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군축센터 파병 2004-10-18   1088

파병연장을 동의할 수 없는 일곱가지 이유

정부는 파병 철수 시한부터 밝혀라

국방부 관계자는 17일, 올해 말로 끝나는 이라크 파병 시한을 내년 말까지 연장키로 하는 방안이 지난 14일 각 군 총장이 참가한 군무회의에서 확정되었다고 밝혔다. 지난 9월 이후 내부방침으로 정해져왔던 파병연장 방침을 뒤늦게 공식화한 것이다.

우리는 철수를 얘기해야 할 이 시기에 연장을 거론하는 정부와 국방부의 입장을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으며, 이 민감한 문제를 처리하는 절차와 방식의 비민주성과 맹목성에 대해서도 강력히 문제제기 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파병연장에 반대한다.

1. 전쟁의 명분이 거짓으로 판명 났고, 파병이 침략을 지원하는 것이라는 점이 확연해졌다

이미 미국과 영국의 의회 보고서가 이라크 전쟁의 명분이었던 후세인 정권의 대량살상무기 보유설 및 알카에다와의 연계설 등이 사실이 아니었던 것으로 확인한 데 이어 부시 대통령이 직접 구성한 이라크 서베이 그룹의 듀얼퍼 보고서도 같은 결론을 내렸다. 이로써 이라크 전쟁을 시작하기 위해 부시행정부가 자행한 정보조작이 백일하에 드러나게 되었다. 게다가 부시 행정부가 거짓 정보를 이용해 실행에 옮긴 이른바 ‘선제공격 독트린’ 역시 국제법적으로 정당화될 수 없는 불법행위로 지목되어 전세계의 비난은 물론, 미국내에서도 그 정당성에 대한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코피 아난 유엔사무총장은 “다른 나라들은 그 정책을 국제 평화와 안보에 대한 심각한 위협으로 생각한다”며 “그 정책은 어떤 국가든지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다른 나라의 우려와는 상관없이 무력을 사용할 권리가 있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하며 부시 행정부를 강도 높게 비난한 바 있다. 한마디로 ‘이라크 전쟁과 점령’은 일어나지 말았어야 할 비극이며, 이를 돕는 것 역시 같은 범죄에 동참하는 것임이 분명해 졌다.

2. 이라크 파병으로 미국을 도울 수도 없고, 이라크를 도울 수도 없다는 것이 판명되었다

정부는 한미동맹을 내세워 파병을 밀어 부치고 있다. 그러나 이미 미국 국민 과반수가 이라크 전쟁은 일어나지 말았어야 할 재앙으로 여기고 있고 이것이 미국 대선의 가장 큰 쟁점으로 떠오른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미국 국민에게도 이미 이라크 전쟁은 기억하기 싫은 환멸에 찬 실수로 인식되고 있는 마당에 국민의 반대를 억누르고 이라크 전쟁 지원을 위한 파병을 강행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한미동맹에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 지 의문이다. 오히려 국내적으로 파병을 강요하는 미국에 대한 불신과 비난을 키움으로써 장래 한미관계에 치명적인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다.

게다가 이 파병이 이라크인들을 돕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은 어린애도 아는 사실이다. 게다가 점령군의 존재 그 자체가 이라크를 더 큰 폭력의 악순환으로 몰아넣고 있다. 이라크인들이 원하는 것은 미군의 철수이며 자기 운명을 자신의 힘으로 결정하는 것이다. 따라서 다국적군은 이라크 평화를 위해 조속히 철군 시한을 확정하고 이를 실천해야 한다.

3. 이라크 점령과 파병은 세계와 한국을 더 위험하게 만들었다는 점이 확인되었다.

AP통신이 지난 9월 말 호주, 영국, 캐나다,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 스페인, 멕시코, 미국 등 9개국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이라크 전이 세계적 테러위협을 높였나, 낮췄나”라는 질문에 호주66%, 영국 76%, 캐나다 67%, 프랑스 72%, 이탈리아 74%, 독일 83%, 멕시코 68%, 스페인 73% 등 압도적인 다수가 `높였다’고 답했고 미국인은 다소 낮은 비율인 52%가 `높였다’고 응답했다. 전세계 시민들이 이라크 전쟁이 오히려 테러 위협을 증가시켰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이라크 파병으로 가장 심각한 변화를 겪고 있는 나라는 다름 아닌 한국이다. 한국은 정당성 없는 파병을 국민의 뜻에 반해 강행한 이후 김선일 씨 사망사건을 겪었고 그 후로도 지속적인 테러위협에 시달리고 있다. 스스로 폭력의 악순환에 뛰어든 대가를 치르고 있는 것이다. 이 폭력의 악순환을 끊는 길은 파병군을 철수하는 것 외에는 없다.

4. 이라크 파병으로 한반도 평화를 보장할 수 있다는 주장은 허구임이 입증되었다.

정부는 당초 북한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파병한다고 주장해왔지만 북핵 문제는 전혀 해결되지 않았고 미국의 대북적대정책도 결코 완화되지 않았다. 오히려 미국은 PSI 훈련, 북한인권법안 통과 등 북한을 압박하고 붕괴시키기 위한 일련의 적대적 정책들을 가속화하고 있다. 심지어 미국 내에서조차 북한핵문제에 대해 정당한 외교적 노력을 기울이지 않은 부시행정부의 압박일변도의 대북정책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고 있는 형편이다.

정부는 또 주한미군 재배치와 기지 이전과 관련된 협상에서도 미국의 동북아 지역군화와 신속대응군화를 그대로 인정하는가 하면, 이에 따른 비용 부담 역시 일방적으로 부담하였다. 그런데도 정부는 마치 파병을 대가로 상당한 보상을 얻은 것처럼 꾸미고 있다. 이렇듯 파병을 대가로 얻은 것은 없으며 오히려 부시의 대북적대정책과 공조하고 미국의 동북아 군사전략에 순응하므로써 한반도에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켰을 따름이다.

5. 파병은 한국의 인권, 민주주의를 심각하게 파괴하고 있다.

정부는 테러위협에 굴복할 수 없다고 파병강행을 외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이미 폭력의 질서에 굴복하고 있다. 정부는 파병에 다른 테러위협을 빌미로 각종 반인권적 비민주적 정책을 입안하고 실행에 옮기고 있다. 반한 활동을 한다는 이유로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한 감시와 추방을 강화하고 있고, 반민주적인 통제법안인 테러방지법 제정 역시 추진하려 하고 있다.

나아가 재외국민들의 여행의 자유를 안전을 이유로 제한하는 정책도 제안되고 있다. 파병은 이렇듯 우리로 하여금 외국인에 대한 적대감과 불신, 차별을 강요하고 있고, 우리의 민주적 제도를 위축시키고 우리 내부의 ‘보이지 않는 폭력의 질서’를 키우고 있는 것이다.

6. 쿠르드 독립운동 등 이라크 내전가능성이 어느 때보다도 높아지고 있다

미국 국가정보위원회 보고서는 이라크 상황을 점검하면서 최선의 상황이 현재 수준의 불안정성이 유지되는 것이며, 최악의 경우 내전으로 치달을 수 있다고 미군 점령 하의 이라크의 상황을 부정적으로 분석한 바 있다. 한편, 이라크 최대 유전지대인 키르쿠크를 쿠르드 자치지역에 포함시키자는 주장이 제기되 키르쿠크 주변의 종족갈등이 폭발직전으로 치닫는 가운데, 이미 3개의 쿠르드 자치주를 중심으로 쿠르드 독립을 주장하는 독립서명운동에 수십만명이 동참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게다가 쿠르드 자치구에 이스라엘 군사고문단이 파견되어 있다는 주장도 여러 외신을 통해 제기되어 이란, 시리아 등 주변국 외무장관등이 이를 직접 거론하고 이는 마당이다.

따라서 자이툰 부대가 친미성향의 아르빌에서 일시적인 환영을 받고 있으나 장기적으로 심각한 갈등의 한복판에 직면하게 될 가능성이 크고 그러한 우려가 빠르게 현실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7. 철군 시한도 분명히 하지 않은 채 연장을 논의해서는 안된다.

정부는 국제사회와의 약속을 내세워 파병을 강행하고 연장까지 시도하고 있으나 이미 스페인, 온두라스, 도미니카, 필리핀, 태국, 뉴질랜드 등이 철군을 완료했고 폴란드, 이탈리아 등이 철군시한을 제시하는 등 주요 파병국가들의 철군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이렇듯 세계 주요 파병국들이 철수하고 있는 마당에 국제사회와의 약속을 파병연장의 근거로 삼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정부는 파병연장을 말하기 전에 철군 시한부터 분명히 해야 한다. 철군 시기가 분명하지 않은 막연한 1년 연장은 있을 수 없다. 조건 없는 나홀로 파병연장은 한국을 맹목적인 미국추종국가, 불법점령 지원 국가로 국제사회에 낙인찍는 역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정부는 조삼모사식 국민우롱을 중단해야 한다.

정부는 지난 파병 결정 및 강행 당시 파병에 대한 평가는 일단 보내 놓고 파병연장을 검토할 때 해도 된다고 강변했었다. 그러나 국방부와 정부는 파병 이후 어떠한 실질적인 평가나 분석을 내놓은 바 없다. 대량살상무기 정보조작, 아부 그라이부 교도소의 고문살해, 쿠르드 자치지역의 종족갈등, 세계각국의 철군 움직임 등 그 동안 숱한 사건들이 있었지만 이에 대한 제대로 된 분석이나 입장, 대국민여론 수렴 노력이 전혀 없었다.

국방부는 특히 파병연장 방침을 지난 9월에 내정하고도 이에 대한 공개를 미루고 쟁점화를 차단하다가 아무 근거도 없이 ‘4개월만에 철군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는 무책임한 이유를 대며 연장동의를 강요하고 있다. 정부는 조삼모사식 국민우롱을 중단해야 한다.

정부는 맹목적인 파병연장동의안 입안을 즉각 중단하고 파병의 정당성에 대한 국민적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는 △이라크 전쟁의 명분이 아직도 유효한 지, △이라크 점령이 과연 바람직하며 평화재건을 가져올 수 있는지, △이어질 이라크 정치일정에 대한 우리정부의 입장은 무엇인지, △국민을 테러의 위협에 내몰리게 할 파병연장이 반드시 필요한 조치인 지, △적절한 철군 일시는 언제인지 둥에 대해 정부차원에서 면밀하게 조사하여 공식입장부터 명확히 밝히는 것이 우선적인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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