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북 유화론’ 사실인가 (연합뉴스, 2004. 12. 14)

최근 미국의 대북 `유화’ 혹은 `유연화’로의 `변화’가 거론되고 있으나 이는 “사실과 동떨어졌다”는 경계론이 나오고 있다.

최근 국내외 보도중 미국의 대북 유화 혹은 유연성 등을 보여주는 사례중 상당수는 착시, 해석의 차이, 또는 `사실의 오류’ 등에 기인하는 것이며, 조지 부시 행정부의 대북 인식과 정책엔 아무런 변화가 없다는 것이다.

최근 일부 외신이 “미국은 북한의 고농축 우라늄 프로그램 문제에 대해 유연한 입장을 조셉 디트러니 대북 특사와 한성렬 유엔주재 차석대사를 통해 북한에 전달했다”는 보도에 대해 한 외교소식통은 13일 “그런 입장을 전달한 사실과 이에 대한 유연성 해석 모두 틀리다”고 단언했다.

그는 “현 행정부가 국무부 대변인의 정례 브리핑을 통해선 `미국이 지난 6자회담에서 가장 좋은 안을 내놨고, 더 논의할 게 있으면 6자회담에서 할테니 일단 회담에 나오라’고 일관되게 말하면서 막후 접촉을 통해 다른 입장을 전달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다른 외교소식통은 디트러니 특사와 한 차석대사간 뉴욕 접촉 자체에 대해서도 “북한의 명확한 입장 표명 요구에 따라 다시 한번 미국의 입장을 명확히 직접 전달하고, 중국의 입장을 배려하는 동시에 대화 해결을 위해 안해본 것 없이 다 했다는 명분쌓기 의미도 있다”고 해석했다.

이에 앞서 미국의 대북 정책의 의미있는 변화로 해석돼 이같은 유화론의 급격한 확산 계기가 됐던 `정권변형 혹은 체제변형’이라는 말의 경우, 미 정부 당국자들의 이 표현 사용은 멀리는 2002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고 이들은 지적했다.

특히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전쟁 이후 북한과 이란 등을 겨냥한 정권교체론이 미 행정부 안팎의 일부 강경파에 의해 제기된 데 대해 북한, 이란은 이라크 등의 케이스와 다르게 다룬다는 점을 설명할 때부터 이 표현을 썼다는 것이다.

국회 방미단이 스티븐 해들리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내정자 및 마이클 그린 아시아 담당 선임국장 등과 면담한 자리에서 이 표현이 나온 맥락도 사실 미국의 대북정책 목표가 북한의 `정권교체(regime change)’에 있지 않다는 기존 입장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굳이 표현한다면”이라는 단서를 달아 나왔다.

한국 정부도 김대중(金大中) 전 정부이래 현 정부에 이르기까지 “북한의 개혁.개방을 통해 북한이 국제사회의 책임있는 일원으로 나오게 하는” 점진적 체제변화를 대북 정책의 기조로 삼고 있다.

실제 지난 2002년 5월14일 임동원(林東源) 대통령 외교안보통일 특보는 대한상공회의소 초청 조찬간담회에서 “북한의 점진적인 개방과 체제변화를 유도하기 위해” 북한과 경제공동체 구축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미국 정부의 정권.체제변형론도 그린 국장이 “경제체제 변화도 그 일환”이라고 말했듯 대체로 같은 뜻으로 사용돼 왔다.

미국은 다만 최근 북한이 6자회담 복귀 전제조건으로 대북 적대정책 포기를 약속할 것을 주장하는데 따라 “정권교체 의도가 없다”는 점을 기회있을 때마다 강조하고 있을 뿐이라는 것.

문제는 북한정권 입장에선 한미 양국 정부의 북한의 점진적 `체제변화’론마저 자신들의 장래를 담보할 수 없는 함정이 도사리고 있는 것으로 보고있다는데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대북 `햇볕정책’에 대해 보수층의 반대외에 북한 역시 “결국은 우리 옷을 벗기기 위한 것 아니냐”며 이 용어에 반발한 사실이 이를 말해준다.

북한으로선 정권교체가 아니라 정권.체제변형이라고 해도 유연화라고 감동받을 처지가 아닌 것이다. 더구나 미 행정부가 체제변형의 수단으로 제재 등의 강압적 수단을 배제했다는 조짐은 없다.

현 시점에서 미국은 일단 북한을 6자회담에 복귀시키는 데 최단기 목표를 두고 이를 위한 국제적 여론 압력을 최대 동원하고 있는 상태일 뿐 부시 1기에 비해 더 강경해진 것도 더 유연해진 것도 아니라고 이들 소식통은 강조했다.

이들은 “최근 갑자기 미국의 대북 유연화론이 불거지고 북핵 문제에 대해 낙관적인 얘기들이 많이 나오는데, 뭘 보고 그러는지 모르겠다”고 입을 모았다.

미국은 6자회담 재개 목표달성을 위해 북한을 제외한 6자회담 참여 5개국 사이에 존재하는 구체적 사안에 대한 이견이 표면화되는 것을 최대한 막고 회담 조기개최와 이를 통한 협상 용의라는데만 초점을 맞춰 5개국의 의견일치를 과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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