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축회의⑤] 핵군축 씨앗 뿌렸으나 구체적 이행논의 성과없이 끝나




[편집자주] 2009년 8월 3일부터 9월 18일까지 7주간 제네바에서 2009년도 제3차 군축회의(Conference on Disarmament)가 개최됩니다. 평화와 자유를 위한 여성 국제리그 프로젝트의 일환인 ‘Reaching Critical Will'(RCW)은 군축회의를 지속적으로 직접 모니터링하고 있습니다. 참여연대는 RCW의 모니터링 보고서를 토대로 군축회의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마지막 시간으로 끝내 좁히지 못한 파키스탄의 입장과 다른 군축회의 회원국들을 보면서 이번 군축회의의 한계를 함께 고민하고 싶습니다.




 Conference on Disarmament

7주간의 2009년도 마지막 군축회의 회기가 별다른 합의를 이뤄내지 못한 채 끝났다. 오바마 미 대통령의 CTBT 가입 의지, ‘핵무기 없는 세상’ 천명을 비롯해 2010년 NPT(핵확산방지조약) 검토회의를 위한 NGO와 국제사회의 활발한 활동 등 핵군축, 비확산을 위한 국제사회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군축회의는 별다른 성과를 이뤄내지 못했다. 군축회의 회원국들은 물론 군축회의를 지켜본 참여연대를 포함한 세계 곳곳의 시민평화단체들은 이러한 결과에 실망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년 1월 18일 재개될 차기 군축회의에서는 파키스탄을 비롯한 군축회의 회원국들이 좀 더 전향적인 자세로 임해 내실 있는 성과를 도출하기를 기대해본다.


줄일 수 없었던 입장 차


이번 군축회의는 파키스탄과 다른 군축회원국들과의 미세한 입장차를 결국 줄이지 못해 성과 없이 끝났다. 지난 회기 때 합의한 활동프로그램(Programme of work) 이행을 위한 ‘협상 스케줄’에 관해 파키스탄은 몇 가지 수정사항을 제시했으나, 이러한 파키스탄의 요구는 지엽적인 것에 불과하며, 논의 과정에서 충분히 다뤄질 수 있다는 이유로 다른 군축회의 회원국들은 파키스탄의 제안을 수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첫 번째, 군축회의의 다른 국가들은 지난 회기 때 합의한 ‘활동프로그램’의 주요부분인 ‘4가지 핵심의제’ 논의를 진전시키기 위한 ‘협상 스케줄’을 마련하자는 입장이다. 반면 파키스탄은 군축회의에 제기됐던 모든 의제들의 ‘협상 스케줄’을 모색해야 하며, 매년 ‘협상 스케줄’을 재합의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활동프로그램’에서 논의 의제에 대해 이미 합의를 했고 이에 대한 ‘협상 스케줄’을 논의하고 있는데, 의제를 군축회의에 제기됐던 모든 의제로 확장하자는 파키스탄의 주장은 합리적이지 않아 보인다.

파키스탄의 주장대로라면 군축회의는 활동프로그램에 대해 합의를 힘겹게 이뤄낼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또한 구체적 이행방안을 매년 재논의하자는 파키스탄의 주장은 핵군축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를 하고 실질적 성과를 도출하기에 1분이라도 아까운 시간에 매년 ‘협상 스케줄’ 합의에 많은 시간을 허비하게 만들 수도 있다는 점에서 우려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두 번째, 파키스탄은 핵군축, FMCT(핵물질생산금지), 외기권군비경쟁방지, 소극적안전보장(NSA)협정 논의 등 ‘4가지 핵심의제’에 대해 동시다발적 협상, 동등한 시간 배분을 주장한 반면 다른 국가들은 이슈에 따라 논의와 협상의 속도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굳이 이를 명시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핵군축, FMCT, 외기권군비경쟁방지, NSA협정 마련 등 4가지 핵심의제는 핵무기 없는 세상으로 나아가기 위해서 반드시 수반되어야할 핵무기 보유국들의 의무이다. 그런데 실질적인 핵무기 보유국인 파키스탄이 지엽적, 기술적 문제에 불과한 것을 이유로 국제사회 전체 핵군축 논의 이행을 지연시키고 있는 것이다. 과연 파키스탄이 핵군축의 의지가 있는지 의구심이 생기는 대목이다.


2009년도 군축회의 폐회를 바라보며


군축회의 내 활동프로그램 채택은 어찌 보면 작지만 상당히 의미 있는 첫걸음이라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만장일치제로 진행되는 군축회의의 특성상 파키스탄이 위와 같은 입장을 고수하거나 반대로 국제사회가 파키스탄의 주장을 전혀 수용하지 않는 한 군축회의 내 논의는 더 이상 진전될 수 없다. 이와 같은 간극은 자국의 안보에 대한 국제사회의 신뢰가 형성되지 않았기 때문인 것으로도 보인다. 국제사회는 파키스탄 또는 협상과정에서 이견이 있는 국가들을 끊임없는 대화를 통해 설득하고 신뢰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2009년도 마지막 군축회의는 유엔에 보고할 최종보고서를 채택하며 마무리되었다. 유럽연합은 이 보고서를 2010년 군축회의를 위한 초기 단계를 세팅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미국은 내년에도 군축회의가 계속해서 진전할 수 있도록 의장국들(P6)과 회원국들과 긴밀하게 협조할 것을 강조했다. 한국은 국제사회에 좀 더 희망적인 메시지를 포함하는 보고서를 기대했었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2009년도 군축회의는 활동프로그램 채택이라는 의미 있는 씨앗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이를 이행하지 않는 한 이 성과는 의미가 없다. 내년에는 군축회의 내 핵군축 논의가 싹 트고 열매 매길 기대해본다.



▣ 파키스탄의 주장


ⓐ 원안과 달리 파키스탄은 매년 활동프로그램을 (새로이)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함.
– 원안 : Without prejudice to the Conference’s decisions on programmes of work to be adopted for future calendar years
– 파키스탄안 : Without prejudice to the Conference’s decisions on programmes of work to be adopted annually in accordance with the Rules of Procedure


ⓑ 원안은 대표들의 순환과 공정한 지리학적 배분을 명시한 반면 파키스탄은 이에 덧붙여 4가지 핵심 의제에 대해 공정하고 균형 잡힌 시간배분을 요구함.
– 원안 : the rotation and equitable geographic representative
– 파키스탄안 : principle of equal and balanced allocation of time for four core issues(추가)


ⓒ 원안은 일반적 균형의 보장만을 명시한 반면 파키스탄은 군축회의의 모든 의제, 특히 4가지 핵심 의제에 대해, 차별 없는 동등한 취급과 우선순위 부여를 주장함. 그리고 원안은  CD/1864(2009년 5월 29일 채택된 군축회의 문서 ‘Decision for the establishment of a Programme of Work for the 2009 session’)와의 일관성을 강조한 반면 파키스탄은 모든 국가들에게 동등하며 비차별적 안보의 원칙과의 일관성을 강조함.
– 원안 : the Conference will aim at ensuring a general balance in the consideration of all agenda items consistent with CD/1864
– 파키스탄안 : the Conference will ensure, without any discrimination, equal treatment and priority to all agenda items of the Conference, particularly the four core issues to achieve balanced progress in terms of substantive outcomes consistent with the principle of equal and undiminished security for all states


ⓓ 원안은 활동스케줄이 4가지 핵심 이슈와 활동프로그램에서의 아젠다 아이템 5, 6, 7 각각의 중요성을 강조한 반면 파키스탄안은 군축회의의 모든 아젠다 아이템, 특히 4가지 핵심 의제의 중요성을 강조함.
– 원안 : the schedule of activities reflects the importance of “each of the four core issues and of items 5, 6, and 7 on our programme of work
– 파키스탄안 : the importance of “agenda items of the Conference, particularly the four core issues


ⓔ 원안은 모든 국가들의 국가안보 문제를 강조한 반면 파키스탄은 모든 국가들에 대한 동등하고 저하되지 않는 안보이해와 안보강제의 원칙을 강조함.
– 원안 : national security issues for all member states
– 파키스탄안 : the principle of equal and undiminished security interests and security compulsions of all member states


▣ Programme of Work : 7가지 의제


1. 핵무기 제거를 궁극적 목표로 혁신적, 계획적 노력을 통한 핵무기 감축의 실질적 단계에 대한 관점과 정보를 교환하기 위해 “아이템 1: 핵군비경쟁 중단과 핵군축” 하에 실무그룹 설치
2. 핵무기와 핵물질 생산 금지에 관한 협상을 위해 “아이템 1: 핵군비경쟁 중단과 핵군축” 하에 실무그룹 설치
3. 외기권 군비경쟁 방지와 관련된 모든 이슈에 대해 제한 없이 실질적으로 논의하기 위해 “아이템 3: 외기권 군비경쟁 방지” 하에 실무그룹 설치
4. 국제적으로 법적 구속력 있는 수단과 관련 사항을 누락하지 않으며, 관련된 모든 측면을 다루는 권고사항들을 제한 없이 실질적으로 논의하기 위해, 핵무기 사용 또는 사용 위협으로부터 핵무기 비보유국 보호를 목적으로 하는 ”아이템 4: 효과적인 국제 협정“ 하에 실무그룹 설치
5. 관련 이슈를 다루는데 가장 적절한 방법을 찾기 위해 “아이템 5: 방사성 무기를 포함한 새로운 대량살상무기 관련 시스템” 하에 특별조정관 임명
6. 관련 이슈를 다루는데 가장 적절한 방법을 찾기 위해 “아이템 6: 포괄적 군축 프로그램” 하에 특별조정관 임명
7. 관련 이슈를 다루는데 가장 적절한 방법을 찾기 위해 “아이템 7: 군비 투명성” 하에 특별조정관 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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