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안보를 말하다”(1)- 양심적 병역거부 토론 후기
시민, 안보를 말하다”“의 첫번째 토론은 지난 3월 14일(수)에 ‘양심적 병역거부’와 안보를 주제로 다채롭고 활기찬 분위기 속에서 열렸습니다. 아래의 글은 군 입대를 앞두고 시민 패널로 참가하셔서 예리하고 재치있는 발언을 하셨던 이형섭씨의후기입니다. |
한국 양심적 병역거부의 역사는 일제 강점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독립운동사에 보면 여호와의 증인이 종교적 신념을 들어 징집을 거부한 사례가 나온다. 강점기 일제의 압제에 맞서-예나 지금이나 그들은 자신의 종교적 신념을 지킨 것 뿐 이지만-의인에서 이제는 나라의 안보를 좀먹는 악인이 되었으니 어찌 이리 기구한 운명이 있는가. (사진 : ◀ 군 입대를 앞두고 시민패널로 참여한 이형섭님)
‘세계 평화와 인권의 상징’인 UN의 사무총장을 배출한 한국에선 전 세계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90%가 수감되어 있다. 이런 아이러니한 상황을 전해들은 윤광웅 전 국방부장관도 ‘방법을 마련해야겠다.’ 라고 말했지만 그 방법은 대체 언제 나올지 아무도 모른다.
양심적 병역 거부자들은 ‘외계인’이 아니다. 함께 토론회에 참가한 임재성씨는 자신의 대학시절엔 병역거부자가 되리라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고 한다. 그저 자신의 신념을 지키고자 하는 사람들이 처벌받아야 하는 현실이 불합리하다 생각하여 대체복무제 운동을 시작하였고, 오태양씨를 만나며 ‘이 사람들이 나와 동 떨어진 사람들이 아니며, 자신의 신념이 이들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해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길을 선택하게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 사회는 임재성씨, 아니 모든 양심적 병역거부자에게 동정 혹은 비판 그것도 모자라 근거 없는 비난을 보낸다. 다행히도 이 자리에선 어느 정도 근거 있는 비판이 뒤따랐다. (사진 : ▶ 시민패널로 참가하신 최정민, 임재성, 김한보람님)
그 한가지는 “민주주의에선 ‘보편타당’의 가치에 입각해 주장을 펼쳐야 하는데, 양심적 병역거부자-이 경우엔 여호와의 증인으로 한정 짓는 것이 좋겠다-들은 특정 종교의 신념을 들어 보편적 사고에 입각한 병역을 거부한다. 이런 문제를 인권운동가진영에서 앞장서는 것은 옳지 못하다”라는 것이다.
양심적 병역거부자 제도의 시기상조론을 주장하신 분도 계셨다. “육ㆍ해ㆍ공 중 육군에 징집되는 병에게 대부분 문제가 되는 것이 양심적 병역 거부이다. UN의 권고대로 대체복무제를 실시한다면 지금 현역으로 입대하는 사람들 중 몇%나 현역으로 가려 하겠는가? 아직은 때가 아니다”
물론 두 이야기 모두 왜곡이나 억측에 기대어 나온 주장이 아니다. 하지만 정의, 그리고 보편타당성 이라는 것이 우리나라 사람들이 항시 전쟁을 준비하는 자세가 그 보편타당한 정의인가 반문하지 않을 수 없었다. 또한 임종인 의원이 대표 발의한 양심적 병역거부 대체복무제에 따르면 양심적 병역거부가 허위로 판명되었을 땐 그에 대한 처벌조항을 마련해 두고 있다. 누가 과연 감옥 갈 각오까지 하면서 그리고 현역병보다 훨씬 오랫동안 복무하는 ‘비 양심적 병역 기피’를 감행 할 것인가?
보다 근본적으로 들어가자면 지금 우리나라의 70만 대군은 불필요하다. 얼마 전 발표된 ‘비전2030’의 인적자원 활용계획의 기본 인식은 우리나라가 북에 의한 남침으로 무너질 확률 보다는 양극화로 무너질 확률이 더 높기에 이러한 인적자원을 복지서비스에 좀 더 효율적으로 활용하자는 것 아닌가? (사진 : ◀ “시민, 안보를 말하다”의 토론 장면)
한국사회에서 비교적 ‘진보적’ 이라는 참여연대의 회원들도 양심적 병역거부에 관해서는 많은 이견이 있었다. 안타깝게도 내가 직접 만나고 생각을 공유하는 사람들은 모두 다 양심적 병역 거부에 찬성하는 입장이거나 양심적 병역거부자이다. 인터넷 리플에서 보았던 악의에 찬 독설들과 보수언론의 기사로는 반대 입장을 이해하기 어려웠기 때문에 그래서 더욱 반대 입장을 가진 분들을 직접 만나 이야기 나눌 수 있어 좋은 자리였다고 생각한다.
“시민, 안보를 말하다”는 안보를 소수 전문가들만 독점하는 것에서 벗어나 안보의 진짜 주인인 시민들이 안보를 이야기하고, 그 목소리를 듣는 자리를 만들어 보자는 취지에서 평화군축센터에서 연중 기획한 프로그램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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