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군축센터 칼럼(pd) 2012-06-27   2849

[평화에 투표하자 ⑧] 탈냉전 이후 한반도, 어디로 가나

총선과 대선에서는 평화와 외교ㆍ안보 문제도 중요한 쟁점입니다. 선거를 앞두고 외교ㆍ안보 현안이 갑자기 떠오를 때의 표심은 예측하기 어렵지만, 긴장을 고조시켜 표를 얻으려는 시도는 이제 어림도 없다는 사실은 분명해 졌습니다. 그러나 갈등 조장에 대한 유혹을 느끼는 듯한 움직임은 여전히 있습니다.

 

프레시안과 참여연대는 총선을 앞두고 벌어지는 그러한 낡은 시도를 감시하고, 올바른 대외전략의 비전을 제시하고자 ‘평화에 투표하자’ 시리즈를 공동 기획했습니다. 여러 전문가들이 필자로 나서는 이 연재에서는 선거 전 불거지는 현안에 대한 대응은 물론 평화를 바라는 이들이 외교ㆍ안보 쟁점에서 가져야 할 기준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총선 전까지 매주 1~2회 찾아갈 예정이며, 대선을 앞두고도 이어갈 계획입니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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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美·日 군사전략 융합, 냉전 때보다 더 냉전적

탈냉전 이후 한반도, 어디로 가나

 

김종대 디펜스 21+ 편집장

 

 

탈냉전 이후 한반도, 동북아시아에서 면면히 발전되어 오던 공동안보와 다자협력의 정신은 붕괴되고 진영안보의 논리가 완전히 주도권을 잡았다. 지난 6월 14일에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외교ㆍ국방장관(2+2) 회담은 한미일 군사협력의 수준을 높이기로 함의함으로써 자본주의 해양세력이 중국 견제를 위한 군사 블록을 형성하기 위한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이러한 블록화는 세계화의 추세에도 위배될 뿐만 아니라 냉전적 질서로의 회귀라는 점에서 향후 동북아 안보에 부정적 영향이 예상된다. 더 나아가 전범국이며 패전국인 일본이 평화헌법의 굴레를 벗고 장차 한반도 유사시에 개입할 수 있는 경로가 열어졌다는 점에서 2차 대전 이후 70여년 가까이 유지되어 오던 동북아 국제질서를 허무는 역사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중국식 표현대로라면 왕도(王道)길을 버리고 패도(覇道)의 길을 답습하는 진영안보로 동아시아 질서가 회귀한다는 의미다.

이날 리언 패네타 미 국방장관은 한국군 탄도미사일 사거리 연장 협상에 대해 “상당한 진전을 이룬 상태”라며 “조만간 한미 양국이 동의할 수 있는 해법에 도달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말의 의미를 자세히 살펴보면 한국군의 미사일 주권을 인정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한국이 미국의 미사일방어(MD)에 적극 참여하기를 희망하는 뜻으로 읽힌다.

양국의 공동성명에서 “북한의 점증하는 미사일 위협에 대응해 포괄적인 연합 방어 태세를 강화하는 방안을 모색하기로 했다”고 밝힌 점이나, 우리 정부 관계자의 “현재 추진되는 한국형 미사일방어(KAMD) 체제에 미국이 정보, 탐지, 식별, 타격을 위한 시스템을 지원해 한미공조를 강화한다는 의미”라는 발언,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이 “MD 체제의 상호운용능력 개선과 MD 강화 문제를 논의했다”고 밝힌 점을 고려한다면 실질적 논의주제는 바로 MD라는 점이 드러난다.

한미일의 군사적 공조는 해양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공동성명은 일본과의 안보 협력의 중요성을 확인하고 한미일 3자 협력의 범위를 재난구호에서 해양안보, 항행의 자유, 대량살상무기(WMD) 비확산으로 확대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맥락에서 6월 21일에 미 항공모함이 동원된 한미일 해상훈련이 한반도 인근해역에서 실시된데 이어 서해에서 한미연합 해상 기동훈련이 6월 말까지 이어지고 있다. 바야흐로 서해에서 한미일이 중국과 결전을 치룰 수 있다는 군사적 긴장 분위기가 고조될 조짐이다.

▲ 한미해상합동훈련이 서해에서 열리고 있는 24일 미군의 조지워싱턴 항공모함에서 슈퍼호닛(F/A-18E/F)이 이착륙 훈련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010년 11월에 조지워싱턴호가 서해에 들어오기 전인 7월부터 중국은 “미국 항공모함이 서해에 들어오면 살아있는 표적이 될 것”이라는 외교부 대변인의 초강경 발언이 나온 바 있고, 실제로 미 항모에 대응하여 동중국해에서는 7월에 중국 해군이 실탄 사격훈련을 실시한 바 있다. 미국의 해양에서의 움직임에 대응하여 중국과 러시아의 연합 해상훈련도 실시되는 등 한미일과 북중러의 해양에서의 긴장은 예사롭지 않다.

한미일이 근세 이래 이렇게 국가 정치-군사 전략을 완전히 융합시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과거 소련의 팽창주의 위협이 극심하던 냉전의 절정기에도 이러한 높은 수준의 삼각 동맹은 출현한 적이 없다. 냉전 시기보다 더 냉전적인 정치-군사 블록이다. 이를 기회로 일본은 최근 원자력규제위원회 설치법의 부칙에 “국가 안전보장에 이바지한다”는 문구를 삽입하여, 사실상 핵무장을 주변국에 암시하였다.

또한 한반도 유사시에 일본 이지스 구축함의 한반도 해역에 출동하는 방안을 공개적으로 천명하고 있고, 한국과도 군사협정을 체결하여 한반도 유사시에 개입하려는 움직임을 노골화하고 있다. 우주의 평화적 이용이라는 금기도 깨고 대륙간 탄도탄을 개발하기 위한 로켓의 대기권 재진입 실험도 공개적으로 천명하고 있다. 무기 수출을 금지하는 원칙도 벗어던지고 무기의 공동개발과 해외수출도 본격화할 조짐이다. 가히 아시아에서 군사적 맹주를 도모하려는 모양이다. 이러한 군사적 역할 확대를 추동하는 일본 내 보수우익은 최근 위안부 동상에 말뚝 박기를 비롯하여, 과거 군국주의 시절의 침략적 본성을 연상시키는 과격한 행동도 서슴지 않고 있다.

아시아에서 일본의 군사적 역할을 확대시킨다는 것은 다름 아닌 미국의 전략이다. 미국은 이명박 정부에게도 “팽창하는 중국은 반드시 민족주의로 회귀할 것이며, 한국은 미국과 중국 중 누구를 친구로 할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고 강하게 압박하여 왔다. 여기에 이명박 정부가 적극 부응하면서 한미일의 군사적 융합에 무방비로 흡수되는 것이 작금의 현상이라면, 앞으로 한반도는 청일전쟁 전야와 같은 외세의 각축장이 될 가능성이 더욱 커졌다. “뼈 속까지 친미이고 친일”이라는 이명박 정부가 아니고서는 상상할 수 없는 변화다. 적어도 냉전 이후 평화공존과 공동번영을 지향해 온 21세기의 시대정신과 정반대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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