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군축센터 평화정책 2005-12-12   1642

[한반도평화보고서2005]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과 한반도 평화

1장 2005 동북아 질서와 한반도 평화(2)

미국의 세계군사전략 변화에 따라 지난 반세기 동안 ‘대북 방어’를 이유로 주둔해왔던 주한미군이 주둔의 목적과 역할 변화를 꾀하면서 한미동맹 재편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현재 한미간 재조정 협상의 중심에는 주한미군 기지의 통폐합과 이전,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과 군사변환, 군사 임무 전환 그리고 한미연합전력 강화 등이 있다.

주한미군의 재배치는 지난 2004년 12월 용산미군기지이전협정과 연합토지관리계획(LPP)협정 개정이 국회 비준동의를 받은 후 주한미군 기지 통폐합과 이전을 위한 토지수용 절차가 현재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한미동맹 재조정에 관한 한미 당국간 협의는 이보다 앞서 시작되었다. 한미동맹의 성격을 확대한다는 2002년 한미안보협의회의(SCM) 결정에 따라 한미 당국은 2003년부터 열린 미래한미동맹정책구상(FOTA)에서 구체적인 군사현안에 대한 협의를 비공개로 진행했었다. 그리고 2005년에 시작된 한미안보정책구상(SPI) 회의에서도 한미동맹 재조정에 관한 협의가 진행되고 있으며 이 회의 역시 비공개로 진행되고 있다.

올해 10월 21일에는 한미 양국의 국방장관이 제 37차 한미안보협의회의(SCM)를 개최하여 한미동맹의 포괄적, 역동적 관계로의 발전을 재확인하고 전시작전통제권 이양을 포함한 한미지휘체계와 주한미군 재배치 및 군사임무 이양 그리고 전략적 유연성 문제 등 중대한 한미 군사현안에 대해 협의하였다. 구체적으로 한미 군사 당국은 연합방위태세 유지와 주한미군 기지이전 사업 진전 노력, 한미간 지휘관계와 전시작전통제권에 대한 협의 적절히 가속화,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재확인, 한미안보정책구상(SPI)을 통한 한미동맹 비전 공동연구 둥에 합의하였다.

뒤이어 아시아태평양 경제공동체(APEC 2005) 회의가 열리던 11월 17일 노무현 대통령과 조지 부시 대통령은 ‘한미정상 공동선언’을 채택하여 한미동맹, 북핵문제, 남북관계 및 평화체제 구축, 경제ㆍ통상관계, 그리고 지역 및 범세계적 협력 등에 관한 입장을 발표하였다. 공동선언은 특히 주한미군 재조정 문제에 대한 성공적 합의를 평가하고, 양자, 지역 및 범세계적인 관심 사안을 협의하기 위해 ‘동맹, 동반자 관계를 위한 전략협의체’라는 장관급 전략대화를 2006년부터 개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렇듯 한미동맹 재편에 관한 논의가 진행 중이지만 우려스러운 상황은 이미 현실화되고 있다. 2003년 한미안보협의회의 공동성명에서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이 명시되었다. 2004년 주한미군 일부가 이미 이라크전쟁에 바로 투입되었다. 현재 한국군은 미국의 요청으로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 파견되어 미군의 지휘 하에 작전에 임하고 있다. 2004년 2월 한미 당국이 개정한 ‘한미상호군수지원협정’도 한반도와 북미지역에 한정된 한국과 미국의 상호 군수지원 대상지역을 전 세계 모든 국가로 확대하기로 한 것으로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의 군사전략 변화와 한미동맹 재조정

한미동맹 재조정을 추동하는 요인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지만 무엇보다 부시 행정부 등장과 9.11 테러 이후 미국의 세계군사전략변화가 핵심적인 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탈냉전기에 들어서면서 미 행정부는 독일, 일본, 한국 등에 미군을 집중 배치한 것을 한국전쟁과 냉전질서의 유물로 보고(미의회예산국(CBO)보고서, ‘Options for Changing the Army’s Overseas Basing’ 2004. 5) 탈냉전에 맞춰 해외주둔 미군의 배치전략에 변화를 꾀하고자 여러 차례 시도한 적이 있지만 제대로 추진하지 못했다. 그러나 부시 행정부가 등장하면서 미 행정부는 대테러 전쟁과 공세적인 선제공격 독트린을 정식화하고, 이를 효율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 해외주둔미군재배치(GPR, Global Defense Posture Review)와 군사변환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부시 행정부는 <2002년 국가안보전략>에서 선제공격독트린 공식화하였으며, 2002년 <핵태세보고서>에서 북한을 포함한 적대국에 대한 핵무기 사용 가능성 천명하고, 2001년 4개년 국방검토(GDR)에서 1-4-2-1 (‘1’ 미국 본토 방어, ‘4’개 지역(유럽과 동북아시아, 동아시아 도서, 중동/서남아시아)에 그 지역에 맞는 미군을 전진ㆍ주둔 배치, ‘2’개 지역에서의 주요전쟁(이라크, 북한) 승리, ‘1’개 지역에서의 결정적 승리(영토 점령과 정권교체)) 계획을 정식화하였다. 서재정, ‘미국의 군사전략변화와 한미동맹’ 창비 125호 (2004 가을))

미국의 군사전략은 군사력 규모는 축소하더라도 미군 재배치와 군사변환을 통해 군사력을 극대화한다는 것이다. 즉 테러집단이나 ‘불량국가’의 새로운 위협에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일부 국가에 대규모로 주둔하고 있는 미군을 감축하고 미군 기지의 통폐합과 이전 등을 통해 신속한 이동 배치가 가능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동시에 전력구조도 경량화, 기동화, 첨단화하여 세계 어느 곳이든 신속투사가 이루어지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군사력 극대화 전략을 수행하기 위해 미국은 핵전력과 재래식 전력을 구분하기보다는 통합적 운용을 추구하고 있는데 이는 핵무기 사용 가능성이 더욱 높다는 것을 말해준다. (William M. Arkin, “Not just a last resort? A Global Strike Plan, with a Nuclear Option” Washington Post, 2005년 5월 15일) 뿐만 아니라 미국은 전략수행을 위해 각 나라와의 쌍무적 혹은 다자간 동맹조약에 규정되지 않은 지역까지 동맹의 활동범위를 확대시키고자 하고 있다. 이미 미일동맹과 나토(NATO)의 활동범위는 확대되었고 한미동맹 역시 활동범위를 확대하여 한미일을 축으로 하는 지역동맹으로의 재편을 꾀하고 있다. “한미연합전력이 태평양상의 다른 우발사태에도 동원될 수 있다”는 캠벨 미 8군 사령관의 발언은 주한미군은 물론 한미연합전력의 전략적 유연성의 확대를 시사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미국의 군사전략의 변화는 특히 한반도와 동북아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미국의 중국견제와 미일 동맹 강화, 북미 갈등 등 복잡한 갈등 구조를 보이고 있는 한반도 주변정세 하에서 미국의 세계군사전략에 따른 한미동맹 재조정은 한반도 안정에 기여하기 보다는 한반도를 더욱 위태롭게 할 수 있다. 최근 몇 년 동안의 한미당국간 협의 결과는 이러한 우려를 불러오기에 충분하다. 미국은 주한미군의 한강이남 배치와 한반도 내 전력증강을 진행하는 한편, 한반도에서 주한미군의 입출입을 자유롭게 하여 활동범위를 확대하려는 하고 있다. 이러한 주한미군의 재배치와 역할확대는 북한과 중국에 대한 미국의 공격력을 한층 강화하고 주변 분쟁에 대한 개입가능성을 높이는 등 한반도 주변의 새로운 불안요소로 등장하고 있으며, 한반도가 분쟁에 휩싸일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또한 한미동맹 재조정에 따라 한국군이 미국의 군사전략에 동원되거나 지원을 수행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미국이 주장하는 전략적 유연성은 미군 자신뿐만 아니라 동맹주체인 한국군에도 강요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한국군 대부분이 한미연합전력구조 하에 있고 전시작전통제권도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국방비 증액이나 첨단무기 도입 정책은 한미 연합전력을 증강시키고 상호운용성을 높여야 한다는 미국의 일관된 주장을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실제로 미국은 향후 수년간 110억 달러를 투자하여 주한미군의 전력을 강화시키겠다며 이에 상응하는 한국군의 전력증강을 요청한 바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 110억 달러의 투자가 대북위협에 대응하는 데만 사용될 군비투자가 아니라는 점이다. 한국해군이 대양해군이라는 이름으로 추구하는 이지스 체계의 도입, 원양 함대(전단)의 형성 등은 미국이 요구하는 대중국 MD구상, 한-미-일 대중국 해양 포위 전략에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 앞 서 언급한 ‘한미상호군수지원협정’ 역시 한미상호방위조약의 영역범위를 넘어서는 공동작전의 여지를 만들고 있다. 또한 미국은 한국군에게 대량살상무기방지구상(PSI), 지역해양안보구상(RMSI), 콘테이너안보구상(CSI) 등 한미상호방위조약의 범위를 넘어서는 군사적 구상에 참여할 것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이 점에서 정부가 내세우는 ‘협력적 자주국방’은 미국의 새로운 군사전략에 부합하는 방향 아래서 고안된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낳고 있다. 자주국방을 명분으로 미국이 요구하는 군사력 형성에 빠르게 반응하고 협력의 범위도 지역적 지구적으로 넓혀 나가면서도, 정작 필요한 군사주권의 회복, 예컨대 전시작전통제권의 환수와 독자적인 작전계획의 수립 등에서는 별다른 진전이 없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한미동맹 재조정에 대한 한국 정부의 입장과 문제점

이렇듯 한미동맹 재조정은 매우 광범위한 영역에서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반면, 한국정부는 이에 대해 국민과 적극적으로 의사소통하는 것을 외면하고 심지어 중요한 정보를 은폐, 왜곡 하고 쟁점을 호도하는 등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주한미군 재배치와 관련하여 정부는 “미군재배치는 미국 정부의 고유권한이며, 미군기지 주변지역의 발전을 도모하고, 미군기지의 효율적 유지, 관리를 위한 것으로 2001년부터 협상을 시작하여 2002년에 합의했기 때문에 2003년 11월 공식 발표된 GPR(Global Defense Posture Review) 계획과는 관계가 없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참여연대 질의서에 대한 국방부 답변 2005. 11. 15)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미국의 해외미군 재배치와 군사변환 추진에 있어 주한미군이 주요대상임을 줄곧 밝혀왔으며 (미의회예산국(CBO)보고서, ‘Options for Changing the Army’s Overseas Basing’ 2004. 5) 미군기지 통폐합과 이전을 위한 연합토지관리계획(LPP) 협정이 2002년에 제정되자마자 개정논의에 들어가 2004년에 개정되었다는 사실을 볼 때 설득력이 없다.

주목할 것은 한국 정부가 수용한 GPR은 미국 내에서도 아직 완결된 개념이 아니며, 전세계 어디에서도 아직 합의된 바 없는 미완의 구상이라는 점이다. 한국은 아직 미 정치권 내에서 논란이 되고 있고 일부 국가와의 마찰로 구체적인 실행이 지연되고 있는 GPR에 대해 세계에서 가장 먼저, 그리고 별다른 이견 없이, 무조건적으로 지원한 ‘모범적인’ 나라가 되고 말았다. 실제로 미국 정부가 의회 회계감사원(GAO)에 제출한 보고서는 “한국에서의 재배치 협상 성과가 초과달성 되었다”고 평가 (미 국무부 ‘2004 회계연도 업무평가보고서'(FY 2004 Performance and Accountability Report) ) 하고 있다.

또한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에 대해서도 그 동안 정부는 “동맹국으로서 미국의 세계군사전략 변화에 따른 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기본적으로 존중하지만,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으로 인해 우리 국민의 의지와 관계없이 동북아 지역의 분쟁에 휘말리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입장을 강조해왔다. 그러면서도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이 동북아 국가간 마찰을 불러올 가능성에 대해 우려를 표시한 참여연대의 질의에 대한 답변에서는 “중국을 염두에 두기보다는 불특정한 테러세력이나 언제 어디서 발생할지 모르는 분쟁 및 안보불안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주한미군의 평택이전과 전략적 유연성이 중국, 러시아 등 한반도 주변 특정 국가와의 마찰을 유발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는 등 모순되고 일관성 없는 ‘임기응변’으로 대응하고 있다. (참여연대 질의서에 대한 국방부 답변 2005. 11. 15)

그러나 대테러 전쟁 수행을 이유로 아시아 각국에 기지를 확보하고 있는 미국은 미일동맹을 한층 강화하고 최근에는 인도와의 핵 교류까지 나서는 등 대중국 견제에 나서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지난 7월 중앙아시아 국가들로 구성된 상해협력기구(SCO) 회원국들은 중앙아시아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기지의 철수 일정을 밝히라고 요구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주한미군의 역할확대와 신속기동군화는 주변국의 마찰을 불러올 가능성이 높으며 지역 분쟁에 대한 주한미군의 개입은 바로 한반도에 대한 위협으로 되돌아올 수 있다.

정부가 국민들의 우려에 대해서는 짐짓 ‘아무 문제없다’는 식의 자신만만한 태도를 보이면서도 정작 이러한 갈등요인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징후는 여기저기서 발견된다. 노무현 대통령이 이른바 ‘동북아 균형자’론을 내건 것도 여기서 비롯된 것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전략적 유연성을 근본적으로 차단하기보다는 발생할 문제점을 의도적으로 희석시키려고만 하고 있다.

최근 미 2사단을 화력과 기동성을 강화한 미래형운용사단(UEx)으로 전환시킨 것과 관련하여 정부는 “미군 기지의 평택으로의 이전이 서울 도심지역의 균형발전, 주한미군의 안정적인 주둔여건 보장, 비행장, 항만 등 기반시설 활용 가능 등이 그 이유”라며, ‘미 2사단의 개편과 기지 이전은 완전히 별개의 사안’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참여연대 질의서에 대한 국방부 답변 2005. 11. 15)

그러나 이러한 주장과는 달리 군사력 극대화를 위해 미군재배치와 군사변환을 동시에 추구하고 있는 미국의 군사전략은 한반도에 그대로 관철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한반도는 물론 동북아 지역으로 전력을 투사할 수 있는 신속기동군으로 변모된 미 2사단이 평택으로 이전한다는 것은 바로 한국 정부가 주한미군의 역할 확대를 용인하고 평택과 오산공군기지가 미군의 투사거점으로 활용되는 것을 허용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하여 미국은 오산공군기지의 7공군을 개편하여’동북아공군전투사령부’를 창설하고 오산과 괌 기지에 사령부를 둘 계획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렇듯 주한미군의 재배치와 전략적 유연성의 위험성을 의도적으로 오도하고 있는 정부의 주장과는 달리 지금 한미동맹 재편 논의는 한반도를 분쟁의 소용돌이로 몰아넣을 수 있는 방향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게다가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은 한미상호방위조약이 규정하고 있는 미군의 한반도 주둔 목적에도 명백히 어긋나는 것이며 대북 억지력 차원에서 미군에게 기지와 방위비 분담금을 제공하고 있는 한국 국민들의 의사와도 배치되는 것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정부가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문제에 대해 국민들의 의견을 확인하거나 동의를 구하지 않고 한-미간 밀실협상으로 문제를 처리하려 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 동안 정부는 한미안보협의회(SCM)이나 미래한미정책구상(FOTA), 한미안보정책구상(SPI) 등의 협상을 비공개로 진행해왔으며 협상 결과를 선별적으로 국민들에게 통보하는 등 비민주적이고 비밀주의적인 협상자세로 일관해왔다. 정부는 한미 당국이 강조하고 있는 ‘포괄적이고 역동적인 동맹’의 내용과 방향이 무엇인지, 동맹의 재조정이 한반도 평화에 끼칠 영향이 무엇인지 등에 대해 사회적인 공론화를 시도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정부는 정보를 독점한 채 사회적 토론을 봉쇄하는 등 한미동맹 재조정 논의 과정에서 시민사회를 철저히 배제해왔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한반도 미래를 규정할 한미동맹 재조정의 방향과 내용이 한반도의 주민인 시민사회의 풍부한 토론과 합의 없이 정부 당국자에 의해 일방적으로 결정될 수는 없는 일이다.

한미동맹 재조정 방향에 대한 권고

한반도의 미래가 동북아에서 새로운 대결을 가져올 미국의 패권적 세력재편 구상에 의해 좌지우지되어서는 안된다. 한미동맹의 이름으로 패권적 구상에 편승하거나 동원되는 것은 분쟁과 갈등의 재생산 구조에 항구적으로 예속되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한국 정부는 한반도 평화체제나 동북아 평화정착에 배치되는 동맹 재조정에 반대해야 한다.

정부는 전시작전지휘통제권을 환수하고 연합지휘체계를 한미 합동전력구조로 전환하는 등 주권국가간 관계에 걸맞은 새판을 짜야 한다.

참여정부가 밝힌 바 있는 전시작전통제권 환수는 조속히 이루어져야 한다. 온전한 군사주권을 확보한다는 의미에서 뿐만 아니라 한반도 문제에 대한 당사자로서 독자적인 작전계획수립 및 위기관리 능력을 제고하기 위해서 전시작전통제권을 환수를 늦출 이유가 없다. 또한 북한에 대한 책임 있는 군사적 대화파트너로서 유효한 군사적 신뢰구축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서도 필수적이다. 따라서 정부는 6개의 연합위임사항들(Combined Delegated Authority)을 즉각 환수하고 전시작전통제권 환수일정을 구체화해야 한다. 아울러 독자적 작전통제권을 바탕으로 미국이 주도하여 입안되고 있는 공격적이고 자극적인 한미연합작전계획 등의 재검토도 서둘러야 한다.

전시작전통제권의 환수와 함께 한미연합사로 이루어진 연합지휘체계도 주권국가간의 군사협력구조로 전환되어야 한다. 주한미군 전력은 거의 배제된 채 대부분 한국군 전력으로 이루어진 기형적인 한미연합사를 해체하고 한미 양국의 독자적인 작전기구가 서로 협력하는 합동전력구조(joint forces structure)로 전환되어야 한다. 그리고 주한미군의 입출입에 대해서는 사전협의 수준을 넘어서는 보다 적극적인 방식으로 한국 정부가 통제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제도화해야 한다. 이것은 주한미군에게 기지와 방위비 분담금을 제공하고 있는 한국 정부의 당연한 권리행사이다.

정부는 한반도 방어목적에서 벗어나는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과 한미동맹의 지역동맹 전환에 반대해야 한다.

이러한 동맹의 재편은 주한미군의 북한 위협에 대한 대처라는 주둔의 근본 목적에 명백히 어긋나는 것이며, 한국이 미군의 전 세계 전장으로의 투사거점이 되고 한국군과 국민이 한반도 안정과 무관한 패권적 군사행동에 간여되도록 강요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우리 자신의 평화와 안녕을 심각히 위협하는 자가당착적 행위에 동원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한반도 주민들의 근본이해와 배치되는 것이다.

지금 한국은 한반도 평화체제 논의를 주도하고 이끌어 가야 할 절박한 과제를 안고 있다. 반면 미국이 추구하고 있는 지역동맹은 우리가 추구해야 할 다자간 평화체제와는 거리가 멀다. 한국 정부는 군사적 패권국가에 편승하거나 일방적으로 동원될 것이 아니라, 평화외교와 협력안보의 원칙에 기초한 동북아 다자안보체제를 구축하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다자안보체제 구성을 위한 외교가 ‘협력적 자주국방’의 주요내용이 되어야 한다. 복잡한 갈등 구조를 갖고 있는 동북아의 각국이 협력관계를 발전시킨다면 미국의 군사전략이 한반도와 동북아에 미칠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정부는 한미동맹 재조정에 대한 사회적 공론화와 비전공유에 나서야 한다.

한미동맹 재조정 논의에 있어 그 동안 정부가 보여준 정보독점과 통제, 비밀 협상과 일방적 통보 행태는 충분히 비난받을 만하다. 정부는 한미동맹 재편에 대한 정부의 입장과 협상결과를 국민들에게 충실히 이해시키거나 중론을 모으려는 노력을 전혀 하지 않았다. 비밀협상 끝에 공동성명을 발표하는 의례적이고 일방적인 자세는 참여정부 들어서도 전혀 달라진 것이 없다. 정부는 한미동맹 재조정에 대한 광범위한 토론과정이나 이해, 설득의 노력 없이 정부의 일방적인 발표를 국민들이 수용하고 동의할 것으로 기대해서는 안된다.

한미동맹 재조정에 관한 정부의 안일하고 근시안적인 대미협상 자세도 심각한 문제라 할 수 있다. 한미동맹 재조정에 대한 큰 틀을 세우고 대응하기 보다는 사안별로 협상에 임했던 한국 정부의 미숙한 협상전략의 결과는 결과적으로 한미동맹이 미국의 군사전략에 충실히 지원하도록 하는데 기여하고 있다. 정부는 더 이상 국민들을 오도할 것이 아니라 지금이라도 한미동맹 재조정의 방향에 대한 사회적 토론과 합의를 모으고 미래 한미동맹 비전을 공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박정은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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