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주일미군 위해 쓰인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

또다시 주일미군 위해 쓰인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

코로나19 위기 대응에 필요한 세금 미군 지원을 위해 써서는 안 돼

방위비 분담금 증액 막기 위한 21대 국회 책임 막중

 

지난해 한국이 낸 주한미군 주둔경비, 즉 방위비 분담금 중 134억 원이 주일미군 등 영외 장비 정비 지원에 사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한미 방위비분담 특별협정(SMA)의 틀을 명백히 벗어나는 것이며, 지난해 체결된 10차 특별협정의 이행합의서 위반이다. 무엇보다 우리의 세금이 주일미군을 비롯한 해외 미군 지원에 사용되어야 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 정부는 현재 진행 중인 11차 특별협정 협상 과정에서 미국의 근거 없는 증액 요구를 맞추는데 전전긍긍할 것이 아니라, 이러한 불법적인 관행을 바로잡는 데 집중해야 할 것이다.

 

지난 27일 국방부가 송영길 의원에게 제출한 ‘영외 장비 정비비 연도별 지원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방위비 분담금에서 134억 원이 주일미군의 F-15 전투기와 HH-60 헬기 등의 정비 지원에 쓰였다. 지난해 10차 특별협정 체결 과정에서도 주일미군 등 해외 미군 지원 문제가 불거지자 한미는 이를 축소하기로 합의하고, 이를 담은 군수분야 방위비용 분담에 관한 이행합의서에 사인했다. 잉크도 마르기 전에 이를 뒤집은 것이다. 미국과의 합의를 도대체 어디까지 믿어야 할지 혼란스러울 뿐이다. 특히 주일미군은 일본 정부로부터 방위비 분담금을 받고 있어 더욱 부적절하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국방부는 “2018년 말 수행한 일부 영외 장비 정비용역에 대한 미측의 정산 요청이 지연되어, 용역비 약 38억원이 2019년 1월에 지출 처리됐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한반도 바깥에 주둔하는 영외 미군 장비 지원은 유사시 한반도에 증원되는 전력을 대상으로 이뤄지므로 궁극적으로 우리 안보에 기여하는 활동”이라고 덧붙였다. 국방부의 해명대로라면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은 전 세계 미군을 위해 쓰여도 무방하다. 그동안 미국이 끈질기게 요구해왔던 특별협정의 틀을 벗어난 항목 신설과 순환배치비용, 역외작전비용 부담의 가능성을 열어준 것과 다름없다. 국방부는 과거 협정 체결 과정에서 이면 합의 등을 통해 협정을 유명무실하게 만들기도 했다. 국방부는 이러한 해명을 즉각 철회하고, 더는 미군의 불법적인 시도를 눈감거나 도와서는 안 된다. 

 

코로나19의 2차 대유행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한정된 국가 자원을 어디에 투자할 것인지 올바른 판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위기에 빠진 시민의 삶을 지키고 또 다른 감염병의 유행을 대비하는데 우선적으로 투자해야 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지난해 체결했어야 할 11차 특별협정이 지금까지 체결되지 못한 것은 터무니없는 요구로 일관한 미국 책임이 크다. 미국은 여전히 근거 없는 50% 증액을 강요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에서 자신의 치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고의로 미루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코로나19 위기 대응을 위해 시급히 쓰여야 할 세금을 미군 지원을 위해 사용해서는 결코 안 된다. 정부는 미국의 과도한 요구를 과감하게 거부하고, 이미 넘치도록 지원하고 있는 방위비 분담금을 삭감해야 한다. 

 

21대 국회의 책임 또한 막중하다. 과거 국회처럼 정부의 비준동의안만 기다렸다가 거수기 노릇을 하는 행태는 이제 그만해야 한다. 국회는 지난 10차례의 SMA 체결 과정에서 과도한 증액, 미집행액 축적과 불법 전용, 국회 예산 심의 및 감사⋅비준 동의권 침해 등의 문제가 반복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바로잡지 못했다. 국회가 앞장서 방위비 분담금을 포함해 한국이 직⋅간접적으로 지원하는 주한미군 주둔 경비 집행에 대한 국회 심사를 강화하고 이를 투명하게 공개하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나아가 국회는 전작권 환수 후 마땅히 조정되어야 할 주한미군의 역할과 적정 규모, 불평등한 한미동맹 전환을 위한 진지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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