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군축센터 칼럼(pd) 2012-03-06   3775

[평화에 투표하자 ①] 총선 전 한미 해병대 상륙훈련이 위험하다

“긴장 높아지면 대포는 저절로도 터지더라…”

 

김창수 ‘통일맞이’ 집행위원

 

총선과 대선에서는 평화와 외교ㆍ안보 문제도 중요한 쟁점입니다. 선거를 앞두고 외교ㆍ안보 현안이 갑자기 떠오를 때의 표심은 예측하기 어렵지만, 긴장을 고조시켜 표를 얻으려는 시도는 이제 어림도 없다는 사실은 분명해 졌습니다. 그러나 갈등 조장에 대한 유혹을 느끼는 듯한 움직임은 여전히 있습니다.

 

프레시안과 참여연대는 총선을 앞두고 벌어지는 그러한 낡은 시도를 감시하고, 올바른 대외전략의 비전을 제시하고자 ‘평화에 투표하자’ 시리즈를 공동 기획했습니다. 여러 전문가들이 필자로 나서는 이 연재에서는 선거 전 불거지는 현안에 대한 대응은 물론 평화를 바라는 이들이 외교ㆍ안보 쟁점에서 가져야 할 기준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총선 전까지 매주 1~2회 찾아갈 예정이며, 대선을 앞두고도 이어갈 계획입니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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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9 자주포

      ▲ 경기도 연천의 한 포병대대에 있는 K-9 자주포 ⓒ연합뉴스

 

 

미국은 군사력을 증진하고 평가하기 위해 많은 군사훈련을 실시한다. 미국 국방부는 전통적으로 ‘군사훈련은 기간이 가장 짧은 실전’이라는 발상에 뿌리를 두고 군사훈련을 실시해왔다. 군사훈련은 실전을 전제로 실시하는 것이기 때문에 군사훈련을 하는 동안에 우연한 사건과 결합하면 순간적으로 실전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한미 군사훈련은 그동안 뜨거운 이슈가 되어 왔다. 90년대 초반에는 1976년부터 실시해온 팀스피리트 훈련이 한미 양국과 북한 사이에 논란이 되었다. 당시 팀스피리트 훈련은 미국이 서방 국가들과 실시하는 최대 규모의 군사훈련으로 알려졌다.

 

1991년 12월에 남북이 ‘기본합의서’와 ‘한반도 비핵화공동선언’에 합의한 이후 1992년에 한미양국은 팀스피리트 군사훈련을 중지했다. 그러나 팀스피리트는 이듬해인 93년에 재개되었다. 1994년에는 실시 방침을 결정하지 못한 상태에서 RSOI 훈련이라는 이름으로 대체되었다.

 

군사훈련은 ‘기간이 가장 짧은 실전’이기 때문에 훈련의 중지는 정치군사적인 신뢰를 촉진시킨다. 서방세계 최대의 훈련이라던 팀스피리트가 핵협상 과정에서 유보되었다가 중지된 것은 군사훈련 중지가 가져오는 신뢰구축의 효과 때문이다.

 

 

군사훈련 중지는 신뢰를 구축시켜

 

 

1991년 남북기본합의서에도 이런 효과는 잘 나타나 있다. 기본합의서 12조에서는 ‘대규모 부대 이동과 군사연습의 통보 및 통제’를 약속하고 있다. ‘대규모 부대 이동’이나 ‘군사연습’이 실전으로 비화될 수 있기 때문에 ‘불가침’을 위해서 이를 ‘통제’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당시 북한은 ‘외국군과 합동 군사훈련 중단’, ‘사단급 이상의 군사훈련 금지’를 주장했었다. 이에 대해 한국 정부는 ‘군 인사 상호방문’, ‘군부대의 이동과 훈련 통보 및 참관’을 주장해서 의견이 차이가 있었다. 그러나 남북은 군사연습의 ‘통제’에 대해 합의했다. 그 이듬해인 1992년에 팀스피리트 한미군사훈련이 중지되었던 것이다.

 

팀스피리트 훈련 중단 이후 시작한 RSOI 훈련은 실제 병력이 동원되지 않고 지휘관, 참모, 통신요원이 참여하는 지휘소 훈련(CPX)이었다. RSOI 훈련은 2002년부터 실제 병력이 동원되는 독수리훈련과 연동되어 병행 실시되었고, 2008년부터는 ‘키 리졸브/독수리 훈련’이라는 이름으로 해마다 3~4월에 실시되어왔다. 올해 키리졸브 훈련은 2월 27일부터 3월 9일까지 실시되며, 독수리훈련은 3월 1일부터 4월 30일까지 진행된다. 그리고 3월 중에는 23년 만에 최대 규모의 한미연합 상륙훈련인 쌍룡훈련이 예정되어 있다.

 

키리졸브 훈련은 한반도 유사시를 상정한다. 유사시에 미군 증원 전력을 미국 본토와 해외 미군기지에서 한반도로 신속하게 투입하고 한국군의 지원 절차를 숙달하는 것을 연습한다. 키리졸브 훈련에 해외에서 증원되는 미군 규모는 2009년 1만4000여 명, 2010년 8000여명, 2011년 미군 500여명, 2012년 800여명 등 대체로 줄어드는 추세였다.

 

훈련중에 해외에서 증원되는 미군 병력에 대해 북한은 공포심을 느껴왔다. 군사훈련이나 병력 증원은 무력시위의 성격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키리졸브 훈련에서 미군 증원 병력이 줄어드는 추세에 대해서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키리졸브 훈련 때마다 ‘불바다’ 운운하면서 강력히 위협했다. 무력시위의 성격을 지니는 군사훈련에 대해 북한도 말의 공갈을 퍼부으며 맞서온 것이다.

 

무력시위와 공갈 위협을 주고받는 상황에서 ‘군사의 정치화’라는 측면을 읽을 수 있다. 다시 말하면 ‘군사의 정치화’는 92년도에 팀스피리트가 중단되었듯이 정치적인 결정에 의해서 군사훈련이 중단될 수 있는 여지가 존재한다는 것을 말해주기도 한다.

 

 

최대 규모의 한미 해병대 상륙훈련 실시 예정

 

 

그러나 2012년에 접어들면서 한미합동 군사훈련은 이런 추이와는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주한미군 사령부에 따르면 올해 독수리 훈련에는 “1만1000명의 미군이 참가하며, 대다수 병력이 해외로부터 전개되는 병력”이라고 한다. 또한 독수리훈련 기간에 경북 포항 일대에서 한미 양국 해병대가 실시하는 최대 규모 상륙훈련인 ‘쌍룡훈련’은 오키나와 주둔 주일미군이 참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한미군과 국방부는 ‘북한의 도발에 대비한 연례적이고 방어적인 훈련’이라고 말하고 있다. 과거에도 포항 일대에서 상륙훈련인 쌍룡훈련을 실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올해부터 쌍룡훈련이 정례화되고 오키나와에서 대규모 미군이 참여하는 것을 ‘북한의 도발에 대비한 연례적이고 방어적인 훈련’이라고 말하기에는 석연찮은 점들이 많다. 해병대의 상륙훈련이란 방어적이기보다는 본질적으로 영토 점령을 위한 공격적인 성격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런 공격적인 성격의 훈련을 연례적으로 실시해온 것이니까 위협적이지 않다는 국방부의 주장은 일종의 형용모순이다.

 

또한 지난 2월 23~24일 북미 3차 고위급 회담에서 북한의 우라늄 농축 일시 중단과 미국의 대북 지원이라는 합의와도 일치하지 않는다. 군사훈련이 이미 계획된 것이라고 한다면 북미 3차 회담도 작년부터 진행되어온 1차, 2차 회담의 연장선에 있었다. 지금은 북한과 미국이 북한 핵폐기를 위한 6자회담 개시로 나가려는 시점이다. 이런 시점에서 해병대의 대규모 상륙훈련은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를 신경 쓰지 않을 정도로 절박한 이유가 있다면 그것은 대중국 군사전략 차원에서 아시아 중시를 선언한 미국의 전략을 꼽을 수 있다.

 

 

미중 군사 대립과 고래싸움에 터지는 새우등

 

 

2010년 발생한 천안함 침몰과 북한의 연평도 포격 이후 동해, 서해, 남지나해, 태국 등에서 한-미-일 3국이 협력해서 군사훈련을 실시해왔다. 중국에 대한 전방위적 해상 군사압박의 밑그림이 완성된 것이다.

 

미국은 북한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목적이라며 대중국 포위 전략을 부정해왔다. 그러나 미국이 한국, 일본, 베트남 등 동북아, 동남아 각국과 실시하는 각종 해상 군사훈련이 대중국 전략의 일환이라는 것은 미국 여론이 튼튼하게 뒷받침해주고 있다. 2010년 시카고 위원회 여론조사 결과에 대한 분석에 따르면 “중국과 새로운 관계를 수립하기 위해 전통적인 동맹인 한국, 일본과 관계가 약화되는 것보다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한일과 동맹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결국 미국의 전략은 북한의 위협을 발판으로 대중국 포위동맹을 구축하려는 것이라는 혐의를 받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대북정책뿐만 아니라 동북아 전략도 없는 이명박 정부는 미국의 대중국 포위동맹에 참여하고 있는 것에 다름 아닌 것이다.

 

잘 알려진 것과 같이 천안함 침몰 사건 이후 2010년 7월 하순 동해에서 실시된 한미합동 훈련과 연평도 포격 이후 2010년 11월 28일부터 서해에서 실시한 한미합동 훈련에는 핵추진 항공모함 조지워싱턴 호가 참가했다. 천안함 침몰 이후 조지워싱턴호가 참가한 한미합동 훈련을 서해에서 실시하려고 했으나 중국의 강력한 반발로 동해로 장소를 변경하였다. 그러나 연평도 포격 이후 실시된 서해 한미합동 훈련에는 결국 조지워싱턴호가 참가했다.

 

서해는 중국이 신장위구르, 티벳, 대만, 남중국해와 함께 중국이 5대 핵심이익(core interest)이 걸린 지역으로 설정한 곳이다. 여기에 핵추진 항공모함이 참가해 군사훈련을 하는 것은 베이징, 상하이 등 중국의 주요 지역이 미국의 군사작전 반경에 포함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2011년 1월 미중 정상회담으로 중국과 미국이 상호 협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갈등을 전환시켰다. 그러나 미국은 한미동맹으로 중국을 압박하는 유용성을 확인했으므로 한미동맹은 더욱 지속적으로 중국을 겨냥할 것이다.

 

 

한국과 일본이 합동 군사훈련?

 

 

MB 시대 한미연합 군사훈련의 또 다른 특징 가운데 하나는 한-미-일 삼각 군사협력이 활발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2010년 7월 동해에서 실시된 한미합동 훈련에는 일본 해상자위대 소속 장교들이 처음으로 참가했다. 11월 서해 한미합동훈련 직후인 2010년 12월 4일부터 6일간 미국과 일본은 일본 열도 남쪽 오키나와 인근바다에서 4만4000명의 병력과 핵항공모함 조지워싱턴호가 참가하는 역대 최대 규모의 합동 군사훈련을 실시했다. 이 훈련에는 한국군이 처음으로 참관한 것으로 알려졌다. 12월 한국 연해에서 실시된 대량살상무기확산방지구상(PSI) 훈련에는 해방 이후 처음으로 함정과 항공기를 투입하기도 했다. 중국에 대한 전방위적 압력과 함께 미국을 매개로 한 한-일 군사협력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의도는 2011년 2월 8일 마렌 미국 합동참모본부 의장이 발표한 ‘국가군사전략’ (The National Military Strategy of USA)에 그대로 반영되어 있다. 이 문서에 따르면, 중국의 군비 확장이나 북한 핵문제 등에 대처하기 위한 미국의 전략은 ‘향후 수십년 동안 동북아시아에서 강력한 군사력 전개’, ‘한일 군사협력 관계를 강화를 통한 지역의 안정화 추진’ 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윌러드 미국 태평양사령부 사령관은 한-미-일 합동 군사훈련에 대해 “현재 협력 강화를 위한 논의와 공동 작전수행 능력을 감안할 때 3국이 앞으로 ‘어느 시점’에 합동훈련을 실시할 ‘적기’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합리적 충분성

 

 

한미일 삼각 군사협력은 한미동맹과 미일동맹이라는 독립된 두 개의 동맹이 한일간의 군사협력을 촉진시키는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역사 문제나 영토분쟁으로 한국인들이 일본에 대해 기본적인 신뢰가 부족하므로 고도의 신뢰가 필요한 군사동맹이 한-일 사이에 형성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국과 일본을 미국이 매개하는 형식으로 한-미-일 삼각군사협력의 모습이 만들어지고 있다.

 

평화를 추구하는 사람들은 ‘합리적 충분성’이라는 용어에서 현실과 이상의 균형점을 찾는다. 방어하기에는 충분하나 공격하기에는 부족한 수준의 군사력을 뜻한다. 군사훈련도 ‘합리적 충분성’에 따라서 방어를 위한 훈련에 머물러야 한다. 이명박 정부가 추구하는 해병대의 대규모 상륙훈련, 미-중 사이의 군사적 긴장에 끼어들기, 일본과의 합동 군사훈련 실시 등은 결코 합리적이지 않다. 남북의 군사적 긴장을 격화시킬 뿐만 아니라 우리의 국익이나 국가가 나아가야할 평화 지향에 반하기 때문이다. 규모와 횟수에서 크게 늘어난 한미 군사훈련은 ‘긴장이 고조되면 대포는 저절로 터질 수도 있다’는 서양의 속담을 생각나게 한다.

 

총선을 앞두고 남북의 긴장이 발생해 선거에 영향을 끼친 적이 여러 차례 있었다. 북한의 오판이 원인이 되기도 하고 한국의 정치세력이 유도하기도 했다. 올해 4.11 총선을 앞두고도 남북 사이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올해 총선을 앞두고 강화된 해병대 상륙훈련은 남북 사이에서 군사긴장을 촉발시킬 수 있다.

 

하지만 국민들의 의식은 달라졌다. 과거처럼 북풍이 일방적으로 표심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오히려 선거는 남북 대결을 조장하거나 악용하는 세력들을 심판하는 유권자 혁명의 기회로 작용한다. 이번 선거에서도 마찬가지로 유권자들은 평화를 선택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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