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군축센터 일반(pd) 2008-10-25   869

[국감-국방위⑥] 군 사병들에게 부패한 닭고기 주면서 쓰지 않는 막대한 방위비분담금 지급하는 “얼빠진 국방부”


보수 성향 의원들도 첨단무기보다 장병들 처우 개선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


서청원 의원(친박연대)은 23일 국방위원회 국감장에서 건군 60년을 맞이해 시찰한 각 군의 첨단무기 경험과 장병들과의 대담에 대해 이야기했다. 서 의원은 열악한 시설에서 근무하는 장병들의 애로사항을 거론하며 ‘이들의 처우 개선 없이 첨단무기 도입하면 뭐하냐’며 단도직입적으로 국방부를 질타했다. 비록 그는 장병들의 ‘사기’가 중요하다고 말했지만, 그의 발언은 그동안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하라’는 군 내부의 비상식에 대한 일종의 인권적 접근이라 할만 했다.


장병들의 처우에 대해서는 오랫동안 진보진영이 등한시한 주제인 것도 사실이지만 동시에 오래 전부터 제기해온 사안이기도 했다. 서 의원은 이런 것들을 종합적으로 제기할 태세로 자신에게 할당된 시간을 모두 이 주제에 할애했다. ‘잠수함을 타는 50명의 장병이 화장실 2개에서 아침마다 전쟁을 치르고, 기관실은 디젤 냄새로 진동을 하는데도 수당은 3~40만원에 불과하다’는 이야기나, ‘공군 장병들이 계속 민간기업으로 떠나는’ 이야기나 열악한 시설에 근무하는 만큼 이에 걸맞은 보상이라도 주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북한이 있으니 국방개혁2020도 좋다고 생각하지만, 이제는 순위를 바꿔 장병들 우선 정책을 먼저 밀고 가야 한다’고 잘라 말했다. 군 지휘부도 일선 현장에서 직접 경험해 보면서 개선책을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군인 사기를 위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처음부터 하나하나 따져보고 살펴보라는 말은 단순히 장병들과 그 가족들의 표나 의식한 발언만은 아닌 듯싶을 정도로 냉혹했다.


게다가 이번에 하나의 쟁점이 되고 있는 방위비 분담금과 미군기지 이전사업에서 어마어마한 돈을 지불하고 있는 것을 거론하며 매년 남아있는 엉터리 분담금을 계속 지급하는 ‘얼빠진 일’을 할 것이 아니라 그 돈으로 장병들 환경 개선에 써야 한다고 거의 욕에 가까운 발언을 이어갔다. 수통은 40년 걸려 바꾸고 부패한 닭고기나 제공하는 주제에 이런 필요도 없는 곳에 막대한 돈을 지급하는 ‘얼빠진 놈의 나라, 얼빠진 놈의 국방부’가 어디 있냐면서 이 문제를 철저히 밝히지 않는다면 엄청난 사태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까지 하는 모습에 보수 의원들의 국방 인식의 변화를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김옥이 의원(한나라당)도 방독면 문제, 몇 천원 주는 동원 훈련 보상비 문제를 거론하며 국가가 이들을 데려오는 만큼 좀 더 실비 변상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이진삼 의원은 군 지휘부의 생각과 장병들의 생각 사이에는 너무 큰 차이가 있다며, 이번 40차 SCM(한미안보협의회) 공동성명에서 미국이 한반도 유사시 대규모 전력지원을 약속했지만 자신은 이를 믿지 않으며 한국에 무기 팔아먹으려는 거짓말에 불과하고 현 한국군 부대를 제대로 지원하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서종표 의원도 이진삼 의원처럼 국가 차원에서 장병 배려에 힘써야 하며 ‘참고 견디는 군’을 강조할 것이 아니라 애로사항을 적극 참고해 시정해야 하고, 지휘부의 잘못된 정책이 이후 얼마나 문제가 많았는지 역사적 사례를 거론하며 지적했다. 지금까지 무기 개발에 투자했다면 이제 장병들 사기를 증진시킬 곳에 투자해야 한다며 더 이상 부대원들을 실망시키지 않도록 투자 개념을 바꿔야 한다고 역설했다.


안규백 의원도 국민들이 안보보다 먹거리에 더 불안해한다며 군인들 먹거리 문제만큼은 제대로 처리하고 식품 검사 장비 문제를 거론했고, 심지어 김동성 의원은 ‘시찰해 보니 이제 이 정도면 무기체계는 충분해 보이고 이미 북과 전략적 비대칭 상황인데 쓸데없는 무기체계 개발보다 국방 정책의 궤도 수정’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보수 성향 의원들의 주장들은, 기본적으로 자본주의적 자유주의 입장에 기반해서 나온 것이지만 전통적 군사주의 위계를 문제 삼고 있고 현실의 문제를 생각하고 있다는 점에서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무기개발과 첨단무기 구축, 미국에 대한 의존 같은 고전적 군사적 레퍼토리를 거부하며 선후관계를 다시 따지기 시작하는 모습은, 국방부가 이번에 야심차게 준비한 한국군 무기 시찰의 의도와 정반대의 효과를 만든 것은 아닌가 할 정도로 우스운 것이었다. 국방전력을 아무리 높인다 하더라도 소위 말하는 북/주변국과의 안보 균형을 맞출 수는 없다. 그러므로 방안은 지금의 국방개혁 방안과 정반대에 있을 것인데, 보수 의원들도 이를 자기 나름대로는 파악하고 있는 것 같아 보였다.


반면, 문희상 의원(민주당)은 전작권 환수와 국방개혁이 차질없이 진행되기 위해 국방개혁2020을 수정할 것이 아니라 더 많은 예산 지원을 국방부가 먼저 요청해야 하고, 국회(문희상 의원 자신)도 열심히 국방비 증액을 위해 협력하겠다는 입장을 말해 마치 군 당국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만 같았다. 이명박 정부의 국방부는 질타하는 한나라당 의원들 대신 오랜만에 동지라도 만났다는 듯이 민주당 의원의 의견에 ‘공감합니다’, ‘동의합니다’라고 화답했다.


그나마 보수성향의 의원들은 군사중심 사고로부터의 변화를 인식하며 이를 반영하고 있었지만(물론 적극적 검토는 아직 미흡하지만), 민주당 의원들은 자기들 정권 시절 마련한 국방개혁2020을 지키려는, 그것도 전력증강 계획을 차질없이 추진하고픈 고답적인 마인드를 유지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들의 말들은 여전히 ‘강군과 안보’에 기초해 있는 것이기는 하지만, 평화를 향한 실천이란 살상력 뛰어난 무기체계를 구비하는 일이 아니라 개별 인간의 현실적 인권을 생각하는 일에서 시작될 수 있음을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아닐까. 



                                                                                      염창근 (착한무기프로젝트팀)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와 착한무기프로젝크팀은 2008년 국회 국정감사 중 외교통상통일위원회와 국방위원회 국감을 모니터링하고 후기를 공동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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