국민적 여론을 수렴하기 위한 절차가 필요하다”고 한다. 또 “국방부가 작년 9월 대체복무 허용 방침을 발표했을 때도 사실상 국민적 합의가 전제되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면서 “국민 여론이 수렴되지 않으면 대체복무 자체를 시행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비록 정부의 공식적인 입장으로 발표된 내용은 아니지만 이번에 보도된 언론 내용이 단순히 현 정부 내부의 시각차를 드러내는 것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대체복무제도에 대한 추진 자체를 없었던 일로 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점에서 우려스러움을 감출 수 없다.

반세기 넘도록 13,000여 명 정도의 전과자를 양산했고 지금도 한 해 700~800여 명의 젊은이가 전과자가 되어서 감옥을 나서게 되는 병역거부의 문제는 2001년부터 우리 사회에서 가장 뜨거운 인권사안의 하나로 논의되어 왔다. 2000년 초만 해도 병역거부나 대체복무는 그 단어조차 생소했지만 이제는 논술이나 사법시험의 단골 주제로 출제되고 상업영화의 소재로 등장할 만큼 널리 알려진 주제가 되었다. 그 만큼 많이 논의되었고 또 여론조사도 많이 되었다. 여론조사 추이를 보면 물론 부침이 있긴 했지만 그간 징병제의 무원칙한 운용으로 시민적 불신이 극에 달해 있는 상황에서도 우리 사회가 양심을 이유로 젊은이들을 감옥에 보내는 것에 안타까운 시선을 보내왔던 것을 알 수 있다. 그랬기에 작년 참여정부가 병역거부자들에 대한 사회복무제를 허용한다고 발표했을 때 대체복무를 신청하는 국민여론이 증가했다는 근거를 들기도 했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제 와서 국민적 합의가 부족하다니 이것은 국민여론이 바뀐 게 아니라 정부의 시각이 죽어도 못해주겠다는 것으로 바뀐 것이다.


지난 5월 제네바에서 열린 유엔 보편적정례검토(UPR)에서 국방부는 대체복무 관련한 슬로베니아 대표의 질문에 “한국 정부는 작년 9월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이 시민 대체복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새로운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이 새 계획을 시행하기 위해서 한국 정부는 현 병역법을 개정해야 한다. 이를 위하여 한국 정부는 올해 국회에 개정 법안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답변하였다. 5월과 7월, 불과 2달 사이에 국민의 여론이 얼마나 확 바뀌었는지는 모르겠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방한으로 자랑스런 한국인을 반기는 사회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지만 병역거부라는 아주 기본적인 인권조차 지켜지지 않고 있는 현실에서 뭔가 씁쓸한 풍경이다. 정부는 인권의 시계를 뒤로 되돌리는 꿍꿍이를 당장 그만두고 전 정부에서 시작한 법안을 좀 더 인권적 시각에서 효과적으로 발전시켜야 할 것이다. 이미 제출된 제도 개선안을 가지고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실시할 수 있을까에 대한 여론조사가 아니라면 아예 8년 전 과거로 돌아가는 행보는 당장 그만 두어야 한다. 만약 아직도 국민들이 납득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면 그것은 국민적 합의를 이유로 정부가 뒤로 숨을 일이 아니라 정부가 나서서 적극적으로 설득해야 하는 것이며 아직도 국민적 합의를 끌어내지 못한 것을 부끄러워해야 할 일이다.



 


2008. 7. 4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권 실현과 대체복무제도 개선을 위한 연대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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