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군축센터 일반(pd) 2009-10-07   878

[2009 국정감사에서 다룬 문제 외통위②] 대북관계 손 놓고 있는 통일부, 일 좀 하라



[편집자주] 10월 5일부터 24일까지 국회의 국정감사가 진행됩니다. 참여연대는 지난 달 국정감사기간을 맞아 ‘정부에게 꼭 따져물어야 할 43가지 과제’를 발표한 바 있습니다. 물론 이들 43가지 과제 이외에도 그동안 참여연대를 비롯한 개혁적 시민사회운동이 관심을 기울이고 개선할 것을 촉구한 많은 개혁과제들이 있습니다. 참여연대는 이들 과제들이 이번 국정감사 기간에 다루어진 경우 그 내용을 소개하는 [2009 국정감사에서 다룬 문제]를 시작합니다. 의원들의 합리적인 문제지적, 피감기관의 대답,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의원들과 피감기관의 대응 등을 소개합니다.

외교통상통일위원회(이하 외통위)는 오늘(10/6) 통일부에 관한 국정감사를 진행하였다. 통일부 국감은 국감자료제출이 추석에서야 이뤄진 것에 대한 질타로 시작되었다. 이렇게 준비가 미흡한 자료제출에 대해서 현인택 통일부 장관은 다음과 같은 답변을 앵무새처럼 반복하였다. “유념하겠다, 검토하겠다, 노력하고 있다, 면밀히 보고 있다”


외통부와 통일부, 한 지붕 두 가족?


‘그랜드 바겐(grand bargain)’과 ‘비핵개방3000’과의 관계에 대한 현인택 통일부 장관의 견해를 묻는 질의가 있었다. 이에 현장관은 ‘비핵개방3000은 큰 구상이며 그랜드 바겐은 이를 위한 구체적 실현 접근법’이라고 답변하였다. 하지만 전날 외교통상부 국감에서 유명환 장관은 ‘비핵개방3000은 한국이, 그랜드 바겐은 북한을 제외한 6자회담의 5개국이 하는 것’이라고 답변한 바 있었다.


북핵과 관련된 정책 구상을 국제사회에 공표하기 전에 관련 정부기관 장들이 이를 충분히 논의하고 합의된 개념을 숙지하는 것이 당연한 일인데, 외통부와 통일부는 그랜드 바겐 개념에 관해 다른 해석을 내놓은 것이다. 그랜드 바겐이 기존의 북핵 해법에 비해 차별성이 없을 뿐만 아니라 제대로 된 밑그림도 없는 설익은 정책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드러낸 것이다. 현인택 장관은 그랜드 바겐에 대해서 사전에 알고 있었다고 답변했으나, 논의를 했냐는 질문에는 답변을 얼버무렸었다. 부처 간 조율조차 없이 뜬금없이 추진되는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의 현주소를 확인케 해준다.


무엇보다 북핵문제 해결에 있어 대화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는 정황에도 불구하고 현인택 장관은 ‘북측의 태도에 근본적 변화가 없다’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었다. 미국은 북미대화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고 북중수교 60주년을 계기로 중국이 북핵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정부는 북한의 태도변화를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의 효과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압록강대교신설을 비롯한 경제원조에 관한 교화문서, 경제기술협조협정 등 이번 북한과 중국이 이번에 합의한 경제협력으로 볼 때 이러한 정부 주장이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 이명박 정부의 이렇듯 이해할 수 없는 정세판단과 입장은 향후 북핵 협상에 있어 ‘한국소외론’이 기우가 아닐 수 있다는 우려를 갖게 한다.




며느리도 모를 ‘최소한의 인도적 지원과 대규모 식량지원’의 차이


참고인으로 나온 전국농민총연맹 이창한 정책실장에 따르면 쌀 재고량이 2008년에 약 60만 톤이었고 올해에는 81만톤에 이르며, 쌀의무 수입량 20만 톤까지 고려한다면 쌀재고량은 100만톤에 달한다. 이로 인해 쌀 가격은 이미 가마니당 약 15,000원(9.5%)이나 하락하였고, 10만 톤당 300억 원에 달하는 쌀 보관료 비용도 증가하고 있다. 쌀값 하락 원인에 대해 이창한 실장은 쌀소비량 감소와 대북지원 중단을 꼽았다. 하지만 쌀소비량은 2000년 이후 꾸준히 감소해왔기 때문에 결정적 이유는 아니라고 부연했다. 만약 북한에 40만 톤을 지원한다면 7천원의 쌀값 상승효과와 쌀 보관비 1,200억 원 절감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즉 2003년부터 2007년까지 약 40만 톤의 쌀이 북한에 지원되었는데 이명박 정부 출범 이래 단 한 톨의 쌀도 북한에 지원되지 않은 것이 쌀 수급조절 실패의 주요 원인인 것이다.


북한의 식량상황은 생각보다 훨씬 더 심각한 것으로 보고되었다. 9백만 명이 기아에 직면해 있고 180만 톤의 식량이 부족한 것으로 드러나는 등 식량지원이 절박한 상황이다. 또한 북한 여성의 1/3, 5세 이하 어린이의 37%가 영양실조상태이다. 이에 여야 관계없이 외통위 위원들의 추궁이 끊이지 않았다.


권영세 위원(한나라당)은 투명성이 보장되는 ‘WFP(세계식량계획)을 통해 상당한 규모의 지원을 시작하는 게 옳다’고 지적했다. 박상천 위원(민주당)도 ‘쌀도 있고 쌀지원을 위한 재원도 이미 책정되어 있어 지금이 쌀지원 적기’라며, 북한 쌀지원을 촉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인택 장관은 ‘최소한의 인도적 지원은 한다는 입장이지만 대규모 식량지원은 남북 여러 가지 상황에 맞춰서 검토하겠다’는 답변만 되풀이 했다.


현인택 장관이 하루종일 답변을 했지만 필자를 비롯한 외통위 위원들은 인도적 지원과 대규모 지원이 명확한 의미가 무엇인지 전혀 납득할 수 없었다. 홍정욱위원(한나라당)은 한반도 상황을 고려한다는 것은 정치적 상황과 관계없이 지원한다는 대북지원 원칙과 서로 모순되는 것이라고 비판하였다. ‘인도적 지원’과 ‘대규모 지원’ 차이를 묻는 박상천위원(민주당)의 질의에 현장관은 카드돌려막기식 답변으로 일관했다. 대규모의 범위가 뭐냐고 묻자 현장관은 최소한의 인도적 지원 범위 외라고 답변하고, 그럼 인도적 지원규모는 뭐냐는 질문에 최소한의 지원은 하겠다고 답변했다. 누군들 이걸 이해하겠는가.


한 쪽에선 쌀이 남아도는, 한쪽에선 아사자가 속출하는 상황이 한반도에서 벌어지고 있다. 아이러니 하지만 인도적, 인권적 측면에서 보면 간단히 해결될 수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하지만 여야의원들의 북한의 쌀 지원이 일거양득이라는 지적과 쌀지원 촉구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정부는 그렇게 할 생각이 전혀 없음을 드러냈다. ‘서울 불바다’ 발언이 있었던 1994년 김영삼 정부도 15만 톤의 쌀을 북에 지원했던 적이 있다. 대신 이명박 정부는 그저 ‘쌀떡 간식’에 국민의 혈세 47억 원을 쓸 예정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통일부, 일 좀 하라!


이 밖에도 외통위 위원들은 통일부에게 각종 정책제안을 쏟아냈다. 4자 정상회담, 이산가족 상봉 규모 확대 및 정례화, 탈북자 고용할당제, 독일의 프라이카우프 제도(정치범석방거래) 벤치마킹 등이 있었으며, 남북관계발전에관한법률에 의거 연간계획을 작성하지 않을 거면 아예 법을 수정하라는 요구도 있었다. 남북관계에 있어서 선도적으로 남북회담을 제안하고 아젠다 세팅을 주도해나가라는 주문도 있었다. 송민순위원(민주당)은 이명박 대통령이 ‘대북지원 현금 29억불 핵무장 전용 의혹’ 발언에 대해서 이것이 대북지원이 아닌 남북 교역에서 발생한 적자임에도 불구하고 통일부가 아무런 해명을 하지 않은 것을 질타하며, 그와 같은 논리라면 이명박 정부도 6억불 지원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런데도 통일부는 해명조차 하지 않는 태업상태에 있다는 것이다. 외통위 위원들도 북핵문제 해결 이전에는 남북간의 특수한 관계에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조차 손 놓고 있겠다는 통일부에게 ‘일 좀 하라’고 말하고 싶었을 게다.



<말! 말! 말!>



‘다소 심심한 평가 나오지 않을까 우려’ 어떤 업적을 남기고 싶으냐고 질문하며

‘외교부는 그랜드 바겐이라는 설익은, 중복된 정책까지 옹호해 존재감이 있는데, 통일부는 존재감이 없다’ (홍정욱 한나라당의원)



‘하루 종일 검토하고 유념하느라 고생이 많다’ (문학진 민주당의원)




<참여연대, 2009 정기국회, 정부에게 꼭 따져물어야 할 43가지 과제 바로가기>





2009 국정감사 총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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