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군축센터 일반(pd) 2010-10-07   2109

[토론회발제문] 북한의 권력 승계와 조선노동당 대표자회 결과에 대한 참여연대의 입장


 


[편집자 주]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는 오늘(10/7) ‘[토론회] 북한 권력구조 개편과 조선노동당 당대표자회’를 개최하였습니다. 다음은 토론회에서 발표된 [발제문] ‘북한의 권력 승계와 조선노동당 대표자회 결과에 대한 참여연대의 입장’입니다. 자료집 전체내용은 첨부파일을 참고해주세요.



북한의 권력 승계와 조선노동당 대표자회 결과에 대한
참여연대의 입장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대표집필: 이태호 협동사무처장, 평화군축센터 실행위원  



지난 9월 28일 평양에서 노동당 대표자회가 개최되어 당 규약 개정, 당 지도부 선출 등의 안건을 처리했다. 북한의 권력구조 개편과 북한 노동당 대표자회의 개최는 북한 체제의 미래와 연관된 매우 중요한 사건임과 동시에 전 한반도 차원의 화해와 협력, 평화 정착과 통일에 영향을 미칠 중요한 변곡점이다. 참여연대는 이에 대한 우리의 견해를 정리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판단하여, 내부토론을 진행해 왔고 이 토론회를 빌어 다음과 같이 입장을 밝힌다.
   
우선, 북한의 권력재편 문제에 대한 입장 정리에 바탕이 되는 기본 전제를 밝히고자 한다. 참여연대는 1) 남북관계가 무장 갈등과 대결의 역사에서 화해협력과 평화통일로 가는 과정에 있다는 점, 2) 그 과정에서 남북기본합의서를 비롯하여 남과 북이 서명한 주요 합의문에서 확인된 상호체제존중, 내정불간섭의 정신이 원칙적으로 존중되어야 한다는 점을 유념하고, 따라서 3) 현단계 남북관계 발전의 우선 과제는 다방면의 화해협력과 인도적 지원, 그리고 평화군축을 현실화하고 본격화함으로써 남과 북, 그리고 전한반도 차원에서 민주적인 개혁과 통일에 대한 준비를 촉진하기 위한 평화적 여건과 환경을 확보하는 데 있다고 판단한다. 다만, 이러한 인식과 판단이 민주주의와 인권의 일반적인 원칙이라고 판단되는 사안에 대해 참여연대가 입장을 표명하는 것을 제약하는 것은 아니며, 특히 한반도 통일과 남북 주민의 삶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안에 대해 입장을 밝히는 것은 가능하고 또 필수적인 일이라고 판단한다.


다음은 이번 당대표자회에서 이루진 권력구조 재편, 특히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삼남차남 김정은의 대장 취임 및 당중앙군사위 부위원장 취임에 대한 참여연대의 기본 입장이다. 우리는 한반도 통일이 점진적이고 단계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며, 그 기간 동안 남과 북은 상호 체제를 존중하면서 각자의 민주주의를 심화시켜나가야 한다고 믿는다. 다만 우리는 체제의 차이를 넘어 ‘민주주의’제도라면 공통으로 지향해야 할 최소한의 요건이 있다고 믿는다. 그 중 하나는, 사회주의 혹은 자본주의를 막론하고 민주주의 사회라면 권력과 부 혹은 여하한 사회적 가치나 재화가 정당하고 공정하지 않은 방식으로 대물림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정당성 없는 권력의 대물림은 시민(인민)의 주권을 제약하고 그들에게 차별과 불이익을 안겨주는, 민주주의의 장애물이다. 지난 노동당 대표자회의 전후 북한에서 이루어진 권력구조 변화는 비록 당원선거라는 형식적 절차를 거쳤다하더라도, 민주적 정당성을 주장하기 힘든 권력 대물림의 신호라고 판단된다. 만약 정당성 없는 권력의 대물림이 강행된다면 북한 내부 민주주의의 건강한 발전은 물론, 남북한 주민들의 화해와 협력에도 적지 않는 장애와 혼선을 초래할 것이다.
 
다음은 북한 조선노동당 규약에 새롭게 반영된 ‘선군정치’에 대한 참여연대의 입장이다. 북의 지도노선에 왈가왈부하려는 것이 우리의 의도는 아니지만, ‘선군정치’가 한반도 평화정착과 상호군축, 그리고 비핵화에 걸림돌로 작용해서는 안된다는 우리의 입장은 명확하다. 사회주의 경제체제의 재건과 개혁에 있어서 경제단위이기도 한 군 조직이 일정한 구실을 한 사례가 있다. 하지만 북이 표방하는 ‘선군정치’가 현재 경제위기를 겪고 있는 북한 내부의 개혁과 재건 과정에서 군조직의 건설적이고 주도적 역할을 강조하는 맥락을 넘어서서, 군비 확장과 군사적 억지력에 의존하는 체제를 발전시키겠다는 군사주의의 선언이어서는 곤란하다. 북한은 특히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분명한 의지를 밝혀야 한다. 한 사회를 지켜내고 발전시키는 힘은 총대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시민(인민)의 자발적 의지에서 나온다.


조선노동당 규약 상 당면목적 조항에 대한 우리의 입장이다. 대표자회가 당 규약 상의 당면목적에 대해 “전국적 범위에서 민족해방과 인민민주주의 혁명과업을 환수하는데 있다”고 규정하던 과거와 달리 “전국적 범위에서 민족해방, 민주주의 혁명의 과업을 수행하는데 있다”고 일부 개정한 것은 전향적이다. 또한 기존의 “조선로동당은 남조선에서 미제국주의 침략군대를 몰아내고 식민지통치를 청산하며”라는 부분을 “조선노동당은 남조선에서 미제 침략무력을 몰아내고 온갖 외세의 지배와 간섭을 끝장내며”로 수정한 것도 전향적인 변화이다. 앞 선 두 문구는 남한체제를 식민지 통치로 규정하고 여기에 인민민주주의라는 특정한 체제를 도입하는 것을 북한 조선노동당의 당면목표로 설정하는 것으로 이해되어져 왔고, 이는 ‘체제존중’을 주장해온 북한 자신의 원칙과 입장에 반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노동당 규약의 일부개정에도 여전히 남한체제의 발전방향에 대한 개입적 요소가 온존하고 있다. 이것은 우리에 필요한 민주주의 사회를 주체적으로 건설해가는 남한 시민의 주권에 대한 부당한 간섭이다. 


조선노동당 대표자회는 66년 10월 2차 당대표자회 개최 이후 44년 만에, 그리고  80년 10월 6차 당대회 이후 30년 만에 열린 매우 중요한 정치행사이다. 조선노동당의 판단과 정책결정은 현실적으로 북한 주민은 물론, 한반도 화해와 평화의 많은 의제들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이번 당대표자회의를 통해 이루어진 당 기구의 보강과 충원이 남북관계의 안정적이고 평화적인 발전에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하기를 기대한다.   



<부기附記>


북한의 변화를 포함하는 남북관계의 변화, 그리고 전체로서 한반도 평화통일로 가는 길이라는 큰 맥락에서, 북한 정부와 주민들이 담당해야 할 몫에 비해, 지금은 남한 정부와 시민사회가 감당해야 할 몫이 차지하는 비중이 더 크다. 이 점에서 남북관계에서 남한 정부와 시민사회가 평화적 통일을 촉진하기 위해 어떤 인식과 접근원칙을 합의하느냐는 매우 중요하다. 이 점에서 북한 권력 개편 과정에 대한 비판을 넘어 남북관계의 장기적 전망을 마련하기 위해 남한 정부와 시민사회가 성찰적으로 재검토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우선, 북한 주민에 대한 인도적 지원은 조건 없이 이루어져야 한다. 또한 쌀 지원이 인도적 지원에서 배제될 하등의 이유가 없다. 수해복구 목적으로 제한적으로 제공된 쌀 5000톤으로는 부족하다. 한 해 평균 100만톤의 식량이 부족한 북의 사정으로 고려하여 과거 제공되었던 40만톤 이상의 쌀 지원이 재개되어야 한다.   


둘째, 남한의 북한 급변사태 대비계획에 대한 전면 재검토가 시급하다. 북한 조선노동당 규약이 대남적화의도를 여전히 버리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하면서도, 정작 남한 정부는 북한 급변사태론, 작전계획 5029, 비상통치계획 「부흥」 같이 흡수통일론에 입각하여 유사시 휴전선을 넘어 북에 정치군사적으로 개입하는 계획을 구체화하고 나아가 홍보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계획들이 내포한 공격성은 상대방을 정치군사적으로 자극함으로써 도리어 핵과 같은 비대칭 억지력 형성을 추구하는 군사주의를 부추기고 체제 내부를 더욱 극단적으로 단속하는 정치적 동기를 제공하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무엇보다도 현재 남한 정부와 군이 지닌 급변사태 계획 및 작전계획은 국제법 국내법 어디에서도 정당화될 수 없는 불법적 요소를 내포하고 있다. 그러나 국회나 시민사회, 언론 어디서도 이에 대한 충분하고도 진지한 비판적 논의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북한이 남한에 대한 전면전을 감행하지 않는 한, 어떤 경우에도 남한의 군대가 휴전선을 넘어 주둔하거나 점령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


셋째, 남한의 군비투자에 대한 재검토가 필수적이다. 북의 선군정치노선과 북의 비대칭적 위협에 대해 비난하고 경계하는 주장들은 얼마든지 찾을 수 있지만, 주한미군과 미국이 제공하는 핵/미사일 우산을 제외하고도 북한의 GDP에 상당하는 군사비를 사용하는 남한의 군사주의가 야기하는 상대측에 대한 위협에 대한 자성적 평가는 우리사회에 부족하다. 북의 군사적 위협뿐만 아니라 남한과 주한미군의 군사력이 상대방에게 가하는 위협에 대한 객관적 분석과 성찰이 없는 한 한반도 평화정착을 기대할 수 없다. 


마지막으로 대결적이고 우월주의적인 접근은 문제해결을 방해한다. 대결적이고 우월적인 자세에서, 상대방에 대한 비난과 적대를 목적으로 인용되는 ‘민주주의’, ‘인권’은 힘도 설득력도 지닐 수 없다. 금세기 초 미국이 이른바 ‘실패국가’들을 악의 축으로 규정하고 그 사회에 민주주의를 확산하겠다는 우월적이고 패권적인 태도로 정치군사적 개입을 시도했다가 해당국가와 국제사회에 얼마나 많은 폭력과 갈등만을 확산시켰는지를 기억해야 한다. 전 한반도를 평화롭고 민주적인 공간으로 변혁할 수 있는 역량은 상대방 체제가 가진 약점을 비난하는 일방적이고 자족적인 냉전적 접근에 의해서가 아니라, 우리 스스로의 체제를 민주국가, 평화국가, 복지국가로 만들어나가려는 남한 정부와 시민사회의 성찰적이고 평화지향적인 의지에서 나온다. 한반도 정세는 남한 정부와 시민사회가 궁지에 처한 분쟁상대에게도 공정할 수 있는지 나아가 적극적으로 포용하는 자세를 취할 수 있는 지를 시험할 것이다.  

<토론회 전체 자료집>

자료집.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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