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군축센터 평화정책 2005-12-12   1954

[한반도평화보고서2005] 시민의 입장에서 평가한 ‘국방개혁 2020’

2장 국방개혁과 국가 안보의 민주화(1)

노무현 대통령과 정부는 2005년 9월 13일 국방정책/운영분야와 군 구조/전력분야로 구성된 포괄적인 국방개혁안을 마련하여 공개하였다.

’21세기 선진 정예 국방을 위한 국방개혁 2020(안)’이라고 명명된 이 개혁안의 기본 목표는 ‘국방 전반의 체질 개선’을 통한 ‘효율적 국방체제의 구축’이라고 한다. 요컨대 한국군을 ‘효율적인 선진 정예 강군’으로 만들기 위해, 그동안 유지되어온 한국군의 ‘양적 구조’를 ‘질적 구조’로 재편하겠다는 것이다.

국방부는 이러한 기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국방개혁의 추진 방향으로 ① 국방의 문민 기반 확대(군은 전투임무수행 전념), ② 현대전 양상에 부합된 군 구조/전력체계 구축, ③ 저비용·고효율의 국방관리체제로 혁신, ④ 시대상황에 부응하는 병영문화 개선이라는 네 분야를 제시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국방부는 군 구조와 운영을 개혁하고 군 문민화의 기반을 구축하면서 군 규모를 2020년까지 50만 정도로 감축할 계획이다. 하지만 이러한 구조조정과 함께, 국방부는 국방비를 연 11% 이상 증액하고, 타격능력에서 전력지수를 현행보다 1.7-1.8 배로 끌어올리며, 정보·감시(ISR) 및 지휘·통제(C4) 능력을 크게 확충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또한 국방획득체계를 개선하고 방위산업구조를 효율화하는 한편, 국방 R&D를 국방비 대비 10% 이상으로 대폭 늘리고 방산수출 지원체제를 구축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정부는 또 이러한 국방개혁 방안의 지속성과 안정성을 보장하기 위해 국방개혁2020안의 핵심내용을 국방개혁기본법, 방위사업법 등으로 입법화하겠다는 구상이다.

노무현 정부와 국방부의 시도는 냉전 시기 동안 개혁의 성역이 되어온 군을 개혁하여 문민통제를 강화하고 그 구조와 운영을 새롭게 변화시키고자 하는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시도라는 점에서 환영할만한 일이다. 그러나 이번에 발표된 개혁안은 방만한 군 기득권 구조의 개혁이라는 차원에서는 여전히 미흡한 반면, 반면 예산 증액과 무기 구매 등 그동안 군이 관성적으로 주장해 왔던 군비확장을 비판 없이 수용하고 정당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의 시도가 군 개혁이라는 이름 하에 기득권의 강화와 군비확장이 추진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광범위하게 제기되고 있다.

50만으로의 감축? 과연 적정한가?

국방개혁안은 2020년이 되면 북의 군사적 위협과 전면전 가능성이 감소하고 초국가적/비군사적 위협이 증대된다고 분석하면서 병력규모를 현재 68만여명 수준에서 첨단무기체계 확보와 연계하여 2020년까지 50만명 수준으로 정예화할 예정이라고 밝히고 있다. 국방부 발표에 따르면 예비군도 300만명에서 150만명으로 축소할 예정이다. 특히 병력 위주 구조를 가진 육군의 경우, 10개 군단을 6개 군단으로 축소하고 사단수도 47개에서 20개로 대폭 줄이며 불필요한 중간지휘계선을 없애 슬림화하는 등 54만8천명에서 37만 천명으로 구조개혁을 단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군이 스스로 군병력을 감축하는 결단을 내린 것은 긍정적이고 환영할만한 일이다. 그런데 남북한이 평화공존 상태로 접어들어 안보위협이 다른 일반적인 나라의 그것과 유사해질 경우 ‘한국의 적정 병력 규모’와 관련한 기존 연구 자료들은 대체로 30만 명 내외를 적정 병력 규모로 제시하고 있어 국방부의 감축안과 대비되고 있다.

▲ <표 1> 통일 전후 한국군 적정 규모 연구 사례

※ <표-1 출처>: 박재하, “이상적인 인력모델링에 의한 남북한의 군축인력 규모 분석”, ‘국방논집’ 16, 서울, 1991; 김충영, “단순비교법에 의한 통일 후의 군사력 소요 및 전력배비”, ‘국방논집’ 20, 서울, 1992; 조동호, “통일의 경제적 비용과 편익”, ‘분단비용과 통일비용’, 민족통일연구원, 1997; 이병근·유승경, “한반도 군비감축의 경제적 효과”, LG 경제연구원, 1998; 윤진표, “군비통제정책과 군사력의 정비정책의 조화방안”, ‘제8회 군비통제세미나’, 국방부군비통제관실, 1998

1998년 ‘국민의 정부’와 함께 출범한 ‘국방개혁위원회’는 1999년, 2015년까지 69만 명의 병력을 40-50만 명으로 축소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견주어 보자면, 이번 국방부의 발표는 대다수 연구자들이 평화공존 단계에 적정한 병력수라고 판단했던 30만 명 수준을 훨씬 넘어서는 것일 뿐만 아니라, 1998년에 국방부가 스스로 밝힌 감군 예상치 중에서도 가장 소극적인 수치를 반복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군 구조개혁 대안 미흡

군 구조개혁에 대해서는 여전히 대안이 미흡하다.

우선 예비군을 300만에서 150만으로 줄이겠다고 밝히고 있으나, 150만 명을 정예예비군으로 유지하겠다는 것은 가당치 않은 일이다. 군 자신의 말대로 예비군은 미래전(未來戰) 환경이나 부실한 자원관리 실태에 비추어 볼 때, 제도 자체를 폐지해야 한다. 다만, 군이 장래에 모병제로 전환할 경우, 대폭적인 병력축소를 감안 소수의 예비군을 육성하는 것은 고려해 볼만 하다.

군단과 사단의 수를 축소하겠다는 것은 바람직하나, 군단 그 자체의 폐지 등 중간계층을 간소화하겠다는 공약에 대한 실천계획은 없다. 과다한 장성 수에 대한 감축 계획도 제시되지 않고 있다. 특히 한국군은 병력 집약적 구조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장성수가 다른 나라 군에 비해 지나치게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방부는 각 군 사관학교, ROTC, 3군사관학교 등 장교 인력 배출 구조에 대한 적극적 구조조정 계획도 제시하지 않고 있다.

게다가 국방부는 해안경비를 경찰에 맡기고 각군의 보급, 정비, 복지 등의 총 29개 부대를 민간에게 위탁하는 등 아웃소싱을 확대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이는 사실상 병력감축의 효과를 상쇄시키는 것으로 최악의 경우, 군 관련 종사자는 여전히 예전과 비슷한 숫자로 유지될 우려가 있다.

국방예산 연11% 증액? 국방개혁에 예산 대폭증액이 불가피한가?

군은 병력을 감축하는 대신, 육해공군 균형발전을 도모하고 전군을 정밀타격능력 강화, 기동화, 정보화-네트워크화(C4ISR)하여 전투력을 1.7-8배 강화하고 작전범위도 확대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기술 강군 육성과 국방개혁에 소용되는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국방예산을 2016년까지 연 11% 증액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국방개혁안이 제시하는 국방비 증액 요구는 향후 늘어날 복지수요나 사회적 안전망 둥과 관련된 예산수요, 잠재성장 예측 등에 비추어 턱없이 높은 수치이다. 최근 5년(’01-’05)간 국방비 증가율(7.9%)은 예산규모 증가율(4.7%)을 상회하여 왔다.

향후 한국의 사회보장지출은 현재의 지출구조를 그대로 두더라도 노령화, 양극화 등 자연증가로 인해 급격한 증가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게다가 다른 OECD나라들의 사회보장 수준(한국 사회보장비 OECD 국가 평균 1/2)을 염두에 둔다면 추가적인 사회보장제도의 확충도 필수적이다. 그런데 국방부는 구조개혁이나 병력감축 등 비용절감에 대한 자구노력 없이 재정증가율보다 현저히 높은 수준의 국방비 증액을 요구하고 있다.

▲ <표 2> OECD 주요국 국방비 대비 삶의 질 비용(재정에서 차지하는 비율, %)
※ 출처 : IMF, GFS Yearbook('02)

게다가 90년대 국방개혁을 추진한 대다수 나라가 국방비를 줄였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더라도 납득하기 힘든 주장이다. 실제로 정부가 국방개혁의 모델로 제시하는 프랑스도 국방개혁 기간 내내 국방비 증액이 거의 없었다. 프랑스는 지난 1996년 5월 ‘2015년 새로운 군’ 지침을 마련해 ‘1997~2015년 군사계획법’을 제정, 이에 따라, 1단계로 1997년부터 2003년까지 6년간 △징병제의 지원병제 전환, △재래식 장비의 현대화, △방위산업의 구조 재편 등을 단행했으나 국방예산은 늘어나지 않았다.

▲ <표 3> 냉전체제 전후 구미 각국의 국방비와 국내 총생산 대비 비율 변화
※ 자료 : 세계의 군사력 01-02(정보사령부)의 제 2부 통계자료편 자료

▲ <표 4> 1990-99년 사이 불변 미국달러로 환산된 프랑스 군비지출(단위 : 백만 달러, 1995년 불변가격 및 환율로 환산)
※자료 : SIPRI Yearbook 2000

▲ <표 4> 1990-99년 사이 불변 미국달러로 환산된 프랑스 군비지출(단위 : 백만 달러, 1995년 불변가격 및 환율로 환산)
※자료 : SIPRI Yearbook 2000

포괄적 안보는 군사력 강화로 이룩되는가?

국방개혁안은 “북의 군사적 위협과 전면전 가능성이 감소하고 초국가적/비군사적 위협이 증대된다”고 분석하고 아울러 “역내 불안정성 증대와 주변국의 군사력 증강”을 새로운 위협요인으로 내세우고 있다. 그리고 이같은 상황은 안보개념의 혁신을 요구한다면서 ‘포괄적 안보’를 내세우고 있다.

그런데 국방개혁안은 “포괄적 안보개념에 따른 확대된 국익 추구”를 주장하고 있으나 이를 군사적으로 적용하는 데는 실패하고 있다. 포괄적 안보란 군사적 안보개념을 넘어서는 다양한 안보를 추구하고 지향한다는 것으로 군의 역할 확대로 연결되는 개념은 아니다. 특히 포괄적 안보를 지향하려면, 국방비용 외에 다른 사회적 안전망 확충 비용 등도 ‘안보’요소로서 적지 않은 우선순위를 가져야 하나 군비확장을 지향하는 정부의 국방개혁안에서 이에 대한 정당한 고려는 찾아보기 힘들다.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2005년 9월 16일 방미 중 코리아소사이어티 연례만찬 기조연설에서 미국의 동북아 정책에 대해 말하면서 ” 동북아에 대해 가상의 대결구도를 염두에 두면 이 지역의 대결구도는 심화되고, 화해와 협력을 가정하면 또 그렇게 될 것이다. 이제 동북아에도 새로운 통합의 질서를 구축해나가야 한다. 누구는 우리 편이고 누구는 아니라는 가정, 우리 편을 지원해서는 다른 쪽을 견제한다는 가정, 이 마음속의 경계선을 지워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으나 이러한 그의 연설이 국방개혁안에 반영되었는지는 의문이다.

군사적 접근의 한계 – 북한 위협론, 주변국 위협론의 맹목과 관성

국방개혁 2020안은 ‘북의 위협이 줄어들고 있다’면서도 북에 대한 공격적 전력의 확보를 도모하고 비현실적인 대북 절대억지전략을 답습하고 있어 군비증강의 악순환을 조장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 또한 군은 ‘잠재적 위협에 대비’한다고 하고 있으나 잠재적 위협의 성격을 명확히 하고 있지 않고, 전면전 전력 강화, 종심타격 능력 강화, 장거리 투사 능력 강화 등을 관성적으로 지향하고 있다.

또한 국방개혁 2020안은 군의 미래 역할로 ‘지역안정과 세계평화유지 기능’ 강화를 내세우고 있으나 이 과제가 과연 ‘군, 특히 동북아에서 한국군’이 해야 할 역할인지에 대해서는 심각한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공격적이고 비효율적인 전력투자

정부는 이렇듯 새로운 방위개념이나 자주국방의 적정 수준을 구체화하지도 않은 채 맹목적인 대폭적인 군비증강의 필요성만을 강변하고 있다. 특히 현실적으로도 불가능한 대북 절대억지를 강변하는 반면, 동북아 조건에서 불가피한 협력적 안전보장방안이나 이에 기반한 ‘합리적 방어능력’ 형성의 기준과 원칙에 대해 함구하고 있다.

국방부가 발표한 국방개혁2020과 국방중기(5개년)계획은 ‘한미동맹 강화’와 ‘재래식 첨단 군비의 확충’ 등 공격적 군비확장만 맹목적으로 강조하는 경향을 드러내고 있다. 결과적으로는 ‘좋은 무기 많이 사면 더 안전하다’는 식의 맹목론으로 흐르고 있는 것이다.

C4ISR 독자적인 작전의지 없이 장비탓, 기술탓만

국방개혁 2020은 첨단 C4ISR(지휘통제 및 감시정찰)능력 확충의 필요성을 과도하게 강조하고 있다. 한국군은 특히 정보 전력의 취약을 강조한다. 정보현대전에 있어서 감시 정찰 및 지휘 통제 기능의 중요성이 차츰 높아져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한국은 감시정찰기능에 있어서 ‘백두사업’-음향신호정보수집, ‘금강사업’ -영상정보수집, 지상 전자전 장비, 아리랑 위성, 저고도 무인정찰기 사업 등을 통해 상당한 수준의 정찰 능력을 보유한 상황이다.

한국군이 북에 비해 부족한 것은 첨단장비나 기술이 아니라 독자적 작전 의지와 경험이다. 미군이 제공하는 양질의 가공정보에 대한 의존적 공포감에 비해, 한국군이 이미 보유하고 있는 정보 전력에 대한 합리적 평가나 이를 최대한 활용한 독립적인 작전운용 경험과 의지는 부족한 것이다. 따라서 신규무기도입에 앞서서 현재 운영 중인 정보 전력에 대한 실태점검, 정보 전력 및 합동지휘 통제능력의 남북간 비교 및 적정 수준에 대한 논의를 먼저 실시해야 한다.

공격적인 장거리 투사, 종심타격 능력 추구

국방개혁2020은 북한과 주변국을 자극하는 장거리 타격 및 종심 타격 능력을 추구하고 있다. 장거리 타격과 종심 타격을 위한 장비구입은 그 공격적인 성격이 가져올 역효과에 대한 철저한 검토가 필요하다. F-15K 도입, K-X/KF-X개발, 공격헬기, GPS 유도폭탄(JDAM), 합동 원거리 공격탄(JASSM) 등은 이미 북한이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는 종심타격형 공격 무기들로서 이들 무기의 구매 혹은 개발은 재고되어야 한다.

아울러 ‘대양해군 건설’, ‘주요 해상교통로 보호를 위한 해상작전능력 확충’ 등 과시적이고 공격적인 전략을 앞세워 추진되는 불요불급한 해군전력증강 사업도 재고되어야 한다. 특히 잠수함 사업과 차세대 한국형 구축함 사업(KDX-Ⅲ)은 재고되어야 한다. 차세대 구축함 사업의 경우, MD하위체계인 탑재무장(SM-3)과 체계(이지스 체계)의 기술적 결함과 공격성, 불요불급한 소요 판단(3대) 등의 문제점이 지적되었으나 강행되고 있다.

절대억지 내세운 과도한 보복화력 증강

국방개혁 2020과 국방중기계획에서 대북 대화력전 능력 강화를 강조하고 있다. 이는 대북위협 감소라는 현실과도 맞지 않을 뿐더러 그 차제로 매우 공격적이다. 국방부가 추진하고자 하는 SAM-X(PAC-2 혹은 PAC-3 구매)는 미사일 요격 능력이 입증되지 못했고 한국의 지리적 여건에서 성능발휘가 힘들어 불필요한 무기이다.

한편 장사정포에 대한 ‘조기 억제’를 이유로 추진되는 ‘다연장 로켓 및 ATACMS(지대지 유도미사일)’ ‘대포병레이다’, ‘K-9 자주포’ 구매 등도 적정수준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 북의 장사정포의 전진배치는 재래식 무기경쟁 능력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고안된 비대칭 우위전략에 따른 것인데 이에 대한 절대적인 보복전력을 확보하는 것이 북의 다른 대량살상무기 개발을 유도하는 등의 부작용을 낳을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

육군 기득권 위한 불필요한 전방부대 기갑화

국방개혁 2020은 K1A1탱크의 증산, 차세대 전차의 개발 등 ‘전방부대의 기계화’를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북의 전면전 위협이 감소한다면서도 기갑전력지수를 2배 가까운 1.8배로 향상시키겠다는 국방부의 구상은 설득력을 잃고 있다. 육군병력감축을 기갑화, 기계화로 대체하겠다고 강변하고 있으나 이미 한국군 기갑전력은 과도한 상태이다. 한국지형에서 추가적인 기갑전력은 불필요하다.

결국 정부의 국방개혁 2020은 기존 전력에 대한 평가나 주요 방어 대상인 북한의 군사 기술적 능력은 고려하지 않은 채 불요불급한 전력투자 계획과 방향을 제시함으로써 도리어 북한 및 주변국의 군사적 긴장과 대결을 유발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국방연구개발ㆍ장비국산화에 대한 무책임한 부실투자

정부는 05-09국방재정운용계획안에서 “74-04년간 총 74조 7,429억 원(전체국방비의 약 30%)을 주요 무기체계의 국내개발 및 차세대 무기체계 도입 등 전력증강에 사용했다고 밝힌바 있다. 그런데 국방부는 2004-2010년까지 지금까지 지출한 74조와 맞먹는 “약 64조의 전력투자비를 ▲장거리 감시 및 정밀타격체계(19조원) ▲고속기동 전력 등 신속대응전력(33조원) ▲전면전 대비 상비 및 동원전력(12조원) 형성에 지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심지어 국방개혁안 2020은 “향후 15년간 295-299조의 전력투자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면서 “대다수 장비를 국산화”하자고 강변하고 있다.

평가도 분석도 없는 낭비투성이 무기국산화 사업

그러나 정부와 군은 자주국방이라는 이름으로 이같이 천문학적인 전력투자를 주장하면서도 기존 국방투자에 대한 냉정하고 객관적인 비용 대비 효과 분석은 내놓지 않고 있다. 사실상 박정희 대통령 이래 지난 30년간 추진되어온 장비국산화(개발) 중심의 전력증강 사업은 주로 재래식 장비의 체계조립에 치중해온 결과, 개발비용은 비용대로 들면서도 핵심부품은 대개 수입에 의존해야 하는 폐단을 낳았고, 생산성이 떨어지는 국내 방산업체에게 부당한 특혜를 독점적으로 제공하는 과정에서 방위산업 전체를 부실덩어리로 만드는 등 심각한 부작용을 낳은 바 있다.

방위산업체의 가동률을 50% 내외를 넘지 못하고 있다. 껍데기만 국산화된 이른바 ‘국산장비’를 생산하는 기업에게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각종 특혜를 제공한 결과 도입비용에 예산낭비가 심했고 운영유지비용에서도 국산화율이 떨어져 부품구입비 등이 일반 상용 장비 부품보다 과다지출되곤 했다. 기술축적 면에서도 손쉬운 ‘체계조립’에 의존해온 방위산업체들에게 경쟁력있는 기술이 축적될 리 없었다.

▲ <표 6> 방산업체 경영 실태('98~'03)
※ 자료 : 국방백서 2004

맹목적인 국방 R&D투자 확대 계획

상황이 이러한데도 국방개혁안2020은 국방R&D 규모를 국방예산대비 10%(현 5% 내외)까지 확대하고 대다수 장비를 국산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를 정당화하기 위해 국방부는 주요 선진국들은 대개 국방R&D 규모를 국방예산대비 10%이상 지출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이는 사실과 전혀 다르다. 1995년-1999년 세계 무기 7대 공급국가인 미, 러, 프, 영, 독, 네덜란드, 중국 중 국방연구개발비가 10% 이상인 나라는 미, 러, 프, 영 4개국 밖에 없다. 이스라엘의 경우 연구개발비가 9% 수준이지만 절대액은 한국보다 적거나 같다. 한국은 이미 국방연구개발 절대규모가 세계 7-8위인 나라에 속한다.

90년대 중반 이후 주요 무기생산국가들의 방위산업의 추세는 privatization(민영화), commercialization(영리화), concentration(집중화)로 요약된다. outsourcing(외주)도 주된 추세이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 무기생산국들은 90년대 이래 국방연구개발비를 평균 50% 이상 큰 폭으로 감축하였고 2000년대 이후에는 미국, 러시아 등을 제외하고는 소폭 상승하는 데 그치고 있다. 방만한 국가주도 개발과 ‘국산’장비 추구, 전문성 없는 문어발식 투자는 경쟁력을 잃고 있다.

▲ <표 7> 군사용 연구 개발에 대한 정부 예산경향 1990-1998 (1990 = 100, 1995년 물가와 환율로 계산)
※ SIPRI Yearbook 2000

지금 중요한 것은 국방 R&D를 대폭 늘리는 맹목적 투자가 아니다. 오히려 대다수 나라의 국방개혁작업이 그렇듯, 불요불급한 소요를 없애고, 방위산업에 대해 과감한 구조조정을 단행하며, 낭비를 부르는 국가주도의 국방산업을 절제하는 것이다. 따라서 지난 30년간의 율곡사업이 추구해온 특혜적 방산육성과 장비국산화 정책의 폐해에 대한 적절한 평가 없이 방산투자를 맹목적으로 강조하는 국방 R&D 정책은 재고되어야 한다.

국방정책결정에 대한 민주적 통제제도 도입 미흡

국방개혁안 2020은 군 문민화를 강조하고 있다. 국방부 장관과 합참의장 등 주요 직위자에 대해서 인사청문회를 개최하고, 국방업무에 민간인력 고용을 확대할 계획이다. 국방부는 또 국방조달 업무를 투명하게 하기 위하여 정책실명제, 청렴서약제(integrity pact) 등을 도입하고 정보공개를 확대하며, 국방조달업무를 전담할 방위사업청을 신설하여 이 분야의 전문성을 높이는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아이디어식 문민화 계획, 국방 민주화를 위한 시민참여 보장에 한계

이는 매우 긍정적인 변화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국방 민주화를 위한 ‘거버넌스’의 형성에는 접근하지 못하고 몇가지 아이디어 수준의 대책에 머물고 있다.

사실 군 문민화의 핵심은 국방안보정책에 대한 민주적 통제를 확보하는 것이며 국방정책과 운영을 군인과 국방 관료에게만 배타적으로 위임하지 않고 위협해석과 정책판단에 민주적 참여를 보장하는 것이다. 그러자면 국방 정책에 대한 비밀주의와 전문가주의를 제거하고 국방 관련 부문과 국방 외 부문 및 시민사회 간의 일상적 소통체계를 확보하여 국방정책에 대한 민주적 통제와 사회적 합의가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 보다 더 중요하다. 이를 통해 국방결정에 대한 참여가능성, 예측가능성, 책임성을 제고하여야 한다.

2004년 미래한미동맹정책구상(FOTA)회의가 진행되었으나 그 내용이 공개되지 아니하였고 이와 관련된 사회적 토론도 없었다. 당시 시민사회단체들은 이 회의에서 주로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확대’나 ‘지역동맹’ 등 향후 한 세대 이상 한미동맹의 미래를 규정할 문제들에 대해 정부가 한미간 쟁점을 공개하고 사회적 토론을 벌일 것을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2005년 이후 정부와 국방부는 한미안보정책구상회의와 고위전략회의를 진행하고 있으나 그 의제조차 공개되지 않고 있다.

정부의 국방 R&D 계획도 마찬가지다. 막대한 예산을 투자한 율곡사업(한국군 전력증강사업) 30년에 대한 공개된 변변한 평가보고서 하나 없이 정부는 향후 300조를 투자하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민들은 지난 30년간 ‘대북억제력’을 가지기 위해 율곡사업을 하고 있다고 믿어왔다. 그런데 정부는 이제 와서 느닷없이 대북억지력 확보를 위해 앞으로 15년간 300조를 더 투자하겠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군문민화의 전제는 군사주권 회복, 미국에게서 군사작전통제권 환수해야

가장 시급한 군문민화 방안은 미국으로부터 군사적 주권을 온전히 되찾는 일이다. 미국으로부터 전시/평시작전통제권을 회수하는 일은 국방개혁의 가장 중요한 과제에 속한다. 전시작전통제권은 군사주권의 핵심적인 사항임에도 불구하고 국방개혁안에 이에 대한 구체적 계획과 일정이 제외된 것은 국방개혁안의 심각한 결함이다.

이태호 (참여연대 정책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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