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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평화나누기
  • 2007.10.01
  • 532
미국의 국제정치학자 케네스 왈츠는 전쟁이 우리 인간에게 아무 도움이 안 된다는 뜻에서 “전쟁에서 누가 이겼느냐고 묻는 것은 샌프란시스코 지진에서 누가 이겼느냐고 묻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이렇듯 쓸모없는 전쟁이, 인류사가 실증적으로 말해주듯 걸핏하면 일어나고 있다면, 그것은 무슨 까닭일까.

석유 둘러싼 신식민주의를 문명충돌론으로 가려선 안 돼

일부 전쟁연구자들은 동서 이데올로기의 대립이 막을 내린 1990년대 이후 전쟁의 원인 가운데 하나로 종교를 꼽아왔다. 특히 2001년 9·11테러 뒤 미국을 중심으로 한 기독교 근본주의 세력과 급진 이슬람 세력 사이의 갈등 양상을 바탕으로 이른바 ‘문명충돌론’이 힘을 얻기도 했다. 그러나 결론부터 먼저 말한다면, 이는 본질을 흐리는 분석이다. 이른바 세계화 바람 속에서 중동 이슬람권의 풍부한 석유자원을 지배하려는 미국을 비롯한 서구세력의 21세기형 신식민주의의 음험한 본질을 ‘문명충돌론’으로 덮어버려선 곤란하다.

미국 기독교 근본주의자들의 시각에선 오사마 빈 라덴을 비롯한 급진 이슬람 세력과의 전쟁이 ‘테러와의 전쟁’ 또는 ‘전 세계 폭력적 극단주의자들과의 투쟁’이다. 그렇지만 많은 이슬람 사람들의 시각에선 미국의 이슬람권 지배와 패권 확장에 대한 투쟁은 다름 아닌 지하드(jihad·성전)다. 우리는 흔히 이슬람 저항세력의 투쟁을 ‘종교적 광신에 기초한 테러’라고 받아들이지만, 이슬람권의 정서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측면이 없는지를 곰곰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많은 이슬람 성직자들은 극한적인 폭력에 비판적이다. 그럼에도 또 다른 많은 급진적인 이슬람 성직자들은 알-카에다와 같은 반미 저항세력들의 투쟁명분이 옳고 이슬람 민중들이 그들의 대의(大義)를 따라야 한다고 설교한다. 실제로 오사마 빈 라덴을 비롯한 이슬람 저항세력들은 일단의 급진적인 이슬람 성직자들로부터 그들의 투쟁전술을 합리화시켜주는 ‘파트와’(fatwa·율법적 결정)를 받아내 왔다.

열정이 아니라 좌절 분노가 원동력

여러 테러 연구자들은 “테러의 원인을 분노와 좌절에서 찾아야 한다”는 결론을 이끌어냈다. 심리학에서 말하는 좌절-분노이론이다. 이에 따르면, 우리 인간의 분노는 고통을 느낄 때 일어나는 반응이며, 특히 좌절의 고통이 클 때 분노가 커진다. 이슬람권의 테러도 억압에서 비롯된 좌절감과 분노를 폭력적인 수단으로 표현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단순한 종교적 열정이 폭력의 원인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를테면 이스라엘의 군사 통치에 신음하는 팔레스타 인이 그러하다. 팔레스타인 무장요원들 가운데 상당수는 그들의 가족이나 친구들이 이스라엘 군에 죽임을 당하는 모습, 또는 그들이 살던 집과 땅이 이스라엘 불도저에 짓밟히는 모습, 아버지나 형이 이스라엘 정착민들에게 얻어맞거나 모욕당하는 모습을 두 눈으로 봤던 이들이다. 그 자신들이 팔레스타인 곳곳에 설치된 이스라엘군 검문소 앞에서 몇 시간씩 쪼그리고 앉아 통과허가를 기다리는 치욕을 겪은 이들이다. 그들이 마음속에 눌러 담아온 고통과 좌절, 분노의 폭발적인 표현이 곧 ‘테러’다.

현지에서 만난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테러라는 행위 자체가 역사적으로 자행되어온 국가폭력에 대한 적극적 반응이자 결과물이라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고 입을 모았다. 이슬람교와 기독교의 충돌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을 풀이하는 것은 미국의 일방적인 친이스라엘 정책과 중동 패권확장 정책, 이스라엘의 독단적인 중동정책들이 지닌 반인간성-비도덕성을 은폐할 뿐이다.

마찬가지로 유럽의 무슬림 청년들이 벌이는 ‘테러’에 대해서도 우리는 한 발짝 물러나 그들의 분노와 좌절이 어디서 비롯됐는가를 살피는 여유를 가져야 한다. 오사마 빈 라덴을 비롯한 이슬람 저항세력과 미국이 벌이는 이른바 ‘테러와의 전쟁’이 마주하는 대치전선의 한가운데에 유럽의 1,800만 무슬림이 있다. 그들의 상당수는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며 산다. 안방 TV 화면에 비치는 무슬림 형제들(이라크, 팔레스타인, 체첸)의 고난을 나의 것으로 동일시하게 된다. 지하드를 향한 동기부여가 점점 커지고 드디어 과격행동에 나서게 된다.

런던의 핀스베리 파크 사원, 함부르크의 알 쿠즈 사원 등엔 과격한 설교를 하는 종교 지도자들이 많다. 자신의 정체성을 잃었다고 여기는 서유럽의 무슬림 청년들에게 전투적 설교자들은 슈퍼 파워 미국과 서구열강이 지배하는 국제체제에 맞서는 국제적 성전의 전사로서 싸우라는 대안을 내놓는다. 여기에 공감한 청년들은 새로운 움마(Ummah·이슬람공동체)를 세우려고 극한투쟁에 나선다. 미국과 서유럽의 젊은이들은 영국의 베컴 같은 프로 운동선수를 우러러본다. 이슬람의 많은 젊은이들은 자살폭탄테러로 목숨을 끊는 인물들을 ‘순교자’로 우러러본다. 이것이 21세기라는 동시대를 사는 지구촌 젊은이들의 다양한 모습이다.

자주독립 지키려는 극한투쟁임을 읽어내야

자살폭탄테러는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이 저지르는 것으로 흔히 알고 있지만, 그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1980년부터 2003년에 사이에 벌어진 315건의 자폭테러를 분석한 로버트 페이프 교수(국제정치학)에 따르면, 절반 이상은 다른 집단에 의해 벌어졌다. 페이프 교수는 “이라크와 팔레스타인, 레바논, 체첸, 그 밖의 여러 지역에서 보듯, 자폭테러는 외부세력의 영토적 점령과 억압에 항의하는 현지인들의 극한투쟁”이라 말한다.

자폭 공격자들은 그들이 조국이라고 여기는 땅에서 외부의 점령군을 몰아내고 참다운 자주독립을 얻기 위해 그런 극한투쟁을 벌인다. ‘테러와의 전쟁’을 벌이는 미국이 지구촌에 참된 평화를 심으려 한다면, 무엇보다 테러범들의 투쟁동기를 읽어낼 줄 알아야 한다. 극한적인 폭력의 동기를 읽는 키워드는 외세의 억압에서 비롯된 좌절과 분노다. 따라서 문명권과 종교(이슬람과 기독교)의 차이에서 비롯된 충돌로만 전쟁을 풀이하려는 것은 잘못된 접근방식이다.

김재명 국제전문기자, 정치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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