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일내 강경파 `제재’ 목소리 커져(연합뉴스, 2005. 2. 13)

< `핵선언' 여파..대북 압박책 가시화되나 >

미.일내 강경파 `제재’ 목소리 커져

韓 “대북 식량.비료지원은 인도 문제”

(서울=연합뉴스) 인교준기자= 북한의 `핵무기 보유선언’에 대한 반작용으로 대북 압박이 가시화될지 여부가 주목된다.

그간 `강한’ 대북정책을 주장해 온 미국과 일본내 강경세력들이 이제는 채찍을 들어야 할 때라며 압박정책을 본격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구체적인 시나리오도 나오고 있다. 지난 11일 (미국 현지시간) 반기문(潘基文) 외교통상부 장관과 딕 체니 미 부통령간의 회동에서 미국 측이 한국 측에 북한의 비료지원 요청을 거절하라고 요구했다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한 것.

이에 대해 한국 정부가 강하게 부인했지만, 미 측이 대북 압박을 구체화할 것이라는 추론은 끊이지 않고 있다.

같은 날 미국 보수세력의 대변지인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는 지난 11일 ‘북한의 공포팔기’라는 제하의 사설에서 북한의 `핵무기 보유선언’은 국제외교의 `레드라인'(한계선)을 넘은 것이라며 진정한 위협을 다루는데 보다 공격적일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이 신문은 나아가 중국이 경제제재로 북한을 압박해야 한다고까지 했다.

일본내 분위기도 심상치 않다.

일본 정부는 일단 기존의 `대화와 압력’이라는 대북정책의 기조를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비치고 있지만, 정치권 일각에서는 “경제제재를 주저할 필요가 없어졌다. 환경은 갖춰졌다”며 대북 제재론을 고조시키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번 북한의 `핵무기 보유 선언’은 납치 피해자인 요코타 메구미의 유골이 가짜로 드러나 대북 감정이 악화돼 있는 상황에서 나와 일본내에서 대북제재론이 더욱 힘을 얻고 있는 형국이다.

물리적인 공격을 제외한 가능한 대북제재 방안으로 해상봉쇄가 가장 높은 수준의 처방이라면 한.중.일 3국과의 대북 지원 및 무역중단이 낮은 수준의 처방이라고 할 수 있다.

한 북핵 전문가는 “일단 북한의 `핵무기 보유 선언’의 진위여부에 대해 확인이 우선돼야겠지만 북한이 `핵무기’ 보유를 입증하려는 추가조치를 취할 경우 주변국의 대북 압박책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방미중인 반 장관이 체니 부통령과 회동 직후 특파원들과의 간담회에서 “지금 다른 6자회담 참가국들과 취할 단기적인 조치를 협의했다”고 밝혀, 그발언의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와 관련, “북한의 `핵무기 보유 선언’ 이후의 상황을 유관국들과 협의, 평가하고 정보를 교환하는 향후 프로세스를 의미하는 것 아니겠느냐”는 해석이 대세지만, 일각에서는 “`뭔가’ 조치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풀이도 내놓고 있다.

정부 고위 당국자가 지난 11일 기자 간담회에서 “6자회담 개최에 도움이 된다면”을 전제로 대북 비료지원 등 온건정책의 필요성을 재검토할 수도 있다는 견해를 비친 것도 주목되는 대목이다.

그간 정부는 대북 식량 및 비료지원은 인도적인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또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사업 등의 남북교류는 북핵문제의 상황악화속에서도 지속돼야 한다는 강한 의지를 보여왔다.

그러나 미 측은 원칙적으로 남북교류라는 `총론’을 지지한다면서도 `각론’에서는 입장이 약간 다르다.

미국은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 남북간 교류에도 속도조절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 외교안보연구원 우승지(禹承芝) 교수는 최근 `개성공단과 남북한 관계’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미국은 현재 개성공단 사업이 북핵문제 해결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한다는 입장이지만 북핵문제가 계속 표류하면 `속도조절’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조만간 북핵해법을 찾지 못하면 시간이 흐를수록 북핵과 남북경협 사이에 충돌이 일어나고 한미간에 이견이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지금은 어떻게 하면 북한을 6자회담 장(場)으로 유도하느냐에 전력을 쏟아야 할 때”라며 “상황악화로 새로운 상황이 조성되면 그때 가서 판단하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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