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PT 소식④] 절반의 성공? 최종 권고안 채택 실패



편집자 주 : 2010년 검토회의를 위한 제3차 준비위원회 회의(NPT PrepCom)가 뉴욕에서 5월 4일부터 5월 15일까지 개최됩니다. 참여연대는 NPT 회의에서 NGO 참여를 코디하는 단체인 WILPF(Women’s International League for Peace and Freedom)에서 발행하는 ‘NPT News in Review’ 중 일부 중요한 내용을 발췌해 한국사회에 NPT 소식을 전하고자 합니다.


2010년 NPT 검토회의(RevCon)를 위한 준비위원회 회의(PrepCom)가 지난 15일 마무리되었다. 오바마 미 대통령의 프라하 연설(4/5)에 힘입어 다자주의적 군축에 새롭고도 긍정적 분위기가 형성된 가운데, 이번 준비위원회 회의 셋째 날에는 2010년 검토회의를 위한 의제 채택에 합의하였다.

하지만 이전 준비위원회와 마찬가지로 이번 NPT 준비위원회도 검토회의를 위한 권고안을 채택하는 데는 실패했다. 낙관적 분위기 속에서 이 같은 실패가 실망스러울 수도 있지만 전혀 예상치 못했던 결과는 아니었다. 이번 준비위원회 Chidyausiku(짐바위 출신) 의장은 개회연설에서 최근 나타나는 진전에도 불구하고, 각국의 입장은 좁혀졌다기보다는 더 멀어졌다고 경고한 바 있다.


빠른 의제 채택 덕분에 긍정적 분위기가 조성된 가운데, 5월 11일 Chidyausiku 준비위원회 의장이 권고안 초안을 회람했다. 이 초안은 NPT 조약 이행을 위한 구체적이며 실질적인 행동을 구별하고, 합의 도출을 위한 적절한 기회를 제공하고, 이전 논의를 확장하는데 유효한 것이었다. 또한 군축 의제를 진척시키기 위한 것들을 다뤘고 심지어 핵무기 협정(nuclear weapons convention)까지 고려했다는 점에서 가장 큰 의미가 있었다.


많은 NATO 회원국을 포함해 대부분의 국가들이 큰 수정 없이 이 초안을 수용할 수 있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하지만 일련의 협의를 거치면서, 특히 핵무기 보유국들의 의견을 수용하여 5월 13일 Chidyausiku 의장은 권고안 2차 초안을 회람했다. 2차 초안은 눈에 띄게 군축, 시민사회 참여, 교육에 관한 부분은 약화시킨 반면 1995년 중동 결의안과 비확산 부분은 확대했다.


회의가 막판으로 치닫을수록 권고안에 대한 논의는 NAM(비동맹운동, Non-Aligned Movement)에 대항하는 서구 국가들과 좀 더 노골적인 쿠바, 이집트, 이란과 같은 국가들이 경쟁하는 등 책임추궁 양상으로 변질되었다. 5월 14일 Chidyausiku 의장은 입장차가 크지만 협력의 정신을 훼손하지 않기 위해서 2차 초안 그대로 가자고 참가국들에게 권고했지만 많은 국가들은 의장이 합의 도출을 위한 노력을 계속할 것을 촉구했다.


긍정적 분위기, 미국과 영국 정부의 군축에 대한 수사(disarmament rhetoric), 의제 초기 채택에도 불구하고 준비위원회 참가국들은 구속력이 없는 권고안에 합의하기 위한 합의점, 적어도 합의를 위한 수사(rhetoric)조차 도출하는데 실패했다. 그동안의 관례와는 달리, Chidyausiku 의장은 검토회의에 권고안을 working paper 형식으로 제출하지 않기로 결정하고 5월 15일 새롭게 수정된 권고안 3차 초안을 회람했다.


3차 초안에는 큰 수정이 이뤄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3차 수정안에는 영국이 주장한 대로 비의무적 성격을 더욱 강조하여 이미 철저하게 검토된 서문 부분에 이에 관한 추가적 경고를 두었다. 그리고 일반성, 군축, 비확산, 지역 이니셔티브, 교육에 관한 부분에 미세한 수정이 있었다. 그러나 Chidyausiku 의장은 준비위원회가 합의를 도출하기에는 시간이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하고, 기자회견에서 차이점은 매우 작은 부분이었으며, 시간이 충분했더라면 우리는 해낼 수 있었을 것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하지만 각국의 입장 차가 매우 작은 것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추가적으로 수정을 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했음에도 불구하고 서구 국가들과 비동맹 국가들은 서로 책임공방을 하는데 시간을 허비했다. 권고안 1차 초안은 몇몇 서구 국가들이 동의할 수 없었고 2차 초안은 비동맹국가들이 동의할 수 없었기 때문에 특정 그룹이나 국가에 책임을 묻는 것은 의미가 없었다. 대신 이러한 경험을 통해 국가들 간의 입장차가 엄청 크다는 것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아이러니하게도 권고안 합의 도출 실패에 많은 국가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대다수의 국가들은 1차 초안이든 2차 초안이든 수용할 준비가 되어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어느 누구도 둘 중 하나에 전적으로 동의하지는 않았다. 참가국들은 불완전한 문서에 갇혀버리기 보다는 2010년에 NPT 체제에 관한 많은 이슈들에 대해 논의하고 합의를 도출할 수 있는 자유를 얻은 것처럼 보였다.


결국 제3차 준비위원회는 권고안이 빠진 채 철저하게 절차에 관한 내용을 포함하는 최종 보고서를 채택했다. 그리고 EU, NAM, 아프리카그룹, 동유럽그룹을 포함해 7개국만이 간단하게 의제 채택 성과에 초점을 맞춘 폐회 연설을 했다.


의제를 신속하게 채택했다는 측면에서 이번 준비위원회는 성공적이었다고 평가된다. 영국은 이제까지 준비위원회에서 권고문을 이끌어낸 경우가 없었다는 점에서 너무 야심찼던 것 같다고 말하면서도 권고문 도출에 거의 성공적이었다고 계속 강조하였다. 그럼에도 비공식적 자리에서 2차 수정안에 미온적 지지를 보이며 별다른 행동을 취하지 않았던 국가들은 이렇게 논쟁적이고 불완전한 문서에 정치적 의무가 부여될 뻔 한 것에 대해 우려를 표하면서도 권고안 채택 실패에 안도했다.



참여연대는 2주간의 NPT 준비위원회 회의를 모니터링하면서 NPT 체제 강화 측면에서 낙관적이면서 비관적인 분위기를 동시에 확인할 수 있었다. 프라하 연설을 통해 NPT 체제 지지 및 핵 비확산 의지를 천명한 오바마 정부에 대한 국제사회의 기대와 지지를 엿볼 수 있었다. 또한 러시아와 핵군축을 위한 협상(START)을 올해 안에 마무리하기로 하는 등 오바마 정부가 NPT 체제를 강화하는 방향의 정책을 펼 것이라는 신호를 국제사회에 전달하기에 충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NPT 회의에 참석한 미국 대표는 프라하 연설에서 언급한 수준 이상의 핵군축, 비확산에는 합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알려져, 오바마 정부의 핵 정책 이행 의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갖게 했다. 또한 NPT 조약 미가입국들과 탈퇴국에게 NPT (재)가입을 촉구하는 미국에게 이스라엘은 단번에 일축하고 다른 해당 국가들도 모르쇠로 일관하는 등 NPT 체제 강화에 대한 미국의 리더십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개회 사흘 만에 의제 채택이라는 성과를 이뤄냈음에도 불구하고 구체적 논의에 돌입했을 때  각국은 합의를 위한 노력보다는 그들의 이해관계를 조금이라도 더 관철시키기 위해 애썼다. 그리고 NPT 체제는 핵군축, 비확산, 핵에너지 등 세 축으로 이뤄져 있는데 이 의제들에 대한 각국의 관심이나 의지의 수준이 매우 상이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2010년 NPT 검토회의 이전에 이러한 간극이 줄여지지 않는다면 1년 후에도 큰 진전을 이루기는 어려울 것이다.


2010년 NPT 검토회의는 뉴욕에서 4월 26일부터 5월 21일에 걸쳐 진행
될 예정이며, 의장으로는 필리핀의 Libran N. Cabactulan를 추천했다. 그리고 본위원회Ⅰ(Main Committee)은  NAM 대표가, 본위원회 II는 동유럽 국가 대표가, 본위원회Ⅲ은 서구국가 대표가 각각 주관하기로 결정되었다. 즉 본위원회Ⅰ은 제3차 준비위원회의 짐바위 출신 의장이, 본위원회Ⅱ는 제2차 준비위원회의 우크라이나 출신 의장이, 본위원회Ⅲ은 제1차 준비위원회의 일본 출신 의장이 주관하게 된다.


정리 김희순(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그동안 NPT소식에 많은 관심 가져주셔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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