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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군축센터    한반도 평화를 위해 비핵군축운동을 합니다

  • 한미동맹
  • 2009.11.24
  • 2304
  • 첨부 1

지난 11월 20일 서울에서 개최된 한미 정상회담은 외형은 물론 내용상으로도 양국 간 입장 차이와 논란을 드러내주었다. 정상회담 직후 이명박 대통령과 오바마 대통령은 한미동맹, 북핵/북한문제, 한미 FTA, 범세계적 문제 등에 대해 언급했다. 두 정상 간의 회담은 지난 봄 G20 런던정상회의 일정 중 가진 미니 정상회담과 6월 워싱턴 정상회담에 이어 세 번째이다.

우선 한미 양국이 정상회담에 비중을 두는 분야가 상대적으로 달라보였다. 미국의 입장에서 한미정상회담은 오바마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의 일부였다. 백악관 고위인사와 미 상무장관 등의 발언을 종합해볼 때 오바마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은 오바마 정부의 아시아 중시를 과시하고 경제적 비중에 주안점을 두고 진행되었다. 그에 비해 한국은 북핵문제를 비롯한 대북정책에 있어서 한미 간 입장 통일이 제일 우선적인 관심사로 보였다. 청와대는 11월 18일 “현재 한미상호간의 이해관계에 기초한 완벽한 공조가 이루어지고 있다”며 이 같은 기대를 표시했다.
 
정상회담 직후 두 대통령의 모두발언과 기자회견 질의응답 내용을 볼 때 한미 양국은 상호 주관심사를 반영하여 회담을 맺은 것으로 볼 수 있다. 미국은 자동차 분야에 있어 한미 FTA 재논의를 할 수도 있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언급과 아프가니스탄 파병을 얻어냈고, 한국은 확고한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대북정책에 있어서 양국 간 입장의 일치를 끌어냈다. 이것은 두 정상에게 국내정치적인 효과를 가져다 줄 수도 있다.

위험천만한 포괄적 전략동맹

그러나 양 정상이 4개 분야에 걸쳐 밝힌 회담 결과는 전반적으로 미국에 유리해보였고, 우리 정부의 대미외교의 현 수준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는 평가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첫째, 한미동맹에 있어 두 정상은 지난 6월 워싱턴 정상회담에서 제시한 ‘동맹을 위한 미래 비전’을 구체화 할 발판을 마련하였다. “핵우산 및 확장 억지력을 포함한 공고한 한미 안보태세 재확인”과 “미국의 한반도 안보에 대한 의지”를 바탕으로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실행할 수 있도록 하였다. 그리고 내년에 양국 외교․국방장관이 참여하는 2+2회담을 개최하기로 하였다. 또 한국의 아프가니스탄 지방재건팀(PRT) 파견, 비확산, 대테러 등 범세계적 안보문제에 대한 공동 대응도 한미동맹의 강화, 즉 ‘포괄적 전략동맹’으로의 발전을 의미한다.

포괄적 전략동맹은 한국에게는 이중적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왜냐하면 대북 억지는 한국군이 주로 담당하면서 지역적, 세계적 차원의 안보문제에 한국이 미국과 적극 협력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가운데 무기체계에서 한국의 대미 의존심화는 부대적 효과이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동북아에서 미국이 관여하는 분쟁에 한국이 혹은 한반도가 휩쓸릴 우려가 있다는 점이다. 전임 정부는 이 점을 정상회담에서 부각시킨 바 있다. 이제 그런 우려는 공고한 포괄적 전략동맹이라는 이름으로 사라져버렸다. 주한미군의 해외파병, 다시 말해 한국이 미국의 세계군사기지로 이용되는 것도 시간문제가 되어버렸다.

마이클 멀린 미 합참의장은 10월 22일 서울에서 “몇 년 내에 주한미군 병력을 중동으로 배치할 것인지를 논의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주한미군은 호적만 한반도에 있지 주소는 한반도가 아니라는 지적이 생길 정도이다. 한미 양국이 합동으로 실시하는 을지연습은 양국의 서로 다른 전쟁목적이 합쳐져 진행되면서 전략적 갈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분명한 사실은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은 이미 추진 중이고 지난 워싱턴, 금번 서울 정상회담은 그것을 공식화 한 것에 불과하다.

대북정책 불일치 가능성 미해결

둘째, 북핵문제를 포함한 대북정책은 한국정부가 가장 중시한 부분이었다. 우선 두 정상은 대북인식, 대북정책 우선 목표, 정책기조에 공동 인식을 나타냈다. 완전하고 검증가능한 북핵 폐기, 북한의 6자회담 복귀 우선, 일괄타결의 필요성 등에 원칙적 의견 일치를 보였다. 이는 최근 북미 접촉, 남북대화 중단으로 대북정책 추진에 있어 한미 간 입장 차이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불식시키는 효과가 있고, 이 점이 이명박 대통령에게는 적지 않은 성과라 할 수 있다. 또 두 정상은 북한을 자극하는 것을 경계하며 6자회담 재개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도 유의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구체적인 대북정책 추진에 있어서 양국 간 입장 차이가 발생할 가능성은 정상회담 결과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 대통령은 “우리 두 정상은 북한 핵문제의 해결을 위해 본인이 Grand Bargain으로 제시한 일괄 타결이 필요하다는데 전적으로 공감하”였다고 밝혔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Grand Bargain’이란 표현을 애써 한 번도 언급하지 않고 대신 “공동 접근방식”으로 불렀다. 캠벨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 등 그동안 미국측은 ‘Grand Bargain’이란 표현을 사용하는 것을 꺼려 왔다. 오바마 대통령이 ‘Grand Bargain’을 쓰지 않은 이면에는 대북 일괄타결의 내용과 접근방식에 있어 있을 수 있는 양국 간 이견에 대비해 한국측의 틀에 구속되지 않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 볼 수도 있다. 사실 ‘Grand Bargain’은 북한의 선(先)핵포기를 전제로 한 대북 지원방안이라는 점에서 ‘비핵・개방・3000’과 유사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오바마 대통령이 대북정책에 있어 “양국은 공동 접근방식에 완전히 의견이 일치한다”는 추상적인 발언을 한 후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정책 특별대표를 12월 8일 북한에 보내 양자대화를 시작할 것이다”는 구체적인 언급을 한 점이다. 이는 보즈워스 특별대표의 방북이 한국과의 협의 하에, 북한의 6자회담 복귀 설득이라는 제한적 목적으로 추진된다는 모양새를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정상회담 직후 클린턴 국무장관은 북한이 비핵화를 다짐하면 관계정상화, 평화협정, 경제지원 등 북한의 관심사를 일괄 추진할 수 있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였다. 보즈워스 대표의 방북 일정도 처음 관측과 달리 2박3일로 정해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의 방북이 6자회담 복귀 설득에 한정하지 않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접견해 오바마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하고 북미관계에 대한 전반적인 의견을 논의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북핵문제 해결과 한반도 냉전구조 해체, 그 결정적 조치로 북미간 관계정상화 추진은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정책 기조이다. 이는 2000년 북미 공동꼬뮤니케를 계승하는 것이고 김대중, 노무현 정부의 대북 포용정책과 궤를 같이 한다. 이점이 이명박 정부가 대북정책에 있어 양국 정상의 공동 인식을 강조한 배경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한반도 주변 정세는 제재국면에서 대화국면으로 이동하고 있다. 북미 접촉과 중국의 중재역할 및 대북 지원 지속, 일본 하토야마 총리의 방북 계획 등을 고려할 때 벌써부터 압박 위주의 남한의 대북정책이 고립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새 아킬레스건, FTA

이명박 대통령이 가장, 그리고 뚜렷하게 실수한 것이 FTA 분야이다. 물론 정상회담 후 두 정상은 FTA를 둘러싸고 양국 간 입장 차이가 있음을 공식 인정하였다. 오바마 대통령은 간접적으로 “무역 불균형”을, 이명박 대통령은 “통상 균형”을 언급하였다. 사실 미국에서는 한미 간 FTA 협상 타결 후 자동차, 쇠고기 업종에서 강력한 반발이 일어나고 있어 이 분야에서 미국의 수정 요구가 오바마 대통령의 서울 방문에 부담을 주었음이 분명하다. 오바마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 기간 중, 찰스 랭글 하원 세입위원장과 샌더 레빈 하원 세입위 무역소위원장은 자동차와 쇠고기 문제를 겨냥하여 한미 FTA 수정 또는 협상 재개 필요성을 강력히 제기하였다.

그런 상황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자동차에서 문제가 있다면 다시 얘기할 자세가 돼있다”고 발언한 것은 한미 FTA의 양국 의회(특히 미 의회) 비준을 위한 적극적 조치라 볼 수 있다. 이명박 정부는 FTA 재협상은 없다는 입장이지만, 미국측은 과거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협상 사례를 상기하며 특정 분야를 부속협정 형식으로 협상을 갱신하는 것을 염두에 둘 수 있다. 어떠한 형식을 취하든지 이 대통령의 FTA 재논의 가능성 발언은 FTA 의회 비준 및 발효까지 한국의 협상력을 약화시킬 우려가 있다. 결국 이 대통령의 발언은 한미동맹, 대북정책에서 과시한 공조의 효과를 반감시키고, 정부여당에게 적지 않은 정치적 부담으로 다가올 가능성이 커 보인다.

범세계적 문제에 있어서도 양국 정상은 많은 의견의 일치를 보였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명박 정부의 아프간 파병, 온실가스 감축 목표치 발표를 환영하였고, 이명박 대통령은 내년 4월 미국 주최 ‘핵 안보 정상회의’에 참여할 것임을 밝혔다. 한국의 아프간 파병은 미국에게 좋은 선물이지만, 미국은 아프간 정책을 반테러를 중심으로 국가안보로 한정하여 진행하되 오래 주둔하지 않을 것임을 밝히고 있다. 한국군의 파병 및 철수는 유엔 등 다자적 국제협력의 틀이 아니라 미국의 정책에 의존하고 있다는 지적을 면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한국의 세 가지 숙제

서울 한미정상회담은 한국에 세 가지 커다란 숙제를 안겨주었다. 한국이 미국으로부터 대북 핵 억지력을 보장 받는 대신 미국 주도의 세계 안보문제에 병력이 참여하고 그 과정에서 한반도가 분쟁지역화 될 가능성에 대처해야 문제가 그 첫 번째 숙제이다. 한국이 미국의 핵우산 아래 있는 상태에서 북핵문제 해결과 한반도 비핵화를 추진하는 것도 고난도의 과제이다. 둘째는 북핵문제를 비롯한 대북정책 추진에 있어 한미 간 정책 공조를 유지하는 방안이다. 이명박 정부는 북핵문제에 대한 포괄적 접근의 필요성을 직시하고 그것을 한반도의 냉전구조 해체 및 평화체제 수립의 길로 연결시키는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는 여론을 경청할 필요가 있다. 선 북핵포기나 흡수통일과 같이 북한에 대한 주관주의적 접근은 실용주의와 무관한 위험한 것임을 상기할 필요도 있다. 세 번째는 한미 FTA 문제를 FTA 정책의 전면 재검토의 기회로 삼을 것이지, 아니면 기존 협상 결과의 관철로 갈 것인지를 결정해야 할 것이다.

서울 한미정상회담에서 미국측은 실리를, 한국은 명분을 획득하였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이명박 정부는 한미 동맹, 대북정책에 있어 미국의 지지를 얻기 위해 구체적인 정책에서 입장 차이를 줄이지 못하거나 더 크게 만들었다는 지적을 받을 수 있다. 이것은 정부가 천명한 실용외교노선과는 거리가 먼 결과이다. 오바마 정부도 다자주의적인 국제협력 외교에서 동북아는 제외시켰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 동북아 평화번영의 비전, 특히 동북아판 핵없는 세상 구상이 제시되지 않은 것은 미국 주도의 양자주의적 동북아 정책기조를 보여준 것이다.

전체적으로 이명박 정부의 금번 대미 정상외교는 보통 이하의 낮은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다. 차제에 외교정책 결정의 민주화와 협상력 강화 모두를 위해 주요 사안에 대한 야당과 여론의 수렴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이번 정상회담 결과는 한국의 국익이 무엇인지, 그리고 기여외교를 하는 방식과 의제가 어떠해야 하는지를 정부는 물론 시민들도 생각하는 계기를 제공해주었다. 큰 비용을 지불하면서 말이다.



서보혁(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실행위원, 코리아 연구원 기획위원)

* 이 글은 '새로운 코리아구상을 위한 연구원'에서 가져온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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