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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군축센터    한반도 평화를 위해 비핵군축운동을 합니다

  • 칼럼
  • 2008.12.18
  • 1463


그 동안 한미 FTA를 지금처럼 졸속 처리해서는 안되는 수많은 이유들이 제기되었다. 한미 FTA가 가져올 사회, 경제적 문제점이 많겠지만, 한국의 대미협상력이 절망적인 수준이라는 점에서도 이 협정이 재앙의 불씨가 될 것임을 단언할 수 있다.


가장 중요하지만 가장 취약한 한국의 외교력

툭하면 세계 12위 규모의 경제대국이라고 자랑하지만, 한국의 대미협상력, 외교력은 과연 ‘주권 국가’인가 의심스러울 정도로 한심하다. 지정학적으로 경제, 군사 강국으로 둘러싸여 있는 한국에게 어쩌면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외교력일 것이다. 그러나 대단히 불행하게도 한국이 가장 취약한 부분이 바로 외교력이다. 특히 미국과의 협상에서는 한없이 작아지는 국가이다. 북한과 가장 대조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한미FTA 협상 과정은 지난 몇 년 동안 큰 갈등을 낳았던 미군기지이전협상과 판박이었다. 더 이상 정부의 주장 대부분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 드러난 미군기지이전협상과 비교해보면 협상결과에 대한 거짓, 왜곡 주장, 정보의 차단을 통해 국민들을 오도시킨다는 점 등 너무나 닮았다. 그것이 한미동맹을 위한 것이며 그것만이 우리가 살 길이라고 강변하는 것도 똑같다. 단지 지금은 13-15조원이 들 것으로 평가되고 있는 미군기지이전협상 결과보다 한미FTA에 따른 파급효과는 상상을 초월하는 규모라는 점만 다르다.


협상력 빈곤의 몇 가지 사례들

몇 가지 예만 들어보자. 미군기지이전비용, 한국은 미 측이 반은 부담할 것이라고 했다. 미국이 뒤통수 칠 것이라고 의심하면 ‘동맹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했다. 한미간에 타결된 협정을 국회가 비준동의하지 않으면 미국을 불편하게 할 뿐만 아니라 국가신인도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했다. 지난 정부 외교관들이 한 말들이다. 그 결과 용산기지이전협정은 미 국무부 회계평가에서 ‘초과이익’을 달성한 모범적 사례가 되었다.
 
주한미군이 한국이 제공한 방위비 분담금 1조 1193억원을 자기들이 부담할 기지이전 비용으로 쓰겠다고 해도 한국 정부는 아무런 항변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오래 전에 동의해주었고, 한국이 제공한 돈은 이미 ‘미국 예산’이니 어디에 쓸 것인지는 미국에게 달려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 측의 기지이전비용 부담액에서 그것을 제외하고 있다. 내년 방위비 분담금은 7600억원으로 증액되었고 그 결과 내년(2009년) 주한미군 지원에 대한 국방예산은 총 1조 528억원에 달한다.

지난 90년대 한국의 외교부는 일부 환경조항을 넣은 것에 대해 한미 SOFA를 ‘편안한 소파’라고 자랑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무용지물이었다. 미군기지이전협상 당시 한국 정부는 반환되는 미군기지에 대한 환경오염 조사나 치유비용은 미 측이 부담한다고 했다. 그러나 미 측은 기지 열쇠를 한국 측에 넘기고 떠나면서 대부분 기지에서 오염치유를 하지 않았다. 한국의 국방부 역시 항변하지 않았다. 그 비용은 결국 한국 국민들 세금에서 나가고 있다.  

주한미군은 전쟁물자로 쓸 것이라며 한국에 52만톤 이상의 막대한 탄약을 배치하였다. 74년 한미가 맺은 ‘단일탄약지원체제’ 의정서(SALS-K)는 ‘한국 정부 외의 사용자를 위해 한국 저장 지역으로부터 반출할 경우 미국은 한국이 그동안 그 탄약을 유지·저장 및 수송을 위해 발생한 직접 비용을 보상한다’고 되어 있다. 이에 한국의 국방부는 30년 이상 지원해온 저장비 등을 받아내겠다고 했다.

그러나 이번에 발효되는 ‘한-미 전쟁예비물자 양도합의각서’에는 이것이 빠져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언론보도를 보면 국방부 관계자는 “법률 검토 결과 ‘국외 반출 탄약에 대한 과거지원비 보상을 받아야 한다’는 주장의 근거가 뚜렷하지 않은데다, 협상과정에서 반출하는 탄약에 대해 과거저장비 보상을 요구했으나 미국의 반대가 심해 합의각서에 포함되지 못했다”고 말했다.


과연 한미 FTA는 다를까


정부가 몰라서 매번 이렇게 뒤통수를 맞는 것일까. 아니면 알면서도 국민들에게 거짓말을 계속했던 것일까? 몰라서 그랬다면 다음에는 재발하지 않도록 해야 했을 것이다. 그러나 지난 반세기 이상 한국의 대미협상의 결과는 늘 이런 식이었다.

그러나 정부는 문제가 불거지기 전까지 정보를 제대로 공개하지 않는다. 시민단체들의 문제제기에 대해서는 ‘사실을 모르고 하는 말’이라고 치부한다. 그러나 막상 사실로 드러나면 언제나 ‘한미동맹을 위해 불가피하다’는 변명으로 무마한다.

과연 한미FTA는 다를까? 지금까지 제기된 정부 주장의 허구성과 장밋빛 미래를 선전하는데 급급한 과장된 홍보만 보더라도 그 결과는 충분히 예견된다. 그러나 현재 한나라당은 한미FTA 국회 처리를 강행하고 있다. 대다수 서민들이 나락에 떨어진 다음, 그 때 정부와 한나라당은 뭐라 할 것인가.


                                                                       박정은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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