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군축센터 핵없는 세상 2010-01-26   1272

NPT 미가입국 인도와의 핵기술 교류에 반대한다




 한-인도 원자력협정, 국제 핵 비확산 체제 위기 심화시킬 이율배반
 
이명박 정부의 이중 잣대, 한반도 비핵화 걸림돌로 작용할 것



이명박 대통령이 한-인도 정상회담에서 한-인도 원자력 협정을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NPT(핵확산금지조약) 미가입국인 인도와 핵협력을 추진하는 것은 NPT의 기본질서에 혼란을 초래하는 이율배반적 행위로서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소장: 구갑우, 북한대학원대학교)는 이를 강력히 규탄한다.


우선, 이번 한-인도 원자력 협력 약속의 가장 중대한 문제점은 그 이중기준에 있다. 인도는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NPT, CTBT(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 등의 국제조약에 가입하지 않음으로써 핵군축 및 비확산을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에 역행해왔다.  NPT 협정은 회원국들에게 평화적 핵 이용권을 보장하고 있으나 이는 NPT에 가입하여 핵군축 및 비확산 노력에 협력하고 국제원자력기구의 통제를 수용하는 한에서다. 따라서 이명박 정부가 약속한 인도와의 핵기술 교류는 그것이 설사 민수용 핵기술 협조라 할지라도 NPT의 기본정신에 정면으로 위배된다. 인도가 NPT에 가입하지 않았고 NPT상의 핵군축 의무도 확약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나라들과 원자력 협정을 체결할 수 있다면, 다른 NPT 회원국들에게 무슨 논리로 이 조약을 준수하고 핵 주권을 포기하라고 요구할 수 있겠는가?


한-인도 원자력 협정추진은 한반도 비핵화에도 적지 않은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하고 국제사회의 제재도 부당하다고 주장하는 주된 논거 중 하나는 “북한이 2003년 NPT를 탈퇴했으므로 더 이상 핵무기 보유 주권을 포기해야할 조약상의 의무가 없다”는 것이었다. 북한이 NPT를 탈퇴하자, 미국, 일본, 한국 등은 이에 대응하여 북한에 대한 경수로식 원전건설 지원을 중단한 바 있다. 이명박 정부가 NPT 미가입국이자 핵무기까지 보유한 인도와 핵 협력을 맺는다면 어떤 논리로 북한에게 핵무기를 포기하고 NPT에 복귀하라고 촉구하겠다는 것인가?


한-인도 원자력 협정은 한국정부가 NPT 회의에서 밝혀온 기존 입장과도 배치된다. 한국정부는 지난 2009년 NPT 준비위원회 회의에서 CTBT AnnexⅡ 국가들의 CTBT 가입을 촉구한 바 있다. 즉, 핵무기 원자로 또는 연구용 원자로를 보유한 국가들, 예컨대 인도, 북한, 이란 등에게 CTBT 가입을 촉구했던 것이다. 그런데 한국정부는 지금 북한의 핵실험에 대해서만 비난하고 국제제재에도 동참하면서, 동일한 위치에 있는 인도의 군사적 핵시설과 핵실험은 묵인한 채 핵기술 교류를 논의하고 있는 모순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미-인도 원자력 협정의 선례를 따르고 있다고 강변할 수 있다. 미국 부시행정부가 지난 2006년 인도에 대해서 “첨단 핵기술을 가진 책임 있는 국가”라고 규정하여 30년간 금지해왔던 민수용 핵기술 교류를 허용하는 ‘미-인도 핵 민간 협력 협정’에 서명한 바 있고, IAEA와 핵공급국그룹(NSG)도 결국 이에 동조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 문제는 NPT에 속한 대다수 핵 비보유회원국들로부터 비판의 표적이 되어 왔다. 특히 인도와의 핵 협력에 도입된 ‘민간핵시설’이라는 개념은 인도의 군사용 핵시설을 IAEA 사찰대상에서 특혜적으로 제외하기 위해 고안된 것이다. NPT와 IAEA 안전조치 협정에 가입한 일반 회원국들이 모든 핵시설에 대한 사찰을 요구받고 있는 것과 대비된다. 지난 2008년 1월 세계 23개국 120명의 민간 핵전문가들은 “핵 거래에 관한 기존의 국제적 규범과 기준에 위배됨에도 불구하고 이를 예외적으로 인정해 줌으로써 국제 핵 비확산군축 체제를 크게 훼손할 미-인도 협정에 찬동하지 말 것”을 촉구하는 공개서한을 45개 핵공급국 외무장관에게 발송하기도 했다.(http://blog.peoplepower21.org/Peace/30555).


따라서 미국의 선례를 따르는 것은 대미추종과 근시안적 실리주의의 사례가 될지언정, 국제 핵군축·비확산 체계의 안정이나 한반도 평화의 보장을 위해서는 결코 현명한 일이라 할 수 없다. 오바마 미 대통령이 핵무기 없는 세계를 역설하여 노벨 평화상을 수상했지만, 2010년 NPT 검토회의의 핵심 의제는 여전히 미국과 러시아를 비롯한 핵보유국들의 핵군축 실천여부, 그리고 인도, 파키스탄, 이스라엘, 북한 등 NPT 미가입 혹은 탈퇴국가들의 NPT 가입여부가 될 전망이다. 같은 맥락에서 인도의 NPT 미가입에 면죄부를 준 미-인도 원자력협정과 이를 답습하는 한-인도 원자력 협정 추진은 다가올 NPT 평가회의에서 국제 핵 비확산 체제의 위기를 가중시키는 대표적인 걸림돌로 지목될 가능성이 높다.


참여연대는 핵군축보고서(http://blog.peoplepower21.org/Peace/30878) 발행 등을 통해 국제사회의 핵군축과 비확산 의제에 대한 한국정부의 대외정책을 꾸준히 모니터해왔다. 우리는 성숙한 세계국가를 표방한 한국 정부가 실제 외교에서는 이율배반적 입장을 취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 한반도 평화를 위해서도 결코 좌시할 수 없다. 참여연대는 이번 2010 NPT 검토회의를 앞두고 전에 없이 높아진 지구촌 시민들의 핵무기 없는 세계에 대한 열망과 연대하여 국제 반핵평화군축단체들과 함께 예외 없는 핵군축을 촉구하는 국제캠페인을 전개할 것이다. 아울러 국제사회의 핵 비확산 노력과 한반도 비핵화에 역행하는 한-인도 원자력 협정의 문제점을 제기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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