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군축센터 핵없는 세상 2010-08-30   3105

[후기] 월례포럼 “NPT체제와 이란”- 한국정부의 선택은?

8월 24일 저녁, 참여연대 느티나무홀에서는 ‘NPT체제와 이란’이라는 주제로 비핵화월례포럼이 열렸다. 비핵화 월례포럼이 마련한 첫번째 시간이었다.

미국이 미국 독자의 이란제재에 한국이 동참해 줄 것을 요청하고 한국 정부가 “미국 정부와 긴밀히 협의하면서 가능한 범위 내에서 협력하겠다”고 밝힌 후 , 그동안 우호적인 분위기 속에서 경제활동을 활발히 해오던 한국과 이란 사이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한국이 미국의 이란 제재에 동참할 경우 한국의 휘발유 가격이 3000원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알려지면서, 이란 제재가 한국 경제에 끼칠 악영향에 대해 사회 전반적으로 불안이 들끓고 있다.

미국은 이란에 대해 독자적인 제재를 감행하려고 하는 것은, “이란이 핵무기를 만들려고 하기 때문이다”라고 밝히고 있고, 이란은 이에 맞서 “석유 자원이 고갈될 때를 대비해 원자력 발전을 준비해 놓으려는 것이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따라서 이 문제를 풀어나가기 위해서는 ‘이란 핵문제’에 대해 주의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비핵화 월례포럼에서 첫번째 주제로 ‘NPT제체와 이란’을 선택한 이유이다.



NPT와 이란 핵문제 바로알기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한국이 유엔안보리에서 규정한 제재 이상의 미국 제재에 동참하는 것은 종속적이고 위계적인 한미동맹에 의한 것이며 이명박 정부의 한미동맹 올인외교에 의한 것이다. 천안함 침몰 이후의 한미공조속에서 이루어진 대북제제와 무력시위가 부메랑으로 돌아온 것이다.”라는 소개말로 시작했다.

NPT 탄생의 주역에서 핵확산의 주범으로?

이란은 NPT 체제의 출범에 기여했고 1979년 혁명 이전까지 서방 국가들과 원자력 협력 관계를 맺었었다. 이란 핵문제가 국제 사회의 관심을 끈 것은 2002년 하반기로 이란의 반정부 단체가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신고하지 않은 핵시설을 이란 정부가 보유하고 있다고 폭로하면서 부터이다. 이에 대해 이란 정부는 소규모 농축 시설이 있다고 인정하면서 중수로와 핵연료 공장 등을 건설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그러자 IAEA는 2003년 9~10월에 걸쳐 핵사찰에 실시해 11월에 결의안을 채택했다. 핵문제가 불거지자 이란 정권은 유럽 3개국(프랑스, 영국, 독일)과의 합의를 통해 IAEA 추가 의정서에 서명하고 우라늄 농축 활동을 잠시 중단하기로 했다. 그러나 2005년 6월 대선에서 대 서방 강경 노선을 표방한 마무드 아마디네자드가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이란은 부시 행정부의 강경책과 유럽 국가들의 합의 위반을 비난하고 우라늄 농축 활동을 재개한다고 선언했다. 그러자 IAEA는 미국의 강력한 요구에 따라 이란 핵문제를 유엔 안보리에 회부했고, 유엔 안보리는 의장 성명을 통해 이란에 즉각적인 농축 활동 중단을 요구했다. 이란이 안보리 의장 성명을 거부하자 안보리는 경제 제재를 부과하는 결의안을 채택했고,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은 이를 일축하면서 중수로 건설 계획을 발표해 서방 국가들과의 대립각을 분명히 했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유엔 안보리의 제재 부과와 이란의 원칙을 고수하는 태도는 악순환을 형성해 오늘날까지 이르게 된 것이다.

이란 핵문제의 본질적인 성격들

첫번째는 이중용도의 문제다. 이란이 자체적으로 보유하려고 하는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은 저농축을 하면 핵연료나 의료용 목적으로 사용될 수 있는 반면에, 고농축을 하면 핵무기를 제조할 수 있는 핵분열 물질을 추출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서방 세계에서는 석유 생산 대국인 이란이 ‘핵발전소가 필요하다는 주장’에 의문을 제기한다. 그러나 이란은 “언제 고갈될지 알 수 없는 석유에만 의존할 수는 없다”며 “석유 고갈에 대비하기 위해 핵발전소가 필요하다”고 맞섰다.

두번째는 국제법적 문제다.  이란의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 보유는 NPT 회원국으로서 ‘양도할 수 없는 권리’이다. 이를 근거로 이란은 자체적인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 보유는 주권 국가이자 NPT 회원국이 가지는 당연한 권리라고 못 박는다. 그러나 서방 세계에서는 이란이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을 확보하면, 언젠가 NPT에서 탈퇴해 북한의 길을 갈 것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핵문제를 둘러싼 미국과 이란의 갈등이 커지면서 유럽 연합과 러시아는 여러 차례에 걸쳐 중재안을 제시한 바 있다. 원자로 가동과 의료용 연구 원자로에 필요한 핵연료를 외부에서 제공하는 조건으로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을 포기하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란 정부는 핵연료를 외부에 의존할 경우 그 연료를 제공하는 국가에 정치적·경제적으로 종속될 수 있으므로 자체적으로 핵연료 주기를 확보하겠다는 입장이다.

세번째 문제는 핵문제에 미국이 적용한 이중 잣대에 이란이 근본적으로 불신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이스라엘은 미국과 프랑스의 방조 속에서 핵무기 개발해 성공해 오늘날에는 100~200개 정도의 핵무기를 보유한 핵 강대국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이스라엘 핵문제를 NPT 회의에서 논의하는 것 자체를 꺼려하며 NPT 비회원국인 인도와 파키스탄의 핵개발을 묵인했다. 오바마 행정부는 베트남과 원자력 협정을 추진하고 있는데, 베트남의 자체적인 농축 우라늄 생산을 허용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이러한 미국의 이중 잣대는 이란으로 하여금 ‘왜 나만 갖고 그러느냐’는 불만을 증폭시키면서 핵문제 해결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네번째는 탄도 미사일 문제다. 이에 대해 이란은 인공위성 발사체든 탄도 미사일이든 로켓 능력을 보유하는 것은 주권 국가의 당연한 권리라고 맞서고 있다.

이란은 핵무장을 꿈꾸는가?

이란은 ‘평화적 목적’에 있다는 점을 계속 강조한다. 이란이 원하는 것은 핵무장이 아니라 핵연료 주기를 완성해 핵무기 개발 잠재력을 보유하고 이를 통해 국제 사회에서 위상을 강화하는 데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미국이 문턱을 낮추면 이란 핵문제 해결이 가능하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미국이 이란의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 ‘불허’라는 비현실적이고 차별적인 목표를 거둬들이고 이란 핵 프로그램에 대한 모니터링과 검증 체제 강화를 선택한다면, 이란의 이해관계와 맞아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뒷받침하듯 이란은 자신의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 보유 권리가 인정되면, IAEA의 감시와 사찰 강화에 동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현실적인 해법은 이란의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 보유를 인정하면서 강력한 감시와 검증 체제를 구축해, 이것이 핵무기 개발용으로 전용되는 것을 차단하는 방안을 강구하는 데에 있다. 검증 체제 강화 차원에서 이란에게 IAEA 추가 의정서의 비준을 요구하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다. 이란이 이 의정서를 비준하게 되면, 사실상의 전면 사찰을 받아야 한다는 점에서 핵무기용 프로그램을 가동하기란 거의 불가능해진다. 그러나 부시는 물론이고 오바마의 태도도 완강하다. 특히 이란이 대규모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을 통해 ‘핵 잠재력’에 도달하면, 미국을 비롯한 국제 사회의 저지에 앞서 핵무장에 성공하는 ‘돌파 능력’에 도달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한다. 

20%를 둘러싼 갈등

결론적으로 이란 핵문제의 핵심 쟁점은 두 가지로 압축된다. 하나는 이란의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 보유 인정 여부이다. 이란은 NPT 회원국으로서의 “양도할 수 없는 권리”라고 주장하고 있고, 미국 등 서방세계는 이란의 의도를 의심한다. 또 하나는 우라늄 농축 활동을 인정하더라도, 어느 정도 수준까지 농축 활동을 인정하느냐이다. 이란은 20%까지를 주장하고 있고, 미국 등 서방세계는 이것을 인정하면 이란이 핵무장을 할 수 있는 ‘돌파 능력(breakout capability)’를 갖게 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핵개발 논란을 둘러싼 이란 현지의 목소리

김재명 국제분쟁전문기자는 “이란을 2007년과 2009년, 두번 다녀왔다. 특히 2009년은 호메이니 혁명이 30년 되는 해로 큰 기념행사가 있었는데 이것을 보고 여러 가지 느낀 바가 있다. 이란에서 직접 만난 사람들의 안보위협의식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상당히 크다.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 친미정권이 들어섰고 지난 30년동안 미국의 경제제재를 받아와 안보에 대한 위기감은 상당히 크다.”라고 이란 사람들을 직접 만나서 들었던 ‘핵과 관련된 그들의 입장’에 대해 설명을 시작했다.

이란 핵개발은 평화적 목적

이란 정부나 언론사, 국책연구소들이 하나같이 내놓는 논리는 ‘평화적 핵에너지 개발론’이다.
국제문제와 안보를 다루는 이란 싱크탱크 가운데 가장 큰 테헤란 전략조사센터(CSR) 연구원들을 만나 이란의 핵개발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 물어보니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석유는 유한한 자원이라서 21세기 안에 바닥이 난다. 그렇다면 다른 대체 에너지를 개발해야 하는데 현재로선 원자력 에너지말고는 마땅한 대안이 없어 원자력발전소를 세우려는 것뿐이다. 이란이 원자력발전소를 여기저기에 세우는 것은 핵확산금지조약(NPT)가 보장하고 있는 핵의 평화적 이용 주권을 행사하고 있을 뿐이다.”(아미르 자미니니아,CSR 부소장)

“이스라엘은 미국의 보호막 아래 핵확산금지조약(NPT)에도 가입하지 않고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도 받지 않았다. 그러면서 적어도 2백개가 넘는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 우리 이란은 NPT에도 가입해 있고, IAEA의 사찰규정에도 성실히 따르려고 노력해왔다. 그러니 어느 나라가 국제법을 어기고 중동평화를 위협하는 존재냐?”(라만 가흐레만포르 박사, CSR 군비축소 분야 전문연구원)

이란 핵정책 세 가지 시나리오- “이란의 핵모델은 북한 아닌 일본”

외교관 출신으로 이란의 안보관련 싱크 탱크인 전략연구센터(CSR)의 선임연구원인 나세르 사그하피-아메리는 이란이 선택할 수 있는 핵정책 시나리오를 세 가지로 꼽는데 첫째는 북한모델, 둘째는 리비아 모델, 셋째는 일본 모델이다. 북한 모델은 핵개발을 밀어붙이는 방식이다. 리비아 모델은 핵개발 프로그램을 스스로 폐기하는 경우다. 일본 모델은 핵무기 보유국이 아닌 한 국가가 NPT 체제를 준수하면서도 핵연료를 충분히 활용할 제반 능력과 대규모 설비를 갖춘 경우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이란의 핵모델은 일본 모델이다. 그는 “일본은 플루토늄 축적량도 많고, 언제라도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기술과 능력을 갖췄다. 우리 이란이 나아갈 방향도 바도 그런 쪽이다.”라고 설명했다.

미국과의 수교 바라는 이란 지식인들

이란은 1979년 이슬람 혁명 이래로 끊어진 미국과의 외교관계를 복원하고 싶어 한다. 미국과 수교를 맺을 경우 안보위기감이 덜어지는 것은 물론이고 그동안 투자 제한 등 이란에 가해졌던 경제제재 압력이 느슨해져 이란 경제에 도움이 될 것이란 기대감에서다. 문제는 미국의 대이란 강공책이 이란 유권자들로 하여금 대미 강경론을 부르짖는 보수강경파에게 표를 던지도록 이끈다는 점이다. 미국은 이란에 대한 압박을 계속함으로써 개혁파의 정치적 입지를 좁혔고, 오히려 보수강경파의 정치적 입지를 강화시켰다고 이란 지식인들은 지적한다.

누구를 위한 이란 제재 동참인가

미국은 왜 이란이 ‘평화적으로 이용’하겠다는 핵에너지 개발문제에 그토록 과민반응을 보일까. 존 미어샤이머(미 시카고대 교수)와 스티븐 월트(미 하버드대 교수)가 2006년3월 <런던 리뷰 오브 북스>에 이스라엘 로비(Israel Lobby)의 문제점을 용기 있게 다룬 글 ‘이스라엘 로비와 미국 외교정책’에 그 해답이 담겨있다. 그 글에 따르면 “미국이 이란 핵개발 문제에 그렇게 신경 써야할 절실한 이유가 없는데도 그에 매달리는 것은 다름 아닌 이스라엘 로비 때문”이라는 것이다. 결국 미국은 이스라엘 안보를 위해 이란을 봉쇄하는데 전력투구하는 모습이다. 한국의 이명박 정부가 미국의 요구를 뿌리치지 못하고 한미동맹이란 명분 아래 대이란 경제제재에 동참하겠다고 나선다면 한국의 국가이익과 대외정책이 유대인들의 손에 놀아나는 셈이 된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2010 NPT 재검토회의와 국제시민사회의 대응



김수현 진보신당  상상연구소 정책연구위원은 “이란 문제 뿐만 아니라 한국 정부도 일본을 모델로 해서 한미원자력협정을 개정하려고 한다. 일본도 하는데 우리는 왜 못하냐 하는 식이다. 평화적 핵이용권에 대해서도 많은 논쟁이 있다. 그러면 이러한 ‘핵’문제에 시민사회에서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라는 질문을 던지며 설명을 시작했다.

2010 NPT 재검토회의 준비과정

오바마의 핵정책은 핵군축과 핵억지의 사이에서 부유하고 있다. 유명한 프라하 연설에서 ‘핵없는 세계의 이상과 핵억지 정책 및 핵억지력의 유지’를 천명하고 2010 NPR(핵태세검토보고서)에서는 ‘비핵국가에 대해서는 미국에 대해 재래식 무기나 생화학무기를 이용한 공격을 감행할지라도 핵무기를 사용하거나 위협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미·러 간 새로운 전략무기감축협정(START)과 핵안보 정상회의에서는 ‘전략핵무기 감축을 재개하면서도 핵물질에 대한 안보(테러집단, 이란, 북한 등)를 강조’하고 있다.

한편 ‘핵무기 전면 철폐’라는 국제규범 확립의 공감대 형성가 형성되었는데 포괄적 접근으로서 ‘핵무기금지협정’이 부상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핵무기 철폐를 위한 5개 항목을 제안했고, ‘브릭스 위원회(스웨덴 정부 후원, 한스 브릭스 전 IAEA 사무국장이 위원장)’ 보고서 제 30항목에서는 “… 핵무기의 비합법화에 대한 대비를 시작해야한다.”고 제안했다. 코피 아난 전 유엔 사무총장은 연설에서 타임테이블 형태로 핵무기 철폐를 위한 실행계획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으며 2007-2008년 미국 전직 고위관료들과 전문가집단에서 ‘핵무기 없는 세계’를 목표로 한 정책 전환을 주장했고, 새로운 의제를 위한 연합과 비동맹 국가들의 활동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러한 정부 기구들의 핵군축 활동에 대해서 비정부 기구들의 대응의 예로 ‘중견국가 이니셔티브’와 ‘평화시장회의’의 입장을 살펴보자.

‘중견국가 이니셔티브’는 2010 NPT 재검토회의 관련 입장과 권고에서 “핵무기 철폐를 위한 핵보유국들의 역할 강조 ·(핵관련 통계 등) 투명성 제고, 포괄적 핵실험 금지조약(CTBT)의 무조건 비준 · 무기용 핵분열물질의 생산금지에 관한 조약(FMCT) 체결을 위한 협상 지지, (핵보유국뿐만 아니라 핵 동맹을 맺고 있는 국가들도) 안보정책에서 핵무기 역할 축소 제거해간다는 명확한 독트린 천명, 핵전략 감축 협상 환영과 거기에 비전략핵무기 및 실전에 배치되지 않은 핵무기 포함, 중동(비핵지대)문제, 비확산과 핵연료사이클 관련 다국적 규제와 저농축우라늄 뱅크, 국제 에너지기구 설립” 을 주장했다.

– 포괄적 핵실험 금지조약(CTBT) : 1996년 국제연합(UN) 총회에서 어떠한 형태·규모·장소에서도 핵폭발 실험을 금지한다는 내용으로 결의한 전면적이고 포괄적인 핵실험금지조약
-무기용 핵분열물질의 생산금지에 관한 조약(FMCT) : 무기용 우라늄과 플루토늄 등 핵무기용 핵분열성 물질의 생산을 금지하자는 조약

평화시장회의(Mayors for Peace)는  히로시마-나가사키 의정서에서 “2020년까지 핵무기 없는 세상 구축을 위해 핵무기 보유국들과 비핵국가 모두 핵무기 획득과 관련한 모든 활동 중단을 중단하고 핵군축 달성을 위한 협상에 성실히 임할 것을 요구, 핵무기금지협정이나 그에 상응하는 기본합의서를 목표로 해야 한다고 강조, 이를 위한 협상의 즉각 개시와 협상이 마무리될 때까지 관련 사무국 설립, 운영”이라고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10 NPT 재검토회의의 결과 

최종문서의 주요 내용은 “중동비핵지대 회의 등과 관련한 중동 지역 국가들과 미국 등의 줄다리기 끝에 2012년 중동비핵지대 회의 개최와 이스라엘의 NPT가입 촉구 명기, (재검토회의전까지 상당한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었고 구체화를 기대했던) 핵무기금지협정이 언급되기는 했지만, 그 협정의 내용적 의의(제안한 의도)라고 할 수 있는 핵군축 이행과 그 로드맵에 대한 구체적 합의에 있어서는 많이 미흡, 북한에 대해서는 2006년과 2009년 수행한 핵실험을 가장 강력한 용어로 비판하고, 이와 관련된 유엔 안보리의 결의를 상기시키며 북한은 핵보유국의 지위를 가질 수 없다고 명시” 로 요약 할 수 있다.



재검토회의에 대한 국제시민사회의 평가와 과제

위와 같은 내용의 2010 NPT 재검토 회의에 대한 시민사회단체의 평가와 입장은 어떠할까. 그 예로 일본시민단체인 원수협과 원수금의 입장을 보자.

2010년 8월 원수협(원수폭금지일본협의회)은 원수폭금지세계대회의 선언과 결의안에서 재검토회의에 대한 평가를 “2010 NPT재검토회의가 핵무기 폐절의 역사적 전환점이 되기 위해 핵무기폐절조약(핵무기금지협정)의 교섭 개시를 목표로 삼았으며 최종문서 등에 핵무기 없는 세계가 국제정치의 명확한 목표가 되었으나, 핵무기폐절과 관련한 구체적 약속에서 부족하다고 판단된다. 그 까닭은 핵보유국 등이 ‘핵억지’ 정책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핵억지력론’은 그들 핵보유국뿐만 아니라 일본 등의 핵우산 의존 정책을 유지하고 있는 국가들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새로운 핵보유와 핵확산의 요인으로, 핵무기 없는 세계 실현의 최대 장애라고 규정할 수 있다.”라고 내리고 있으며 앞으로의 과제로 “핵무기폐절조약의 조속한 교섭 개시와 체결 요구, 그 실현을 위한 시민, 자치체, 국제적 수준의 다양한 활동 전개, 핵억지력론 타파, 핵보유국과 핵우산의 밑에 있는 일본 등 동맹국들에서 그것과 결별하는 운동의 전개”를 주장하고 있다.

원수금(원수폭금지일본국민회의)은 세계대회의 세계대회 선언(문)에서 NPT 재검토회의를 “핵확산과 미국 부시 행정부의 일방주의에 의해 NPT체제가 거의 파탄 지경에 이르렀으나 이번 2010 재검토회의에 의해 재생되었으며 최종문서는 핵 폐절의 로드맵(行程表)나 기한설정 등이 없는 등 불충분한 점이 있으나 핵무기 폐절의 전망을 열었다. 특히 반총장 등의 히로시마 평화기념식전 참가와 반총장의 연설을 높이 평가한다.”라고 평가하고 있으며 일본의 책무로 “원수협과 공통적인 것으로 핵우산으로부터 탈피, 비핵3원칙의 엄수와 법제화, MD 반대, 기지 반대, 동북아비핵지대화(를 위한 노력) 명기, 로카쇼무라 재처리 공장 가동 등 플루토늄 이용 정책이나 노후 원자력발전소 등 위험 원자력시설 가동의 즉시 중지 및 재생가능한 자연에너지에 의한 탈원자력발전소 사회 지향 천명”을 주장하고 있다.

비핵보유국으로서 핵억지력에 대해서 또한 이명박 정부가 자원외교, 한미원자력 협정 개정을 추진하는 문제에 대해서 한국 시민사회단체들은 어떻게 연대할 수 있으며 어떤 대응을 해야 할 것인가 이런 문제가 과제로서 제기되고 있다.

발제자들의 발제 후 이태호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과 이기호 노틸러스 아리 리장이 토론을 이어갔다.

이태호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

이란 핵문제는 파키스탄에서 불거져 나왔다. 이란은 파키스탄으로부터 원심분리기를 수입 한 바 있다. IAEA와 미국은 이란 사찰과정에서 이 원심분리기에서 고농축우라늄을 추출한 흔적이 있다면서 이란의 핵무기개발을 의심했다. 이란은 고농축우라늄을 추출한 바 없으며 파키스탄에서 수입할 때 묻어온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 논란은 2005년 미국,러시아, IAEA등이 검토 결과, 이란의 해명이 사실인 것으로 밝혀지면서 일단락되었다. 그 뒤 이란 핵문제에 대한 논란은 NPT체제 내에서 비교적 투명하게 이루어져왔고 이란과 서방간의 공개적인 협상과정이었다.

사실 칸 박사와 파키스탄이 핵물질과 핵무기를 갖고 있으면서 핵확산을 주도했는데 파키스탄이 미국의 대태러 전쟁에 참여한다는 이유로 미국에게서 어떤 제재도 받고 있지 않다. 칸 박사에 대한 제재도 없다. 인도는 NPT 미가입국이고 핵실험국임에도 불구하고 제재를 받지 않았다. 오히려 인도는 미국과 핵협력을 약속받았고, 한국 정부 또한 핵연료 주기 완성을 위해 뛰고 있다. 이란만 제재를 당하고 있는 것이다.

유엔 안보리 국가들이 이란에게 ‘우라늄을 해외에서 농축해서 쓸 것’을 권고하고 러시아가 이를 해주기로 했는데 이란은 터키하고 브라질하고 하겠다고 밝혔다. 어쨌든 다른 나라를 통해 우라늄을 농축하라는 서방의 제안을 이란은 자기식대로 받은 것인데 이란의 이런 조치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제재에 착수했다.

한국은 “유엔 제재에도 미국의 제재에도 동참하겠다”라고 입장을 밝히며 이란의 중앙은행을 제재하려고 한다. 이란의 중앙은행을 제재하면 이란의 중앙은행과 거래를 하는 모든 기업과 은행은 제재를 받게되고 이것을 하지 않으면 미국이 한국을 제재하려고 한다. 만약, 미국이 한국의 은행을 제재해 미국에 달러계정을 개설하지 못하도록 할 경우, 해당은행은 달러 거래나 지급보증을 하지 못하게 된다고 한다. 이 수준이면 사실 개별 기업에 대한 제재들 넘어 국가에 대한 제재 수준이다.

한국 정부가 스스로 이러한 제도를 자발적으로 만들고자 해왔다는데 더 큰 문제가 있다. 미국이 방코델타아시아(BDA) 은행으로 하여금 북한 자금을 동결할 것을 압박하고 있었던 2006년 한국정부는 ‘테러자금 조달금지법’ 입법을 추진했다. 테러세력이라고 간주되거나, 대량살상무기확산과 관련된 행위는 물론 그와 연관된 개인이나 기업에 대해 재무부장관의 명령으로 금융자산을 동결할 수 있도록 하는 법이다. 당시 이 법인 남용될 것을 우려하여 시민사회단체의 노력으로 법에서 ‘테러’라는 정치적 용어를 제외하고 구체적인 개별 국제협약 위반행위에 대해서만 적용하도록 대상을 제한하도록 했고,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공중협박 행위자 외에 ‘관련 개인과 기업’의 자산까지 함부로 동결하지 못하도록  법조항을 완화한 바 있다. 그런데 이번에 금융위원회에서 ‘테러와 연결되었다고 볼 수 있는 개인과 기업들’까지도 제재 할 수 있도록 개정안을 고시했다. 테러행위자 규정도 자의적일 수 있고, 그와 관련된 기업들에 대한 규정은 더욱 자의적으로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헤즈볼라, 혁명수비대가 과연 테러단체인지는 논란이 많다. 유엔은 헤즈볼라를 저항세력이라고 지칭하는 반면, 미국은 테러세력으로 규정하는 것이다. 혁명수비대 같은 사실상의 국가조직은 이란의 모든 경제주체들과 거래를 하는데, 미국은 이런 맥락에서 이란 중앙은행을 제재하겠다는 사실상 이란국가활동 일반에 대한 제재를 시도하고 있는 셈이다. 이번 개정안은 한국도 이와 흡사한 법제를 마련하려는 시도인 셈이다.  

게다가 한국정부는 이 법이 통과되기도 전에 이미 북한과 미사일과 핵관련 기술 거래를 하고 있다는 의혹을 받도 있던 미얀마에 대해 미국과 유사한 방식의 금융제재를 가하기로 결정해버렸다. 한국의 은행과 기업들에게 올해 연말까지 미얀마와 외환거래를 중단하라고 통보한 것이다. 이 쯤되면 한국의 이란 제재는 시간문제일 뿐이다. 즉 한국정부는 미얀마를 제재한 선례도 있고, 관련 국내법도 정비한 마당에 이란에 대해 제재하지 않겠다고 말할 논리적 근거를 찾기 힘들게 될 것이다. 실용외교를 주창하던 이명박 정부가 미국 네오콘식의 패권적이고 비현실적인 외통수 외교에 올인하고 있다. 이것은 경제적 피해는 물론 한반도 평화에도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기호 노틸러스 아리 리장 

사실 엔피티 검토보다는 미국검토를 먼저 해야 한다. 제재문제는 미국이 결정하고 강요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닌 세계적인 차원의 합의가 필요한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자의적이고 일방적으로 제재를 남용하고 있다. 이러한 행동을 하는 미국을 어떻게 평가할 것이가, 이것을 먼저 생각해봐야 한다.

이와 관련하여 우리는 핵문제와 같은 안보문제에서 시민사회가 어떻게 국제 레짐을 형성하는데 기여할 수 있을지, 현재는 얼마나 개입하고 있는지 검토해봐야 한다. 현재까지는 상당히 무시되고 있다. 핵문제는 군사적 문제, 안보문제를 담보로 하고 있어 시민사회가 접근할 수 있는 것은 차단당하고 있다.

이러한 부분에서 시민사회가 어떻게 개입할 것인가. 결국은 ‘국제사회에서 레짐을 만드는 단위를 어떻게 볼 것인가’가 문제인데 국제단체, 시민사회, 지방자치단체, 도시 국가, 정부 차원이 아닌 입법부나 사법부 차원에서 레짐을 만들어 나갈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미국의 일방주의에 어느 정도 제재를 가할 수 있는 틀을 만들 수 있다.

미국 중심의 동맹외교가 21세기에서도 여전히 주된 외교전략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동맹을 맹신할 경우 동맹의 질서에 따르지 않으면 진퇴양난에 빠질 수 있다. 현재 이란과 미국 사이에 끼인 한국 정부와 같은 이런 상황은 앞으로도 계속 일어날 것이다. 볼리비아에서 한국이 리튬개발권을 획득했다. 근데 볼리비아는 반미국가이다. 미국에서 볼리비아를 제재하면 우리는 어떠한 선택을 할 것인가, 리튬은 대체에너지로 이명박 정부의 중요하게 추진하고 있는 자원외교의 하나인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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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한국 정부는 “미국의 포괄적 이란제재법 시행령이 나오는 10월 1일까지 지켜보겠다.”며 명확한 입장을 내어놓지 않고 있으며, 이란 제재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되기도 전임에도 불구하고 벌써부터 피해를 입고 있는 기업들이 나타나고 있다. ‘실용과 중도’를 주장해온 한국 정부의 선택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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