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드러난 군 폭력 문제는 빙산의 일각, 국가가 책임을 방기하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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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토론회 “군내 내 폭력 문제 국가의 구조적 폭력 문제로 논한다”가 7월 21일 개최되었습니다. 권인숙 명지대 교수, 김성전 예비역 공군 중령, 오동석 아주대 교수, 임재성 전쟁없는 세상 활동가,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 송기춘 전북대 교수가 패널로 참석해 군대 내 폭력 문제 발생의 원인, 현재 상황을 진단하고 대안을 제시했습니다.

 

 

권인숙.jpg    <권인숙 명지대 교수>

 

“남자가 되어 나왔다”, 군대 내 폭력성을 남성성으로 인식하고 재생산

 

천안함 사건 이후 해병대의 위상이 많이 높아졌다. 해병대 지원률이 높아지고, 현빈이 해병대에 지원하는 등 해병대가 사회적으로 상당히 부각되었다. 이러한 것은 해병대의 군기문화, 끈끈한 유대관계 등이 남자다움, 남성성을 길러낸다는 인식에 의해서이다. 여성적인 외모를 가지고 있거나, 얌전한 친구들 중에 해병대를 가겠다고 하는 사람들이 꽤 많은 것을 봐도 그렇다.

 

군대에 대한 이러한 인식은 군대에 가는 남자들이 군사주의 문화 이외 다른 문화를 겪을 기회가 없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고등학교 때까지 학교에 퍼진 군사주의 문화를 겪고, 입시문화에 찌들인 학생들이 대학에 가자마자 빠르면 2학년 1학기에 군대를 간다. 군대를 다녀와서는 군대 문화를 주입하는 예비역이 되거나, 뒷방 늙은이가 된다. 이들이 학교를 졸업하고 취업을 하면서 군대 문화를 기업에 이식시킨다. 이처럼 성장과정을 보면 이들이 다른 문화를 겪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대만의 경우 우리와 여러 모로 상황이 비슷하지만, 이들의 문화는 우리와 다르다. 대만의 대학은 서열관계를 중시하지 않는 자유로운 분위기이며, 이런 분위기 속에서 성장하여 대학을 졸업하고 군대에 간다.

 

징병제가 있는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국가 방위, 안보가 절대화되면 개인이 도구화되고 희생된다는 생각에서, 그리고 국가가 개인에게 병역을 강제하는 만큼, 시민들의 참여와 감시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발달해왔다. 그러나 한국사회에서 징병제라는 것이 사회적으로 공론화되기 시작한 것은 얼마되지 않았다. 학생운동이 강하던 시절에도 이러한 주제에 대해 토론해 본 적이 없다. 운동권 내부에서도 군대 문제는 신성시 되어 온 측면이 있는 것이다.

사회적으로 병역문제에 대한 논의가 많아졌으나, 이러한 논의가 고위층 혹은 연예인의 병역 기피 문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병역에 대한 논의가 ‘너도 나도 모두 군대에 가야 공평하다’라는 식으로 되서는 위험하다. 또한 군 복무를 ‘남자가 되어서 나왔다’는 긍정적인 평가만을 하고 군대 내의 여러 문제들을 해결하려는 노력이 전혀 없는 것도 문제이다.

 

오동석2.jpg     <오동석 아주대 교수>

 

평시상황에 맞는 군 제도 개혁과 군에 대한 문민통제 필요

 

군대 내 폭력 문제는 단지 피해자와 가해자라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에서 기인한다. 대학의 선후배관계의 폭력, 학교에서의 교사와 학생 간의 폭력, 가정안의 폭력 등의 폭력 문제에서 개인의 문제 해결 방식은 자살하거나 혹은 그 체제를 묵묵히 견뎌나가는 것뿐이다. 특히 군대는 위계질서가 명확해서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으며 폭력에 저항할 수 있는 문화가 배양되어 있지 않다.

 

이러한 문화를 바꾸기 위해서는 제도를 바꾸어야 한다. 지금까지 군내 대 폭력문제와 관련하여 지휘부, 군 조직 자체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었다. 군대는 전쟁을 대비하기 위한 조직이다. 그러나 전쟁이라는 것은 상당히 예외적인 상황이며, ‘정치’로 회피될 수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지금은 전시가 아니라 평시이다. 평시에는 군이 어떻게 조직되고 운용되어야 하는가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

 

현재 군은 지나친 기밀주의로 일관하고 있어 군내 내에서 사고가 일어나도 중립적이고 공정한 수사가 이루어질 수 없다. 그러나 실제 군사법원에서 행해지고 있는 재판 중에 군사기밀인 것은 별로 없다. 따라서 수사는 헌병이 하더라도, 재판은 군사 법원이 아닌 민간 법원에서 해야 한다. 민간법원에서 재판이 이루어져야 관련 증거와 실상이 외부로 드러나 문제를 개선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일본의 경우처럼 국방부 장관을 임용할 때 장관 후보자의 대상에서 현역 군인 뿐만 아니라 전역한 군인도 배제해 군에 대한 문민통제를 강화해야 한다.

 

불온서적 선정을 합헌이라고 판결한 헌법재판소의 책임, PKO법 제정, 상업적 파병 등 너무 쉽게 파병을 동의해 주는 국회의 책임, 그리고 분단체제에서 안보를 정치적으로 악용하고, 한반도의 평화를 지키지 못해 이런 식으로 군대를 존속시킨 국가의 책임을 물어야 할 필요가 있다.

 

임재성.jpg    <임재성 전쟁없는세상 활동가>

 

군대 내 폭력 문제에 대해 시민사회의 지속적인 관심과 개입 노력이 있어야

 

과거에는 군대에서 자살 혹은 살상 사건이 일어나면 그 원인을 개인의 ‘성격상의 결함’으로 몰고 갔으나, 최근에는 해병대 사건에서 볼 수 있듯이 해병대 자체의 군기 또는 기수열외 문제 등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예전보다는 구조적 문제에서 원인을 찾으려 하는 것 같다. 군대 내의 모순에 대해 일반 시민들도 공감을 하고 있는 듯 보인다.

 

작년의 천안함, 연평도 사건 이후 초, 중, 고등학교의 안보교육이 강화되었고, 실제 군인을 각 학교로 보내 총기를 가지고 학생들에게 교육을 하고 있다. 안보에 대한 긴장감이 높아진 것이다. 밖과 비교해 군대 내의 긴장감이 더욱 높아졌을 것이다. 정신교육이 강화되고 예비역 동원 정책이 발표되기도 했다. 최근에 있었던 민항기 총격사건 또한 이러한 긴장감에서 발생했을 것이다. 책임은 나중에 지고 일단 쏘고 보자 하는 식이었던 것이다.

 

여전히 군은 인권의 사각지대로서 시민사회의 개입이 어려운 영역으로 남아있다. 시민사회가 개입하기 위한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이지 않은 탓도 있다. 그동안 시민사회는 제도를 만들어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지만, 실제로 제도를 만들기 위한 새로운 시도를 하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이제서라도 시민사회의 지속적인 개입을 위한 노력을 시작해야 한다.

 

임태훈.jpg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

 

군대에서의 폭력 경험, 추억처럼 얘기할 문제인가,

군에 대한 시민사회와 국회의 통제가 필요

 

군대 내의 각종 사건, 사고는 알려진 것에 비해 굉장히 많다. 그러나 군이 기밀주의로 일관하고 있어 외부로 잘 알려지지 않는다. 최근 우리 사회가 군대를 바라보는 시각이 바뀌고 있는 것 은 사실이지만 군은 여전히 군대 내에서 일어나고 있는 각종 문제가 개인 사병의 문제인 것처럼 취급하고 있다. 군대에서 일어난 일을 다 개인 문제로 치부하고 정작 군은 책임을 회피하고 있는 것이다.

 

2005년에 이루어진 실태 조사에서 군대 내에 어느 정도의 폭력이 내재되어 있는지 알 수 있었다. 21%의 사병들이 아파도 아프다고 말하지 못했다. 이유는 ‘선임의 눈치가 보여서’ 혹은 ‘꾀병이라고 할까봐’였다. 폭력은 9%로 예전에 비해 줄어들긴 했지만 여전히 많았다. 2005년 이후 지금까지의 데이터는 없다. 그 사이 폭력이 훈육되고 재생산되고 있을 것임이 분명하다. 군대에서 폭력을 경험한 이들은 커밍아웃하지 않는다. 그냥 ‘맞았다’ 혹은 ‘때렸다‘며 추억처럼 자연스럽게 얘기한다. 이런 것이 군대 내 폭력 문제를 악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군대 내에서 사건이 발생하면, 군은 빨리 정리하려고 유족들에게 서둘러 장례를 치를 것을 강요한다. 문제가 지휘부의 책임으로 전가될까봐 걱정하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지휘부는 각종 사적인 일에 하급군인들을 동원한다. 심지어 사단장 집의 김장, 이사 등에 군인들의 부인까지 동원하고 있다.

 

시민사회와 국회는 군을 통제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지금까지의 시민사회의 노력은 미흡했다. 국회 또한 국정조사는 커녕, 무엇이 문제인지 시민사회에 물어보지도 않는다. 군인들을 군대에 가둬놓는 것도 문제이다. 일과 이후에는 사적인 외출이 허용되고 주말에는 외박도 나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군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인권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요즘 대학에서 예비역들을 대상으로 하는 인권학교가 열리고 있는데, 이러한 교육이 많아져야 이들이 가지고 있는 군대에서의 나쁜 기억이 치유되고 군사주의 문화가 세탁될 수 있다.

 

송기춘.jpg    <송기춘 전북대 교수 >

 

사병들에게 충분한 급여와 휴식 제공하고 개인의 사생활 보호 필요

 

체육학과 혹은 대학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 참석해 보면, 군대에서조차 하지 않을 정도의 가학적인 폭력을 행사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군대의 폭력성이 사회로 오는 것인지, 사회의 폭력성이 군대로 가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사회가 가지는 폭력성, 냉혈함 이런 것이 군대로 이식되는 것은 당연할 것이고 군대 내에서 심화될 것이다.

 

징병제는 모든 사람을 대상으로 하지만, 사실 모든 사람들이 군대에 적응할 수는 없다. ‘관심사병’이라고 하는 군대 문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다른 일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병역이 국민의 의무라고 해도 여기에는 충분한 보수가 지급되어야 한다. 그러나 현 상황에서는 의무라는 이름으로 병역이 강제될 뿐, 이에 대한 충분한 보상이 지급하지 않아 군인들의 자발적인 동기를 이끌어내기 힘들다. 또한 ‘안가는 사람들도 있는데 왜 나만 가나’와 같은 생각들로 갈등하기도 한다.

 

이러한 군의 폭력 문제는 군의 지나친 기밀주의에서 기인한다. 군이 내부의 문제를 외부에 드러내는 것을 꺼리는데, 문제가 외부로 드러날 경우 과도한 책임이 부과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휘관들의 책임범위를 명확히 해서, 이러한 문제가 밖으로 드러나도 과도한 책임이 부과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예전에는 군대에서 문제가 되는 것이 ‘구타’라는 물리적 폭력이었는데, 최근에는 인격모독, 언어폭력으로 바뀌었다. 구타를 없애는 것은 기본이고 상대를 존중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 주어야 이런 폭력이 없어질 수 있다. 또한 인권교육이 필요하다. 더불어 입대 전에 교육을 통해 직무상 권한과 책임을 명확하게 해야 한다.

 

현재 밝혀진 군대 내의 자살, 살상 문제는 빙산의 일각이다. 자살과 살상에 이르기까지 그 과정에서 벌어지고 있는 폭력적 문제들에 대해 국가는 책임을 방기하고 있다. 직무유기인 것이다. 군대 내에서 일어난 폭력의 성격에 대해 다시 규정해야 한다. 군대의 비합리성, 그 나이 때에 가질 수 있는 이성문제, 제대 후 진로 문제 등 이러한 문제들을 인성이 불비한 몇몇 사람들의 문제로 본다면 모든 사람들의 인성이 불비한 것이다. 군인들에게 병역에 대한 적절한 보상과 휴식을 주어야 하며, 연애와 사생활이 보장되어 한다.

김성전.jpg    <김성전 예비역 공군 중령>

 

체벌 없고, 개방적인 군대 만들고, 군인수를 대폭 줄이는 국방개혁 진행해야

 

국가인권위의 조사관 자격으로 각 부대를 방문한 적이 있는데 육군이나 공군의 경우에는 일정을 바꾸어 가도 오지 말라고 한 적이 없는데 반해, 해병대는 일정을 바꾸면 절대 방문하지 못하게 했다. 뿐만 아니라, 간부들이 사병들을 교육시켜 사병들이 그들의 생활에 대해 말을 잘 안했다. 사적으로 만난 한 해병은 “처음에는 열심히 훈련받으려고 왔는데 이제는 제대하는 날 병신이 되지 않기만을 바란다”고 하기도 했다. 그 당시 1사단장이 “해병대에서 구타문제 정도는 있을 수 있는 것 아니냐”고 해 해병대 앞으로 참 문제겠구나라고 생각했다. 불시에 해병대를 방문하더라도, 조사를 진행할 수 있도록 해병대가 개방적으로 바뀌어야 이런 문제가 재발되지 않는다.

 

군대 내 폭력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서 먼저 군 내부의 지휘관이 변해야 한다. 군대의 폭력 문제는 일제시대 군대 문화에 기인한다. 체벌로는 동기부여가 되지 못한다. 또한 국방개혁을 해야 한다. 정치세력 뿐만 아니라 시민들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현재 군인수가 엄청 많다. 군대에 가지 않겠다는 벙역거부자나 군대 문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이들을 위한 대체복무제를 만들어서 군인수를 줄여나가야 한다. 현재 나와 있는 육군 중심의 국방개혁은 안된다. 보수와 진보를 아울러 좋은 군대를 만들기 위해 국방개혁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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