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군축센터 군비축소 2015-04-13   2474

[2015 GDAMS][연속기고 ②] 수조 원 펑펑, 무기들아 잘 있거라

<편집자 주> 매년 4월 둘째 주 월요일이면,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SIPRI)는 세계 군사비 지출 통계와 분석을 담은 ‘세계 군사비 연례보고서’를 발간합니다. 같은 날, 전 세계 평화단체들은 군사비를 줄이자는 취지의 세계군축행동의 날(Global Day of Action on Military Spending, GDAMS) 캠페인을 진행합니다. 매년 전 세계에서 군사비로 쓰이는 천문학적인 돈을 평화, 사회정의, 빈곤퇴치, 지속 가능한 환경을 만드는 데 사용한다면 어떨까요? 2015년 4월 13일 세계군축행동의 날에 맞춰 ‘오마이뉴스’와 ‘세계군축행동의 날 준비위원회’는 분단 70년을 맞는 한국 사회에서 군사비를 바라보는 평화적 상상력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오마이뉴스 공동기획 ‘세계군축행동의 날’ 연속 칼럼

① ‘깡패’ 북한이 있어 어쩔 수 없다? 모르는 소리 : 군사비 그대로 두고는 전쟁 끝낼 수 없다

② 수조 원 펑펑, 무기들아 잘 있거라

③ 작년 이어 세계 10위 했는데, 왜 창피할까

 

>> GDAMS 한국 공식 웹사이트 

 

수조 원 펑펑, 무기들아 잘 있거라

[세계군축행동의 날 ②] 타당성 없는 마구잡이식 무기 도입이 문제

염창근(평화바닥 활동가)

 

방산비리 합동수사가 한창이다. 작년 정기국회 국정감사에서 터져 나온 방산비리 폭로는 다시금 국민을 분노케 했다. ‘4’대강 비리, ‘자’원외교 비리와 함께 ‘사자방’으로 호명되어 대대적으로 회자되었다. 방산비리야 너무 오래 전부터 있었던 일이라 국민 대부분은 이미 방위사업이 다 썩었다고 생각하지만, 세월호 참사 때 투입되지 못한 신형 구조함(통영함)의 문제가 드러나면서 국민은 참담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1600억 원이 들어간 아시아 최대 신형 구조함이라는 통영함에 2억짜리 저급 음파탐지기가 41억짜리 고급 탐지기로 둔갑하여 장착되었던 것이다.

 

시중 1만 원짜리 성능의 USB가 100만 원에 납품되었다든지, 신형 복합소총(K-11)의 탄약이 폭발한다든지, 광개토대왕함이 486수준의 컴퓨터를 전투체계에 사용하다 다운되었다든지 하는 이야기들, 이런 사소해 보이는 것들까지 비리투성이였다는 점에 국민의 분노는 쌓일 대로 쌓여 있다. 결국 박근혜 대통령은 방산비리를 ‘이적 행위’로 규정하고 ‘일벌백계’해 엄단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엄청난 규모의 합동수사단이 발족했다. 검·경을 비롯해 정부의 사정기관들이 총동원되었다. 방산업체나 무기중개업체 소속 전직 군인, 무기중개상뿐만 아니라 2명의 전 해군참모총장, 현역 장성과 장교들도 비리로 구속되었다. 

 

이 과정에서 이규태 일광공영 회장 사건과 같이 그동안 국민이 잘 몰랐던 무기중개업의 실체가 드러나기도 했고, 군 수뇌부까지 끈끈하게 연결된 사관학교 선후배 로비 커넥션의 실상이 만천하에 폭로되기도 했다. 우리나라 방위사업에 뇌물은 관행이라는 점도 사실로 확인되었다. 무기사업이 군사기밀이라는 이유로 그동안 밝혀지기 어려웠던 만연한 비리에 대해 국민이 선명하게 직면하는 시간이었다.

 

최근의 방산비리 수사는 이처럼 마치 칼끝이 군 핵심부까지 겨냥하고 있는 듯 보인다. 정말 이참에 고질적인 방산비리를 처단하고 부패를 척결할 것처럼 요란하다. 하지만 현재의 방산비리 수사는 곁가지만 자르고 오히려 본질적 문제는 은폐하고 있는 듯하다.

통영함

▲ 한국 해군 신형 구조함인 통영함의 모습 ⓒ 사진공동취재단

 

속속 드러나는 방산비리의 ‘구조적 문제’

방산비리 합수단의 수사는 방산비리의 구조적인 배경을 밝혀내고 있기는 하지만, 비리의 진정한 배후는 캐지 못하고 있으며 심지어 이를 가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 김종대 <디펜스21플러스> 편집장은 언론에 보도된 방산비리를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구분한다. 바로 개인 비리, 업체 비리, 사업관리 부실이다. 

 

군인과 공무원이 업체와 유착해 이루어지는 기밀 유출, 문서 위조, 뇌물 수수 등이 개인 비리에 속하고, 업체들의 시험성적서 위조, 불량품 납품, 납품 원가 조작 및 부풀리기, 부당이익 취득 등은 업체 비리라 할 수 있으며 무기를 운용하던 중에 부품 고장, 성능 미흡 등의 사태가 일어나는 것은 사업관리 부실이다. 이러한 세 가지 비리가 매우 보편화되어 있다. 그러나 이러한 비리들은 사실 깃털에 불과하고, 진짜 몸통은 무기 도입에 관한 정책 결정이다.

 

물론 방산비리 수사를 통해 한국의 방위사업의 구조적인 문제가 일면 드러나고 있기는 하다. 방위사업의 폐쇄성, 군사기술의 정보 독점, 사관학교 출신 선후배들의 제 식구 밥그릇 챙기기 조직문화, 전·현직 군인과 업체간의 유착 커넥션, 폐쇄적인 상명하복의 조직문화 등 방산비리와 부패의 배경을 엿볼 기회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구속 사태로 주목받고 있는 해군의 비리 사건이 대표적이다. 통영함과 관련하여 허위공문서 작성, 장비 도입 강행 지시 등의 혐의로 최근까지 해군을 이끌었던 전 해군참모총장이 구속되었고, 해군전력분석시험평가단에서 근무했던 예비역 소장과 대령을 비롯해 방사청에서 근무했던 예비역 대령들도 성능평가서 조작 혐의로 줄줄이 구속되었다. 

 

정보함 비리에서는 이전 정부의 해군참모총장이 정보수집 장비 도입의 대가로 업체에 있던 전직 장성으로부터 뇌물을 받아 구속되었다. 고속함 엔진 도입 때도 해군참모총장은 업체로부터 뇌물을 받았고, 이를 연결해준 예비역 장성 역시 구속되었다. 그동안 묵인되었던 비리 관행과 배경이 규명된 셈이다.

 

공군 전자전 훈련장비(EWTS)를 터키에서 도입하는 과정에서 500억 원 대의 돈을 가로챈 혐의로 구속된 이규태 일광공영 회장 사례도 마찬가지다. 업체가 전·현직 장성들과 깊이 연결되어 있음이 밝혀지면서 베일에 싸여있던 무기중개의 민낯이 드러났고, 이로써 업체와 군의 유착 커넥션이라는 비리의 구조가 밝혀졌다. 

 

이규태 회장의 계열사 중 하나에는 이명박 대통령 안보특보를 지낸 4성 장군 출신이 대표로 있었고, 연예기획사인 다른 계열사에는 노무현 대통령 당시 기무사령관을 역임한 3성 장군 출신이 대표로 있었다. 재하청 용역을 주는 또 다른 회사에는 예비역 공군 장성이 임원으로 있었다. 업체로 들어가 무기중개상으로 변신한 전·현직 장성들은 인맥과 정보력을 가동해 후배 군인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며 무기 도입 과정을 요리할 수 있었던 것이다.

 

방산비리 몸통, 무기 도입 정책 결정하는 그 자체

그러나 방산비리 수사의 이면에는 비리의 구조적인 문제가 여전히 잔존하고 있다. 이규태 회장의 구속 외에 마찬가지로 압수수색을 진행했던 다른 무기중개업체나 중개상들에게는 이 같은 수사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더 규모가 큰 무기중개업체들에 대한 수사 결과는 공개되지 않는다. 장비 선정, 도입 방식 결정, 대금 정산이 어떻게 무기중개상에 의해 좌지우지되고, 방위사업청이 어떻게 이를 용인하고 있는지 그 배경도 아직 베일에 싸여 있다. 

 

최근 잇따라 현직 군인들이 구속되었음에도 군사법원에서 구속된 군인들을 보석으로 대거 다시 풀어주는 사태가 일어나고 있는 것도, 수사가 해군에 집중되고 육군의 비리는 거의 밝히지 않고 있는 것도, 퇴직 후 업무와 연관이 있는 기업에 취업을 제한하는 공직자윤리법이 있어도 군 고위 간부가 버젓이 방산업체에 취업하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군과 권력과 업체가 한 덩어리로 움직이지 않는 한 이해하기 어려운 것들이다.

 

이런 식이라면 수사는 곁가지만 자르다 결국 흐지부지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수많은 의혹이 제기된 핵심 무기사업들은 건드리지도 않고 있다. 수사가 비리 구조의 핵심을 의도적으로 피하고 깃털에 불과한 비리들만 다룬다는 의구심을 품을 수밖에 없다. 

 

국방 전문가들은 방산비리의 몸통은 무기 도입 정책을 결정하는 그 자체라고 지적한다. 이해관계로 얽혀 있는 집단들이 정책을 결정하고, 국가안보의 이름으로 그 이해관계를 관철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본질적인 문제는 무기 도입 시스템인 것이다. 특정 무기체계가 도입되어야 한다는 필요성을 제기하고(소요 제기) 무기 획득을 결정하는 정책 당국과 이해관계 집단(소위 군피아)이 비리를 만들고 조장한다. 업체들의 납품 비리나 개인의 뇌물 비리는 이미 결정 난 무기사업의 추진 과정에서 생기는 것으로, 비리의 끝자락에 불과하다.

 

한국 정부와 미군은 북한의 위협을 줄기차게 강조하고, 미국 등 외국의 방산업체들이 한국의 무기 소요를 간파해 마케팅하고, 국내 업체는 외국 업체와 연계하여 전직 장성들을 거느리고 군에 정책 로비를 펼친다. 국방부와 군을 비롯해 무기사업의 정책결정권을 쥐고 있는 자들은 이 유혹에 넘어가 수조 원대의 거대한 무기 도입 사업들을 결정하고 추진한다. 소요 제기부터 타당성 검토, 개발 혹은 구입, 시험평가, 운용 및 정비에 이르는 전 과정은 모두 군과 그 관계자가 관장한다. 비리는 무기 도입 결정 단계에서 이미 잉태하고 있다.

 

마구잡이식 무기 도입 과정이 비리의 핵심

각종 무기 도입 사업들은 북한의 위협을 부풀려 강조하면서 긴급하다는 이유로 마구잡이로 소요가 제기되고 추진된다. 천안함과 연평도 사건 후, 북한이 새로운 잠수함과 장사정포 등 가공할 무기를 구축했다는 말들이 난무했다. 이에 적극적 억제전략을 내세워 공격형 무기를 갖추는 대규모 무기 증강사업과 번개 사업이 추진되었다. 

 

북한의 미사일 실험이 있으면, 킬체인(Kill Chain) 구축과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를 갖추는 최첨단 무기 도입사업이 추진되었다. 정체불명의 조잡한 무인기의 등장이 새로운 심각한 위협으로 둔갑하여, 이스라엘제 아이언돔과 같은 저고도 레이더를 도입하고 요격망을 구축하는 소요가 제기되었다. 최근의 사드 배치 논란도 근거가 될 만한 정보는 제시하지 않은 채 북한 핵무기의 소형화가 이루어진 것처럼 흘리면서 시작되었다. 

 

이러한 것들은 수천억 원에서 수조 원대에 이르는 예산이 들어가는 사업들인데도, 공청회는커녕 정상적인 절차나 합리적 검토 없이 정책 결정이 순식간에 이루어진다. 정부와 군이 거론하고 언론이 경쟁적으로 보도하면서 엄청난 예산의 무기 도입 사업은 아무런 견제 없이 비공개적으로 추진된다. 지금 필요한지, 정말 급한지에 대한 검토 없이 제기되는 이런 대형 사업이야말로 비리의 원천이라 할 수 있다.

 

여기에다 육해공 삼군의 고질적인 무기 도입 경쟁은 무분별한 무기 소요를 만들고 중복 사업을 추진하게 만드는 배경이다. 이는 예산이 낭비되는 가장 결정적인 원인 중 하나다. 삼군은 각자 자기 군의 강화만 목표로 할 뿐, 합동작전에 따라 무기 소요를 설계하지 않는다. 이런 시스템에서는 조직 이기주의를 견제할 장치가 없다. 육해공 삼군이 각각 북한을 제압하겠다며 나서지만, 이는 한편으로 예산 확보를 위한 조직사업이자 기득권 유지의 수단이 된다.

 

또한 이런 구조에서 나오는 정책 결정은 비현실적으로 짧은 일정을 제시하기 때문에 고가의 무기를 해외에서 특히 미국에서 직구입하는 방식이 선호된다. 국산 개발을 추진하더라도 기술도달 가능성에 대한 충분한 검토 없이 일단 시작하고 본다. 핵심기술이 축적되어 있지 않아 불량 사태가 터져 나오면, 다시 개발 기간을 연장해 막대한 추가비용을 들인다. 

 

부실한 계획과 촉박한 일정으로 애초에 문제가 내재해 있지만, 이를 잘 알면서도 개발은 강행된다. 결국 나중에 감사원에 의해 부실 사업으로 판정 나고 만다. 게다가 그때그때 정책결정권자의 이해관계에 따라 무기사업들은 개발로 추진되다가, 해외 구입으로 바뀌었다가 한다. 마구잡이식 정책 결정, 손쉽게 뒤집히는 정책이 바로 비리 구조의 핵심인 것이다.

 

무기 도입 정책, 새롭게 만들어야 한다

한국의 올해 국방비는 37조 원에 달한다. 한국은 현재 세계 10위권의 국방비 지출 국가이며 20년간 누계 군사비는 북한 대비 10배에 이르지만, 매년 국방비를 인상해왔다. 그런데도 국방부와 군은 아직도 군사력이 북한에 밀린다고 주장한다. 이 주장이 사실이라면 그동안 얼마나 국방비를 허투루 써왔는지 스스로 증명하는 것이다. 반면 만연한 방산비리와 무분별한 무기 도입 사업은 얼마나 국방비가 남아도는지를 확인하게 만든다. 국방비 명목으로 특정 집단에 돈을 퍼주고 있기 때문이다.

 

무기사업은 대개 수천억 원 단위로 진행되고, 대형 사업은 웬만하면 조 단위이다. 수억, 수십억 원 정도는 사실상 아무것도 아닌 것이다. 육해공 삼군의 거의 모든 무기체계를 엄청난 예산을 투입해 국산 개발하고 있거나 최첨단 무기를 구입하고 있다. 그 속에서 기업들은 높은 이윤을 보장받아 왔다. 

 

북한과 주변국의 위협을 끊임없이 강조하며 무기 도입을 결정하는 이러한 구조는 한반도의 군비경쟁을 심화시키고 업체와 군피아의 배만 불릴 뿐이다. 이는 다시 남북관계와 주변국과의 관계를 경색시키고, 우리의 안보비용을 다시 높아지게 한다. 그 결과는 국민 세금 낭비이며 평화공존의 파탄일 수밖에 없다. 은폐된 무기 도입 정책에 책임을 묻고 정책 결정 구조부터 새롭게 만들어가야 한다. 군축이라는 다른 시스템을 만들어가는 일이 그것이다.

 

2015 제5회 세계군축행동의 날 캠페인 “우리 세금을 무기 대신 복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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