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군축센터 칼럼(pd) 2004-03-01   567

<안국동 窓> 해결의 문턱을 넘지 못한 2차 6자회담

2차 6자회담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대화의 지속성을 확보했지만, 돌파구는 마련하지 못했다. 핵심 현안들에 대해 의견 교환을 했지만, 구체적인 합의는 이르지 못했다. 결국 대화는 유익했지만, 협상의 결과는 미흡한 회담이었다.

미국은 1차6자회담에 이어 이번에도 내부이견을 조율하지도 않고 협상에 나섰다. 미국은 반복적으로 협상의 목표만을 강조할 뿐이다. 이른바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핵 폐기(CVID)’를 누가 부정할 수 있겠는가?

문제는 방법이다. 어떤 과정을 거쳐 최종목표에 이를 것인가를 논의하기 위해 회담을 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여전히 미국에게 ’방법‘은 없다. CVID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제시했지만, 북한의 요구사항에 대해서는 대답이 없다. 여전히 미국이 북한을 협상 상대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 가장 중요한 문제다.

북한 역시 현재 상태의 위험성을 충분히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2004년 아무런 성과도 없이 교착의 한해를 보낸다면, 2005년 한반도는 어떻게 될 것인가? 부시행정부의 재선 가능성이 열려 있는 상황에서 2004년을 그냥 보내겠다는 북한의 생각은 위험하다. 북한은 이번 회담에서 ‘모든 핵’의 폐기 용의를 밝힘으로써 국면의 성격을 전환시켜야 했다. 그렇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북한은 평화적 핵과 군사적 핵을 구분했고, 농축우라늄 의혹에 대한 진전된 대응을 하지 않았다. 현재의 부시행정부나, 일본의 보수화되고 있는 고이즈미 정권은 북한의 미묘한 협상 태도변화를 읽어주지 않는다. ‘유익한 대화’는 회담이후 며칠이 지나지 않아 잊혀질 것이고, ‘성과 없는 협상 결과’만이 기억될 것이다.

의장성명에서 채택된 ‘상호존중의 정신’이나 ‘평화적 해결 의지’ 혹은 ‘공존의 의지’와 같은 추상적인 문구들로 현재의 상황을 관리할 수 없다. 미국은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을 구체화할 것이며, 의회에서 ‘북한 자유화법’을 논의할 것이고, 일본은 경제제재 확대를 더욱 구체적으로 검토할 것이다.

한반도를 둘러싼 불길한 기운은 6자회담이 열린 4일 동안 동결되었지만, 이제 다시 미국에서, 일본에서 그리고 결국 북한에서 꿈틀될 것이다. 이런 상황이라면, 3차 6자회담이 2분기 내에 열린다고 하더라도 성과를 장담하기 어렵다. 6자회담은 아직 핵문제 해결의 문턱을 넘어서지 못했다. 대화의 지속성 확보는 ‘문턱’을 넘어설 때, 의미가 있다.

한국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구조화된 교착의 틀에서 한국의 이니셔티브는 발휘되기 어렵다. 한국의 입장은 미일 양국의 강경입장과 중국의 중재입장의 중간쯤에 있다. 문제는 북한의 입장까지를 포괄할 수 있는 위치가 아니라는 점이다. 지금처럼 어정쩡한 태도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한미일 3국 협의과정에서도, 중재자로 나선 중국의 입장에서도 상반된 이유로 한국의 ‘진정성’을 의심받게 될 것이다. 그것이 한국이 직면한 불가피한 현실이지만, 지금은 그것을 뛰어넘는 큰 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외교는 어려울 때 빛을 발한다. 정상적인 외교적 역할이 가능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 누구든지 그 일을 할 수 있다.

협상의 의지가 없는 혹은 협상의 의지가 있는 소수의 협상파가 상황을 주도할 수 없는 미국과의 협의에 너무 큰 기대를 갖지 마라. 미국보다 시급한 외교 상대는 일본이다. 이미 너무 가버린 일본의 협상태도와 이제는 굳어져 버린 보수적 일본 여론은 지금보다 앞으로 한국 외교의 중대한 부담이 될 것이다. 한일 양국의 정부간 대화도 중요하지만 필요하다면, 민간 네트워크를 총동원하여 납치문제라는 교착의 늪에 빠진 일본을 건져내고, 거침없는 우경화노선의 속도를 늦추는 일이 시급하다. 중국과의 외교적 대화는 더욱 확대되어야 한다. 해결을 위한 대북 압력이든 혹은 보다 구체적인 ‘상응조치’든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한중간의 협력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나아가 북한으로 하여금 교착의 장기화가 재앙이 될 수 있음을 인식시켜 주기 위한 대화노력도 보다 폭넓은 방법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2차 6자회담은 현재 대화국면의 복잡성과 해결문턱을 넘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는 점을 보여주었다. 시간은 미국편일 수 있겠지만, 한국편은 아니다. 시민 사회역시 그 어떤 국내적 현안보다 ‘평화’문제의 시급성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2차 6자회담이 끝났지만, 아직 협상은 시작되지 않았다.

김연철(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연구교수, 평화군축센터 실행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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