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군축센터 군비축소 2011-04-10   7586

[세계군축행동의날⑤] 군사비 지출에 따른 기회비용

더 많은 돈을 군사비에 할당해서 더 많은 무기를 샀더라면 세계는 지금보다 더 평화로웠을까요? 2009년 전세계 군사비는 무려 1.5조 달러(1800조원)에 이르고 있습니다. 한국만 하더라도 2011년 32조원의 국방예산을 책정해 놓은 상태입니다.

그래서 다시 묻습니다. 군사비가 많아질수록 우리가 사는 세상은 그리고 한반도는 더 평화로워질까요? 무기가 모자라서 군사비가 적어서 한반도와 지구촌의 무장갈등은 계속 되는걸까요? 날로 증가하는 군사비, 하지만 결코 평화를 살 수 없다는 것이 우리들의 생각입니다. 당장 우리에게는 교육과 보육을 위한 재원, 일자리 창출, 장애인과 취약계층을 위한 지원도 시급합니다.

그래서 전세계 평화운동 진영은 4월 12일 제1회 세계군축행동의 날(Global Day of Action on Military Spending) 행사를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이 날은 전세계 곳곳에서 군사비를 줄여보자는 취지의 평화행동들이 펼쳐집니다. 한국에서도 4월 12일 평화행동(홍대 걷고싶은거리)을 비롯해 다양한 활동들을 전개할 예정입니다. 그리고 4월 12일까지 세계 곳곳의 평화행동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함께 해주시길 기대합니다. 

Global Day of Action on Military Spending 웹사이트 방문하기 http://demilitarize.org

‘개발’ 얼마나 많은 돈이 필요한 것일까요?
What does development cost?

“국가의 경제를 발전시키는데 총보다 더 쓸모없는 것이 없으며,

전쟁비용부담만큼 사회 발전을 가로막는 것이 없다”

– King Hussein of Jordan



1. ‘개발’을 위해서는 얼마나 많은 돈이 필요할까요

그 어느 때보다도 많은 사람들이 지속가능한 개발을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할 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언론은 우리가 사는 세상이 ‘14억명의 사람들이 하루 $1.25도 안 되는 돈으로 살아가고, 2009년에만 800만 명의 아이들이 채 다섯 번째 생일을 맞이하기 전에 죽었으며, 400만명의 신생아들이 생후 한 달을 넘기지 못하고 죽어가는 곳’이라고 말합니다.

수 천 개의 프로젝트와 단체들이 이러한 상황을 바꾸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구체적인 틀을 제시하기 위해 새천년개발목표(MDG)가 만들어졌습니다. 빈곤감소를 위한 새천년개발목표는 지난 2000년 유엔 새천년 회의(Millennium Assembly)에서 전 세계의 정부들이 합의한 것입니다. 하지만 이를 달성하기 위한 재원은 어떻게 마련할 수 있을까요?

공여국들(donor states)은 공적개발원조(ODA)를 통해 개발을 위한 비용을 일부 부담하고 있습니다. 이 공적개발원조를 통해 선진국의 자금이 개발도상국과 빈곤국으로 흘러 들어갑니다. 2009년 국제 개발을 위한 공적개발원조가 1,260억 달러에 도달하긴 했지만, 이는 선진국들이 국민총소득(GNI)의 0.7%를 공적개발원조에 할당하기로 한 약속에 비하면 매우 턱없는 수치입니다.

개발을 위한 재정은 만성적으로 부족하고, 공적개발원조는 불안정하기 때문에 국가들은 다른 재원을 찾아보고 있습니다. 세계환경세, 항공세, 국제금융시설 등이 개발 재정을 위해 고안된 혁신적인 생각들입니다.

하지만 개발을 위한 비용이 정말 새로운 재원이 필요할 정도로 많이 필요한 것일까요? 우리는 대체 어느 정도 수준의 비용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있는 것일까요? 몇 가지 예를 통해 알아보고자 합니다.

수준 1. 나카라과 지역 학교 건설 및 유지비용 $15,135

중앙아메리카의 니카라과 리오스 블루필드 지역에 지역 공동체들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거주민이 제곱킬로미터당 10명 미만으로 낮은 인구밀도를 보입니다. 그래서 정책적 관심을 받기 어렵고 주민들은 매우 가난합니다. 쿠크라에 있는 19개의 공동체는 아주 열악한 학교를 갖고 있거나 학교가 아예 없는 곳도 있습니다. 그래서 일부 아이들은 학교에 가기 위해 아주 먼 거리를 걸어야 하거나 아예 학교에 가지 않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65제곱미터 넓이 목조건물인 지역 학교를 짓는데 드는 건설비용과 학습자료와 교사들의 급여까지 포함해서 1년 동안 필요한 비용은 $15,135입니다.

수준 2 니카라과의 연간 교육 예산 $243,054,652

니카라과에는 취학전 교육, 초·중등 교육, 성인 교육, 특수교육과 직무교육 등 6단계 교육프로그램과 총 5만명이 넘는 교사가 있습니다.

2009년 니카라과 교육 예산은 $243,054,652입니다.

수준 3. 새천년개발목표(MDG) $3,290억

2010년 9월, 새천년개발목표를 위한 유엔 정상회의에서 2015년까지 새천년개발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재원을 찾을 필요가 있다는 점이 강조되었습니다. 2009년 현재 2015년까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추가비용은 3,290억달러입니다. 이것은 이미 책정된 정부예산과 별도로 매년 추가로 더 필요한 비용입니다.

각각의 목표를 위해 필요한 추가 예산은 다음과 같습니다.

유아사망율 감소와 산모건강 증진 연간 $100억

지속가능한 환경 확보 연간 $1,556억

극빈곤층과 기아 근절 연간 1,020억 $

개발을 위한 국제 협력 개발 연간 400억

에이즈, 말라리아 등의 질병 대응 연간 $142억

초등교육 보편화와 성평등·여성권리신장 촉진 연간 $72억


수준 4.
세계군사비 $1조 5,310억

반면, 작년에 전 세계가 군사비에 쓴 비용은 $1조 5,310억입니다.

군사비 지출과 개발 비용을 비교해보면 깜짝 놀랄만한 결과를 보여줍니다.

개발의 기회

$십억

$십억

군사비 지출

니카라과의 지역학교 건설 및 연간운영비용

0.000012

0.000017

집속탄 2개

니카라과의 연간 교육 예산

0.243

0.232

대형 군수물자 (수송기A C-17

globemaster transport )

지속가능한 환경 확보 *

155.6

155

2010 미군 총 인건비

개발의 국제적 협력 관계 형성 *

40

41,27

사우디아라비아 연간 군사비(2009)

극단적 빈곤과 기아 근절 *

102

100.4

중국 연간 군사비(2009)

에이즈와 말라리아 등의 질병에 대응 *

14.2

14.3

이스라엘 연간 군사비(2009)

초등교육 보편화와 양성평등·여성권리신장 촉진

7.2

7.4

신형 핵잠수함 6대

유아 사망률 감소와 산모 건강 증진

10

11.28

항공모함 4대

MDG의 모든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추가적으로 일년에 필요한 예산 *

329

326

서·중유럽 연간 총 군사비 지출(2009)

* 표시가 된 것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현재 재정 외에 추가로 필요한 돈의 양입니다.

MDG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추가비용은 2009년 세계 군사비 총합의 21%에 불과합니다.


2. 세계는 군사비에 얼마나 많은 돈을 쓸까요

개발영역에서는 군사비에 대해 말하는 것이 금기시 돼있습니다. 전 세계의 군사비는 ‘테러와의 전쟁’을 이유로 늘어나기 시작해 냉전 시기의 수준만큼 높아졌습니다. 19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전 세계 군사비는 상당히 감축되었지만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지 20여 년이 지난 지금, 2009년 현재 전 세계의 군사비는 1조 5,310억 달러나 됩니다.(SIPRI, 2010).

지금 전 세계의 군사비 총액은 유엔 새천년개발목표를 다섯 번이나 달성할 수 있을 정도로 어마어마한 돈입니다. 그런데도 새천년개발목표의 재정을 다룬 많은 유엔 보고서 중에 “군사비”를 언급하고 있는 것은 없습니다.

우리는 ‘잘못된 우선순위’를 시급히 바로잡는 데 새롭게 관심을 가질 것을 촉구합니다. “테러와의 전쟁”은 각국이 대량살상무기를 비롯해 전쟁무기를 늘릴 수 있는 새로운 명분들을 제공했습니다. 바로 각국 정부가 새천년개발목표 달성을 위해 박차를 가해야 할 시점이었음에도 말입니다.

과도한 국방예산이 때때로 시민들을 불안하게 할 수 있고, 정치적 의지만 있다면 너무나 절실히 필요한 빈곤타파에 있어 군사비가 중요한 재원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정부 기관, NGO, 그리고 학계를 포함하는 개발 진영이 인식해야 합니다.

경제 위기 관점에서 보는 군사비

2007년 후반 시작된 경제위기는 여전히 전 세계 국가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선진국과 몇몇 개발도상국들은 대규모 경기부양 정책을 통해 경제위기를 극복하고자 공공부문 지출을 늘렸습니다. 그러나 2009년 현재 경제위기는 세계군사비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0년에는 여러 국가들이 국방예산 삭감을 발표했습니다. 미국, 그리스, 터키, 영국, 스페인, 프랑스, 이탈리아와 같은 나라들은 전체적인 정부지출 감축 차원에서 국방예산도 줄여야 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군비 삭감이 어떤 지점에서 세계 군사비에 있어 새로운 흐름을 만들지는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가령, 중국과 미국 간의 관계가 매우 중요합니다. 경제 위기로 인해 양측 모두 군비 경쟁을 계속하기 어려워질 수 있지만 동시에 경제 위기는 향후 몇 년 간 중미관계의 갈등을 더욱 심화시키는 원인이 될 수도 있습니다(Friedberg, 2010).

다만 현재의 군사비 흐름을 바꿀 “기회의 창”이 지금 열렸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진짜로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곳에 예산을 쓰기 위해 군사비 삭감을 주장할 수 있습니다.


군사주의를 촉진하는 요인

정부가 군사부문에 매우 큰 투자를 하는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주로 역사, 전통, 식민지 유산, 그리고 (보통 남성들의) 호전적인 사고방식 등이 그 이유입니다. 그 밖에도 다음과 같은 몇 가지 구체적인 요인들이 있습니다.

●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 테러와의 전쟁 – 여기에 수 십 억달러를 썼고 수백, 수천만 명의 희생이 있었지만, 군사적 수단을 통해 이루어 놓은 진전은 거의 없습니다.

● 군사 영역을 포함한 공공부문 지출 통한 경기 부양, 일자리 문제 – 사실상 방위산업은 이러한 경기 부양책의 최대 수혜자 중 하나일 것입니다. 이러한 조치들은 종종 “군사적 케인즈주의”라 불리고 있습니다.

● 무기산업, 군사관련 이익집단과 로비스트들의 영향력 – 각국 정부들이 그들의 주요 고객이기 때문에 안정적으로 국방예산을 확보하는 것이 그들의 관심사입니다. 그들은 국내에서 주문이 감소하는 경우 줄어든 수입을 해외시장에서 만회합니다. 이 과정에서 종종 갈등을 조장하고 부도덕한 정권을 지원하기도 합니다.

● 국방준비태세 – 거의 모든 국가들의 명분입니다. 하지만 ‘더 넓은 지정학적이고 전략적인 이해관계'(힘의 투사’ (power-projection) 또한 주요한 요소입니다. 이는 천연자원이 점차 고갈되는 상황에서 자원 확보를 위한 경쟁과 깊이 연관되어 있으며 특히 기후변화 문제와도 연관되어 있습니다. 이것은 크고 작은 나라들 모두 군사정책 입안자들에게 있어 장기적이고 중요한 국방준비태세의 근거가 됩니다. 우리의 과제는 전쟁에 의존하지 않고, 자원을 적절히 분배할 수 있는 외교적 방법을 찾는 것입니다.


3. 군사주의가 야기하는 또 다른 비용과 상실된 기회비용


군사주의는 군사비 그 자체 뿐만 아니라 우리가 종종 인식하지는 못하지만 다른 다양한 ‘비용’을 발생시킵니다.

● 군사 연구 – 예를 들어, 미국 R&D 예산 대부분은 국방부문에 사용되고 있음.

● 환경과 보건 – 전쟁이 아닌 평화로운 시절에도 핵무기, 생화학 무기 폐기물과 사고에 의한 오염, 공기, 토양, 수질 오염 등 발생되고 있음.

● 사회적 영향 – HIV/AIDS 발생률 증가를 야기하는 매매춘, 범죄와 폭력 증가함

● 경제적 영향 – 군사부문 생산이 증가할수록 소비재 생산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민간경제에 돌아가는 물적, 인적 자원은 감소됨.

● 정치적 영향 – 세계 도처에서 군대는 정부를 운영, 통제하거나 적어도 많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음.

군사주의의 총체적 비용에는 다른 모든 기회비용, 즉 그 예산이 군사비에 사용됨으로써 포기된 다른 분야의 가치도 비용도 포함해야 합니다. ‘이 어마어마한 소중한 재원이 다른 곳에 어떻게 사용될 수 있었을까’라는 상상 없이 한 해 군사비가 1조 5310억 달러까지 치솟는 것을 생각할 사람은 없기 때문입니다. 생명을 살리기 위해, 빈곤한 지역들을 개발하기 위해,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재생 가능한 에너지를 개발하기 위해, 그리고 수많은 다른 방식들을 위해 사용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요.

군사부분 투자는 일자리를 창출한다?

군사 부문 지출은 다른 부문들에 비해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지 않습니다. 군사비 10억 달러는 8900개의 일자리를 창출하는데 반해 이 돈이 청정에너지 부문에 쓰일 경우 122,200개, 보건부문에 14,000개, 교육부문에 20,800개의 일자리를 창출합니다(Pollen and Garrett-Peltier, 2009).

인간 안보(human security)란 어린이가 죽지 않는 것, 질병이 퍼지지 않는 것, 일자리가 줄지 않는 것, 인종갈등이 폭력으로 변하지 않는 것, 소수자가 억압당하지 않는 것이다. 안보는 무기와 관련 되어 있는 게 아니라 인간의 삶과 존엄성과 관련된 것이다.

– Pax Christi International, 2009


우리의 우선순위

세계는 다양하고도 심각한 기후변화, 에이즈, 대량살상무기, 빈곤 확산, 기아, 인종 갈등, 집단학살, 강간 확산과 같은 위기와 불안정한 상황에 직면해 있습니다. 정치사회적 조건에 관심을 갖지 않고 환경보호에 무신경한 기존의 안보 개념을 갖고는 이러한 뿌리깊고 서로 맞물려있는 위협들을 해결할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많은 분석가들은 우리의 관심을 국가에서 사람(인간안보 관점)으로 바꿔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렇기에 예산의 우선순위도 역시 바뀌어야 합니다. 선진국의 군사비 지출의 작은 일부분일지라도 적절하게 분배가 된다면 개발도상국 사회가 빈곤과 싸우는 데 의미 있는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습니다.

 
<출처> 위 글은 평화군축박람회준비위원회(전쟁없는세상 정지훈, 김성민)가 ‘What does development cost?’ 번역, 정리한 것입니다. http://demilitarize.org

* 평화군축박람회 둘러보기 http://peacenow2010.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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