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군축센터 기타(pd) 2010-06-16   8262

[칼럼] 참여연대가 ‘이적단체’라고?


 


참여연대가 ‘이적단체’라고?



유엔안보리에 보낸 참여연대의 천안함 관련 서한이 격론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정부나 우리 사회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이적행위’니, ‘반국가적 행위’니, ‘매국노’니 하고 있고, 예의 검찰은 국가보안법 적용여부도 검토하겠다고 한다. 혹자는 말한다. 천안함관련 안보리 결의안은 고사하고 이른바 ‘의장성명’까지도 물건너가게 생긴 판에, 참여연대를 희생양삼아 분풀이나 하자는 것 아니냐고 말이다. 어쨌든 조금만 눈을 크게 뜨고 살펴보면 도대체 왜 이것이 문제가 되는 지 의아할 따름이다.

참여연대는 유엔의 ‘협력 비정부기구(associated NGO)’이다. 유엔에서 NGO관련 핵심적인 공식 기구는 유엔 경제사회이사회(ECOSOC)이다. 이는 1946년 유엔 헌장이 경제사회이사회에 NGO와 관련된 ‘협의 약정(Consultative Arrangement)’을 체결할 권한을 부여한 데서 비롯된다. “경제사회이사회는 그 권한 사안과 관련된 비정부 기구와 협의하기 위한 적절한 약정을 체결할 수 있다.”(유엔 헌장 제71조) 하지만 유엔과 비정부기구와의 관계가 제대로 정립된 것은 1990년대에 와서이다.

1996년 유엔 경제사회이사회는 결의안 제1996/31호 ‘유엔과 비정부기구와의 협의관계’를 통해 그 이전까지 주로 국제NGO에 한정되던 협의 지위를 지역, 국내NGO까지 확장한다. 그리고 그 협의 지위를 3개의 범주로 나누어 재정의하였다. 첫째, ‘일반 협의 지위'(General Consultative Status)로서 경제사회이사회의 권한 범위 대부분 영역에서 전문성을 가지거나 활동하는 NGO에 부여된다. 일반협의지위 NGO는 경제사회이사회에 의제를 제안할 수 있고, 회의에 출석 구두발언을 할 수 있으며, 의견서를 제출할 권한을 갖는다. 이 의견서(written statement)는 2,000자를 초과하지 않을 경우 그대로 회람되고, 초과할 경우 요약본을 제출해야 한다. 둘째는 ‘특별(Special) 협의 지위’ NGO로서 이사회 권한 범위중 특정 영역에서 활동하거나 전문성이 있는 NGO에 부여된다. 일반협의 지위와는 달리 경제사회이사회 산하 위원회나 하부기관에 구두 프리젠테이션을 할 수 있고, 의견서를 제출할 수 있는데 500자 이내는 그대로, 넘을 경우에는 요약본을 제출해야 한다. 셋째, 경제사회이사회나 유엔사무총장은 이사회, 그 하부기관 또는 여타 유엔 기구 활동에 일시적이지만 유용한 기여를 할 수 있는 NGO를 지정할 수 있는데 이를 ‘명부상(Roster) 협의지위’ NGO라고 한다.

2009년 9월 현재 경제사회이사회에는 141개의 일반 협의 지위 NGO가, 2,167개의 특별 협의 지위 NGO가, 979개의 명부상 협의지위 NGO가 유엔 ‘협력 NGO’로 등록되어 활동하고 있다. 물론 이와는 별도로 유엔 사무국산하 홍보협력과(Department of Public Information)역시 NGO와 공식 협력관계를 맺고 있다. 협의지위를 가진 NGO는 서면요청만 있으면 사무국 홍보협력과의 NGO지원을 받을 수가 있다.

참여연대는 말하자면 경제사회이사회의 특별 협의 지위를 가진 2,167개 NGO가운데 하나다. 따라서 유엔 결의안 1996/31호 ‘협의약정’에 따라 유엔에 의견서를 제출할 수 있고, 경제사회이사회 산하 위원회나 하부기관에서 구두 프리젠테이션을 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다. 우리 역시 유엔가입국이기에 유엔헌장은 우리 헌법에 따라 국내법과 동등한 효력을 갖는다. 그러므로 유엔 협의 지위를 가진 참여연대의 대 유엔활동은 유엔헌장과 같은 국제법에 근거한 활동이며, 아울러 국내법적으로도 보호받아 마땅하다. 그렇지 않고 정당한 이유없이 이를 방해하거나 혹은 그에 준하는 행위를 할 경우, 이는 유엔헌장에 위배되는 행위로 비난받을 소지가 다분하다.

다음으로 참여연대의 ‘비’정부기구적 성격을 볼 필요가 있다. 유엔의 규정을 따르자면 참여연대는 ‘친’정부도, ‘반’정부도 아닌 그야말로 ‘비’정부기구 혹은 시민사회조직(CSO)이다. 대 유엔 활동근거를 유엔헌장 제71조에 두고 있는 참여연대는 자신의 전문성에 따라 활동하고 발언할 마땅한 권리를 가지고 있으며 굳이 정부기구의 입장을 맹목적으로 추수해야 할 어떤 의무도 없다. 적어도 국제법적으로는 그렇다.

1940년대 이후 지금까지를 되돌아 볼 때 비정부기구와 유엔의 관계가 언제나 조화로운 것만은 아니다. 회원국의 NGO 통제요구와 NGO의 참여요구사이에는 긴장과 갈등이 존재했다. 대표적인 경우가 경제사회이사회 결정(Decision) 1996/297호이다. 이사회는 이 결정을 통해 유엔총회가 다음 회기에 “유엔의 모든 활동영역에서 NGO 참여 문제”를 검토할 것을 요청하였다. 이 “모든” 활동영역에는 IMF나 WTO 나아가 특히 안전보장이사회도 포함된다. 그러나 미국등의 강력한 반대로 이 결정은 실행에 옮겨질 수 없었다. 사실 흔히 상임이사국(P5)의 과두제(oligarchy)로 불리는 안전보장이사회야 말로 유엔개혁의 마지막 시험대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안보리 역시 비공식 회동이나 특정주제에 대한 브리핑 요청등 여러 통로를 통해 NGO와 접촉면을 넓혀가는 추세이다.

참여연대가 안보리에 보낸 보고서가 안보리 결정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왜냐 하면 그 보고서가 안보리 요청에 의한 것이 아니며, 안보리는 NGO의 접근이 여전히 제한된 정부간 협의체이며 나아가 참여연대의 협의지위는 경제사회이사회와 그 하부기관등에 우선 관계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참여연대가 유엔 기구인 안보리에 서한을 보냈다고 유엔에서 문제삼을 것으로 보이지도 않는다.

참여연대의 의견서를 무슨 ‘이적’, ‘반국가’니 하는 것은 유엔의 특성과 구조 나아가 현대 외교의 경향에 대한 의도적 무지에서 나온 몰상식의 발로이다. 현대 국제관계는 정부기구만으로 되지 않는다. 갈수록 비정부기구의 권한과 역할이 커지는 것은 피할 수 없는 경향이다. 천안함에 대한 의견 역시 하나만 존재해야할 이유는 없다. 그리고 참여연대가 지적한 의문과 문제점은 ‘과학적으로’ 해명하면 될 문제이지, 의견이 다르다고 ‘이적’이니 ‘반국가’니 하는 메카시적 선동으로 풀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리고 시민사회가 정부의 의견이나 해석을 맹종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그 자체가 전체주의적 발상에 지나지 않는다. 참여연대가 유엔에 ‘다른’ 의견을 보고한 것은 특별협의지위를 가진 유엔 협력NGO의 당연한 권리이자, 또 ‘비’정부기구의 의무이다.


글 이해영 한신대 국제관계학부 교수, 국제통상연구소 소장

* 이 글은 2010년 6월 17일자 한겨레신문에 실린 글입니다. 원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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