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군축센터 핵없는 세상 2010-05-03   1978

[2010 핵군축 보고서Ⅰ] 미국의 핵 정책 리뷰



미국의 핵 정책 리뷰


1. 오바마 행정부의 핵무기 없는 세상을 향한 행보


▷ 2009년 4월 5일 프라하에서 ‘핵무기 없는 세상(Nuclear Weapon Free World)’ 주창
 : 세계에서 유일하게 핵무기를 사용한 적이 있는 핵보유국인 미국은 핵무기가 없는 세계를 만들고자 솔선수범할 책임을 인정함. 확실한 신념을 가지고 핵무기가 없는 세계의 평화와 안전보장 실현에 미국이 노력해 갈 것임을 선언. 미 의회에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CTBT)의 비준을 요청할 것을 약속.


▷ 2009년 9월 24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정상회의 주재
 : 안보리 최초로 핵군축을 의제로 정상회의 개최. 오바마 대통령이 회의 주재 및 ‘핵 없는 세상’ 구현을 위한 결의안 1887호 미국이 초안 작성, 만장일치로 통과. 미러 전략핵무기감축협정 협상과 FMCT(핵분열성물질생산금지조약) 협상에 나설 것임을 약속.


▷ 2010년 4월 8일 New START(미러 전략핵무기감축협정) 조인식
 : 미국과 러시아는 2009년 12월 5일로 만료된 START-1(전략무기감축조약, Strategic Arms Reduction Talks)의 후속협정 New START를 체결해 지난 협정에 비해 전략핵무기의 30%를 더 줄이기로 합의. 2009년 1월 현재, 배치된 핵탄두는 8392개로 미국은 2702개, 러시아는 4834개의 핵탄두를 보유함. 그러나 New START에는 포함되지 않는 전술(비전략) 핵무기도 2,547개나 존재하는 것으로 추측됨. 즉 8,300개의 전략 및 전술 핵탄두 중 1,550개(23%)를 감축하더라도 약 6,750의 핵탄두가 세상에 존재함.



※ 세계 핵탄두 수  

<출처: SIPRI(스톡홀름 국제 평화 연구소)의 연보(Yearbook) 2009>



▷ 2010년 4월 6일 NPR(핵태세보고서, Nuclear Posture Review Report) 발간
 :
오바마 정부의 NPR 5가지 목표는 ▷핵확산 및 핵테러리즘 방지, ▷미 안보전략에 있어 핵무기의 역할 축소, ▷감축된 핵전력 수준에서 전략적 억지력과 안정성 유지, ▷지역 차원의 억지력 강화 및 미 동맹국들 재확인 등임. 그리고 핵무기의 전략적 중요성을 축소시키고, NPT 가입국이며 관련 규범을 준수하는 비핵국가들에 한해서 소극적안전보장(NSA)을 제공하고, 적대국의 비핵 공격에 대해서 핵무기 사용을 자제하겠다고 밝히는 등 부시 행정부와 차별화된 정책 포함.

▷ 2010년 4월 12일~13일 핵안보정상회의
 : 오바마 대통령이 주재한 핵안보정상회의에 47개국 정상이 모여 ‘핵안보를 강화하고 핵테러 위협을 감소시킬 것을 약속’하는 정상공동성명(공동 코뮈니케) 채택하고 4년 안에 모든 취약 핵물질을 방호하기로 합의함.



2. 오바마 행정부의 핵 정책 평가


– 핵안보정상회의와 그 이전의 행보를 볼 때, 오바마 대통령과 미 행정부는 ‘핵안보’를 핵군축·비확산·평화적 이용으로 대표되는 3대 의제와 같은 수준의 의제로 격상시키면서 사실상 핵테러리즘 예방을 ‘핵무기 없는 세계’ 구현의 우선 과제로 설정하였음. 또한 위에서 언급한 일련의 핵 관련 오바마의 행보를 비롯한 유엔 핵군축 결의안에 다소 변화된 표결 행태를 통해 핵보유국으로써의 패권주의를 숨기지 않았던 부시 행정부와는 다소 차별화된 것임을 확인할 수 있음. 하지만 핵테러 예방체계의 정비가 시급하지만 핵군축 노력과 병행되어야 하며, 핵 통제 질서의 형평성과 공정성을 복원하는 방향에서 이루어지지 않으면 성공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오바마의 ‘핵 없는 세상’은 쉽게 성취되지는 못할 것으로 보임.


▷ 핵보유국으로써의 패권주의 유지
– 핵태세보고서(NPR 2010)에서 미국은 ‘효과적인 핵 억지력은 유지’하겠다고 공언하고 있고, 이른바 ‘불량국가’에 대해서만큼은 설사 비핵국가라 할지라도 핵으로 선제타격 할 수 있다는 부시 행정부의 구상도 계승하겠다고 밝힘.
– 상대 핵보유국에 대해서 핵으로 먼저 공격하지 않겠다는 핵선제공격배제(No First Use) 정책 역시 끝내 채택하지 않았음. 그리고 방어와 억지력이 핵무기 보유의 목적이라는 ‘Sole Purpose Doctrine’도 채택되지 않고 근본적(fundamental) 목적이라고 밝히며, ‘강력한(devastating) 생화학무기 공격에 대해서 핵보복의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 않는다고 결정.
– 게다가 오바마 행정부는 미국 안보에서 핵무기가 차지하는 비중이 줄어드는 만큼 다른 재래식 무기와 미사일방어체제(MD)를 강화하겠다고 밝히고 있어 국제적인 핵군축·비확산 의지를 좌절시키고 있음.


▷ 핵군축 의지 미흡
– 오바마의 핵정책은 ‘핵 없는 세상’을 달성하기 위한 주요한 방향으로 러시아와 함께 핵무기 최다 보유국으로써 핵군축을 상정하기보다는 비확산, 특히 핵테러리즘에 대한 핵안보 태세 강화로 주요한 조치로 상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과연 그 방향이 적절한 지 의문임.
– 미-러가 전략핵무기 감축 약속을 온전히 이행하더라도 양국은 여전히 전 세계 핵무기의 90%를 보유하는 것으로 지금까지의 조치들만으로는 미-러 핵독점체제에 근본적 변화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기 힘듦.
– 안보리 결의안 1887호도 NPT 회원국 중 핵보유국의 군축의무에 대해서는 전향적이지만 추상적인 조항을 담고 있는 반면, 핵비보유 회원국들의 비확산 의무 불이행에 대한 제재조항은 매우 구체적이고 실질적이어서 핵군축과 비확산 의지가 비대칭적임.


▷ 핵분열성 물질 관련 논란
– 오바마 정부는 핵분열성물질생산금지조약(FMCT) 체결에 긍정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으나, 이미 현존하는 핵분열성물질은 제외하고 앞으로 생산할 핵분열성물질만을 FMCT 조약의 대상으로 한정하겠다고 기존의 미 행정부 입장을 수정하지 않는다면, 미국은 여전히 FMCT 조약에 걸림돌 중 하나일 수밖에 없음. 이미 전 세계에는 2,100톤의 핵물질이 현존하고 이는 핵폭탄 120,000개를 제작할 수 있는 분량임.
– 이번 핵안보정상회의를 통해 일부 국가들이 핵무기 전용이 가능한 고농축우라늄 폐기 선언이 있었음. 핵분열성 물질 통제에 대한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확대했다는 점에서 일정 정도의 의미가 있었음.

– ▷우크라이나는 2012년까지 자국이 보유하고 있는 고농축우라늄(HEU) 90킬로그램 전량을 미국으로 옮겨 폐기, ▷캐나다는 농축우라늄 핵물질을 미국에 넘기고 현재 온타리오에 있는 고농축우라늄시설을 저농축 우라늄 시설로 전환, ▷칠레는 지난 3월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고농축우라늄 18킬로그램을 미국에 넘겼음.

– 핵무기는 물론 핵물질의 상당을 보유하고 있는 미국과 러시아도 핵물질인 플루토늄도 상호감축 한다는 협정 논의를 개시할 것이라고 밝힘. 그러나 실질적으로 농축우라늄 폐기를 선언한 다른 국가들에 비해서는 미흡한 것으로 판단됨. 또한 핵안보정상회의에서 이들 핵물질에 대한 보안이나 통합관리는 논의되었지만 폐기와 동결과 관련된 의미 있는 가이드라인 마련은 구체적 성과를 마련하지 못한 것으로 평가됨.


▷ 평화적 핵이용권 관련 논란
– 오바마 대통령은 평화적 핵이용권을 보장하여 비확산의 의무를 다하고 있는 모든 국가들에게 있어 평화적 핵 에너지는 의약, 농업, 경제발전에서의 진전을 밝히는데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음. 그러나 핵의 평화적 이용과 군사적 이용의 모호한 경계 때문에 이는 말처럼 쉽지 않음.
– 특히 무기급 핵분열물질인 ‘플루토늄과 고농축우라늄(HEU) 통제’를 둘러싼 형평성 논란이 논의에 가장 큰 장애물임. 미국 정부는 일본과는 무기화 할 수 있는 플루토늄과 고농축우라늄을 생산하는 로카쇼무라 재처리 시설을 허용하는 미일 원자력협정을 맺었음. 또한 NPT에 미가입국한 핵보유국 인도와는 ‘민간핵기술’을 교류하는 미인도 원자력 협정을 추진하였음. 이와 같이 이전 미 행정부들의 자의적이고 편향적인 핵정책에 대한 재검토 없이 평화적 핵 이용권 보장을 운운하는 것은 비핵보유국들의 비확산 의욕을 감소시키고 핵보유 열망을 부추길 수도 있음.


▷ 핵확산 국가들에 대한 이중 잣대
– 부시 행정부가 보였던 이중 잣대 행태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는 점에서 북한이나 이란과 같은 핵확산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을지 의문임. 핵안보정상회의를 개최하는 오바마는 각국 정상들을 초청함에 있어 핵 확산 국가들을 취사선택하여 초청하는 우를 범함. NPT(핵무기비확산조약) 미가입국인 이스라엘, 파키스탄, 인도는 초청하였고 이 중 이스라엘은 초청받고도 의도적으로 불참함. NPT 가입국인 이란, 시리아와 탈퇴국인 북한은 초청조차 하지 않음. 이 점에서 핵안보정상회의는 그 시작부터 이들 나라들에게 핵군축·비확산의 동기를 부여할만한 공정하고 엄격한 잣대를 제시하는데 성공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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