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이 동북아 분쟁에 개입하지 않도록 안전장치를 마련했다?

평택미군기지와 정부의 거짓말 I-⑧



○ 지난 1월 19일 한미 외무장관 전략대화에서 발표한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공동성명에 대해 정부는 주한미군이 동북아 분쟁에 개입하지 않도록 하는 안전장치를 마련했다고 주장하고 있음. 그러나 그러한 평가는 자의적인 기대에 불과하며 실제 주한미군의 동북아 분쟁 개입을 제어할 장치는 없음.

○ 정부는 공동성명을 통해 주한미군의 입출을 제어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음. 그러나 이번 성명에서 애초 정부가 추진하려고 했던 한국 측 동의를 구하는 사전협의제나 2003년 미 측에 외교각서로 전달한 요구사항, 즉 ①한미상호방위조약상의 미국의 대 한국 방위공약 틀 내에서 운용 ②우리가 연관되지 않은 제3국과의 분쟁에 개입되는 것은 불가 ③사전 협의 필수 등은 전혀 관철되지 못했음.






* 위성락, “외교각서에 대통령 지침 철저히 반영했다”(프레시안, 2006. 2. 22)

– 2003년 10월 미 측에 전달한 외교부 각서 초안에는 ①한미상호방위조약상의 미국의 대 한국 방위공약 틀 내에서 운용 ②우리가 연관되지 않은 제3국과의 분쟁에 개입되는 것은 불가 ③사전 협의 필수라는 요구 사항이 들어 있었다. 대통령의 지침을 충실히 반영한 내용이었다

*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 회의록 (2004. 7. 7)

– 장영달 의원 : 주한미군이 신속 기동군으로 전환됐을 때는 동북아에서 무슨 사태가 나면 어디든지 갈 수 있다는 성격을 지니고 있거든요. 그런데 일본의 경우를 보면 주일 미군이 움직이려면 일본과 반드시 사전 협의해야 된다는 게 의무화되어 있어요. 우리는 그런 게 없다는 말이지요. 이번에 이라크 차출을 할 때도 그런 게 없다 보니까 통보해 가지고 바로 결정하거든요. 이러한 문제들을 제거하기 위해서 우리도 미국과 협상을 통해서 앞으로 신속 기동군으로 전환될 주한미군을 다른 지역으로 전환한다거나 이렇게 했을 때는 반드시 한국 정부와 사전협의를 반드시 필해야 된다, 이번처럼 마음대로 이라크에 가버리면 우리는 우리 안보에 대해서 대비할 수가 없는 것 아니겠습니까? 이 부분을 협상을 통해서 반드시 보완해야 된다고 보는데 그 점에 대한 답변을 해 주시지요.

– 반기문 외교부 장관 : 주한미군이 여러 가지 전략적 유연성에 따라서 이동이 있을 경우에는 당연히 사전에 긴밀히 협의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문제에 대해서는 이것이 한미 안보동맹에 있어서 상당히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에 한미 당국 간에 긴밀히 협의해 나갈 사항이다 이렇게 말씀을 드립니다. 특히 전략적 유연성을 이행하는 과정에 있어서 한미 간에 긴밀한 사전협의체제를 제도화하는 문제가 주요한 점이라는 점을 말씀을 드리고요.

* 국정브리핑 (2005. 2. 3)

– 외교통상부 당국자는 3일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문제와 관련 “주한미군의 국외이동시 사전협의절차 등 한미동맹정신에 입각해 우리안보를 최대한 확보하는 제도보완책을 미측과 꼼꼼히 따져 나가겠다”고 밝혔다



○ 주한미군의 입출을 제어할 수단으로 사전협의제를 고려했던 정부는 미 측에서 이를 거부하자 미국의 전략과 운용을 한국이 어쩔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음. 특히 느닷없이 발표한 1.19 공동성명 이후 정부는 사전협의제는 주한미군의 입출을 제도화할 뿐이며, 주한미군이 동북아 분쟁에 개입할 가능성도 희박하다고 점을 특별히 강조하고 있음.

○ 주한미군의 입출을 제어할 수 있는 실질적인 수단이 없다는 문제제기에 대해 정부는 공동성명을 통해 그 가능성을 차단했다고 자평하고 있음. 그러나 미국이 주한미군의 동북아 분쟁 개입 반대라는 한국 측의 입장에 명시적으로 동의한 적이 없음.






* 이종석 통일부 장관 후보 인사청문회 (2006. 2. 6)

– 이종석 후보자 : 이번에 합의된 2개 조항은 미국이 그런 저희 입장을 존중하면서 그러나 동북아 이외의 지역에 대해서는 자기들이 나갈 수 있을 때 필요하면―한국 안보가 중대하게 위협받지 않는다면 즉 안보태세에 위협이 없다면―나가겠다, 이동할 수 있다 이런 것들을 합의를 한 것입니다. 그래서 이번 합의 내용을 한마디로 정리해서 말씀드리면 한반도가 주한미군의 동북아 분쟁 발진 기지로 사용되어 우리의 안보를 위태롭게 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는 그러한 우리의 분명한 입장을 전제로 해서 만들어졌다, 그러면서 또한 미국이 하려 하는 세계전략에 대해서도 일종의 절충을 한 것이다, 이렇게 보시면 되겠습니다. 그런 점에서 저희는 한미상호방위조약에 상충된다고 보고 있지 않고 또 실제로 동북아 분쟁 개입 관련해서 가능성은 저희들이 안전장치로 차단하고 있다 이렇게 말씀드리겠습니다.

– 한명숙 의원 : 그러니까 이 조항을 가지고 한국이 동북아시아 분쟁에 휘말릴 개연성은 없다, 우리가 이것을 막아낼 수 있다 그런 입장이시네요?

– 이종석 후보자 : 이 조항에 따르면 저희가 저희 입장을 분명히 나타냈고 그렇습니다마는 동북아시아에서의 분쟁이 발생할 가능성이라는 것은 물론 대단히 희박합니다. 그런데 대단히 희박한 미래의 가능성에 대해서 우리가 사실은 구체적으로 위원님 말씀하신 대로 사전협의제도로 해서 만약에 동북아에서 미군을 이동시킬 경우에는 우리의 승인을 받아라, 저희가 사실 그런 입장을 가지고 있던 게 사실입니다. 그것이 사전협의제도입니다. 그러나 잘 아시는 것처럼 미국 입장은 미합중국의 군대는 미 대통령 외에 어느 나라 어떤 사람으로부터 승인이나 이런 것을 득하는 경우가 없다는 것이지요. 그래 가지고 사전협의가 우리가 승인이나 동의를 해 주지 않는 사전협의라면 그것은 사전협의라는 말로 만들어 놓았지만 사실은 유연성을 제도화시키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 이런 것이기 때문에 저희가 이런 조항으로 만들어 낸 것입니다.

– 박계동 의원 : 형식적으로는 철군 내지는 감군 형식이지만 이미 주한미군이 미국 본토를 거치지 않고 바로 한반도에서 이라크로 간 것이란 말이지요. 이미 배치되어 있는 경험이 있고, 그런 점에서 동북아에 대한 민감지역에 대해서는 배치하지 않는다는 데 대해서 미국이 확고한 답변을 한 바가 있습니까?

– 이종석 후보자 : 저희들이 이 협의를 하면서, 이 조항을 만들면서 분명하게 저희 입장을 그렇게 밝혔고 거기에 대해서 미국이 반대하는 의사를 표시하거나 그러지는 않았습니다.

– 박계동 의원 : 반대하는 의사표시는 하지 않았지만 동의한다는 표시는 했습니까?

– 이종석 후보자 : 아닙니다. 그래서 이 부분에 대해서는 만약에 이런 상황이 발생한다면, 저희는 미래 어느 상황에서 정말 아주 가정적으로 나온다면 그때 가서 한미가 판단할 것이다……

– 박계동 의원 : 그러니까 미국 입장으로는 아직 판단이 유보되어 있는 것이지요?

– 이종석 : 그러니까 전략적 유연성에 동북아시아 문을 아예 만들지 않았습니다.

– 박계동 의원 : 자칫 잘못하면 지금 우리 정부나 대통령의 입장으로서는 양해를 하더라도 동북아 이내 지역은 안 되겠다 하는 것이 입장인 반면에 미국의 입장은 아직 명확하지는 않다 이런 거지요?

– 이종석 후보자 : 미국이 가겠다거나, 동북아 분쟁에 개입하거나 그런 의사표시를 한 적은 없고요, 다만……

– 박계종 의원 : 알겠습니다.

– 이화영 의원 : 2006년 1월 19일 최근에 한미 외무장관 전략회의를 해서 이 공동성명을 합의하게 되었는데 이것은 과거 전례가 없을 정도로, 그러니까 미군이 세계 각지에 파견되어져 있는데 주둔국의 동의와 입장을 존중해서 자국 군대를 변동시키는 것에 동의를 받아낸 매우 뜻깊은 성명이라고 평가받지요?

– 이종석 후보자 : 예, 저희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 이화영 의원 : 예를 들어서 독일이나 일본 이렇게 미군이 주둔하고 있는 나라의 경우에도 미군이 이동할 때 독일이나 일본의 동의를 구하고 있습니까?

– 이종석 후보자 : 일본 같은 경우는 사전협의제도가 있지만 사실상 그냥 왔다갔다 하고 있습니다.

– 이화영 의원 : 이 성명은 양국이 쌍무적 토대 위에서 상호 입장을 존중하면서 대등성을 바탕으로 협상이 된 대단히 뜻깊은 성명이다 이렇게 평가한 것에 대해서 장관 내정자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이종석 후보자 : 예, 저도 그렇게 생각을 했습니다.

* 마이클 그린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선임보좌관 인터뷰 (연합뉴스, 2006. 2. 16)

–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선임보좌관이었던 마이클 그린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한국의 안보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군배치나 결정을 할 때 반드시 사전협의 절차를 거치되, 그 협의에 구속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이번 성명이 주한미군 이동에 대한 한국 측의 동의를 구하는 것으로 볼 근거는 없음. 정부는 주한미군 전략적 유연성에 관한 공동성명이 동북아 지역과 같은 민감한 지역에 주한미군을 배치하는 것에 반대한다는 한국 측 입장을 전제로 만들어졌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이러한 한국 측 입장에 대해 미국 측에서 동의한 바가 없다는 점도 인정하고 있음.

○ 정부 주장과는 달리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한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인정한 1. 19 공동성명은 주한미군이 동북아 분쟁에 개입하는 것을 반대한다는 한국 측 입장에 미국이 구속되는 것이라고 해석할 수 없으며, 따라서 동북아 분쟁에 대한 주한미군의 개입을 차단할 안전판이라고 볼 수도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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