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군축센터 일반(pd) 2001-09-24   1245

“우리는 지금 반전운동으로 간다”

283개 시민단체 한목소리로 전쟁반대! 평화실현!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이하 연대회의)는 24일 오전 10시 안국동 ‘철학마당 느티나무’에서 “전쟁반대와 평화실현을 위한 시민사회단체 기자회견”을 갖고 반전평화운동의 중요성을 강조한 뒤 전쟁에 반대하는 세계평화운동단체와 연대하겠다고 나섰다.

연대회의는 “무고한 시민을 희생시킨 테러의 주범을 찾아내 응당 처벌을 받게 해야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미국이 이번 사태를 전쟁으로 몰아간다면 그것은 21세기를 전쟁과 군비경쟁의 시대로 만들 가능성이 크다”며 일촉즉발의 위기에 빠진 전쟁위험에 대해 강력한 우려를 표명했다.

연대회의는 이날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미국이 당한 테러사태가 전쟁으로 비화돼서는 안 된다”고 전제한 뒤 “전쟁을 빌미로 한 일본의 군사대국화와 한국정부의 전쟁지원을 경계한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연대회의는 “불안정한 국제정세에서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남북한간 대화와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특히 “미국은 군비경쟁이 아니라 불평등과 빈곤, 인권유린, 인종차별 등을 극복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범인 밝히지도 않은 채 주권을 침해해?

이날 기자회견 자리에서 윤경로 연대회의 상임공동대표는 “미국이 초강대국이라는 강한 모습보다 큰 나라의 모습, 즉 세계평화를 위한 의연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며 “앞으로 국제 상황의 추이를 지켜보면서 반테러, 반전시위 등을 벌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원순 상임공동운영위원장은 “테러는 국제법상 보편적 관할권이 적용되는 국제범죄이지만 범인이 밝혀지지도 않은 상황에서 전쟁을 일으키거나 주권을 침해하는 일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미국의 전쟁기도를 에둘러 비판했다. 또한 그는 “정치학적, 국제법적으로 이번 테러사태를 분석하고 대응방안을 모색하는 반전 토론회를 곧 개최할 예정”이라며 연대회의의 향후 활동계획을 전달했다.

서형원 환경연합 평화운동 담당부장도 “반테러 전쟁 지원을 위한 파병을 명분으로 한 일본의 군사 대국화를 막아야 한다”며 “남북한이 군사 대립에 휘말려 적대관계에 빠지게 되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전쟁반대와 평화 위한 일일단식

연대회의는 이날 시민사회와 우리 정부가 수행해야 할 과제로 △세계평화운동과 연대 △남북한간 대화와 협력을 통한 신뢰구축 △전쟁수행 지원이 아닌 다른 방식의 테러 근절을 위한 국제적 노력 △일본의 군사대국화를 막기 위한 아시아 연대 △어린이, 청소년, 시민 평화교육의 필요성 등을 제안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연대회의는 이날 “우리 시민사회는 전쟁에 반대하는 세계평화운동과 연대해야 한다”고 밝힌 후 “우리 시민사회가 국제적인 반전평화운동에 동참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그 일환으로 ‘전쟁 반대와 평화를 위한 일일단식’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다음은 연대회의가 발표한 “미국 테러사태 이후 우리 사회의 과제에 대한 제안”이다.

<시민단체연대회의>는 세계를 전쟁으로부터 지켜내고 한반도의 평화와 국민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우리 사회의 모든 지혜를 결집해야 한다고 믿는다. 이런 노력의 일환으로 먼저 연대회의 소속 시민 사회단체의 뜻을 모아 우리 시민사회와 정부가 해야 할 바를 다음과 같이 제안한다.

1.우리 시민사회는 전쟁에 반대하는 세계평화운동과 연대해야 한다. 이러한 운동은 이미 세계 각 국에서 일어나고 있으며 곧 거대한 물결을 이룰 태세이다. 우리가 이러한 물결에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것은 세계적인 전쟁을 막고 아시아와 한반도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 무엇보다 우선되어야 할 일이다. 단순히 냉전이 끝난 것으로 평화가 오지 않는다는 것을 우리는 철저하게 경험하였으며, 이제 진정한 평화를 위한 장기적이고 심층적인 노력이 세계적 범위에서 전개되어야 한다.<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소속 단체들과 함께 우리 시민사회가 국제적인 반전평화운동에 동참하도록 노력할 것이다.

2.우리 시민사회와 정부는 남북한의 대화와 협력을 빠르고 의연하게 진척시키도록 노력해야 한다. 국제정세가 동요하고 주변의 평화가 위협받을수록 국민의 안전과 한반도 평화를 지키기 위해 남북한의 신뢰가 긴요해진다. 남과 북이 향후 현실화될지도 모를 세계적 차원의 군사 대립에 휘말려 끝 모를 적대관계에 빠지지 않도록 지금부터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

3.우리 정부는 테러의 범인을 찾아내고 처벌하는 과정에 협력하고, 나아가 테러와 전쟁을 근본적으로 막기 위한 국제적 노력에 최선을 다해 참여해야 한다. 그러나 미국의 전쟁 수행을 지원하는 것은 테러를 근본적으로 막기 위해서나 한반도 평화를 위해서나 바람직하지 않다.

4.우리 시민사회와 정부는 일본의 군사대국화를 막기 위해 아시아 모든 나라들과 협력해야 한다. 일본 군국주의 세력은 반 테러 전쟁 지원을 위한 파병을 명분으로 자위대의 활동 범위를 확대하는 관련법 개정 등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국내와 일본 시민사회에서 이에 대한 커다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누구보다 우리 정부가 경계심을 갖고 앞장서서 일본의 군사대국화를 막기 위한 아시아 나라들의 노력을 이끌어야 할 것이다.

5.우리 시민들이 평화에 대해 분명한 가치인식을 가질 수 있는 문화적 환경과 교육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전쟁과 폭력을 놀이로 삼는 전자오락에 심취한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이번과 같은 테러 사태를 어떤 감정으로 받아 들였는지 우리는 크게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시민들이 전쟁과 평화에 대한 분명한 가치관을 갖지 못한다면 평화는 요원하다. 평화를 실현할 시민사회의 기본역량을 형성하기 위해 평화를 소중히 여기게 하는 문화를 가꾸고 어린이와 청소년, 시민에 대한 평화 교육을 체계화하는 것을 더 미룰 수 없다.

2001년 9월 24일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박정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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