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천안함 밀실조사, 독점 정보 오남용, 도를 넘어섰다



시민단체 정보공개청구엔 ‘의혹 해명됐다’며 공개불가 통보

예단 없다던 국방부, 북공격설은 방치/편승, 반론엔 고발조치

정보통제 속 ‘기습당했다’, ‘보복’ 등 공식화, 증거없이 주변국 협력 주장하다가
외교망신 자초



국방부가 참여연대의 천안함 관련 정보공개 청구에 최종적으로 비공개를 통보해왔다. 참여연대가 지난 3월 31일 천안함 침몰 사고와 관련하여 청구한 16개 항목의 정보공개에 대해 국방부는 지난 4월 10일 전 항목에 대해 사실상 비공개 처분을 내린 데 이어, 참여연대의 이의신청에 대해서도 5월 6일 최종적으로 이의에 대한 기각 결정을 우편으로 통보해 온 것이다. 참여연대는 정보 독점과 권한 남용에 강력히 항의한다.


국방부에서는 참여연대가 요청한 정보공개항목이 군사기밀 또는 비공개 사항이며 이미 국방부 공식 답변과 민군합동조사단의 1차 조사결과가 발표됨에 따라 많은 의혹이 해소되었으며 계속적인 조사를 통해 모든 의혹을 해소할 예정에 있으므로 국민들이 불안해하고 있다거나 기밀을 공개함으로써 국가안전보장에 현저한 이익이 있다는 청구인의 주장에 동의하기 힘들기 때문에 이의신청을 기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국방부의 해석은 적절치 않은 비공개 사유를 들어 정당한 정보공개청구를 기각하고 있다. 


우선, 참여연대가 청구한 모든 정보가 군사기밀이라는 군의 설명은 전혀 합리적이지 않다. 공개할 수 없는 군사기밀이 있다면, 군사기밀을 제외한 내용이라도 공개해달라는 비교적 완화된 요구에 대해서도 군은 초지일관 모든 정보공개를 거부하고 있다. 참여연대는 항적기록이나 교신일지 등 의혹을 풀어줄 핵심정보에 대해서는 전체공개가 안된다면 부분공개의 형태로 ‘군사 기밀’을 가린 정보, 혹은 비문을 평문으로 바꾸어 군 지휘부에게 보고한 보고서만이라도 공개하라고 요청했으나 군은 모든 것이 ‘군사 기밀’이라는 막무가내식 주장만 반복하고 있다.

군은 또한 해군이 해상사고 발생 시 대처하는 매뉴얼을 공개하라는요구에 대해 너무 포괄적인 청구라서 범위를 특정지을 수 없으므로 비공개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군이 밝히고자 한다면 존재하는 매뉴얼의 목록을 제공하고 요구하는 사항을 특정할 것을 청구인에게 요청하면 된다. 편람 혹은 목록의 열람은 정보공개법에서 청구인의 알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도입하고 있는 제도이다. 그러나 군은 청구인의 알 권리 실현을 위해 협조하도록 의무화한 정보공개법 상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채로 도리어 청구인의 알 권리를 제약하는 논리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둘째, 군은 정보공개에 명백한 이중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군 관계자들이 언론에서 해명한 부분들마저도 여전히 비공개로 일관하고 있는 것이다. 아군 기뢰 매설 현황과 수거 혹은 분실여부에 관해 김태영 장관이 언론에 공개한 자료들마저도 제대로 된 문서로 공개하지 않고 있다. 당일 한미 함정의 배치 상황, 한미 연합 독수리 훈련과의 관련성, 천안함 정비 일시와 내용 등에 대해서 국방부는 언론에 여러 방식으로 사실을 확인하는 브리핑을 했는데, 거기에 활용된 보고자료는 부분공개형태로라도 절대 공개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언론’앞에서는 ‘군사기밀’이 아니었는데, 정보공개 심지어 부분공개라도 결정하라고 하니까 ‘군사기밀’이라는 것이다.


셋째, 민군합동조사단 1차보고를 통해 기뢰 혹은 어뢰 피격의 진위가 가려졌으므로 공개할 이유가 없다고 밝히고 있으나 전혀 사실이 아니다. 우선 정부가 정보 차단을 정당화하는 도구로 악용하는 민군합동조사단의 조사는 이미 신뢰를 잃고 있다. ‘민군합동조사단’에 중립적인 민간전문가는 거의 없고, 그나마도 실제 조사과정에서 민간 인사는 완전히 배제하고 있다는 사실이 여러 차례 지적되었지만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 게다가 민군합동조사단이 밝힌 조사결과란 단지 ‘비접촉 외부 폭발 가능성이 있다“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런데도 군과 합조단측은 북한 어뢰설이 언론보도를 넘어 외교문제로까지 비화되는데도 책임 있는 설명과 해명에 나서지 않은 채 방치하면서도, 좌초설, 기뢰설 등 다른 가설을 제기하는 주장에 대해서는 근거 없는 주장을 중단하라는 식으로 몰아붙이고 있어 균형을 잃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의혹도 부추기고 있다.

무엇보다도 합조단의 반박논리 또한 치졸해서 빈축을 사고 있다. 절단면을 비공개하고 원거리 촬영조차도 제대로 허용하지 않은 합조단이 제기되는 의혹에 대해서는 절단면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면 함구하라는 식으로 훈계하고 있는 것이다.


넷째, 국방부의 답변으로 국민의 의혹과 불안이 해소되었다는 국방부의 주장은 아전인수격 해석에 지나지 않는다. 천안함 침몰에 대해 국방부 장관이 이렇다 할 근거도 밝히지 않은 채 ‘기습을 당했다’고 단정하고 해군참모총장이 보복을 다짐하는가 하면, 예단을 삼가라던 대통령과 각료들은 합조단의 조사결과도 발표되기 전에 중국과 북한의 정상회담에 대한 문제제기를 했다가 중국의 반발이 일자 아무 반론도 제기하지 못하는 외교적 망신을 당하고 말았다. 또한 대통령이 직접 임명한 안보총괄회의 장은 온 국민이 궁금해 하는 사고원인에 대해 조사당국의 공식발표도 나지 않은 상태에서 (그 원인을) “삼척동자도 다 알고 있다”는 식의 발언으로 물의를 빚었다. 이렇듯 국방부를 비롯한 책임 있는 정부 당국자가 유언비어에 가까운 무책임한 발언을 쏟아내면서도 국방부가 나서서 ‘유언비어 유포’를 단속하겠다고 적반하장의 으름장을 놓는다.

반면, 부풀리기식 보도를 연일 쏟아내면서 정부의 대외정책과 남북관계에 심각한 부담을 주고 있는 다른 보수언론들의 기사에 대해서는 일언반구 문제제기조차 하지 않고 있다. 중국 어뢰를 사용한 북한 정찰총국의 공격설 같이 확인되지 않은 가설의 유포에 대해서는 아무런 문제제기조차도 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정보를 독점한 국방부와 정부의 처신에 우리는 불안하기 짝이 없다.


마지막으로, 군이 정보를 취사선택하여 국민여론을 호도하려 하거나 적어도 상황악화를 방치한다는 정황이 여기저기서 드러나고 있어 객관적인 정보의 공개의 필요성이 더욱 절실해지고 있다. 예를 들어, 유언비어에 그토록 민감한 국방부는 놀랍게도 천안함 파괴장면을 담은 TOD 동영상이 있다는 언론의 보도에 대해서는 확인도 부인도 않고 고소도 고발도 않는 어정쩡한 태도를 취하고 있어 의혹을 부풀리고 있다. 이제까지 군의 대응태도롤 볼 때 이는 사실상 그 동영상이 있다는 묵인에 다름 아닌 것으로 해석된다.

연돌부근에서 발견되었다는 화약성분에 대해서도 국방부의 대응도 석연치 않다. 이 화약성분이 폭발의 흔적인지조차 제대로 규명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것이 마치 북한공격의 증거인 것처럼 예단하는 추측성 보도가 확산되는 것을 즐기는 것 같았던 국방부는 군조사단으로부터 RDX가 서방에서 사용하는 것이라는 정보가 ‘유출’되자 국방부 장관이 직접 기자실을 찾아와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러시아 등 모든 나라가 이 화약을 사용한다고 해명하는 등 허둥대고 있다. 이 모든 것들은 국방부가 정보를 편의에 따라 차단하고 있고, 특정한 예단을 가지고 그 방향으로 여론을 몰아가고 있으며, 이를 통해 군 스스로 의혹의 중심이자 원천이 되어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국방부는 더 이상 안보의 베일에 숨어 독점한 정보를 취사선택함으로써 국민여론을 호도하는 행위를 중단하고 모든 조사과정을 투명하고 공정하고 편향 없이 진행해야 할 것이다. 또한 국민들이 합리적 추론에 따라 자유롭게 진행하는 토론에 부당하게 개입하지 말고, 국민이 적법한 절차에 따라 요구한 객관적 정보를 신속하게 공개해야 할 것이다. 안보상의 위기는 군이 독점된 정보를 자신의 기득권을 지키는 데 악용하거나 특정 정치인들이 이를 정치적 소재로 사용할 때 더 심각해지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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