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축회의②] 국제사회 군축을 가로막는 첨예한 이슈들

 [편집자주] 2009년 8월 3일부터 9월18일까지 7주간 제네바에서 2009년도 제3차 군축회의(Conference on Disarmament)가 개최됩니다. 평화와 자유를 위한 여성 국제리그 프로젝트의 일환인 ‘Reaching Critical Will'(RCW)은 군축회의를 지속적으로 직접 모니터링하고 있습니다. 참여연대는 RCW의 모니터링 보고서를 토대로 군축회의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그 두 번째로 1999년 이래 활동프로그램(programme of work)조차 채택하지 못하고 있을 정도로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리는 이슈 6가지를 짚어봅니다.


Conference on Disarmament


논란의 중심에 있는 핵분열성 물질, 외기권, 핵군축, 소극적 안전보장, 방사선무기, 군비투명성 이슈에 관해 좀 더 자세히 알아보기로 하자.


1. 핵분열성 물질(Fissile Materials) : 핵분열성 물질 재고는 군축 대상이 아닌가?


핵분열성 물질이란 핵무기를 만드는데 사용되는 물질로 고농축 우라늄과 플루토늄이 해당한다.


1993년 12월 유엔총회는 핵무기 또는 다른 핵폭발장치를 위한 핵분열성물질 생산을 금지하는 비차별적, 다자주의적, 국제적이며 효과적으로 검증 가능한 조약에 관한 협의를 하도록 권고하는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1994년 1월 군축회의가 임명한 대사 Gerald Shannon은 1995년 임시위원회에 “Shannon Mandate” 보고서를 제출했고, 모든 NPT 가입국은 1995년과 2000년 NPT 검토회의에서 FMCT에 관한 협의의 즉각적 개시와 조기 마무리에 동의했다. FMCT에 관한 협의는 2000년 NPT 검토회의에서 구축을 향한 실질적 13단계 중 하나로 합의되었다.


수년에 걸쳐 중국과 러시아는 FMCT와 외기권에서의 군비경쟁 금지를 결부시켜 일을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2003년 8월 중국과 러시아는 이 같은 입장을 변경해 Shannon 보고서에 따른 FMCT 협의 시작에 동의했다. 한편 미국은 2004년 7월까지 FMCT에 관한 입장을 발표하지 않다가 FMCT 협의에는 지지하지만 과연 그것이 검증 가능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의견을 밝혔다. 하지만 이 같은 미국의 입장은 1988년 유엔 군축위원회의 16대 검증원칙에 반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FMCT 검증이 고비용이지만 성취가능하다는 유엔 National Academy 연구(2005년)에도 맞지 않는 것이다. 따라서 미국의 이러한 태도는 과학적 근거에 기반을 두었다기보다는 정치적 동기로 인한 것으로 보인다.


즉 이미 현존하는 핵분열성 물질 재고를 감축 대상에 포함할 것인가라는 문제가 FMCT(Fissile material cut-off treaty, 무기용 핵물질 생산금지협약)에 관한 만장일치를 가로막았다.


NAM(비동맹운동)에 속한 국가들은 핵분열성 물질 감축 대상에 이미 생산되었고 재고상태인 핵분열성 물질도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미국, 영국, 일본과 같은 국가들은 향후 생산되는 물질의 감축에만 찬성했다. 일부 국가들은 또한 FMCT가 생산 금지뿐만 아니라 현존하는 핵분열성 물질 관리도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많은 국가들은 협의 의제에 검증과 현존하는 재고 등과 같은 이슈에 관한 특별한 언급이 중요하다고 주장하며 만약 전제조건 없이 협의가 시작된다면 협의과정에서 미국과 같은 주요 국가들이 이러한 이슈에 대해 논의하기를 거부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파키스탄은 FMCT에 재고나 검증에 관한 내용을 포함하지 않는다면 핵무기 보유국들간의, 특히 파키스탄과 인도 간의 비대칭을 고착화하거나 오히려 강화할 것이며, 결국 지역 내 “전략적 균형”과 국제안보를 저해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파키스탄은 또한 인도가 에너지 원자로를 위해 미국과 다른 핵공급그룹(NSG) 국가들로부터 핵연료 수입하는 것을 허용하고, 군사적 목적으로 자체 생산 물질을 보유하도록 허용한 미-인도 협정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2. 외기권 :
외기권 내 군비경쟁은 과연 존재하지 않는가?


1985년 현행 법적 구조를 포함해 외기권 군비통제 이슈를 다루기 위한 군축위원회 임시위원회가 만들어졌다. 하지만 미국이 외기권에서 군비경쟁은 없는데 이를 방지하기 위해 노력을 집중하는 것은 시간 낭비이며, 현행 Outer Space Treaty(외기권우주조약)가 우주안보 이슈를 다루기에 적절하다고 주장했기 때문에 주요 우주안보이슈인 PAROS(Prevention of an arms race in outer space, 외기권군비경쟁방지협약)에 관한 논의는 군축회의 내에서 차단되었다. PAROS 임시위원회는 1994년 이래로 열리지 않고 있다.


반면 중국과 러시아는 PAROS에 관한 논의를 위한 임시위원회 설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검증 측면과 현존하는 국제법적 수단을 포함한 많은 관련 이슈에 관한 문서를 제출해왔다. 그 결과 2007년과 2008년 군축회의에서 PAROS에 관한 상당한 논의가 이뤄졌는데 PAROS와 관련해 “언어적, 철학적 논쟁”을 피하기 위해 PAROS보다는 PPW(Prevention of the placement of weapons in outer space, 외기권 내 무기 주둔 금지)에 관한 협약을 요구하기로 결정되었다. 또한 안전하고 책임 있는 우주 운영을 위한 “best practice”나 ”rules of the road” 개발과 우주안보에 관한 미래 국제법적 장치를 완성할 수 있는 투명성과 신뢰구축 조치의 개발에 대한 관심도 이끌어냈다.


2008년 2월 러시아와 중국은 군축회의에 PPW 초안을 제안하며 초안은 현행 국제우주법의 빈틈을 제거하고 우주의 개발과 사용을 촉진하는  환경을 만들어내고, 값진 우주 자산을 보전하며, 일반적 안보와 군비통제를 강화하기 위해서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조약 초안에 따르면 당사국들이 인공위성이 “어떤 종류의 무기”도 탑재한 채 궤도를 돌지 않아야 하며, 천체나 다른 우주 구조에 어떤 무기도 설치하지 않아야 하며, 외기권 물체에 무력을 사용하겠다고 위협하거나 사용하지 않아야 하며, 다른 이들이 그렇게 하도록 조장하지도 않아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그 외에도 우주안보를 촉진하는 일과 훼손하는 일이 모두 발생했다. 2007년 1월 중국은 자국의 노후한 위성을 향해 위성공격용(anti-satellite) 무기를 실험했다. 이 실험을 비난했던 미국은 2008년 2월 군민 양용 능력의 우주 및 미사일방어 프로젝트를 여러 개 추진시켰으며 위성공격용 무기실험을 행했다. 미국은 또한 이란의 위협을 이유로 체코공화국과 폴란드에 미사일방어기지를 세우기로 임시협정에 서명했다. 그러나 러시아는 이란이 핵무기나 대륙간탄도 미사일을 보유하지 않았다고 지적하며 유럽 내 미국의 미사일방어는 러시아를 “견제(containing)”하기 위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우주안보를 촉진하는 몇 가지 사례는 다음과 같다. 유엔의 외기권의 평화적 사용에 관한 위원회와 총회는 파편 경감(debris mitigation) 가이드라인을 채택했고 여러 국가들은 우주안보에 관한 제안서를 제출했다. 2007년, 2008년 군축회의의 활동프로그램에 PAROS에 관한 상당한 논의가 포함되었다. 2004년 이래로 UN Institute for Disarmament Research(유엔군축연구소)는 우주안보이슈에 관해 군축회의 회의실(chamber)에서 세미나를 열었다. 이러한 세미나들은 비공식적인 신뢰구축 대화를 촉진시켰다. 유렵연합은 현재 외기권 활동에 관한 자발적 지침 초안을 마련 중에 있다.



3. 핵군축(Nuclear Disarmament)
 : 핵무기 보유국들의 핵군축, 실제 이행 수준과 요구되는 수준의 차이


군축회의가 핵군축을 다루기 위한 보조기구를 설립해야 한다고 2000년 NPT 검토회의에서 요청된 바 있다. NPT 제4조는 핵무기보유 5개국이 핵군축과 관련해 효과적인 조치에 관해 좋은 의도(good faith)로 협상을 추구하기를 요구하고 있다. 1996년 국제사법재판소도 핵무기 국가들이 모든 핵무기를 금지하는 조약을 협상하고 완수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고 하였다. 핵군축 전문가들이 개발한 Model Nuclear Weapon Convention(핵무기협정원형)이 멤버 국가들에 의해 NPT와 유엔총회에 제출되었으며 시민단체에 의해 군축회의에 제출되었다. 1995년 총회는 군축회의가 일정한 시간 내에 핵군축의 단계 프로그램과 핵무기 최종적 제거를 협상하기 위한 임시위원회를 설치할 것을 요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그러나 NATO와 유럽국가들은 이 결의안에 반대했고 러시아는 기권했다.


불행히도 군축회의는 핵군축을 다루기 위한 보조기구를 절대 설립하지 않았다. 핵무기보유국들은 핵군비의 감축은 그것을 보유한 국가들에 의해 직접적으로 이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대로 많은 핵무기 비보유국들은 군비통제와 양자간 노력의 강조가 NPT 제4조에 따른 의무 이행의 대안으로 간주될 수 없으며, 2000년 NPT검토회의 때 제4조 이행을 위한 13개 실행단계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4. 소극적 안전보장(NSAs, Negative Security Assurances)
 : 소극적 안전보장의 법적 구속력 부여 필요


소극적 안전보장은 핵무기 국가들이 핵무기 비보유국들에게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겠다는 약속이다. 핵무기 없는 지역 조약 의정서와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 984호(1995)에 포함되어 있는 일방적 선언과 같이 현존하는 안전보장은 법적 구속력은 없다.


군축회의의 비동맹 국가들은 CTBT에 관한 포괄적 논의와 1995년 NPT 연장 후 법적 구속력이 있는 조치를 요구했다. 몇몇 국가들은 법적 구속력 있는 안전보장이 군축회의에서 협의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New Agenda Coalition과 같은 다른 국가들은 소극적 안전보장은 NPT 가입국에게만, NPT 가입국에 의해 부여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2007년 뉴질랜드는 군축회의 내에서 법적 구속력 있는 소극적 안전보장을 협의하는 것은, 핵무기를 보유한 모든 국가들에게 핵무기 보유 국가(Nuclear Weapons States)라는 지위를 잠재적으로 부여하는 것과 같은 여러 가지 복잡한 사항이 있다고 주장했다.


소극적 안전보장 임시위원회는 1998년에 재설립되었지만 회의가 아직까지 열리지 않고 있다. 소극적 안전보장에 관한 많은 논의는 2008년도에 제안된 활동프로그램에도 포함되어 있다.



5. 군비 투명성(Transparency in Armaments)
 : 대량살상무기 빠진 군비투명성 결의안 과연 유효한가


1991년 유엔총회는 군사 문제에 있어서 공개성과 투명성을 증시키는 “군비 투명성” 결의안을 채택했다. 이 결의안의 결과로 UN Register of Conventional Arms가 설립되었다. 또한 이 결의안은 군축회의가 군비투명성에 관한 이슈를 논의하라고 요구하였으며 구체적으로 군축회의가 과도하며 위태로운 군비 축적으로 인한 문제점들을 다루기를 요청하였다.


군축회의는 1992년 10여년 만에 처음으로 군비 투명성을 아젠다에 포함시켰다. 군비투명성은 또한 군축회의의 재래식 무기 통제와 관련한 첫 번째 아젠다 항목이었다. 군축회의에 있어서 군비투명성은 새로운 의제였기 때문에 군축회의 참여국들은 군축회의에 내용을 소개하기 위해 1년간의 비공식 회의를 진행하기로 결정하였다. 1993년 군축회의는 군사적 문제에 있어 공개성과 투명성을 증가시키기 위한 실질적 수단을 개발하기 위해 군비투명성 임시위원회를 설립하였다. 그러나 1994년 군축회의는 이 분야에 있어 거의 진전을 이뤄내지 못했고 1995년 임시위원회는 다시 열리지 못했다. 1997년 전문가 그룹이 만나 투명성을 촉진하지만 요구사항을 확장하지 않기로 합의하였다. 임시위원회는 그 후로 여러 해 동안 다시 설립되지 않고 있다.


종종 유엔총회에 군비투명성에 관한 결의안이 상정되고 채택되지만 비동맹국가들은 UN Register가 대량살상무기를 포함하지 않았기 때문에 기권한다. UN Register는 유엔헌장 제26조 하의 안전보장이사회의 의무를 충족하기 위해 중요한 첫발이 될 수 있는 군비와 국방비 전체의 포괄적 계산(accounting)은 요구하지 않고 있다.

6. 방사성 무기(Radiological Weapons)

군축회의는 핵폭발 없이 방사성 물질을 퍼뜨릴 수 있는 새로운 대량살상무기 종류인 방사선 무기 금지에 관한 협상 아젠다도 다룬다. 그러한 무기들은 사용후 핵연료와 같은 비군사적 핵활용 후 폐기물질도 포함될 수 있다.


1979년 미국과 소련은 공동으로 방사성 무기의 개발, 생산, 비축, 사용 금지 조약의 주요한 요소에 관한 보고서를 군축회의에 제출하였다. 군축회의 내에서 이를 위한 다자조약 논의는 현재 중단되어 있다. 왜냐하면 현재 그러한 무기가 존재하지 않으며 검증에 관한 의문 때문이다. 일부 국가들은 이 아젠다 하에서 핵시설 공격 금지 조약에 대해서도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방사성 무기는 현재 군축회의에서 논의되고 있지 않고 방사성무기금지조약도 없지만, 2001년 발효된 방사성폐기물관리안전공동협약(Joint convention on the safety of spent fuel management and on the safety of radioactive waste management)은 군사적, 민간 원자로의 방사성폐기물의 관리, 저장, 수송에 관한 사항을 포함한다. 또한 유엔총회는 2005년 처음으로 “방사성 무기를 이용한 테러리즘의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방사성무기 결의안을 채택했다. 2007년 총회는 “테러리스트의 방사성 물질과 재료(source) 획득 방지”에 관한 결의안을 채택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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