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비용 한국 부담’ 그대로 수용한 기지협상 다시 해야

미군의 재배치전략에 따른 용산기지 이전, 국민합의 없이 왜 서두르나?

지난 24일(한국시간) 미래한미동맹정책구상(FOTA)회의에서 한국과 미국은 용산기지이전과 연합토지관리계획(LPP) 개정협상을 타결지었다. 한미 양측은 용산기지이전과 관련하여 지난 90년에 체결한 기본합의각서(MOA)와 양해각서(MOU)를 대체할 새로운 포괄협정(UA)와 이행합의서(IA)에 잠정합의하고 용산기지 및 미 2사단이 이전할 대체부지로 349만평을 제공하기로 하였으며 비용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공동비용검증절차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또한 한미 양측은 미 2시단 재배치와 관련하여 2단계에 걸친 재배치 원칙 하에 기존 LPP에서 합의했던 일부 기지의 이전 혹은 확장을 위한 부지 매입계획을 취소하고 부산, 춘천 등의 기지를 조기에 반환한다는 내용의 LPP 개정협상 결과를 발표하였다.

용산기지 이전 협상 결과에 대해 정부 협상팀은 지난 90년 합의서의 위헌성을 감안하여 새로운 포괄협정을 작성, 국회비준절차를 밟게 했으며 청구권과 영업손실보상, 이사비용 등의 독소조항들을 대폭 삭제했을 뿐만 아니라 미국 측의 양보에 따라 대체부지 면적을 축소시킨 점을 들어 성공적인 협상이었다고 자평하고 있다. 그러나 불필요한 재정낭비 요인을 최소화시켰다는 정부의 주장은 지엽적인 성과를 과장한 것으로서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다.

정부는 미국 측에 제공하는 범위를 ‘부지, 시설, 이사용역 및 기타비용’으로 명시하고 모든 소요에 대해 양국이 타당성을 검증하는 조항을 추가했다며 성공적인 협상이라고 자평하고 있지만 이는 용산기지 협상 중 매우 작은 부분에 불과하다. 게다가 이미 이번 협상에서 타결된 내용을 보면 ‘타당성 검증’이라는 것이 얼마나 비현실적인지를 입증해주고 있다. 정부는 지난 6차 협상당시 합의한 312만평을 넘어서는 349만평 제공에 합의해 놓고도 미국 측의 양보를 받아냈다고 국민을 호도하고 있다. 용산기지에서 사용하고 있는 C4I체계 이전의 경우도 노후시설을 포함하여 한국 측이 전적으로 제공하기로 했다. 이사비용을 현금이 아닌 운송용역으로 제공한다는 것 역시 한국 측 부담이라는 점에서 정부가 자랑할만한 것이 못된다.

용산기지 협상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용산기지 이전협상의 핵심인 이전비용 한국측 부담이라는 대전제가 변경 없이 합의되었다는 점이다. 정부는 90년 합의의 가장 심각한 독소조항이라고 할 수 있는 이 조항을 그대로 인정한 전제 위에서 협상을 진행하였다. 용산기지 이전을 요구한 것은 한국 측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미 국민들에게 알려졌듯이 주한미군의 재배치는 어제 오늘 준비되어온 것이 아니며, 미국의 해외주둔미군재배치전략GPR구상의 일환으로 추진되는 것이다. 게다가 이 재배치는 한반도 방위만이 아닌 주한미군의 ‘동북아지역군화’라는 미국 측 이해관계에 따라 사실상 일방적으로 추진되는 것이다. 실제로도 이번 협상에서 용산기지 문제는 FOTA를 통해 주한미군 재배치 및 감축을 전제로 한 LPP 개정협상과 함께 논의되었으며 그 결과 349만평 중 용산기지 대체부지는 52만평뿐이고, 미 2사단 대체부지로 223만평, 그리고 기타 미군부대 이전부지로 74만평이 예정되는 등 포괄적으로 논의되었다. 또한 이행합의서에서 “기존 용산 미군기지의 규모와 시설이 아닌 주한 미군의 새로운 임무(mission)와 기능(function)에 부합하는 시설을 지어주도록 하는” 등 이미 용산기지 이전이 미군 측의 군사전략 변경에 따른 것이라는 점을 합의서 스스로 시인하고 있다.

따라서 ‘새로운 포괄 협정과 이행합의서’를 내놨다 하더라도 기본적으로 90년 합의 운운하면서 이전 비용 부담을 한국 측이 해야 한다는 전제를 승인하는 것 자체가 문제인 것이다. 결국 정부 협상팀은 보수 언론을 동원한 미국 측의 압박에 굴복한 것이다.

이런 점에서 LPP 재협상을 통해 1000 여 만 평 규모의 부지를 추가로 돌려받게 되고, 각 부대 이전시기도 1-6년 앞당겨졌다는 정부 측의 발표 역시 과연 자랑할만한 것인지 의문이다. 그러나 기지이전 비용분담 내역이 구체적으로 밝혀지고 각 부대 이전의 타당성이 검증되기까지는 그 결과를 정확히 평가하기 힘들다는 점에서 용산기지 이전비용에 전가될 수 있는 우려 역시 전혀 불식되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도 지역군화를 추진하는 미군의 재배치 협상을 LPP 국회 비준이 2년도 채 안된 지금 서둘러 타결지었어야 했는지 의문이다. 주한미군의 지역군화와 한미동맹의 지역동맹화에 대해서는 국민적 합의가 전혀 없지 않은가?

다만, 협상결과에 대해 국회비준 절차를 밟기로 한 것은 과거의 저자세적인 실무부처간 조인의 선례에서 일보 전진한 것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정부가 이번에 잠정합의한 UA는 국회 비준을 거치게 되어 있으나 UA에는 기지이전의 기본원칙과 추진기구 및 절차, 그리고 재정부담의 주체 등에 대한 선언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오히려 국회에 보고만 하게 되어 있는 이행합의서(IA)가 구체적인 내용을 명시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근본적인 불평등성이 해소되지 않은 용산기지를 비롯한 미군기지 이전 협상은 철저하게 재검토되어야 하며 정부는 국민들이 수용할 수 있는 수준으로 재협상해야 한다. 대통령은 이 협상결과에 대한 재가를 거부해야 한다. 국회는 정부의 비준안이 앞에서 지적한 바, 용산기지이전협상의 핵심적 독소조항을 해결한 것인지, 2사단 등 기지이전 비용의 불투명함을 해소한 것인지, 국회비준을 받지 않는 이행합의서는 적절한 것인지 꼼꼼히 따져야 한다. 아울러 국민적 합의기반이 없는 지역군화 등을 전제로 한 기지이전협상을 미국의 요구에 따라 이토록 서둘러야 하는지에 대한 엄밀한 재검토 역시 필수적이다. 그러나 만약 이 협상안이 그대로 넘어온다면 국회는 지체 없이 이를 부결하고 재협상을 요구해야 한다. 미국의 압력에 굴복해서 불리한 협상을 조급히 매듭지어선 안된다. 한반도 안보의 미래를 좌우할 한미간 협상의 과정과 결과를 우리는 똑똑히 지켜볼 것이다.

평화군축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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