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군축센터 일반(pd) 2003-04-29   508

“반민주적인 사상검증은 시대착오적 발상이다!”

학계, 색깔논쟁 중단촉구 한 목소리

정권초기마다 등장하는, 개혁적 인사들에 대한 색깔론 시비에 학자들이 제동을 걸고 나섰다.

학술단체협의회(이하 학단협),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이하 민교협)는 29일 오전 11시 안국동 느티나무 카페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서동만 교수, 고영구 국정원장, 정연주 한국방송사장 등 지식인들에 대한 수구세력의 무차별 사상검증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고 이의 즉각 중단을 촉구했다.

▲ ‘사상검증은 언제까지 계속되는가’ 학계인사들이 색깔시비의 진화에 나섰다. 29일 기자회견 모습

이들은 서동만 교수 등 학자의 사상에 법적 판단이 아닌 이데올로기적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사상의 자유’에 대한 심각한 침해이며, 자유민주주의의 근간을 뒤흔드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국회 정보위원회 의원들은 지난 22일 고영구 국정원장 후보에 대한 인사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한 서동만 교수를 ‘친북좌파’로 몰아감으로써 ‘사상검증’을 시도했다는 여론의 질타를 맞은 바 있다.

이날 단체들은 국회정보위원들뿐만 아니라 조선일보를 포함한 보수언론이 색깔론을 부추기고 있다는 데 주목했다. 또한 한나라당이 최근 일련의 색깔시비를 정략적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정보위원들의 대국민 사과와 한나라당의 자숙을 촉구했다. 조희연 교수는 “공직자의 검증에 사상, 행적 등 다원적 기준이 활용되는 것에는 이견이 없지만 이번 인사청문회에서 보듯이 사상 기준 하나가 다른 다원적 기준들을 압도하는 상황과, 동시에 일부 수구세력들의 문제제기를 언론이 부추겨 국민적 의제로 증폭시키는 일련의 ‘정치적 과정’에 대해서도 반대한다”고 밝혔다.

“지금이 어떤 세상인데”

▲ 서관모 교수
색깔시비가 제기될 때마다 즉각적인 반발로 한목소리를 내 온 이들 학계인사들은 특히 2003년 현재까지도 “구시대적 유물인 사상검증”이 반복되고 있는 데 개탄했다. 지난 1988년 ‘노동자 계급’을 학문적 용어로 복원, 논문을 발표해 색깔시비에 휘말린 서관모 교수사건을 시작으로 1998년 최장집 교수사건에 이르기까지 학자들의 사상이 끊임없이 ‘사상검증’의 도마에 오르는 악순환을 이제는 끊어야 한다는 것이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서관모(충북대, 사회학)교수는 “수구세력들의 불순한 정치적 의도로 색깔논쟁이 여전히 지펴지고 있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면서 이들 세력을 “마수”라고 일갈했다. 정해구 한국정치연구회 회장도 “사회는 변하는데 정치권은 50년대 식 사고로 사물을 바로보고 있다”며 “역사가 족쇄에 채워져 있다”고 한탄했다.

단체들은 이날 “색깔론 시비야말로 한국민주주의의 성숙을 가로막는 최대의 장애물임을 인식하고 이에 대한 비판의식을 가져야 할 때”라고 입을 모았다.

김선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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