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군축센터 파병 2009-04-22   2711

[자료] 평화유지활동(PKO) 관련 법 제정을 둘러싼 법적 쟁점 (1)


다음 글은 2009년 4월 16일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국제연합 평화유지활동(PKO)참여 관련법 제정에 관한 공청회’에서 발표된 자료입니다.
 



평화유지활동(PKO) 관련 법안과 법적 쟁점



조시현 (참여연대 실행위원/ 건국대학교 법학과)



최근 17대 국회에서와 마찬가지로 18대 국회에서도 ‘국제연합 평화유지활동’이나 ‘국제평화유지활동’에 국군의 해외파병을 간이하고 신속하게 처리할 것을 목적으로 하는 법안들이 제출되고 정부와 한나라당은 당정실무회의에서 ‘PKO 신속파병법’을 조속히 제정하기로 했다고 한다. 이러한 평화유지활동(peacekeeping operations, PKO)에 관한 법률안 제정의 움직임을 둘러싸고 많은 쟁점이 제기되고 있으며 시민사회와의 견해차이가 드러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분쟁지역에 국군을 파병하는 것의 필요성과 정당성에 대한 논란을 비롯하여 평화유지활동을 위한 파병에 필요한 국회동의절차를 빠르게 하기 위하여 사전동의절차를 마련하고 상비부대를 설치하거나 관련 업무를 관장할 특별기구를 둘 필요성, 신속절차의 대상으로 유엔 주도의 평화유지활동만인지 다국적군에 참가하는 것도 포함할 것인지, 이 법안에 대한 국회 상임위원회의 소관을 외교통상위원회 또는 국방위원회에 둘 것인지 등 다양한 쟁점들이 있다.

이러한 평화유지활동법안들(이하 ‘법안들’)에 대한 논란은 근본적으로는 국제정세에 대한 시각과 인식의 차이뿐만 아니라 국내상황에 따라 법안 제정의 움직임을 바라보는 시각과 입장 차이를 보여주고 있지만 헌법과 국제법에 관련하여 풀어야할 법적 문제들도 제기된다. 이러한 법적 쟁점들은 평화유지활동이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군대를 파견할 경우 필요한 헌법상의 국회 동의절차 이외에 합법적인 절차를 마련할 수 있는지, 나아가 평화유지활동에 관한 정부와 국회의 위상과 관계와 국가와 시민사회 사이의 관계에 대한 이해에 따라 해결을 위한 접근이 모색될 수 있다.

상정된 법률안들에 대한 구체적인 비교 검토와 쟁점들에 대한 논의는 이 글의 범위를 벗어나며, 이 글에서는 기존의 논의에 덧붙여 헌법과 국제법에 관련한 쟁점에 대하여 몇가지 지적을 하고자 한다.



1. 국제평화와 안전의 유지와 군대


법안들이 제안된 배경으로 탈냉전 시기에 급증하는 분쟁에 대한 신속한 국제적인 대응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그러나 국제사회에서 평화유지활동에 대한 논의는 국제법 발전의 역사 자체라고 볼 수 있을 정도로 근본적인 국제법 문제이기도 하였다.

과거 군대의 파병은 전쟁이나 타국에 대한 군사개입을 주로 의미하였으며 19세기 후반이래 전쟁을 방지하고 국제분쟁을 평화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여러 방면의 노력이 지금까지 경주되고 있다. 특히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난 뒤 조직된 국제연합의 주요 목적이 바로 국제평화와 안전의 유지에 있는 것이다(국제연합헌장, 조약 제1059호, 제1조 1항). 유엔은 이를 위하여 여러 제도를 마련하고 있는데 특히 안전보장이사회로 하여금 군사조치를 포함한 이른바 ‘강제조치’(enforcement measure) 또는 ‘강제행동’을 취할 권한을 부여하고 이를 위한 구체적인 장치로 헌장 제43조는 안보리 산하의 군대를 예정한 바 있다.

그러나 뒤이은 미국과 소련의 갈등으로 정식의 유엔군이라고 할 부대는 창설되지 못하였으며 냉전이후 이러한 군대 마련에 대한 유엔 사무총장들의 호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실현되고 있지 않은 실정이다. 이러한 사정은 국제평화와 안전을 유지하기 위하여 군사력이 필요한 상황이 발생할 경우 그때마다 안보리는 유엔의 각 회원국들에게 병력의 파견을 요청할 수 있을 따름이고 이에 응할 것인가의 여부는 각국에 맡겨져 있는 문제라는 것을 보여준다.


또한 유엔헌장이 규정한 안보리의 국제평화와 안전 유지 권한은 그 동안 냉전으로 실제로 행사될 수 없었음에 따라 1956년 스에즈 운하 사건에 대한 대응으로 국제긴급군(UNEF)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군대가 나타나게 되었다. 이 군대는 총회의 일반적인 국제평화에 대한 권한에 근거하여 마련된 것으로 앞에서 언급한 헌장 제43조의 군대와는 지위, 성격, 구성, 책임의 소재, 예산 등 많은 점에서 차이가 난다.

이러한 국제긴급군과 같은 것은 이후 많은 국제분쟁에서 활용되어 정전협정의 감시를 위시하여 이를테면 분쟁국에 대한 저강도의 군사적 개입을 가능하게 하였고 이를 평화유지군 또는 평화유지활동으로 부르고 있음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유엔의 평화유지활동에는 군사력의 활용만이 포함되고 있지않음이 주목된다. 각각의 분쟁들은 특수한 원인들을 가지고 있으며 이의 해결을 위한 방법과 수단 또한 다양하기 마련이고 실제 유엔의 평화유지활동에 관한 편람에 따르면 유엔의 이러한 활동은 정무, 민사, 홍보, 군사, 지뢰제거지원, 법치주의에 관련하여 경찰·사법·교정, 인권, 젠더 주류화, 행정지원, 직원의 안전, 선거지원, 인도적 지원, 난민과 국내피난민 문제, 재건 등 다양한 활동들을 포함한다.


더욱이 1990년대 소말리아나 구 유고슬라비아에서의 상황은 이러한 전통적인 평화유지활동을 뛰어넘은 새로운 유엔 주도의 군사행동을 낳았는데 안보리는 인도물자 지원을 방해하는 세력들에 대한 무력의 사용이나 무장해제 등 이른바 평화를 강제하는 군대(peace-enforcement force)가 조직되기에 이르렀고 소말리아, 라이베리아, 시에라레온, 캄보디아, 동티모르 등 국가의 위기 또는 붕괴에 따른 국가재건이나 분쟁후 평화확보를 꾀하는 등 유엔의 국제평화와 안전을 위한 구체적인 행동의 목록은 점차 확대되고 있음도 주목된다.

특히 냉전의 종식과 9.11테러 이후 전통적으로 유엔 주도의 평화유지활동에 미온적이었던 미국의 국제적인 군사활동이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는데 민간부문의 국제평화유지활동에의 참여도 두드러지고 있음도 고려되어야 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상정된 법안들은 유엔의 평화유지활동의 다양성이라는 맥락에서 재구성될 필요가 있으며 근본적으로는 이러한 유엔의 활동에 참가할 것인가의 여부와 정도는 회원국들이 결정해야하는 주권사항이라는 점을 지적할 수 있다.



2. ‘평화유지활동’에 대한 정의 문제


상정된 법안들은 모두 ‘평화유지활동’(PKO)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일정하게 정의하고 있다. 법안들에 대한 국회 외통위 전문위원의 검토보고서에서도 지적된 바와 같이 이에 대하여 현재 국제사회에서 확립된 정의는 없다. 평화강제군으로서의 성격을 갖는 유엔군의 파병으로 파병군인들의 희생이 잇따르자 1994년 서둘러 마련된 ‘국제연합요원 및 관련요원의 안전에 관한 협약’(조약 제1481호)에서는 물론 무엇이 평화유지군 또는 유엔군인지에 대한 정의는 문제되는 상황에 따라 달리 파악되고 시도되어왔음을 주의하여야 한다.


한국사회에서 ‘평화유지활동’(PKO)에 대한 논의는 90년대부터 시작된 한국군의 참가와 아마도 평화유지활동에 대한 최초의 입법례라고 할 수 있는, 일본에서 2001년 제정된 ‘국제연합평화유지활동 등에 대한 협력에 관한 법률’의 제정을 둘러싼 논란에서 비롯한다고 볼 수 있다. 군대의 해외파병이라는 기본적인 헌법문제를 공유하지만 일본의 경우 한국과는 다른 맥락에서 문제가 파악되는 측면이 있다. 패전과 전후체제 속에서 일본의 ‘평화헌법’상 군대의 보유가 금지된 가운데 자위대의 해외파병문제는 일본군대의 위상문제로 접근되어 전후 일본의 민주주의와 군대라는 차원에서 독특한 법정치적 문제를 제기한다. 


한국의 법률제정 움직임과 관련하여 중요한 것은 최근 유엔의 관련 활동이 보여주는 바와 같이 이른바 ‘평화유지활동’이 평화강제행동과 구별되지 않는 상황이 속출하고 있음이 주목된다. 그 동안 유엔의 평화유지활동에 적극적으로 참가했던 국가들의 경우 이러한 종합적인 입법이 마련되고 있지 않은 것으로 보이며 개별적인 사례에 따라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미국의 경우 현재 예산법이나 군사법의 일환으로 문제가 다루고 있으며 유엔이나 다른 국제기구 또는 다국적군의 조직과 참가를 위한 종합법률은 아직 제정되지 않았다.


이와 같이 현재 국제사회에서 ‘평화유지활동’은 다양한 방면으로 시도되고 있으며 이를 일반화하기에는 이른 감이 있으며 관련 외국의 법제에 대한 보다 깊이 있는 검토가 선행되어야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유엔의 평화활동은 군사행동이 중심이 되는 것만은 아니고 민간부문의 참여가 두드러지고 필수적이라는 점에서 왜 ‘국군부대’ 또는 ‘상비부대’라는 식으로 군사활동만이 강조되고 있는 점은 설득력이 없다. 군사형이 아닌 민간형의 참가도 얼마든지 가능하며, 이러한 형태의 참가가 한국이 추구할 국제사회에 대한 기여라는 주장은 경청할 만하다.



3. ‘평화유지활동’과 인권 – 국민의 생명과 안전


도덕적, 법적 문제로서의 평화유지활동 문제는 평화관련활동이라는 목적과 해외에서 각종 위험에 노출될 수 있는 자국인인 파병군인의 생명과 안전의 유지라는 또 다른 국가의 의무 사이의 갈등 또는 긴장관계를 어떻게 볼 것인가라는 측면에서도 바라볼 수 있다. 90년대 소말리아와 보스니아의 상황 또한 최근 레바논에서 유엔군이 직면한 딜레마는 평화유지의 목적으로 분쟁해결을 돕기 위하여 파병된 군대가 오히려 분쟁당사자로 전화하여 분쟁에 휘말려 들어갈 수 있다는 위험성을 잘 보여주고 있다.

더욱이 선의의 군대가 전쟁범죄나 반인도적 범죄를 방관내지 방조하는 처지에 빠지게 될 수도 있으며 나아가 현지주민들의 인권을 침해하는 사례들에 대한 보고가 급증하고 있음도 주목된다. 또한 분쟁지역에서 구호활동이나 경찰, 교육훈련활동을 벌이는 민간인 신분의 요원들의 안전이 위협되는 상황은 흔히 목도되는 상황이다. 유엔 주도의 평화활동이나 다국적군이 제기하는 정책적, 법적 문제에 대한 검토와 논의는 아직 법제화가 가능할 정도로 진행된 것으로 여겨지지 않는다. 보다 일반적으로는 문제의 소재가 어디에 있는가에 대한 파악이 없이 일반적인 효력이 있는 법을 만드는 것의 위험성이 지적되어야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평화유지활동에 참가하는 군인들의 자발적 동의에 기초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여야 하는 정부와 국가가 인권보장의무를 다하고 있다고 할 수만은 없다. 법률제정과정에서 또는 개별 분쟁에 대한 개입여부에 관한 논의에서 국제사회의 평화활동에 대한 참여의 필요성에 관한 주장과 설득은 좀 더 책임성을 가지고 전개되어야 한다.



4. ‘평화유지활동’과 민주주의 – 국회의 동의절차에 관하여


이러한 국가과 국민과의 관계에 대한 이해에 바탕하여 평화유지활동과 관련한 민주주의의 원칙과의 관련이 검토되어야한다. 근대 이래 한국헌법을 포함한 민주주의 국가의 헌법은 외국과의 전쟁의 개시나 해외 군대파견의 경우 국민의 전체적인 동의나 승낙을 요구하고 있다. 즉 이 문제는 국가와 국민의 관계가 파병의 경우 어떠해야하는가의 문제이고, 추가적인 국민적 의무의 부담을 가져오는 만큼 민주적인 절차와 통제가 따라야한다는 것이 근대 민주주의국가의 헌법정신이라고 볼 수 있다.

파병을 요구하는 상황은 각각의 경우 다른 것은 물론이고 파병의 규모나 기간 등등도 이에 따라 다르며 그에 따라 파병의 정당성과 필요성이 논의되어야 할 것이다. 파병될 분쟁상황에 대한 구체적인 검토가 없이 사전에 이를 일률적으로 가능하게 하겠다고 하는 것은 국민의 안전은 물론이고 국가의 주권 또한 맹목적이고 투기적으로 되어가는 상황에 맡겨버리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적한 바와 같이 유엔 안보리나 총회에서 파병을 호소하는 경우가 있다고 할지라도 모든 국가가 파병에 나서는 것이 아니며 그 때 그 때 각국의 상황에 따라 참가를 결정하는 것이 국제사회의 현실이다.

이러한 점에서 국민으로 구성된 한국의 군대를 각종 위험에 노출될 수 있는 해외에 보낼 것인가를 결정하는데에 있어서 유엔의 요청이 있었다고 해서 국회 동의절차를 간이하게 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다. 분쟁이 발생하기도 전에 파병을 가능하도록 하자는 발상은 파병여부와 정도에 대한 판단을 국제연합의 안전보장이사회나 주요 국가의 요청에 맡기는 셈이 되어 국제법적으로는 국가주권과 헌법적으로는 국민주권의 원리에 반하게 된다. 또한 파병할 것이 결정될 경우 구체적인 시행에 있어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이 문제되는 것은 당연한데 국회가 이를 포괄적으로 정부에게 위임하는 것은 법치주의의 근본적인 정신과도 상충되며 국민주권을 더욱 훼손하는 길이 될 것이며 위헌 논란이 제기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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