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군축센터 파병 2009-02-24   1617

PKO신속파병법, 유엔결의로 국회동의권 대체하자는 것인가

국회 사전동의권 사문화,
 실효성 검토 없는 파병 남발될 가능성 커

지난 18일, 정부와 한나라당은 당정실무회의에서 ‘PKO 신속파병법’을 조속히 제정하기로 결정했다. 그 내용은 일정규모 이하의 PKO 파병 규모에 대해서 1년 단위로 미리 국회의 동의를 받아놓은 뒤, 정부가 파병 방침을 세워 임무를 수행한 후에 국회에 보고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사실상 정부와 여당은 헌법에 규정된 국군 파병에 관한 국회 사전 동의권을 사문화시키면서까지 파병 절차를 용이하게 하겠다는 것이다.

외교부는 PKO 파병에 관해 1년 단위로 국회의 사전 동의를 구하는 것이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 이유는 PKO활동이 유엔안보리 결의에 의해 수행되고 무력사용이 제한돼 있으므로 외국과의 외교적 마찰이나 국민의 생명이 위협받을 개연성은 낮기 때문이라고 외교부는 설명하고 있다. 이는 헌법상의 국회 사전 동의 조항에 대한 지나치고도 자의적인 주장에 불과하다. 국회의 사전 동의는 국민들을 대신하여 국군 부대의 해외 파병에 대한 적절성, 실효성을 따지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대해서도 충분히 검토하라고 있는 것이다. 유엔안보리 결의가 있고 외국과의 외교적 마찰을 피할 수 있다고 해서, 그리고 무력사용이 제한되어 있다고 해서 한국군의 해외 파병이 타당하고 정당화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외교부 주장대로라면 차라리 국군의 해외 파병에 대해 국회의 사전 동의를 구하는 헌법 규정을 삭제하고, 그 요건을 유엔안보리 결의로 대체하자고 주장하는 게 낫다.

미국의 이라크 침공이나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침공의 사례에서 확인되었듯이 유엔안보리 국가들의 정치적 판단이 한국군 파병을 결정하는 절대적인 기준이 될 수는 없다. 또한 외교부는 이스라엘과 레바논 헤즈볼라간의 정전감시 활동을 하고 있는 한국 동명부대를 예를 들어 PKO부대의 안전을 강조하려고 하지만, 지난해 레바논에 파병된 스페인 출신의 PKO 6명이 무장세력의 공격으로 숨진 일은 감추고 있다. 다른 나라의 병력이 자국에 주둔하고 있다는 것은 매우 민감한 문제이거니와 그것이 유엔안보리 국가들의 정치적 이해와 맞물려 있을 경우 PKO부대라고 하더라도 안전을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외교부와 한나라당의 PKO신속파병법 제정 논리의 문제점은 이 뿐만이 아니다. 이들은 그 동안 한국군의 해외파병에 있어 국회 동의 절차가 복잡하거나 까다롭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실제 국회 동의를 구하는 데는 짧게는 3일, 평균적으로 11일 안팎에 소요되지 않았다. 그것은 파병의 타당성과 실효성을 검증하는 최소한의 시간에 불과했다. 국회가 국군의 해외 파병에 있어 걸림돌이 된 적이 없었다는 것이다. 돌이켜보건대 국회는 오히려 해외 파병에 대한 진지한 정책검토나 평가 활동을 제대로 한 적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PKO 신속파병법’이 제정된다면, 이는 정책검토 없는 해외 파병이 남발하게 될 가능성만 커질 뿐이다.

이처럼 정부와 여당의 ‘PKO 신속파병법’ 제정 논리는 궁색하기 짝이 없다. 국회와 국민이 파병의 실효성을 충분히 납득하기 전에 PKO 병력을 신속하게 대규모로 파병하는 것이 국제적 위상을 제고시킨다는 것은 국제사회 현실과 동떨어진 주장일 뿐만 아니라 다른 정치적 의도를 숨기기 위한 주장일 뿐이다. 정부가 진정 국제사회에 기여하고자 한다면 파병 규모 확대나 신속파견에 초점을 맞출 것이 아니라, OECD 국가 중에서 가장 낮은 비율을 보이고 있는 빈곤국과 분쟁지역에 대한 무상원조를 대폭 확대하는 일부터 서둘러야 할 것이다. 국회 또한 자신들의 헌법적 권한을 포기하면서까지 무분별한 파병이 추진되는 것을 결코 용인해서는 안 될 일이다.

PDe2009022400.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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