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석 통일부 장관, “핵-금융 연계 현명한지 북 고민해야”(연합뉴스, 2006. 4. 5)

“북 6자회담 나오면 여지 생길 것”

(서울=연합뉴스) 정준영 기자 = 이종석(李鍾奭) 통일부 장관은 5일 미국의 북한에 대한 금융제재 공방으로 6자회담이 재개되지 못하고 있는 것과 관련, “북한의 자기 판단에 상당히 문제가 있다고 본다”며 “여러가지를 다시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장관은 이날 통일교육협의회(상임공동의장 이장희 한국외대 대외부총장) 초청으로 홀리데이인서울 호텔에서 가진 강연에서 “북한은 핵 문제와 금융조치 문제를 연계해 미국이 금융조치를 풀지 않으면 6자회담에 못 나오겠다는 것인데 과연 그것이 현명한 판단인지 고민해봐야 할 것”이라며 이렇게 지적했다.

그는 또 “북한이 6자회담에 나와서 북핵 문제에 전향적인 입장을 보이면 많은 나라들이 미국한테 북한이 열심히 하고 있으니까 사정을 봐줘야 하는 게 아니냐고 말할 수 있는 여지도 생길 수 있을 것”이라며 “지금처럼 하면 그것에 대해서는 미국만이 대답할 수 있고 미국내에서도 대화를 지향하는 사람들의 입지가 더 약해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이 장관은 미국을 향해서도 “북핵 문제의 중요성을 더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한 뒤 “미국은 현재 여러 생각이 교차하고 있으나 하나로 모아지고 있지 않은 상태”라며 “아직까지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것은 없지만 미국의 대북정책이 북한 체제 전복을 위한 정책으로 바뀌었다고 보지는 않는다”고 분석했다.

이 장관은 `미묘한 정세 변화’와 관련, “북핵 문제에 대한 각국의 집중력이 떨어지고 있다고 말한 적이 있지만 그렇다고 등한시한다는 게 아니라 여러 생각이 교차한다는 것”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어떻게 대응할 지를 여러차례 정부 안에서 많은 논의를 했다”고 밝히고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대처를 강조했다.

그는 이어 “상황이 불투명한 만큼 남북관계의 안정적 발전이 중요하다”며 “장관급회담이 연기됐지만 전체적으로 남북관계는 안정성을 띠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 장관은 대북정책을 둘러싼 한미관계에 대해 “조금씩 다른 얘기가 나온 것은 한미 간에 북한에 대한 기본인식의 차이가 있어서가 아니라 구조적으로 처한 위치와 전략적 이해가 다르기 때문이며 이에 따라 어떤 관계를 갖고 어떻게 다룰 것인가의 문제”라며 “그래서 조금씩 다른 생각을 하나의 틀에 맞추는 공조가 필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납북자 및 국군포로 문제와 관련, 이 장관은 “분단 역사가 낳은 비극적인 상황을 정리하는 것은 국가의 책무”라고 전제한 뒤 “이 과정에서 비용도 들겠지만 국민들이 받아들일 것으로 생각한다”며 “가급적 상대(북한)가 모욕을 느끼지 않고 명분을 가질 수 있도록 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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