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군축센터 한반도 평화 2008-09-30   1541

시민참여형 평화․통일운동을 여는 ‘시민평화포럼’이 첫 발을 내딛습니다

내일(10월 1일) 여성인권지원센터 종이학(아래 약도 참조)에서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특별기구 ‘시민평화포럼’ 창립총회 및 강연회가 개최됩니다. 시민운동 주요 인사 100여명이 참가하는 ‘시민평화포럼’은 시민운동이 평화와 통일 문제에 관심을 갖고 ‘시민참여형’ 평화․통일운동을 모색하고자 창립됩니다.


최근 한반도 주변정세가 요동치고 있고, 남북관계마저 냉전시대로 회귀할 조짐을 보이고 있어 시민운동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이에 ‘시민평화포럼’은 한국 시민운동이 부족하다고 비판받던 한반도적 시각을 갖추고, 단순히 통일문제로 관심을 넓히는 것뿐만 아니라 한반도 주민들의 요구에 밀착하는 ‘시민참여형’ 통일운동을 모색하고자 합니다. 이는 한국 시민운동이 가꾸어온 평화와 인권, 복지와 생태, 여성, 군축 등 보편타당한 가치들을 남북관계에 반영시키는 것을 의미합니다.


앞으로 ‘시민평화포럼’은 친북-반북, 친미-반미라는 소모적인 이념적 갈등 극복에 노력하는 한편, 한반도 비핵·군축과 동북아 평화체제 실현, 6.15 공동선언 및 10.4 선언 활성화, 한반도식 통일프로세스, 남북 민간교류협력의 활성화 그리고 민간의 역할 등을 모색하기 위한 다양한 활동들을 전개해나갈 것입니다.


내일 창립총회에서는 임원, 규약, 창립선언문 등을 최종 의결하고, 2부에서는 창립기념식과 백낙청 교수의 “한반도식 평화통일 프로세스와 시민사회의 역할”이라는 주제 강연이 있을 예정입니다. 프로그램 개요, 시민평화포럼의 구성과 임원안, 강연 요약문은 아래와 같습니다.



1. 프로그램 개요


(1) 일시: 2008년 10월 1일(수) 오후 4시-6시 20분
(2) 장소: 여성인권지원센터 종이학(인사동)


1부 오후 4시 창립총회
– 진행: 이용선 (우리민족서로돕기)



2부 오후 5시 창립기념식 및 강연회


– 진행: 하승창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 인사말: 이석태 (변호사)
– 축사: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 평화포럼 소개: 김제남 (녹색연합)
– 창립선언문 낭독: 정현백 (교수)
– 강연회: 백낙청 교수 “한반도식 평화통일 프로세스와 시민사회의 역할”



2. 시민평화포럼의 구성과 임원(안)

– 고문: 백낙청(서울대 명예교수), 박영숙(한국여성재단 이사장)
– 공동대표: 이석태(변호사), 정현백(성균관대 교수), 이용선(우리민족서로돕기 운영위원장)
– 운영위원: 김금옥(한국여성단체연합), 김민영(참여연대), 김제남(녹색연합), 김연철(한겨레평화연구소), 민만기(녹색교통), 이승환(민화협), 이종무(우리민족서로돕기 평화나눔센터), 조영선(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정욱식(평화네트워크), 하승창(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3. 시민평화포럼 창립식 강연(요지)



한국 시민운동의 한반도적 시각 확보를 위해


백  낙  청


1. 말머리에

  이제까지 나는 주로 한반도의 통일이 분단체제의 진정한 극복이 되려면 일반시민의 참여가 중요함을 강조하는 방식을 취해왔다. 즉 분단체제론의 관점에서 통일과정의 성격을 기준으로 ‘시민참여형 통일’을 논해온 것이다. 시민평화포럼의 발족을 맞은 이 자리에서는 시민운동의 관점에서 출발하여, 한반도적 시각을 갖추는 일이 한국 시민사회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 얼마나 중요한가를 논해볼까 한다.

2. 시민참여형 통일론 요약

2.1. 한반도에서는 베트남, 독일 또는 예멘 통일의 어느 선례도 실현될 수 없다는 사실에는 이제 꽤 폭넓은 합의가 이루어져 있다. 이 사실은 한반도 특유의 분단체제가 존재하기 때문이라는 것이 나의 지론이다.

2.2. 남북정상은 6•15공동선언에서 통일이 한반도 특유의 새로운 방식으로, 즉 평화적일뿐더러 점진적•단계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에 합의했다. 이로써 시민참여의 공간이 열렸고 민간사회의 능동적 참여를 통해 분단체제보다 나은 한반도사회의 출현이 가능해졌다.

2.3. 이것이 단순한 가능성에 머물지 않고 현실로 되기 위해서는 남북한 민중들의 참여를 최대한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는데, 우선 남한의 시민들만이라도 이 점진적 통일과정의 단계마다 능동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6•15남측위원회라는 한정된 영역에서나마 ‘시민진영’이 일익을 맡은 것을 환영하며 그 역할증대를 촉구해온 것도 그런 취지에서다.

3. 기존 시민운동의 한계에 대해

3.1. 전면적인 반정부투쟁보다 구체적인 개혁과제를 내세운 ‘시민운동’ 내지 NGO활동이 한국에서 본격화한 것은 1987년 6월항쟁 이후의 일이다. 대개 1989년 경실련의 출범을 그 효시로 보는데, 환경운동의 경우 1982년의 한국공해문제연구소 설립으로까지 소급할 수 있고 88년에 공해추방운동연합이 경실련보다 먼저 창립했으나 환경운동연합으로 통합, 재출범한 것은 89년이다. 또 하나의 대표적 시민단체인 참여연대는 1994년에 창립했다. (1974년 전투적 문인단체로 출범한 자유실천문인협의회가 민족문학작가회의로 확대 개편된 것도 6월항쟁 직후 87년 9월인데, 최근에 한국작가회의로 개칭된 이 단체는 직능단체와 시민운동, 민중운동 단체의 성격을 겸한 독특한 사례이다.)

3.2. 87년 6월항쟁 직후의 특수한 한국적 상황에서 한국의 시민운동은 제한된 합법적 공간을 되도록 충실히 활용하려는 취지로, 종전의 비합법 또는 반 합법 투쟁을 상당부분 유지한 운동단체들과 스스로 일정한 선을 긋고자 했다. 여기서 연유한 ‘시민운동’과 ‘민중운동’의 구별이 아직도 운동권의 관행으로 남아 있는데, ‘시민’과 ‘민중’의 확연한 분리는 원론상 불가능할 뿐 아니라 운동의 건강한 발전에도 도움이 안 된다. 이런 사태에 대해서는 ‘시민진영’과 ‘민중진영’ 양쪽에 다 책임이 있다고 본다.

3.3. 한국 시민운동의 또 한가지 문제점은 한반도적 시각의 부재 또는 부실함이다. 이는 시민운동이 당면의 남한사회 개혁과제에 치중하기 때문에 당연하달 수도 있고, 기존의 통일운동이 부문화•고립화를 자초하곤 했기 때문에 시민운동 측에만 책임을 물을 일은 아니다. 그러나 ‘전지구적 사고’를 주창하고 동아시아의 지역적 연대의식을 강조하면서도 유독 한반도적 시각에 둔감한 것은 ‘후천성 분단인식 결핍증’의 한 사례라는 혐의가 짙다.

3.4. ‘민중운동’이나 통일운동과의 지나친 거리두기는 상당수 ‘시민운동가’들이 보여주는 일종의 결벽증과도 무관하지 않다. 시민운동은 당연히 그 도덕적 순수성이 생명이지만 활동가가 ‘손에 때 묻히지기’를 너무 싫어하고 마음에 맞는 사람들끼리 자기 운동만 하려는 정서는 6월항쟁 이후에도 여전히 협소할 수밖에 없었던 활동공간에 알게모르게 순응한 결과라는 면이 없지 않다.

3.5. 시민운동이 한반도적 시각을 확보한다는 것은 단순히 통일문제로 관심을 넓히는 일이 아니라, 기존 한국 시민운동의 한계와 문제점에 대한 성찰을 바탕으로 남북 민중의 생활상의 요구에 좀더 밀착한 운동으로 진화함을 뜻한다.

4. 몇가지 (극히 개략적인) 예시

4.1. 국내의 평화운동이 기존 통일운동의 교조성과 민족주의, 반평화적 성향 등에 대한 비판에만 치중하면서 ‘평화운동 대 통일운동’이라는 양분법을 낳은 사태가 평화운동•시민운동에도 도움이 안 된다는 반성은 시민평화포럼의 발족에도 중요한 계기를 제공했다(양분법의 생성 경위와 문제점, 극복 가능성 등에 대해서는 지난 9월 19일 세교연구소 공개심포지엄에서의 이남주 발제 「시민참여형 통일운동의 역할과 가능성」 참조). 이른바 평화국가론도 남북연합 건설이라는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정에서의 핵심적 아젠다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관념적 담론으로서 한정된 참신성과 도발성 이상을 갖기 어렵다.

4.2. 환경운동•생태운동은 본질상 극단적 국지화와 전면적 지구화가 동시에 요구되는 운동인데, 이때 한반도적 시각의 확보는 단순히 ‘남한보다는 넓고 세계나 동아시아보다는 좁은 중간규모의 지역화’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분단체제와 개발지상주의가 얼마나 밀접한 연관성이 있는지를 직시하지 못하면 남한에 국한된 환경운동조차 그 냉철함과 효율성이 제한되기 마련이며, 분단체제 극복의 과정에서 새로운 발전패러다임을 개척하고 실험할 희귀한 공간을 찾아내지 못하는한 환경운동은 ‘늘 반대만 하는 운동’이라는 낙인을 피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4.3. 여성운동의 경우도 분단으로 인한 여성의 피해를 강조하고 남북교류작업에 여성인사의 참여를 확대할 것을 요구하는 데 그치지 않고, 분단체제가 남북한 각기에서 성차별을 어떻게 심화하고 있는지를 과학적으로 분석하며, 기존의 여성운동(들) 자체가 분단체제를 어떤 식으로든 내면화한 바 없는지를 성찰하는 데까지 나갈 필요가 있다. 분단체제의 극복은 남북사회가 모두 달라짐을 뜻하는 만큼, 남북 각기의 여성현실이 어떻게 변해야 하고 어떻게 변할 수 있는가에 대한 경륜을 지닐 때 남한 내부의 여성운동에서도 실행력과 대중적 설득력이 높아질 것이다.

4.4. 동성애자,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 이주노동자 등 근년에 와서야 국민의식의 표면에 떠오른 소수자권익문제들이야말로 남한사회에서 민주주의의 지체, 군사문화 온존, 민족주의 과잉 등 분단체제에서 직접 기인한 사회병리현상과 직결되는데, 한반도적 시각이 결여됨으로써 다수 국민들에게는 지엽적•대증적 운동, 심지어는 일부 이상주의자들의 ‘공연한 사회갈등 조성’으로 인식되기 일쑤였다. 당장에 운동의 한반도화는 난망이지만, 한반도적 시각의 확보를 통해 남한내 운동이 더욱 정교해지고 대중적 설득력을 높여나갈 대목이다.

5. 시민참여형 통일론에 대한 부연

5.1. ‘시민참여형 통일’이 정부나 대기업을 제쳐놓고 일반시민들이 통일과정을 운영하겠다는 비현실적 담론이 아니냐는 반론이 있다. 이에 대해 민간사회에서 기업들뿐 아니라 일반시민들이 되도록 많이 참여해야 양질의 통일사회가 된다는 뜻이라는 소극적 해명도 가능하지만, 베트남•독일•예멘의 어느 경우에 비하더라도 통일과정에서 시민참여가 남다르게 되어 있다는 점에서 ‘무력주도형’ 또는 ‘정부주도형’이 아닌 ‘시민참여형’이라는 분류가 얼마든지 정당화될 수 있다는 적극적 답변도 성립한다. 남북연합의 준비과정에서 이미 시민단체를 포함한 남쪽 민간사회의 기여가 두드러지지만, 일단 남북연합이 성립됐을 때 민중참여는 한반도 전역에 걸쳐 획기적으로 증가할 것이다.

5.2. 이상은 북녘에 시민사회가 없는데 무슨 시민참여형 통일이냐라는 흔한 질문에 대한 부분적인 답변이 되기도 한다. 그런데 ‘통일’에서 출발하지 않고 ‘시민운동’에서 출발한 오늘의 논의에서는 그 질문 자체가 빗나간 것이다. 한반도적 시각과 시민참여형 통일에의 기여 의지가 부실해서 한국의 시민운동 자체가 한계에 부딪쳐 있다면 북녘에 시민사회가 있냐 없냐 하는 것은 부차적인 문제일 수밖에 없다. 더구나 남한식 잣대에 의한 시민운동이 아니라 민간사회의 존재와 그 나름의 활력이라 한다면 북녘에 그런 것이 없다는 속단도 삼가야 옳다.

5.3. 시민운동이 한반도적 시각을 가질 때 북한정권의 성격 문제도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과제로 대두한다. 남한 시민운동의 가치를 일방적으로 강요하거나 ‘워낙 말도 안 되는 친구들이니까 생각하고 싶지도 않다’는 식의 회피와 결벽증으로 흐르는 대신, 한반도적 시각으로 검증된 가치를 분단체제극복 과정에서 어떻게 구현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과 슬기로운 역할분담을 구상할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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