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군축센터 평화정책 2005-12-12   1357

[한반도평화보고서2005] 북핵 6자회담의 현재와 미래

1장 2005 동북아 질서와 한반도 평화(1)

[##_1L|1085735088.jpg|width=”100″ height=”91″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_##]제4차 6자회담 공동성명의 의의

북핵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는 원칙적 합의로서 제4차 6자회담 공동성명은 북핵 문제 유엔안보리 회부로 인한 국제적 위기를 잠정적으로 모면한 데 큰 의미가 있다.

미국이 군사적 해결책은 모든 외교적 해결책이 소진된 후 생각해볼 수 있는 대안임을 인정한 사례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데 의미가 있다. 부시 정부는 이라크와의 전쟁을 국제사회의 거부 또는 비협력 속에 개시한 바, 결과적으로 미국의 지도력이 추락하였다. 이는 전쟁 후 이라크 안정화 및 재건 과정에서도 부시 정부의 정치외교적 부채로 작용하고 있어 부시 정부 외교안보팀에게 큰 교훈이 되고 있다. 북핵 문제가 다자적 외교로 일단 해결의 방향이 잡힘에 따라 미국 부시 정부의 일방주의 외교정책의 후퇴와 다자외교의 강화가 예상된다.

미국 뿐 아니라 북한도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타협하려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미국과 초보적인 신뢰를 구축하는 데 성공하였다. ‘선(先) 경수로 제공-후(後) NPT 가입’이라는 북한의 주장과 ‘선 핵포기-후 경수로 제공’이라는 미국의 상반된 주장 속에서도 공동성명이 채택된 것은 미국과 북한이 판을 깨지 않기 위해 애를 썼다는 방증이고, 이는 양국간 보다 큰 교환이 가능함을 서로에게 인식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중대제안”등 한국 정부의 대북 적극 행동은 6자회담의 전과정에서 한국이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정치적 공간을 마련해줬고, 향후 “북한위협”을 외교적으로 해소해나가는 장기적 과정에서 국가이익과 민족이익을 효과적으로 제고할 수 있는 여지를 확보했다는 데 큰 의의가 있다. 공동성명에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 관한 합의가 포함된 것은 한국의 이익이 적극적으로 관철된 중요한 사례이다.

한반도 및 동북아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

이번 공동성명에 한반도 평화체제를 논의하기 위한 별도의 포럼 구성이 포함되어 있음은 사실 북핵문제가 단순히 북핵문제로 종결되지 않고 이를 넘어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체제와 연결되어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향후 협상이 순조로울 경우 한반도와 동북아에서 냉전구도가 타파되고 북한의 국제사회 진입이 예상되는 바, 이는 동북아 각국의 공동번영의 기초가 될 것이다.

이번 6자회담 타결은 다자간 협력 틀의 유용성이 돋보인 사례가 되었고, 동북아다자간안보협력이 제도화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특히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이 다자간안보협력이라는 틀과의 협력 관계 속에서 이루어진다면 한반도 및 동북아 전체에서 군사적 투명성, 의사소통 개선이 용이하게 되어, 그간 국가간 협력에 근본적 장애요인으로 간주되어 온 과거사, 민족주의, 체제적 이질성 등의 문제가 보다 효과적으로 해결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북한의 개혁 개방도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다. 2002년 ‘7ㆍ1 경제관리개선조치’ 이후 북한은 의미 있는 개혁정책을 단행했지만 핵문제에 따른 개방 지연으로 물자공급 부족과 그로 인한 물가상승, 암시장의 성장 등 경제 왜곡현상이 심화되었다. 4차 6자회담의 성공은 북한의 개방 개혁의 가능성을 제고한 시의적절한 성과였다고 할 수 있다.

남북 경협이 증대될 것이다. 2000년 6ㆍ15 남북정상회담 이후 남북한 간의 경제교류는 공식화ㆍ제도화됐고 개성공단의 건설로 구체화하고 있지만, 본격적인 경협 확대로는 귀결되지 못했다. 미국의 대북 경제제재로 인한 수출시장에 대한 접근 제약, 국제경쟁력이 결여된 기업경영 여건 등이 걸림돌로 지적되고 있다. 이번 회담의 성공은 남북간 경협에 추동력을 부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동북아의 관점에서 보면, 제4차 6자회담 타결은 동북아(일본, 대만, 한국) 시장 전체에 호재이며, 장기 투자심리 전환의 계기가 될 것이다.

합의 이행을 위한 회담 참가국들의 역할: 합의 이행 및 후속조치와 정책 대안

각 참가국들은 11월 회담에서는 비핵화의 시점, 경수로 문제 외에 검증 및 이행 일정 등 매우 합의하기 어려운 사안들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특히 검증과 관련하여 IAEA 수준보다 더 강제적인(intrusive) 검증 요구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으며, 미국 내 비둘기파와 매파간의 투쟁 격화 가능성도 증가할 것이다. 여기서는 논란이 되고 있는 경수로와 우라늄농축프로그램과 관련한 분석 및 대안을 제시한다.

1) 경수로

경수로 제공 여부와 토론 개시의 시점은 미확정적이다. 경수로 제공이라는 말 역시 ‘적절한 시점’ 만큼이나 모호하다. ‘제공’을 경수로 설계의 착수로 볼 것인지, 공사의 시작으로 볼 것인지, 완공 후 전력 생산까지를 말하는지 논란이 예상된다. 경수로 문제에 대해 적당한 시점에서 토론한다는 부시 대통령의 결정은 중국의 안에 대해 미국이 몇 시간 내 가부간 결정하라는 중국의 통첩 이후 내려졌다.

부시 대통령은 (1) 이라크전에 대한 지지도 급감 (2) 카트리나 대처와 관련한 업무수행능력에 대한 부정적 평가 (3) 이란 핵 프로그램 등으로 곤경에 빠진 상태에서 또 하나의 중대위기 원하지 않았다. 나아가 중국은 6자회담 결렬시 북핵 문제의 외교적 해결을 위한 기회를 미국이 거부했음을 선언할 태세였다. 아울러, 부시 대통령은 북한 핵 프로그램에 대한 외과수술적 공격(Surgical strike)은 현실적 대안이 아님을 이미 인지하고 있었다. 라이스 국무장관은 이 문제가 “전략적 모호성,” “창조적 모호성”에 입각해서 해석될 수 있다는 전제 하에 수용했다.

북한은 비핵화 논의가 경수로 제공을 전제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힐 차관보는 북한의 선언을 “체면”을 세우려는 시도로 해석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은 6자회담 시작부터 경수로 프로젝트는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북핵의 검증가능한 폐기 이전 북한에 경수로를 제공한다는 개념은 부시 정부가 국내정치적으로 받아들이기 대단히 어렵다고 판단된다. 라이스 국무장관을 포함하는 부시 정부의 외교안보팀은 정권 시작 전부터 이미 클린턴 시대의 1994년 북미기본합의가 중대한 결함 (예를 들어, 핵폐기 이전 북한 보상, “악행보상”)을 갖고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 또한 부시 정부는 이미 북한에 경수로를 제공하기 위해 설립된 KEDO가 올해 말 청산될 것이라고 2005년 9월 선언한 바 있다.

대안

한국 정부는 북미 양측의 득실구조를 정확하게 파악하여 타협과 공정한 상호양보가 가능한 접점을 찾아내고, 북한과 미국에 강력한 설득전략을 펼쳐야 할 것이다.

‘북미간 접점’은 “행동대 행동”이라는 대원칙에 기초하여 북한의 비핵화 과정 시작과 함께 신포 경수로 공사를 재개하고, 비핵화 완성과 상시적 검증체계 구축이 이뤄짐과 동시에 경수로 완공 및 북미관계정상화가 이뤄지는 것이라 판단된다. 신포 이외 지역에 경수로를 건설하는 안은 부시 정부내 신보수주의자들의 국내정치적 이익의 문제를 배제하면 현실적이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 특히 한국 국민의 입장에서 수십억의 세금이 낭비되었다는 인식을 갖게 될 개연성이 높기 때문에 한국 정부로서는 신포 경수로 제공에 역점을 둬야 할 것이다. 올해 말로 예정된 KEDO의 해체는 재고해야 하며, 만일 불가피할 경우, 명칭을 바꾼 새로운 경수로 제공 컨소시엄을 형성하여 건설 중이던 경수로를 완공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비핵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북미관계정상화이다. 북한은 일관되게 미국의 대북 적대시정책의 해소를 비핵화의 전제조건으로 간주해왔고, 미국의 대북 적대시정책의 해소는 궁극적으로 북미관계정상화에 있다고 주장해왔다. 따라서, 북한의 핵의지를 해소하는 것이 가장 근본적인 북한 문제 해결책인 바, 북미관계정상화는 근치(根治)의 효과를 가질 것이다.

우리 정부는 북한의 근본적 변화가 국제사회와 미국의 이익임을 부각시키고, 이를 위해서는 미국 대사관이 평양에서 활동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점을 설득할 필요가 있다. 미국이 한국과 긴밀한 관계를 맺음으로써 한국의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체제 형성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주고받을 수 있었음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

2) 농축우라늄프로그램

제4차 6자회담 공동성명은 클린턴 집권기의 북미기본합의를 결과적으로 파기하게 하고, 현재의 핵위기를 야기한 (고)농축우라늄프로그램 문제에 관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지 않다.

미국의 고위관리는 합의문이 북한의 “모든” 기존의 핵프로그램(구체적인 시설이나 실험실 등이 아닌)의 폐기를 요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리고 우라늄농축을 금지한 1992년 한반도비핵화선언의 유효성이 인정됐다는 점에서, 북한의 우라늄농축프로그램이 포함된다고 주장하지만, 합의문은 북한이 부시 정부가 속임수라고 규정한 부분에 대해 고백하도록 하지 않고 있으므로, 즉 북한이 자신의 “모든” 핵 프로그램에 우라늄농축프로그램을 포함하지 않을 경우 (북한은 그 존재 자체를 부인한 바 그 가능성은 아주 높을 것), 사찰단은 우라늄농축프로그램을 찾는 데만 엄청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대안

(1) 미국의 이니셔티브:

가) “프로그램” 재정의(re-defining “program”)

우라늄 농축 문제 해결의 실마리는 “프로그램 (program)”이라는 포괄적인 용어를 보다 구체적이고 협의적인 용어로 재정의하는 데서 일단 찾을 수 있다. 통상적으로 핵물리엔지니어링의 분야에서 프로그램이라는 용어는 의도(intention)나 설계도(drawing)부터 무기급 고농축우라늄을 산출할 수 있는 시설을 포괄하여 지칭하는 광범위한 개념이다. 따라서 미국이 북한이 보유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는 우라늄농축 관련 부품이나 원료 등을 프로그램이라 간주하고 이를 인정하고 제거하라고 한다면, 논리적으로는, 북한이 그의 존재 자체를 부인하는 것에 타당성이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미국의 북한 우라늄 농축 관련 정보가 무기급 고농축우라늄 생산 시설을 포함하는 것이 아니라면, 그것을 구체적이고 협의적으로 재정의하여 북한이 개념이나 용어상의 모호성에 책임을 전가하거나 도피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문제 해결에 절대적으로 유익할 것이다.

나) 전문가 회의 개최와 미국의 증거 제시

미국은 북한의 우라늄농축 관련 정보를 프로그램이 아닌 장비나 부품(equipment or parts) 수준에서 재정의하는 한편, 자신이 갖고 있는 증거를 제시하고 북한이 그에 대해 적절히 설명하도록 해야 한다. 우리 정부는 미국이 동시이행(parallel-processing) 방식으로 북한의 플루토늄 활동을 동결시키면서, 동시에 우라늄 농축 문제에 관한 “전문가 회의”를 소집하여 장비나 부품 차원의 증거를 제시하는 것이 북한의 도피를 방지하여 자신의 이익을 관철하는 데 도움이 될 것임을 이해시키도록 노력해야 한다.

전문가 회의가 열리고 미국이 증거를 공개한다면 북한은 그것에 대해 설명하도록 요구받게 될 것이다. 이 때 미국은 북한이 받을 “자백에 따른 부담”을 줄이도록 유연한 자세를 보여야 한다. 예를 들어 북한이 평화적 이용 목적으로 연료 주기를 완성하기 위해 우라늄 농축을 시도하려 했다고 하면 그러한 변명을 “전략적 차원”에서 거부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만일 미국의 증거와 북한이 제시하는 장비나 부품 리스트가 큰 차이가 없고, 북한의 적절한 설명이 뒷받침된다면, 북한이 그러한 장비와 부품을 보유하고 있는 것 차제가 북미기본합의와 다른 협정의 정신에 위배되는 것이기 때문에 미국과 다른 참가국들은 그 장비와 부품의 폐기를 요구할 권리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그에 따른 보상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으나, 이는 한국과 중국 등이 주도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이라 판단된다.

다) 불시 사찰권과 4개국 검증체제

미국이 증거 제시를 꺼려하는 이유 중 하나는 일단 증거가 제시되면 북한이 그 프로그램을 다른 장소로 이동시켜 미국 측 주장이 거짓이라고 주장할 것이라는 점이다. 북한의 “속임수”를 막기 위한 방법으로 미국에게 사전 예고 없이 불시사찰권을 주는 방법이 고려될 수 있으나, 이는 “주권침해”로 이해되어 북한 측의 반발을 살 것이 분명하다. 따라서 양자가 수용할 수 있도록, 특히 IAEA를 편파적이라 간주하는 북한의 입장과 그리고 “제3세계”의 이익이 지배할 수 있고, 기술적 능력도 부족할 수 있다고 판단하는 미국의 입장을 고려하여, 6자회담 참가국 중 북한과 미국을 제외한 4개국으로 이루어진 검증체제를 만들 필요가 있다.

이 검증체제에 따르면, 만일 미국이 북한의 핵활동을 발견했거나 그러한 의혹을 갖고 있다면 “4개국 검증위원회”에 NPT 1997 추가의정서(Additional Protocol to NPT (INFCIRC/540)수준의 불시사찰을 요구할 수 있다. 4개국 검증위원회가 허용할 경우, 미국은 국제법적 구속력이 있는 불시사찰권을 행사하게 될 것이다.

4개국 위원회의 장점은 중국, 러시아, 한국이 위원국이므로 “비합리적 의사결정”에 따른 “강제적 사찰”이 허용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에서 북한의 의혹이나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데 있고, 미국으로서는 제3자가 아닌 자신이 “직접적이고 즉각적인 사찰”을 확보할 수 있다는 데 있다. 1999년 금창리 사찰이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한국 정부는 이러한 새로운 검증체제를 도입하는 데는 미국의 정치적 의지가 결정적으로 중요함을 강조하는 동시에, 플루토늄 프로그램과는 다르게 우라늄 농축 문제에 대해서는 100% 검증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미국에게 이해시킬 필요가 있다.

(2) 북한의 이니셔티브

한국 정부는 북한 우라늄농축에 관한 미국의 “재정의”와 “증거 제시”를 통한 북핵 문제의 해결을 도모하는 가운데, 북한으로 하여금 자신의 체면을 세우면서 실익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을 분별력 있는 수단을 통해 설득해야 한다. 이러한 접근은 우라늄농축 프로그램을 협의적으로 재정의함으로써 북한의 도피를 방지한다는 실용주의의 유용성과 우라늄농축 기술이 이중용도라는 점에 착안한 것으로, 우리 정부의 결단력과 미국을 제외한 다른 참가국들의 재정적 협조가 이루어진다면 의외로 문제를 쉽게 해결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북한 이니셔티브의 방법과 순서는 다음과 같다:

(1) 북한이 파키스탄의 A. Q. 칸 등으로부터 수입한 장비들 (예를 들어, 고강도 알루미늄 관 또는 원심분리기 완제품이나 부품) 을 “북한이 원하는 용도 (예를 들어, 항공기 날개 제조용이나 의약용)”로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없으므로 반환하겠다고 통보한다.

이러한 북한의 이니셔티브가 문제 해결의 핵심이 된다. 즉 우라늄농축 프로그램의 차원을 우라늄농축 장비나 부품의 차원으로 협의화, 구체화하는 작업을 북한이 시작한다는 발상이다. 다시 말해, 미국이 이러한 재정의를 취하며 북한의 도피를 막는 방법 (미국 이니셔티브)과 함께, 북한으로 하여금 서로 다른 정의에 따른 모호성과 이견을 걷어내도록 설득한다는 것이다. 북한의 도피를 자신이 거부한다는 뜻이다. 미국으로서는 이중용도 우라늄농축 장비나 기술이 북한에 의미하는 바를 잘 알고 있을 것이나, 북한의 이니셔티브를 큰 그림 속에서 파악하여 이를 문제해결을 위한 전략적 차원에서 수용하도록 우리 정부가 권고한다면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된다.

(2) 파키스탄은 북한의 요구를 받아들이고 대금을 반환한다.

북한의 이니셔티브가 실현가능성을 보이는 시점에 우리 정부와 미국은 북한이 대금 반환을 요구하면 파키스탄이 이를 수용하도록 분별력 있는 채널과 방법을 통해 사전조치를 취해 놓는 것이 중요하다.

(3) 미국은 북한이 파키스탄에 반환한 우라늄농축 장비 및 부품 등을 자신의 확보된 증거와 대조 확인한다.

미국의 증거와 북한이 반환한 우라늄농축 장비 및 부품이 “중대한 불일치”를 보이는 경우 미국은 이를 전문가회의에서의 “증거제시” 등을 통해 북한의 거듭된 반환 또는 적절한 설명을 요구하도록 한다. 즉 미국이 우라늄농축의 증거를 먼저 제시하는 데 부담을 느껴 북한의 우선조치를 요구하는 입장이므로, 북한이 적어도 상당한 량의 우라늄농축 장비 및 부품을 파키스탄에 반환한 경우, 미국의 자세도 이에 상응한 유연성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며, 따라서, “불일치”를 해소하기 위한 미국의 증거 제시는 현실성이 있다고 판단된다.

(4) 우리 정부는 북한이 1)을 이행하는 경우 북한판 마샬플랜을 조기 실시할 것임을 구체적으로 약속한다. 동시에 북한판 마샬플랜에 대한 중국의 지원을 확보하고, 미국과 일본의 협력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다각적 외교 노력을 경주한다.

(5) 미국의 증거제시에도 불구하고 “중대한 불일치”가 계속되는 경우, 미국 이니셔티브의 마지막 단계인 “4개국 검증체제”를 설치하고 그에 따른 접근을 시도한다.

한국의 향후 대북정책 추진방향

4차 6자회담 타결의 모멘텀을 유지하고, 합의 이행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돌발 상황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선점적 관리전략을 준비하고, 분별력있게 관리해 나가야 할 것이다.

역점을 두어야 할 것은 남북경협과 국제사회의 대북 협력을 증대시키는 일이다. 한국 정부는 북한경제의 국제화를 위한 유리한 여건의 창출을 위해 경협을 한단계 업그레이드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중국의 적극적 협력을 이끌어내야 할 것이다. 이 문제와 관련하여 신의주 특별행정구 건설이 무산된 이후 북한의 핵문제가 보다 악화된 점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북한의 4대 경제특구 중 개성과 금강산 지역은 남북협력으로 개발이 가능하겠지만, 신의주나 라선 지역은 일본 러시아 등 6자회담 참여국의 동참과 함께 미ㆍ중의 지원이 중요하다. 미국은 세계시장 접근에 있어서, 중국은 동북 3성과의 연계개발을 통해 북한경제의 국제화를 지원할 수 있을 것이다.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로서, 한국 정부는 북한이 공동성명에 따른 비핵화 과정에 성실히 임하면 북한판 마샬플랜을 구체화하고 북한과 긴밀히 협력할 수 있는 경협체계를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다.

한국은 대북 병행전략을 보다 명백히 추진하여 북한의 신뢰를 확보하고, 북한 비핵화 과정에 안정성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 사실 이번 공동성명 도출에서 한국이 과거 어느 때보다 적극적 역할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사실상 남북관계의 복원 및 진전 때문이었다. 따라서 이번 합의가 최종 타결로까지 성공적으로 진전되도록 한국이 나름의 역할을 할 수 있기 위해서는 앞으로도 남북관계의 유지 및 발전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핵과 경협을 분리 병행 추진하는 병행전략이 필수적이다.

한국 정부가 제시한 평화번영정책도 북핵문제 해결을 당면한 제일 과제로 규정하고 이를 거쳐 이후 남북협력의 심화로 가는 단계적 구상을 하고 있었다. 우리 정부는 북핵에도 불구하고 남북관계를 병행시킨다는 입장이었지만 여전히 현상유지에 머물 뿐 앞으로 더 나아가지 못했던 게 현실이었다. 북한이 한국 정부의 경협 태도에 대해 성의가 없다고 자주 섭섭함을 토로한 것도 같은 맥락이었다.

한국 정부는 제2차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하여 우리 정부의 분명한 태도를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광복60주년에, 비록 확실한 성과가 예견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남과 북의 최고지도자가 손을 맞잡는 광경은 정치적 상징 면에서 그 의미가 작다 할 수 없을 것이다. 조건이 성숙할 때까지 기다리기보다, 현실이 허용할 수 있는 범위에 들면, 능동적으로 정상회담을 성사시켜 조건을 바꿔나가는 추동력이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한국의 대북 병행전략은 미국과의 관계에서 일정한 레버리지를 가져다주고 있다는 사실이 간과되어서는 안된다. 한미동맹 재조정을 비롯한 한미관계의 재설정 과정에서, 그리고 미국이 북한을 다루는 과정에서, 한국의 진전된 대북관계는 미국으로 하여금 한국의 입장과 이익을 진지하게 고려하도록 만든 중요 요인이다. 따라서 대미 관계에서 국익과 자율성 확보를 위해서도 남북관계의 고도화, 대북병행전략은 다대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판단된다.

박건영 (카톨릭대 국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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