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군축센터 평화정책 2005-12-12   1285

[한반도평화보고서2005] 남북관계 현황과 남북관계 발전을 위한 제언

1장 2005 동북아 질서와 한반도 평화(4)

[##_1L|1085735088.jpg|width=”100″ height=”91″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_##]1. 남북관계 현황

남북관계는 2002년 10월 제2차 북핵위기가 발생한 후 답보 상태에 빠졌고, 특히 2005년 2월 북한의 ‘2.10 핵무기 보유 및 핵무기고 증강 선언’으로 큰 좌절을 맛보았으나, 2005년 6월부터 회복기에 접어들어 2005년 10월 하순 현재는 전체적으로 안정된 상황에 있다. 무엇보다도 남북한은 지난 9월 19일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제4차 베이징 6자회담에서 적극 협력을 통해 ‘공동성명’을 이끌어내어 북핵문제 해결의 큰 전기를 마련함으로써 남북관계는 제2차 북핵위기가 발생한 지 3년 만에 가장 호전된 상황에 있다.

정부차원의 대화와 협력은 올해 들어 북한의 ‘2.10 선언’으로 최악의 상황을 맞았으나, 6.15 남북공동선언 5주년기념 민족통일대축전에 남한 당국대표단이 평양을 방문하여 대표단장인 정동영 대통령특사가 6월 17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면담함으로써 당국간 대화가 답보상태를 벗어나 새로운 진전을 이루었다. 이후 남북장관급회담과 남북경제협력추진위원회회의 등 정부간 주요 회담이 지속적으로 개최되고 있다.

민간차원의 교류ㆍ협력 또한 6.15공동선언 5주년기념 민족통일대축전, 광복 60주년기념 8.15민족대축전, 이산가족 대면상봉 및 시범 화상상봉 등으로 본 궤도에 올라 있다. 단지 2003년 11월 이래 중단되었던 남북적십자회담을 올 8월 하순에 재개했지만, 6.25전쟁 이후 납북자(실종자)의 생사확인 문제를 놓고서 남북간 의견이 크게 엇갈림으로써 합의문 도출에 실패하였다. 또한 북한 측이 10월 25일 화해 제스처를 보내오긴 했지만, 올 8월 하순 들어 북한 측이 현대아산의 김운규 부회장 퇴출사건을 문제 삼음으로써 북한과 현대아산 사이에 이루어지고 있는 금강산관광, 개성관광, 백두산관광 사업 등 남북경협사업에 긴장이 조성되었다.

2005년 남북관계의 현황을 올 10월까지 개최된 남북관계 행사들을 통해 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우선, 정부당국자 간에는 6.15 및 8.15 남북공동행사, 정동영 특사의 김정일 위원장 면담, 남북장관급회담, 남북차관급회담, 남북경제협력추진위원회, 남북수산협력실무협의회, 남북해운협력실무접촉 및 남북해운협력협의회, 남북철도ㆍ도로연결 실무협의회, 남북농업협력위원회, 남북 경공업 및 지하자원개발 실무협의, 남북군사실무대표회담, 북관대첩비 반환을 위한 실무협의, 안중근의사 유해공동발굴 및 봉환사업에 대한 실무접촉, 을사5조약 원천무효 확인 등이 이루어졌다.

이 외에도 남한의 대북 비료 35만톤 무상지원 및 쌀 50만톤 차관지원,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 착공, 개성공단 통신공급 실무협의, 개성공단 남북경협협의사무소 개소, 개성시범관광 실시, 한국관광공사와 북한의 조선아시아ㆍ태평양위원회 간의 백두산 시범관광 합의, 남북 강원도 당국을 중심으로 6.15 공동선언 실천을 위한 민속문화축전 개최, 전북 농업협력사업단 방북, 경기도 방북대표단 방북 등이 있었으며, 남파간첩 출신 정순택 유해의 북측 인도, 강원도 동부전선 남측 비무장지대에 산불진화 남측 소방헬기 진입 허용, 북측 해역에서 침몰된 남측 및 외국선적 선박의 구조를 위한 남측 선박 진입 허용, 북측 조류독감 방역을 위한 남측의 약품 및 장비 지원 등이 있었다.

민간부문에서는 6.15공동선언 실천을 위한 남북해외공동행사, 남북적십자 회담, 이산가족 대면상봉 및 화상상봉, 민주노동당 대표단의 방북, 민족문학작가대회 개최, 남북언어학자 ‘겨레말 큰사전’ 공동편찬위원회 구성, 대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의 북한 못자리용 비닐 지원, 한전 개성사무소 개소 및 한전의 개성공단에 전기 공급, 남한기업들의 개성공단 입주 및 공장 가동, 남북 불교계의 북관대첩비 복원 합의 및 이행, 남북방송인토론회 개최, 남북대학생 금강산 상봉 모임, KBS 금강산 열린음악회, 광복 60주년기념 KBS 특별기획 ‘평양 노래자랑’, SBS 조용필 평양공연, 평화자동차 후원 평양골프대회, 제16회 아시아육상선수권대회에 북한선수단 및 응원단 참가, 뉴서울오페라단 평양 봉화예술극장 공연, 6.15공동선언 실천과 반전평화를 위한 2005 남북여성통일행사 개최, 일본의 과거청산 요구 국제연대협의회 개최, 북한의 조선로동당 창당 60주년기념 집단체조 ‘아리랑’ 공연 참관 남한 관광객들의 평양방문,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과 굿네이버스의 북한 지원, 남북합영회사 평양대마방직 창업식 등이 줄을 이었다.

남북간 왕래인원 숫자만 보더라도, 올 6월 7일자로 금강산 관광객 누계가 100만 명을 돌파하였으며, 2004년도 전체 남북왕래 인원(금강산관광객 포함)이 26,534명이었던데 비해, 올 8월 말까지만해서도 그 숫자가 51,657명이나 되며, 10월말까지 약 15,000명이 될 것으로 추산되는 북한의 집단체조 ‘아리랑’ 공연 참관 남한 관광객들의 숫자까지 합하면 올해 남북왕래 인원은 70,000명 내외가 될 것으로 보인다. 숫자상으로도 이제 남북관계는 단순한 관계회복 단계를 넘어 한 단계 새로운 차원으로 나아가고 있는 셈이다.

2. 남북관계 쟁점

현재 남북관계에서의 쟁점은 다음 여섯 가지로 종합할 수 있다. 6자회담 공동성명의 이행문제, 남북경제협력 확대 문제, 남북간 군비통제 문제, 이산가족 상봉과 국군포로 및 납북자의 생사확인 문제, 대북 전력공급 제안 문제, 그리고 제2차 남북정상회담 개최 문제가 그것이다.

첫째,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 공동성명의 이행문제인데, 한반도 비핵화의 첫 단계로서 북한이 언제 모든 핵무기와 현존하는 핵 프로그램의 폐기 및 검증을 하고, 언제 핵무기비확산조약(NPT)에 복귀하고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안전조치협정을 체결하며, 이에 대해 6자회담 참여국들이 언제 어떤 상응조치를 취할 것인지, 6자회담 참여국들이 언제 대북 경수로 제공 논의를 시작할 것인지 등의 문제가 중요한 쟁점이다.

이 쟁점들은 결국 6자회담 공동성명의 이행과정에서 북미양국이 확보하려는 목표와 요구 사이에 존재하는 ‘비대칭성’과 관련되어 있다. 즉 북한은 당장 자신이 갖고 있는 가장 핵심적인 카드와 자원, 즉 핵무기와 핵 프로그램을 포기해가는 과정을 시작해야 하는 데 비해, 미국은 반드시 그렇지 않은 것이다. 6자회담 합의의 이행문제는 남북한이 6자회담 공동성명을 이끌어 내는 데 많은 협력을 하였듯이 앞으로 이것을 이행하는 데 있어서도 많은 협력을 해야 할 문제이다.

둘째, 현대아산 문제를 포함한 남북경제협력 문제이다. 우선 올 8월말부터 북한의 아태평화위가 현대아산의 김윤규 부회장 퇴출문제를 문제 삼기 시작하여 9월부터 금강산 관광객 허용 숫자를 절반으로 줄이더니, 10월 들어서는 ‘현대와의 모든 사업을 전면 재검토 하겠다’는 입장을 취함으로써 그 동안 현대아산이 맡아서 진척시켜온 관광사업 등 남북경협 사업이 큰 난관에 봉착하였다. 그러나 10월 25일 북측이 현대아산과 ‘금강산관광문제에 대해 협의하자’는 의사를 밝힘으로써 문제해결의 전망이 나아지고 있다. 현대아산이 사기업이지만 공기업인 대한관광공사와 함께 대북 경협사업을 하고 있으므로 현대아산과 남북한 정부는 이 문제 해결을 위해 공동 노력해야 할 것이다.

남북경협문제와 관해서는 이제 북핵문제가 해결의 길에 들어선 이상, 남북경협의 폭을 대폭 확대하고 깊이를 심화시키며, 속도를 내야 할 것이다. 또한 그 동안 북핵문제로 인해 남북경협사업에 가해졌던 미국의 압력을 이제는 벗어나 신념을 갖고 한민족경제공동체 건설의 장기적인 목표를 향해 나아가야 할 것이다.

셋째, 남북간 군비통제 문제인데, 구체적으로는 군사적 신뢰구축과 군비축소 문제이다. 군비통제는 ‘전쟁이 아닌 협상을 통해 적의 위협을 감소시키는 적극적 군사전략’인 바, 주요 군비통제 활동으로서 남북국방장관회담 및 군사실무회담 개최 문제,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통제 문제, 북한의 재래식무력 감축 문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노력 등을 들 수 있다.

당장 필요한 것은 북한이 남북국방장관회담에 적극 참여하고 북핵관련 6자회담 합의를 성실히 이행토록 만드는 일이며, 탈냉전시대의 안보개념이 군사적 차원을 넘어 경제, 외교, 환경 및 사회면으로 확대되는 ‘포괄적 안보’를 지향하고 있기 때문에 군비통제의 개념도 ‘포괄적 군비통제’를 지향하는 군비통제 전략이 또한 필요하다.

넷째, 이산가족 상봉과 국군포로 및 납북자의 생사확인 문제이다. 이산가족 상봉 문제는 이산가족 1세대가 노령으로 매일 사망하고 있기 때문에 이들에게 조속히 상봉의 기회를 확충하여 제공해야하는 최우선적인 인도주의적 문제이다. 이산가족들의 주소확인과 서신교환을 적극 도와주어야 하며, 금강산 면회소를 조속히 완공함으로써 이산가족들의 대면 상봉의 기회를 확대하여야 한다. 또한 정보기술(IT)을 이용한 화상상봉의 기회를 대폭 확대하고, 후속적으로 화상상봉 가족들에게 대면상봉의 기회를 마련하는 주는 것도 필요할 것이다.

국군포로 문제는 남북장관급회담 등 당국자 회담의 공동보도문에서는 “전쟁시기 소식을 알 수 없게 된 사람들의 생사확인 문제”로 표현되고 있는데, 이 문제는 적십자회담에서 계속 협의ㆍ해결해 나가기로 하고 있다. 납북자 문제는 소위 ‘전쟁시기 이후 생사 불명자 문제’인데, 이는 남북 당국자회담에서 북한의 반대로 아직 의제화 되지 못하고 있다. 국군 포로와 납북자 문제에 관한 한, 남한이 비전향장기수를 북송하였기 때문에 북한도 남한의 국군포로와 납북자를 돌려보내 주어야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으나, 북한은 6.25전쟁 시 국군포로 문제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논의하는 것이 불가피하나 납북자의 경우 ‘자진 월북’이라며 납북자의 존재 자체를 인정치 않고 있다.

다섯째, 남한정부는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계기 마련을 위해 북한에게 200만 킬로와트의 전력을 직접 공급하겠다는 ‘중대 제안’을 하였지만, 이는 의도와는 달리 많은 문제를 안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으로서는 체제경쟁을 하고 있는 남한에게 경제의 ‘생명선’인 전력 공급을 의존하는 것은 정치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며, 미국은 남한의 중대 제안을 경수로 공급이 필요 없다는 구실로 이용하고 있고, 남한으로서는 국내적으로 합의가 없는 상황에서 앞으로 대규모의 재원 조달 문제가 있으며, 또한 우리가 주도적으로 운영한 최초의 국제기구인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의 신포경수로 사업을 미국의 압력으로 우리 스스로 종료하는 형식을 취하는 것도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마지막으로, 제2차 남북정상회담 개최 문제인데, 남북간의 주요현안과 북핵문제 해결 문제, 그리고 한반도에서의 냉전구조를 와해시키기 위한 영구적인 평화체제의 구축문제, 그리고 동북아 다자안보협력 문제는 남북한이 자신의 이익과 장기적인 민족의 이익을 위해 주도적으로 성취해 나가야 하는 문제인 바, 이러한 문제들은 남북정상회담에서 논의되지 않으면 안 될 성격의 문제들이다. 남북한 지도자들은 제2차 남북정상회담의 개최를 위한 여건의 미성숙을 이야기하기 보다는 문제해결을 위한 적극적인 정치적 의지를 갖는 것이 필요하다.

3. 남북관계 평가

남북관계는 남북한 각각의 지도부의 개념과 비전, 판단, 국내외 환경에서 오는 여러 변수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즉 현재의 남북관계는 남북한의 정책주체와 이들이 처해있는 환경구조 사이의 상호작용의 결과로서 생겨난 것이라 볼 수 있다.

그런데 현재의 남북관계를 평가하는데 있어서 무엇보다도 올해는 우리민족이 일본에 나라를 잃는 과정에서 강요받은 을사5조약 100주년, 일제 식민지 통치로부터의 광복 60주년의 해임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이 외에도 올해는 남한에게는 6.15남북공동선언의 5주년이기도 하며, 북한에게는 조선로동당 창당 60주년, 김정일 선군정치 10주년, 6.15 남북공동선언 5주년의 해이다. 달리 말해, 올해는 객관적으로 보아 다른 해에 비해 남북한 상호간에 화해와 협력, 공동번영을 위한 정책이 보다 더 필요한 해이며 남북한의 리더십도 그러한 정책을 결정할 가능성이 보다 더 큰 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역사적 의미와 관련된 조건과 더불어, 베이징 6자회담이 1, 2, 3차 회담에서 의미 있는 돌파를 만들어내지 못한 상황에서 터져 나온 북한의 ‘2.10 선언’과 그로 인한 미국과 우리정부의 기존 대북핵정책의 실패, 그 이후의 우리정부의 적극적인 대북 대화와 협상을 통한 북핵문제 해결 노력, 그리고 제4차 6자회담에서 북미양국간에 타협적인 주고받기 협상을 통해 이룩한 공동성명이 가져온 상황의 반전 등이 종합적으로 현재의 남북관계를 만들어낸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특히 남한정부는 6.15남북공동선언 5주년을 계기로 올 6월부터, 그 동안 북핵문제로 생겨난 북한정부에 대한 불만과 북한의 ‘2.10 선언’의 충격으로부터 벗어나, 북핵문제의 해결을 위해 대규모 대북 전력지원이라는 ‘중대 제안’을 내어 놓는 등 북한과의 본격적인 대화와 협상을 통해 북핵문제 해결과 남북관계 개선에 전력투구하였다. 이는 ‘핵무기를 개발하려는 북한과는 기본적으로 대화하지 않는다’는 정책노선 하에 북한과의 대화와 협상을 ‘정신적’으로 포기하고 미국과의 튼튼한 동맹 공조를 통해 6자회담 참여국들과 함께 북한에 공동압력을 가하여 북한이 먼저 핵을 포기하도록 하는 기존정책과는 다른 정책노선이었고 성격상 그만큼 문제해결적인 정책이었다.

북한도 김정일 위원장과 정동영 특사의 만남, 광복 60주년을 기념하는 ‘자주ㆍ평화ㆍ통일을 위한 8.15 민족대축전’을 위해 서울을 방문한 북한대표단의 국립현충원 참배 등을 통해 북핵문제 해결과 남북대화 복원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특히 북한으로서는 남한의 국립묘지인 국립현충원 참배를 통해 6.25전쟁으로 생겨난 민족상잔의 상흔을 씻고 과거의 불신과 대결에서 벗어나 이제 본격적으로 남북간에 새로운 공존과 공영의 시대, 즉 “6.15 시대”를 개막하려는 의지를 남한에 전달하고, 한반도에서 6.25전쟁을 조속히 종료하고, 평화협정을 맺어 냉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시키며, 북미 양국간의 관계정상화를 이룩하려는 북한의 정치적 의지와 목표를 대외적으로 천명한 것이었다.

그렇다면, 우리는 올해 들어 남북한간에 이루어지고 있는 본격적인 상호협력을 남북관계와 대외관계의 역사적 맥락에서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 5년 전 남북정상회담과 6.15남북공동선언으로 남북관계는 6.25전쟁 이후 지속된 불신과 대결의 관계를 넘어 평화공존의 시대로 접어드는 역사적인 분수령을 넘었다. 그러나 남북한의 이러한 노력은 국제사회로부터 언제든지 발목이 잡힐 수 있는 상황, 즉 한반도에서의 정전상태의 지속과 북미 양국간의 대결 구조 하에 놓여 있었다. 부시정부의 대북 적대시정책과 북미대결, 제2차 북핵 위기의 발생, 그리고 지난 몇 년간 남북관계의 답보는 남북관계가 처해있는 국제 환경구조를 적나라하게 보여 주었다.

그런데 북한이 올해 들어 ‘2.10 선언’을 통해 미국과 국제사회에 대해 적극적인 핵관련 공세를 취함에 따라 국제사회가 수세에 처하게 되면서 미국과 남한은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새로운 정책의 필요성에 직면하게 되었다.

남북한은 제4차 6자회담에서 한편으로는 ‘북핵문제'(북측은 ‘조선반도 핵문제’라는 표현을 사용) 해결에 노력을 기울이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한반도에서의 정전상태의 종료를 통해 평화를 정착시키고 북미관계의 정상화를 이룩하기 위해 적극적인 협력을 시작하였다. 다시 말해, 그 동안 남북관계의 진전에 걸림돌이 되고 발목을 잡았던 부정적인 국제 환경구조를 유리하게 변환시키기 위한 공동 노력을 시작한 것이다. 무엇보다도 남북한간에 지금 이루어지고 있는 이러한 노력은 남북 양측이 명확한 목적의식을 갖고 행하고 있는 실로 ‘역사적인 시점’에서의 ‘역사적인 노력’이라 할 것이다. 이는 우리민족이 해방 60주년을 계기로 또 하나의 거대한 역사의 분수령을 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4. 남북관계 발전을 위한 제언

올 2005년은 무엇보다도 우리민족이 1945년 일제의 식민통치로부터 해방되어 새로운 삶을 살아온 지 60년이 되는 해다. 우리의 문화전통에서는 60주년을 맞는다는 것은 우리가 하나의 생(生)의 순환 주기를 완결하고 다시 태어나 새로운 생의 주기를 시작하는 의미가 있다. 우리민족이 이제 새로 시작하는 생의 주기를 생명력으로 채우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첫째, 우리는 앞으로 우리민족의 운명을 좌우할 남북한간의 주요 현안 해결, 남북정치ㆍ경제ㆍ문화공동체 형성,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 공동성명의 이행 등의 문제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조속히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하는 것이 시급하다. 남북정상이 만나 이들 문제에 대해 결단을 내리고 협력을 약속하고 이를 이행하여야 한다.

올해가 광복 60주년임에도 불구하고 남북한간에 정상회담이 아직 없으며 계획되어 있지 않다는 것도 이해하기가 어렵지만, 남북한 지도자들이 공히 정상회담에 대한 적극적인 생각과 의지가 없다는 것은 더욱 이해하기 힘든 일이다. 다른 때도 아닌 광복 60주년을 맞아 분단된 민족의 지도자들간에 정상회담이 없어서야 어디 될 말인가? 조속히 정상회담을 위한 특사를 파견해야 할 것이다.

제2차 남북정상회담은 6.15남북공동선언을 이행하기 위한 차원에서 김정일 위원장이 서울답방을 함으로써 열리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겠지만, 이것이 당장 어렵다면 답방을 통한 정상회담은 일단 후일로 연기하고 남북관계에서의 주요현안을 논의하고 6자회담 합의의 이행에 있어서 남북한이 상호협력을 통해 주도적인 역할을 하기 위한 실무 정상회담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이 경우, 우리가 특정한 장소를 고집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둘째, 남북경제협력을 포괄적으로 대폭 확대하는 일이다. 남북경협은, 인도주의적 문제에 대한 협력을 제외하고서는, 정치체제상으로 이질적인 남북한이 하나의 민족으로서 협력할 수 있는, 가장 정치적 거부감이 적으면서도 가장 큰 현실적인 이익을 낼 수 있는 분야에서의 협력이다. 그리고 경협을 통한 북한에의 영향력 확보는 우리로서는 북한정부와 북한사회에 대해 지렛대를 가질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며, 이는 현안문제를 해결하는데 있어서 남북간의 협력을 이룩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셋째, 제4차 6자회담 공동성명에도 명시되어 있다시피, 한반도에서의 영구적인 평화체제 구축 문제와 동북아 다자안보협력의 문제는 남북한이 우리 민족의 이익을 위해 주도권을 갖고 논의와 협상을 이끌어 나가야 하는 문제이다. 한반도에서의 영구적인 평화체제 구축 문제는 남북한이 한반도에서 6.25전쟁을 조속히 종료하고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는 냉전구조 해체 문제가 걸려 있는 문제이며, 동북아 다자안보협력 문제는 영구적인 평화체제를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장치 내지 체계를 만들어 내는 문제로서, 이들 문제를 달성하는 데는 남북간의 공동협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넷째, 남북간에 군비통제 문제를 보다 적극적으로 시작하여야 한다. 특히 탈냉전시대의 ‘포괄적 안보’ 개념에 맞게 ‘포괄적 군비통제’를 지향하여야 한다. 무엇보다도 북한이 자신의 ‘경제 살리기’가 최우선적인 과제가 되고 있으므로, 우리로서는 북한이 자신의 자원을 군사부문이 아닌 경제부문에 더 많이 배분함으로써 결국 군비통제에 적극 나서고 궁극적으로는 군비축소로 나아가도록 도와주는 군비통제 전략이 필요하다.

다섯째, 남북정치ㆍ경제공동체의 형성을 통해 평화통일을 이룩하는 ‘과정’을 ‘계획적’으로 시작해야 한다. 국내외 환경여건, 환경구조에 너무 얽매여서 우리 스스로가 행위주체로서 할 수 있는 노력을 게을리 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평화통일을 이룩해 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계획을 세워 한단계한단계 끈기 있게 노력해야 한다. 이제 북핵문제가 차츰 해결되어 가면서 한반도 평화정착 문제가 본격적으로 논의되면, 남북간에는 구체적으로 ‘남북연합’의 성취를 위한 논의를 시작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여섯째, 국내적으로는 급진전하고 있는 남북관계에 발맞춰 ‘남북관계기본법’ 제정에 나서야 한다. 기존의 남북관계 관련 법령들은 남북관계 현실과 상충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남북간의 합의 사항에 대한 법적 효력도 뒷받침해 주지 못하고 있다. 대북정책을 둘러싼 시민사회 및 정치권의 소모적인 대립과 혼란도 반복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남북관계에 대한 법적 성격을 규정하고, 대북정책 수립의 원칙과 절차를 포괄적으로 규정하는 남북관계기본법 제정방안이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현재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관련 법안은 남북관계를 ‘통일을 앞둔 잠정적 특수관계’로서 규정하는 등 분단시대의 법적 제한을 넘어서려는 노력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이 법안이 분단극복 과정에 발생할 다양한 사회적 난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사회적 합의의 틀을 제시하는 데는 한계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등은 이 법안이 남북간 대화의 절차나 합의의 효력, 주무부처의 역할 등을 규정하는데 치중한 반면 전반적인 ‘통일 거버넌스’의 상을 제시하지는 못하고 있어 남북관계에 관한 기본법으로는 충분치 않다고 지적하고 있다. 대북정책의 설득력과 지속성을 담보할 사회적 합의기구에 대한 구상이 포함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상에서 최근 남북관계의 현황과 쟁점을 요약, 평가하고 몇가지 제언을 덧붙였다.

결론적으로, 북핵문제 해결, 남북경협,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동북아 다자안보 협력, 한반도 군비통제, 남북공동체 형성, 남북관계기본법 제정 등의 문제는 기본적으로 남북한간의 민족적 측면과 국제사회와 관계되는 국제적 측면의 양면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들은 ‘평화통일’을 이루고 우리민족에게 유리한 ’21세기 동북아질서’를 구축하는데 있어서 어디까지나 우리가 주도권을 갖고 문제를 풀어나가지 않으면 안 될 문제들이다. 우리는 ‘남북한의 협력 없이 해결 할 수 있는 한반도 문제는 하나도 없다’는 인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북한과 한반도에 어떠한 변화가 오더라도 남북한이 함께 상의하고 공동 노력하는 남북한간 문제해결양식을 정착시켜야 한다. 광복 60주년을 맞아 우리는 이점을 다시 한번 되새기면서 평화통일과 공동번영을 위한 지혜를 모아나가야 할 것이다.

백학순 (세종연구소 남북한관계연구실장)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참여연대 후원/회원가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