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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군축센터    한반도 평화를 위해 비핵군축운동을 합니다

  • 칼럼
  • 2013.05.02
  • 7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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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정전 60년을 맞아 프레시안과 참여연대는 장기간의 정전이 낳은 문제점을 짚어 정전체제의 한계를 진단하고, 한반도 주민들의 안녕과 평화를 담보할 수 있는 평화적·포괄적인 해법을 모색하고자 '정전 60주년, 평화를 선택하자' 연재를 공동 기획했습니다. 다양한 분야의 필자들을 통해 현안 대응책은 물론, 평화를 바라는 이들에게 외교·안보 쟁점과 관련해 바람직한 관점을 제안하고자 합니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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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전 60주년, 평화를 선택하자⑩]

단전·단수→재산몰수→군사기지화, 최악의 시나리오
개성공단 치킨게임, 여기서 멈춰야

 

김창수 통일맞이 정책실장

지난 27일 정부는 개성공단 체류 인원 철수를 결정했고, 29일 43명이 귀환했다. 아니나 다를까 북한은 개성공단을 군사 지역으로 환원할 수 있다고 시사했다. 북한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은 개성이 다시 군사 지역이 되면 "서울을 더 바투 겨눌 수 있게 되며 남진 진격로가 활짝 열려 조국통일대전에 더 유리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공공연하게 '남진 진격로' 운운하는 북한의 이런 태도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자신들의 선전과 시위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 무차별적으로 서울시민의 생명을 담보로 하는 발언이기 때문이다.

개성-문산 축선에서 전쟁 승패가 결정돼

문제는 정부가 개성공단에 단전·단수 조치를 취하게 되면 북한은 자산 몰수와 병력 재배치로 응할 가능성이 크다는 데 있다. 물론 이런 조치가 취해지기까지는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다. 정부 수립 이후 한국 관할이던 개성은 한국전쟁 정전 이후 북한 땅이 됐다. 이에 따라 '개성-문산 축선'은 북한이 서울로 접근하는 최단 루트가 됐다. 개성-문산 축선은 한반도에서 분쟁이 발생할 경우 승패가 결정될 수 있는 전략지역이다. 북한은 수도권 집중 포격 후 기동화 부대로 개성-문산 축선을 돌파해 수도권을 장악하는 군사 전략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상태다.

이러한 전략을 수행하기 위해 북한은 개성 남쪽에 62사단과 6사단, 62포병여단을 전진 배치하고 있었다. 하지만 개성공단이 건설되면서 북한군의 병력과 장비가 후방으로 이동했다. 지금도 군사분계선과 개성공단 사이에는 북한의 군사시설이 없다. 개성공단을 조성하는 초기만 해도 휴전선과 개성공단 사이에는 군부대 막사, 토치카(tochka), 위장 군시설 등이 곳곳에 있었다고 한다. 비무장지대가 사실상 10㎞까지 북상한 것이다.

비무장지대가 10㎞ 북상했다는 것은 비무장지대 고유의 역할이 그렇듯이 북한의 기습을 억제하는 완충지대가 북쪽으로 확장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한미 연합군은 북한의 기습 공격에 대한 조기 경보 시간을 몇 십 분 더 확보했다.

개성공단이 창출한 수조 원의 평화 효과

전쟁 발발 초기 조기 경보 시간 확보는 북한의 기습 공격을 미리 알고 대비할 수 있게 한다. 개전 초기의 전투 상황에서 승패를 좌우할 수 있을 정도로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한미 연합군은 북한의 기습 공격을 조기에 경보하기 위해 공중 정찰, 통신 감청 등에 많은 비용을 투입하고 있다.

완충지대를 확장하고 조기 경보 시간을 확보한 게 개성공단의 평화 유지 기능이다. 개성공단이 1대에 1000억 원이 넘는 F-15 전투기 수십 대를 가지고도 할 수 없는 군사 효과를 냈던 것이다.

개성공단 지역에 북한의 병력이 재배치되는 것은 완충 기능이 없어진다는 것을 말한다. 지금까지 알려진 북한군 군사 전략은 집중 포격을 가한 뒤 전차, 장갑차, 자주포로 무장한 기동화 부대를 서부 전선으로 내려보내 방어선을 돌파하고 남한 깊숙이 돌진시켜 수도권을 석권하는 '단기 속전속결 전략'이다.

북한이 개성공단에 병력을 재배치하게 될 경우 한반도의 긴장은 다시 급속도로 높아질 것이다. 개성공단이 폐쇄되면 앞으로 국제 사회는 북한에 투자하지 않을 것이다. 가뜩이나 어려운 북한의 경제 상황을 고려할 때 북한에 큰 타격이 되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피해를 보는 것은 북한뿐이 아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로 죽어나는 국민

분단 때문에 한국 제품이 제값보다도 30% 저평가되고 있다는 것이 '코리아 디스카운트'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10%만 줄이면 국내 3대 기업이 올리는 영업 이익보다도 더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개성공단에 북한 병력이 다시 배치되면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비율은 더 높아질 것이다. 불안과 긴장이라는 한국의 국가 브랜드가 형성되고, 한국에서 열리는 각종 국제 경기 대회가 취소되고, 관광객이 줄어드는 상황을 생각해보라. '죽어나는 것은 조조 군사'라고 결국 국민의 삶만 피폐해진다.

개성공단은 매일매일 작은 통일을 연습하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한반도의 평화를 지키고 있었다. 개성공단이 가동되고 있었기 때문에 한국의 자산이 국제적으로 저평가받는 것을 방지하고 있었던 것이다.

북한이 개성공단에 병력을 재배치하고, 그때 가서 북한을 규탄해도 그걸로 끝날 일이 아니다. 개성공단이 북한의 '달러 박스'이기 때문에 북한이 문을 닫지 못할 것이라는 예측도 안일했다는 것이 이미 입증되지 않았는가? 지금과 같이 남북이 신경전을 계속할 경우 결국 개성공단은 폐쇄될 것이다.

개성공단이 이런 위기를 맞이한 것은 가동 중단 조치를 취한 북한의 탓이 크다. 북한은 남한의 일부 수구 언론과 극우 세력의 발언을 핑계로 댔다. 그러나 개성공단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가동이 중단되어서는 안 된다. 통일의 실험이고 평화의 상징이기 때문이다. 개성공단 가동이 중단되면 개성공단뿐만 아니라 남북 경제 협력 자체에 대한 신뢰도는 그만큼 낮아지기 때문이다.

누가 산소 호흡기를 떼려 하는가

북한의 가동 중단 조치에 맞선 한국 정부의 중대 조치는 개성공단을 사실상 폐쇄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그러나 정부는 북한이 개성공단 폐쇄를 말하고 있지 않기에 재가동의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듯하다. 이러한 정부의 전망도 지극히 안이하다.

개성공단은 이미 산소 호흡기에 의존해서 연명하는 상태다. 북한은 자기 손으로 산소 호흡기를 떼고 싶지 않을 뿐이다. 정부가 북한에 중대 조치를 통보하고 북한이 이를 거부하자 인력 철수를 단행한 것은 치밀하지 못한 처사였다. 울고 싶은 북한의 뺨을 때려준 격이다. 북한은 개성공단 폐쇄가 기정사실이 되는 시점에서 모든 책임을 남한에 떠넘길 것이다. 남한이 산소 호흡기를 뗐다고 주장할 것이다.

개성공단 재가동을 위한 대북 협상을 제안한 정부의 조치는 불가피했다. 그러나 하루 시한을 주면서 회담에 나서지 않을 경우 '중대 조치'를 취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북한이 써오던 수법을 우리 정부가 따라 한 것이다. 중대 조치에 따라서 개성공단에서 인력을 철수했다. 이제 단전·단수를 검토하고 있다. 이렇게 해도 북한이 개성공단을 폐쇄하지 못할 것으로 생각한다면 정부 내에 부처 간 통합 조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밖에 볼 수 없다. 북한이 개성공단을 폐쇄하는 것이 아니라 투자하는 기업이 없어서 개성공단이 저절로 자연사할 것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개성공단 가동을 위한 회담을 제안하면서, 식자재 제공 등 인도적인 명분과 약속대로 개성공단을 발전시켜야 하는 비전을 제시했어야 했다. 그리고 4월 말 독수리 훈련의 종료와 5월 7일로 예정된 한미정상회담의 결과를 기다렸어야 했다. 우리가 폐쇄를 가속화하는 조치를 취하지 않았을 때 재가동의 가능성이 생긴다. 행동은 폐쇄에 쐐기를 박으면서 재가동을 기대한다는 것은 모순이다.

대화를 탐색하는 미·중 양국

4월 12일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 방문 이후 미국과 중국은 북핵 문제에 대한 대화의 조건을 놓고 줄다리기를 하고 있었다. 중국이 우다웨이 6자회담 특별 대표를 미국에 보내서 대화를 위한 실무 협의를 하고 있던 상황이었다. 미국의 조야는 북한 핵 문제를 해결하는 데 중국의 역할을 잔뜩 기대하고 있었다.

심지어 중국을 끌어들이기 위해서 중국이 유엔(UN)의 제재를 이행하지 않아도 그럴만한 사정이 있는 것이니 이를 이해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제기되는 상황이었다. 그럴만한 사정이란 북·중 접경지역에서 이뤄지고 있는 중국과 북한의 무역을 말한다. 여기서 생기는 이익 때문에 중국이 유엔 제재를 100% 이행하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대표적인 싱크탱크인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는 최근 지난 50년간 북한의 대화 패턴을 분석했다. 그 결과는 북한이 위기를 조성하더라도 5~6개월 안에 대화 국면이 조성됐다는 것이다. 결국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협상장으로 돌아올 것으로 전망했다. 물론 중국과 협조가 강화될 것이기 때문에 과거와 다른 결과를 기대한 협상이라는 것이다.

이런 와중에 한국 정부가 개성공단 인력을 철수했다. 미국 언론은 북한의 위협 수위가 차차 낮아지고 있는 가운데 한국이 이런 제안을 했다고 분석했다. 결국 정부의 개성공단 인력 철수 조치는 국제 정세에 둔감한 채 대화 분위기를 조성하려는 노력에 찬물을 끼얹은 셈이 되었다. 다시 한 번 정부의 정책 통합 조정 능력의 부재를 실감하는 대목이다.

여기서 멈춰라!

북한이 개성공단을 먼저 포기하지는 못할 것이다. 개성공단은 김정일 위원장이 직접 부지를 선정했기 때문이다. 6.15공동선언 직후인 2000년 8월 12일, 평양을 방문한 남측 언론사 대표단 56명은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오찬을 했다. 이 자리에서 김정일 위원장은 "현대에 개성관광단지와 공업단지를 꾸밀 수 있도록 개성을 줬는데 이건 6.15선언 선물입니다"라고 말했다. 당초 현대는 개성이 아닌 서울·인천과 가까운 해주를 원했다. 북한 당국도 신의주를 1순위로 생각하고 있었다.

김정일 위원장이 해주가 아닌 개성을 선택한 것은 중국의 사례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장쩌민 주석이 홍콩과 인접한 심천특구의 성공 사례를 제시하면서 개성을 권고했다는 것이다. 입지 조건에서 서울과 60km 정도 떨어진 개성이 한국 기업에 수익성을 보장해주기에 좋다는 이유 때문이다.

이런 점을 감안한다면 남북 정권은 개성공단에서 산소 마스크를 떼는 일을 하지 말아야 한다. 단전·단수, 재산 몰수, 병력 배치와 같이 상황을 악화시키는 일을 할 경우 개성공단은 재가동이 불가능한 상태가 될 것이다. 이미 상황은 악화되었지만 여기서 멈춰야 한다. 남북 양측 지도자들이 서로 강해 보이려고 하다가 상황이 이렇게 되었다는 외신들의 따가운 시선을 의식해야 한다. 남북 지도자가 위기 관리 능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아야만 한국의 국가 브랜드 실추도 막고, 남북 경제 협력에 대한 국제적 신뢰도 하락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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