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대통령 북핵해법 시의적절하다 (경향, 2004. 11. 15)

[경향 사설]

노무현 대통령이 13일 대북 무력·봉쇄정책을 버리고 대화로 북핵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북핵해법을 미국에 제시한 것은 내용도 합리적이고 시기적으로도 적절했다. 북핵문제를 대화를 통해 평화적으로 풀어야 한다는 것은 한국정부의 기본입장이지만 이번처럼 대통령이 미국을 상대로 분명한 원칙을 밝힌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북한의 핵개발이 외부위협 방어 수단임을 이해한 것이나, 북한이 체제개혁·개방의 위험부담이 없어지면 핵을 포기할 것이란 지적도 명쾌한 입장 개진이었다.

특히 시기적으로 조지 부시 대통령의 승리로 끝난 미국 대선 직후 이같은 메시지를 미국에 전한 것은 잘한 일이다. 선거 승리에 고무된 부시 행정부의 네오콘들이 정책조정기를 맞아 북핵문제를 무력사용과 제재 등 강압정책으로 풀려는 유혹을 받을 수 있다는 관측이 유력한 시점이기 때문이다.

노대통령의 메시지가 미국의 대북정책 라인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미지수다. 한 미국신문은 노대통령의 메시지에 대해 ‘미국에 주의환기’란 신중한 표현을 썼다. 우리의 관심사는 미국이 이 메시지에 어떤 반응을 보일 것인가이며 따라서 오는 20일 한·미정상회담의 결과를 주시한다. 물론 미국이 대북인식을 전혀 바꾸지 않은 것으로 드러날 가능성도 있다. 그것은 한·미간 대북인식과 정책의 차이가 전혀 좁혀지지 않았음을 의미할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번 북핵해법을 미국에 설득하는 것을 포기해야 할 이유는 되지 않는다.

우리는 미국이 노대통령의 메시지를 전향적으로 받아들여 북한을 대화 상대로 인정하고 신뢰를 보내기를 바란다. 이로써 북핵해결의 전망은 밝아지고 한·미관계의 새로운 지평도 열릴 수 있을 것이다. 개탄스러운 것은 노대통령의 북핵해법마저 정치쟁점화 하려 하는 국내 정치권의 태도다. 한나라당은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이란 대의를 인정하고 민족안보 문제를 정쟁의 대상으로 삼는 것만은 피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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