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군축센터 파병 2003-11-19   342

[성명] 한-미연례안보협의 파병협의에 대한 논평 발표

총을 든 군인은 단 한명도 이라크에 보내선 안된다

한미간, 4당간 그 어떤 밀실합의도 국민의 저항에 직면할 것

1. 이번 한-미연례안보협의(SCM)에서 논의되었다는 한-미간의 파병협의가 여전히 모호해 보인다. 다만 ‘미국측이 한국정부가 제시한 3,000여명 규모의 재건지원부대를 수용했고, 파병부대의 규모와 파병시기 등의 구체적 내용에 대해서는 협상해 나간다’는 사실에 대해 청와대가 밝혔을 뿐이다.

2. 만약 정부가 말한대로 3,000여명 규모의 병력을 파병한다면, 한국은 영국에 이어 3번째로 많은 병력을 파병하는 국가가 되는 것이다. 대다수의 국가들이 이미 보낸 군대의 철군을 논의하고 있고, 파병결정을 철회하고 있는 마당에 ‘나홀로 파병’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연내 파병계획을 사실상 포기한 일본조차도 테러 공격의 대상이 되고 있고 이라크 주재 일본 대사관에 총격이 가해지는 상황을 고려한다면, 한국 또한 테러대상국으로 거론될 날도 멀지 않을 것이다. 테러 첩보로 인해 아프가니스탄 대사관 직원들이 피신한 것은 그 신호탄일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이렇듯 상황이 악화되고 있음에도 여전히 대규모 파병을 통해 무고한 젊은이들을 사지로 내몰고, 자국민의 안전까지도 위협받는 일에 앞장서는 정부의 행태는 어떠한 이유로도 납득될 수 없다.

3. 정부는 미국이 우리의 안을 받아들였다는 것을 강조하기 전에, 국민이 정부의 안을 수용하고 있는 것인지를 먼저 물어야 한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결과에서 국민의 과반수가 파병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는 국민에게 파병안을 설명하고, 의견을 구하기 보다 미국에게 먼저 파병안을 제시하고, 미국의 의중을 살피기에만 급급했다.

아직도 국민들은 미국에게 제시한 파병안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모르고 있다. 청와대도 구체적 협상내용을 밝히지 않은 채, 한국정부의 입장을 미국이 받아들였다는 사실만을 강조하고 있다. 마치 한국정부가 독립적인 선택을 한 것처럼 과장하고 있지만, 다시 한번 ‘유일하게 미국의 압력이 유효한 나라’라는 사실만을 확신시켜 준 것에 불과하다. 참여정부는 국민의 의견보다 미국의 압력을 더 중요시 여기는 것처럼 국민들에게 인식된 것에 대한 비난과 책임을 면하기 힘들 것이다.

4. 정부는 이번 파병부대의 성격이 재건위주의 부대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이라크의 재건작업에 왜 ‘군’이 필요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정말로 재건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 민간인을 보내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일 것이다. 또 노무현 대통령이 밝힌대로 ‘이라크의 민주화’를 목적으로 한다면 오히려 점령군인 미군의 조기철수를 주장하고 유엔 주도로 주권이양 작업을 서두르도록 돕는 것에 우선해야 할 것이다. 어디에서도 군대를 보낼 명분을 찾을 수가 없다. 게다가 정부가 보낸 조사단조차도 이라크 인들은 ‘군대를 원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돌아오지 않았는가.

5. 더구나 국방부는 아직도 안정화 작전과 치안유지 활동을 목적으로 하는 부대 파병을 관철시키려는 의도를 곳곳에서 보여주고 있다. 국방부는 어느 나라 국민의 안위를 책임지고 있는 국방부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향후 추가 협상과정을 국방부에게 맡겨서는 안될 것이다. 아울러 더 이상의 국민적 혼란을 막고 안위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국방부 관계자들에 대한 문책은 조속히 단행하는 것이 마땅할 것이다.

6. 상황이 이런데도 국민의 안위를 책임지고 있는 정치권이 보이는 자세는 무책임 그 자체이다. 여당인 열린우리당은 정부의 결정에 대해 즉각 환영한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히고 나왔다. 불과 며칠 전에 일어난 비전투병 위주의 이탈리아 부대에 대한 테러 공격을 벌써 잊어버렸단 말인가. 만에 하나 비전투병이 파병되어 사상자라도 발생한다면 우리는 그 책임을 열린우리당에게 물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또한 실질적으로 국회 통과 의석수를 가지고 있는 원내 제1당인 한나라당은 오로지 파병결정에 따른 책임만을 피하기에 급급한 모습만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는 대통령이 12월초 여야 4당과 파병방침을 조율하겠다고 밝힌 것에 주목한다. 만약 4당 대표가 국민이 원치 않는 파병안에 대해 동의하고 그 책임을 서로 전가하려고 한다면, 이에 대해 우리는 국민과 함께 싸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7. 우리는 사회적 공기를 자처하는 일부 보수 언론이 보여주는 행태에 대해서도 우려를 금할 수 없다. 국민의 주권과 안전은 도외시한 채 미국의 파병요청 자체를 일종의 시혜인양 거론하는 대목에서는 ‘징용에 불러주신 황은’을 대서특필하던 일제시대의 곡필이 연상될 지경이다.

8. 정부는 지금이라도 졸속적인 파병결정의 잘못을 시인하고 파병방침을 철회해야만 한다. 실수를 인정하는 것이 더 이상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는 길이다. 잘못된 지난 1차 파병으로 인해 또다시 파병논란에 휩싸인 것을 자각해야 한다. 이런 얽힌 파병 논의를 풀기 위해서라도 미국과 추가적 협의에 집착할 것이 아니라, 국민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고 국민들과의 논의에 조속히 나서라. 국민을 외면한 밀실합의의 당사자들은 대통령이든, 정당이든 파병을 반대하는 온 국민의 저항에 부딪힐 것이다. 끝.

평화군축센터

PDe2003111900-.hwp

첨부파일: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참여연대 후원/회원가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