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군축센터 일반(pd) 2003-07-25   765

평화국민협, 정전 50주년 평화선언문 발표

40여명의 여야 정치인과 각계 시민사회단체 대표들로 구성된 한반도평화국민협이 오는 27일 정전 50주년 기념에 맞춰 발표한 평화선언문입니다.

정전 50주년 평화선언

한국전쟁의 포성이 멎은 지 어언 50년.

남과 북의 7천만 겨레는 155마일 휴전선을 사이에 두고 언제 또 다른 전쟁이 일어날지 모르는 ‘정전체제’의 불안한 반세기를 살아왔다. “삼팔선은 삼팔선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갈파한 어느 시인의 절규처럼, 지난 50년간 이 땅을 지배해온 전쟁에 대한 공포는 불신과 미움, 대결과 통제를 남과 북 모두에 강요하고 우리 겨레 구성원의 잠재력과 가능성을 소진시키는 주된 요인으로 작용해왔다. 이제 소모적 대결의 시대, 고통스러운 냉전의 시대는 끝나야 한다. 정전체제는 평화체제로, 정전 50년을 맞는 올해는 평화와 화해, 공존과 번영의 새 시대를 여는 희년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지금 한반도에는 겨레 구성원들의 평화염원과는 상관없는 새로운 전쟁의 공포가 짙게 드리워져 있다. 미국이 북한 핵개발 의혹을 제기한 데 대해 북이 미국의 불가침 확약을 요구하고 나서는 과정에서 불거진 북-미 갈등은 평화적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한 채 극단적 대결로 치닫고 있다. 또한 이 갈등이 선제공격독트린을 선언한 미국 부시행정부의 대북공격으로 이어져 종국에는 한반도를 전쟁상황으로 몰아갈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내외에 확산되고 있다.

이에 한반도를 전쟁의 위협으로부터 지켜내고 새로운 동북아 평화체제의 희망을 마련하기 위해 시민사회와 국회, 여당과 야당이 소속과 정파를 초월하여 협력하자는 취지로 지난 5월 발족한 한반도평화협의회는 최근의 한반도 위기와 관련하여 다음의 입장을 분명히 밝힌다.

우리는 한반도에 핵무기를 개발·배치·사용하는 것에 반대하며 같은 맥락에서 북한의 핵무기 개발과 미국의 한반도 핵무기 배치 사용에 단호히 반대한다. 남과 북이 합의한 비핵화의 선언은 존중되어야 하며 미국 역시 선제핵공격 위협을 명확히 불식시켜야 한다.

북한 핵문제는 미국과 북한의 성실한 대화에 의해 평화적으로 해결되어야 한다. 한반도의 생존을 위협하는 어떠한 전쟁에도 반대한다. 봉쇄나 무력사용으로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 더욱이 이러한 수단이 북한정권의 붕괴 등 대화를 불가능하게 하는 목적을 위해 악용되어서는 안 된다.

우리는 최근 조성된 한반도에서의 긴장고조를 빌미로 미국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는 미군의 공격적 재배치와 MD체제 구축에 반대하며, 같은 명분으로 강화되는 일본의 군비팽창과 군국주의화 역시 찬성할 수 없다. 지역의 평화는 평화적 방법으로만 달성될 수 있으며 중국 등 인접국가를 자극하고 긴장시키는 공격적 수단을 통해 이루어질 수 없다. 한국정부는 ‘자주국방’을 내세워 무모한 군비경쟁에 나서기보다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체제 형성을 위한 일관된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한반도와 동북아에서의 군사적 대결과 갈등의 불씨를 근원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조치 해제와 불가침 약속을 포함하는 포괄적인 관계개선 협상을 통해 북한으로부터 검증가능한 방식의 핵폐기를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를 위해서는 한국 정부 및 주변국의 협력과 인내심 있는 지원이 절실하며, 북한 역시 다자간 협의를 통해 합리적 결론에 도달할 수 있도록 성실한 대화의 노력을 보여주어야 한다.

돌이켜보면 지난 50년간 우리는 진정한 평화, 화해, 공존, 번영을 꿈꾸고 실천하는 데 인색했었다. 감히 그런 꿈을 꿀 수도 없을 만큼 한국사회는 전쟁의 상흔과 이로 인해 강요된 냉전논리에 억눌려 있었다. 이로 인해 우리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우리가 어떤 방법으로 거기에 다다를 수 있을지 제대로 알지 못했다. 그러나 최근 수년간 이어진 남북간의 꾸준한 대화와 교류협력 과정에서 우리는 공존의 가능성을 보았고, 인내의 필요성을 느꼈고, 대결이 아닌 포용의 힘을 확인했다.

물론 냉전의 땅 한반도에 아직 눈에 띄는 실질적 변화는 없다. 도리어 전쟁의 위기감이 가득하다. 하지만 반세기 동안 애써 외면해왔던바, 진정한 평화를 향한 갈증과 열망이 대다수 국민들의 가슴속에 차오르고 있다는 사실만큼은 돌이킬 수 없다.

지금이야말로 평화를 실천할 때이다. 냉전을 넘어 열전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한국민들이 얼마나 평화를 원하는지, 우리가 왜 이것을 요구할 자격이 있는지를 우리 자신과 국제사회에 보여주어야 한다.

각계각층 시민들에게 호소한다.

한반도 전쟁 위협 제거와 북한 핵문제의 평화적 해결, 50년간의 정전체제를 항구적인 평화체제로 바꾸기 위한 반전평화운동에 국민 모두가, 겨레 모두가 다함께 나서자.

정당과 사회단체들에게 호소한다.

지난 반세기 동안 분단의 질곡 속에서도 소중히 가꾸어온 이 나라의 발전과 평화의 터전을 전쟁의 위협으로부터 지켜내고, 한반도에 새로운 화해와 공존의 시대를 열기 위해 사상과 이념, 소속과 정파적 이해관계를 초월하여 단결하자.

노무현 대통령에게 촉구한다.

평화와 번영의 동북아시아를 선언하며 취임한 대통령으로서, 대화를 통한 북한 핵문제 해결 원칙을 일관되게 견지하고, 북한에 대한 무모한 봉쇄와 한반도에서의 무력충돌 가능성을 제거함으로써 남북 구성원들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동북아 평화번영의 기반을 확고히 다져야 한다.

마지막으로 세계평화애호세력에게 이라크 반전평화연대에 이어 한반도 위기의 평화적 해결에 세계적인 반전평화연대의 힘을 모아 줄 것을 간곡히 호소한다.

평화는 곧 생명이며, 가장 기본적인 그러나 너무도 쉽게 짓밟혀온 인류의 염원이자 보편적 인간권리이다. 전쟁과 전쟁의 위협은 지구상에서 사라져야 한다. 군비를 앞세운 힘과 대결의 논리 역시 사라져야 한다.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에서, 그리고 지구상에서 전쟁의 위협을 종식시키고 평화와 상생의 21세기를 함께 열자.

2003. 7. 27.

한반도평화국민협의회

연대사업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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