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군축센터 평화정책 2005-12-12   1466

[한반도평화보고서2005] 위협해석의 문제점-북한 위협론과 주변국 위협론

2장 국방개혁과 국가 안보의 민주화(2)


북한 위협론의 허구

군은 대북위협 대비를 위해 2006-2015년까지 대북억제능력을 확충하고 확보하여 2020년에 ‘방위충분성’ 전력을 확보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국방부가 말하는 대북억제능력이란 북에 대한 종심 타격 능력 및 투사능력의 강화를 포함하는 것이며, 북의 군사력에 대한 완벽한 제압을 전제한 것이다. 이는 방위충분 전력을 훨씬 뛰어넘는 공격적 군사력 형성을 의미하는 것으로 북의 강력한 반발이 예상된다.

91년에 발표된 군의 91-5년 국방중기계획은, 한국군이 91년 당시 이미 대북방위전력을 확보하고 “보복공세전력 확보“를 시도하고 있는 중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 <표 1> 91-95국방중기계획 - 장기 군사력 건설 목표 및 중점
※ 자료 : 91-95 국방중기계획

실제로 남한의 군사비는 이미 70년대 말부터 북한을 앞섰고 지난 10년간 남한은 총 127억 달러의 해외무기를 도입한 반면, 북한은 약 3억 5천만 달러(국방부 추정치)에 그치고 있어 남한이 북한의 37배에 달하는 무기도입비용을 지출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그럼에도 정부는 남북한 군사력 비교에서 남한이 여전히 열세이거나 대등한 수준이라고 강변하고 있으나 이는 국제적 기준이나 상식과 어긋난다. 공군 전력은 남과 북이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남이 우세하며, 해군의 경우도 선박 수에서는 북이 많으나 1000톤 이상 대형함정에서 39:3으로 남한이 압도적인 우위이며, 지상전력의 경우도 주력전차(K1A1 VS T-62) 전력 비교에서 남이 현저히 우세하다. 다만 야포전력에서 북에 열세일 수 있으나 최근의 K-9자주포 다연장포 등의 보완이 이루어져 상응하는 방어전력을 갖추었다고 평가된다.

▲ <표 2> 남북한 국방비 비교 (1991-2003)
※ 자료 : SIPRI Yearbook 2003(단위 억불)

국방부는 재래식 전력에 대한 비교가 설득력을 잃자, 북한의 핵, 미사일(총 800여기), 화학무기(2.5~5천여톤), 특수전부대(12만명) 등의 비대칭 전력과 휴전선 인근에 배치된 장사정포(170mm, 240mm) 등의 위협이 상존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방부 주장처럼 위협적 요소임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과장된 측면이 없지 않다.

공군 전력이나 기갑 전력이 열세인 조건에서 특수전 부대가 전면전에서 유용하게 활용될 가능성은 적으며, 장사정포나 미사일 등의 위력 역시 지나치게 과장하거나 이미 확보된 남한의 사전사후 조기보복능력에 대한 언급 없이 언급되고 있다. 북한의 핵이나 화학무기 등은 그 실체에 대한 논란도 논란이거니와 이를 군사적 방법으로 막는다는 것도 부적절한 일이다.

특히 북의 군사전략이 한미연합군이 유지하고 있는 공격적이고 자극적인 대북작전개념과의 상호관계 속에서 분석되지 않고 있는 것은 심각한 문제이다.

‘절대억지’전략의 문제점과 ‘합리적 방어충분’ 개발의 필요성

무엇보다도 북의 위협과 이에 대한 남한의 대응전략을 논의함에 있어서 ‘절대억지’전략이 갖는 문제점과 한계가 반드시 지적되어야 한다. 군사적으로 완벽한 방어는 완벽한 공격과 동의어이다. 따라서 매우 위협적인 개념이다.

위협은 언제나 존재하는 것이며 이를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한반도 자체가 군사적으로 종심이 짧고 수도권이 가까워 완전한 절대적 우위란 있을 수 없고 최소한의 비대칭적 열세는 불가피한 것이다. 역설적으로, 북의 장사정포 전진배치나 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 개발이 재래식 군비경쟁에 따른 경제적 부담을 회피하기 위한 방편으로 추진되었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이렇듯 절대억지를 위한 남한의 첨단 재래식 전투력의 확충과 보복 전략(roll-back)의 추구는 북한에게 비대칭적 우위를 위한 또 다른 군사력 형성 전략에 골몰하게 하는 등 안보딜레마를 가져올 우려가 있다.

따라서 북한 단독 남침 등 전면전 가능성이 줄어들고 있다는 점, 무장충돌이 발생할 시 완전한 억지라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점을 반영하여 ‘합리적 방어 충분’ 개념에 입각한 방위전략을 짜는 것이 필요하다. 이 경우, 이미 국방부의 ‘남북 군사력 비교’가 신뢰를 잃고 있다는 점을 논외로 하더라도 굳이 북보다 모든 면에서 군사적 우위를 유지해야만 할 이유도 없다.

주변국 위협론의 허구와 다자협력의 필요성

국방부는 또한 잠재적 위협을 강조하며 군사력 건설에 박차를 가하면서도 구체적 위협이 무엇인지는 함구하고 있다. 국방당국은 이 잠재적 위협이 중국인지, 일본인지, 아니면 미국까지를 포괄하는지 특정하지 않고 있다. 이는 안보에 관해 적용되는 ‘전략적 모호성’으로 이해하기에는 지나치게 가상의 적이 광범위한 것이다.

예컨대 중국위협론은 드러내놓고 주장하지도 않은 것이긴 하지만 명백히 과장되어 있다. 중국은 향후 한 세대 이상 근대화 과정에서 자국의 분열을 막는 것에 집중하지 않을 수 없다. 중국이 도광양회韜光養晦니 화평굴기和平崛起니 하는 구호들을 내세우는 것은 그들의 절실한 내적 요청에 따른 것이다.

한편 ‘미일 동맹’에 대해 군사력 형성으로 ‘미래의 잠재적 위협’을 대비한다는 것도 적절치 않기는 마찬가지이다. ‘미일동맹’을 군사적 위협으로 간주한다는 것은 국방부로서도 상상하기 힘든 일 아닌가?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변국의 전반적인 군사적 팽창은 분명한 사실이다. 문제는 이들 국가군들이 모두 강대국이며 군비경쟁을 통해서는 상대하기 힘든 이웃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냉전시대의 대미편승정책과는 구분되며, 전통적인 공포(힘)의 균형 또는 억지개념과도 구별되는 ‘관계지향적인 상위 외교안보(협력안보)정책’의 정립에 기초하여 이에 상응하는 방위전략을 형성할 필요가 있다. 다자협력과 평화외교를 근간으로 하는 외교전략 형성이 군사력 형성 전략보다 선행되어야 한다.

이와 관련, 정부는 동북아 균형자론을 주장하면서 이 개념이 힘의 균형에 기초한 냉전시대의 균형자(균형추) 개념과는 다른 개념이라고 스스로 밝히고 있다. 민주주의 역량, 의제설정 능력, 문화역량 등 연성국력이 중심이 된 개념이라는 것, 그러나 한편으로, 정부 스스로 한국군이 ‘동북아 균형자’ 역할을 해야 하며, ‘동북아 평화와 번영을 지키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한다고 주장함으로써 정책과 군사전략과의 개념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 만약 정부가 동북아균형자 역할을 ‘군’을 중심으로 수행하겠다는 것이라면 이는 매우 심각하고도 위태로운 ‘전략변경’으로서 국방부의 계획 논의수준이 아닌 국가전략 차원에서 심각한 재검토가 필요하다.

이태호 (참여연대 정책실장)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참여연대 후원/회원가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