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군축센터 평화정책 2005-12-12   760

[한반도평화보고서2005] 북 인권 대한 바람직한 접근방식과 실질적 개선을 위한 권고

3장 평화와 정의, 그리고 새로운 패러다임(2)

[##_1L|1085735088.jpg|width=”100″ height=”91″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_##]북한 당국이 주민들의 인권 상황에 대한 국제사회의 접근을 제한하고 있는 가운데 북한 인권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과 우려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탈북자의 증언을 포함한 다양한 경로를 통해 북한의 인권문제가 외부로 알려지고 있고, 이 정보를 토대로 국제사회는 북한에 심각한 인권문제가 있음을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이미 유엔 인권위원회 제59차, 제60차, 제61차 회의에서 대북인권결의안이 세 차례 연속 채택되었고, 제60차 회의에서는 북한인권 상황을 검토할 북한인권 특별보고관이 임명되었다. 그리고 북한인권 특별보고관이 유엔 총회에 제출한 보고서를 토대로 제60차 유엔총회에서는 대북인권결의안이 채택되었다. 유럽연합(EU), 미국, 일본 등이 주도한 유엔 총회 결의안은 북한 주민들의 기본적인 인권이 심각하게 침해당하고 있으며, 북한 당국이 국제기구와의 협력하지 않고 있으며 모니터링을 위한 국제기구의 접근을 제한하고 있는 것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유엔의 대북인권결의안이 언급한 바와 같이 북한 주민들의 인권이 열악한 상황에 놓여 있으며 북한의 인권보호 정책과 그 실현과정이 불일치하고 있다는 것은 심히 우려할만하다. 그러나 결의안은 북한 당국이 최근 몇 년간 형법개정 등 법 제도적 개선을 통해 인권 개선을 위한 조치들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나 국제규약 이행보고서 제출이나 남북화해협력 조치 등 북한 당국이 취해온 긍정적 조치들은 주목하지 않거나 적극적으로 평가하지 않고 있다. 또한 결의안에서 지적하고 있는 영아실해나 강제낙태 등과 같은 인권침해 사항은 북한 당국의 의도가 개입되어 조직적이고 광범위하게 자행되고 있는지 사실 규명이 필요한 부분이기도 하다.

그러나 북한체제 및 북한정부의 일부 정책이 북한주민의 인권침해를 야기하고 있음을 부정할 수는 없다. 북한체제의 특수성과 운영원리를 인정한다고 해도 그것이 보편적이고 기본적인 권리를 침해할 수 있는 정당한 이유가 될 수는 없다. 특히 지난 90년대 북한이 경험한 자연재해는 구조적 경제위기와 맞물려 심각한 식량난과 대규모 탈북 행렬을 야기했다. 또한 그 결과 중국 등에서 체류하고 있는 탈북자들이 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이게 되었다.

한편 북한 주민들의 인권상황이 이러한 위기에 처하게 된 외부적인 요인에 대해서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탈냉전 이후에도 지속되고 있는 북한의 고립과 적대적 대결상태가 북한 인권문제를 악화시킨 요인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의 대북경제재제와 한반도에서의 군비경쟁이 북한 주민들의 안보권과 발전권을 제약해왔다. 나아가 탈냉전시대 유일 초강대국인 미국은 북한을 깡패국가 또는 악의 축으로 규정하고 정치적 목적으로 ‘북한인권법’을 제정하는 등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배타적 편견을 조장하고 압박과 봉쇄 위주의 대북정책을 펴오고 있다. 북 인권 문제가 유엔 등 국제기구에서 논의될 때 이러한 외부의 적대적 요인은 대부분 간과되어 왔다. 유엔 결의안 역시 한반도와 동북아에서의 적대관계 등 역사적 맥락을 충분히 고려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문제는 유엔이 연이어 대북인권결의안을 채택하면서 북한인권문제가 본질과는 무관한 정치적 쟁점으로 비화되고 국내외에서 비본질적인 불필요한 갈등을 유발하고 있다는 것이다. 유엔 대북인권결의안에 대한 표결에서 정부와 각 정당이 어떤 입장을 취할 것인지, 북한 인권 상황에 대한 비난과 성토에 동참하느냐 등의 문제로 논란이 붙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북 인권의 실질적인 개선을 위해서는 이 문제가 과도하게 정치화되는 것을 차단하고 실질적인 개선책 마련에 초점을 두는 접근이 필요하다.

인권개선 실효성 없이 갈등을 조장하는 정치적 접근은 지향되어야 한다.

국내외에서 쟁점이 되고 있는 유엔 결의안 채택에 관한 중요한 판단기준은 그것이 북 인권 개선에 과연 도움이 되는지 여부이어야 한다. 그 동안 유엔에서의 인권 논의는 각국의 이해에 따라 특정 국가를 압박하려는 수단으로서 활용되고 왔으며 그 결과 결의안 채택은 해당국가의 반발만 부를 뿐 실질적인 인권개선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유엔인권위는 비효율적이고 대표성을 결여하고 있다는 문제제기에 직면해 있기도 하다. 이와 관련하여 2005년 3월 코피아난 유엔사무총장은 유엔개혁안 발표를 통해 “일부 국가는 인권을 강화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스스로를 비판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서 또는 다른 국가를 비판하기 위해서 인권위 진출을 시도하고 있다”면서 유엔인권위의 정치성을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각국의 정치적 이해에 따라 인권문제를 접근하고 있는 병폐는 관타나모 수용소에서의 불법구금과 학대, 이라크 침공과 점령 등과 같은 명백한 인권유린 실태에 대해서 국제기구가 침묵하고 있는 것에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유엔의 결의안 채택이 구체적인 실효성을 거두기보다는 일방적으로 비난하는데(naming and shaming) 그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는 이유는 이렇듯 유엔 인권논의가 정치적 편의주의에 의해 선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이로 인해 신뢰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인권이 공격과 배제의 수단으로 전락할 경우 인권증진은 실패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인권 개선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유엔의 대북인권결의안 채택을 촉구하는 것이나 결의안 채택을 둘러싸고 갈등과 분란을 조장하는 행위는 바람직하지 않다.

역사적 경험에서 볼 수 있듯이, 국제사회에서 힘의 정치에 기반한 인권 문제의 제기는 특정 국가가 정치적 이익을 얻으려는 시도일 수 있으며, 부적절한 개입은 오히려 인도적 재난을 야기할 수도 있다. 미국의 ‘북한인권법’이 북한 주민들의 인권 개선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북 인권 문제에 대해 총체적이고 균형감 있게 접근해야 한다.

인권 개념의 확장과 함께 각국의 인권 상황에 대해 국제사회가 진지한 관심과 해결 노력을 보이고 있는 것은 분명 인류의 진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특정국가에 대한 인권개선을 촉구하는 것이 정치적 수단으로 전락하지 않기 위해서는 인권의 모든 측면이 불가분성, 상호의존성을 갖고 있는 만큼 인권의 한 측면만을 강조할 것이 아니라 인권에 대한 총체적이고 균형 있는 인식과 접근이 이루어져야 한다. 북한 인권에 대한 논의에 있어서도 일방적인 인권기준이 아닌 유엔이 규정하고 있는 자유권, 사회권, 발전권이 균형감 있게 적용되어야 한다. 특히 북한의 대다수 인민들이 생존권의 위기를 겪고 있는 현실이야말로 북한 인권을 접근함에 있어서 우선적으로 검토해야할 주제이다. 또한 북한인권 문제에 대한 균형잡힌 접근을 위해서는 북한 내부의 정치경제정책 및 법ㆍ제도의 운용의 측면뿐만 아니라 동시에 한반도에서의 군사적 긴장과 군비경쟁, 국제사회의 협력 제공의 측면도 함께 검토되어야 한다.

또한 인권문제를 제기함에 있어, 보편적이고 평화적인 개입원칙을 일관되게 견지되어야 한다. 특히 특정국가의 인권문제를 거론하는 것은 자국의 인권 개선에 대한 의지가 결여되어 있다면 정당성을 가지기 힘들다. 예컨대 국내적으로 반인권법인 국가보안법 수호를 주장하거나 강정구 교수 사태에서와 같이 적법하지 않은 사유임에도 강 교수의 인신 구속을 강력하게 주장하면서 북한 당국의 인권유린을 비난하는 모순적인 태도는 그 자체로 정당하지 않다. 편협한 인권기준을 내세우고 정치적 구호로서 인권을 내세운다면 그것은 이미 인권문제가 아닌 정치적 목적의 이전투구에 다름 아니다.

한반도와 동북아의 긴장완화 조치를 통해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한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

평화가 없는 상태에서 인권은 존재할 수 없다. 이러한 점에서 한반도 평화공존은 남북한 주민들의 인권을 보장하는 기본조건이라고 할 수 있다. 반세기 동안 적대적 대결 상태를 유지해오던 남과 북은 광범위한 국민적 지지 하에 남북화해협력 정책을 추진하고 있으나 이러한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동북아에는 냉전적 대결 관계가 종식되지 않고 있다. 그 만큼 동북아시아에서는 평화의 조건에 대한 면밀한 이해가 요구되는 것이다. 따라서 지금과 같이 북미, 북일간의 갈등상태가 지속되고, 북-EU간의 인권대화가 중단된 상황에서 미국, EU 그리고 일본이 주도하는 대북인권결의안이 북한 당국의 인권 증진 노력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북한이 인권 개선에 나설 수 있는 조건과 환경으로서 동북아에서의 오랜 대결 상태를 완화시킬 수 있는 조치가 이루어져야 한다. 특히 핵문제 해결과 함께 북미, 북일 관계정상화와 한반도 평화체제에 대한 논의를 본격화함으로써 북 인권을 개선시킬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국제사회 또한 한반도 긴장완화와 군비감축 노력을 촉구하는 한편 북한이 개혁개방과 대외관계 개선에 나설 수 있도록 대북협력과 지원에 나서야 한다. 유럽연합(EU)도 유엔을 통해 인권공세를 펼 것이 아니라 북한과의 인권대화에 주력할 필요가 있다.

북한 당국 스스로 인권을 개선하려는 자세와 노력이 필요하다.

북한주민의 인권상황 악화의 일차적 책임이 북한정부에 있는 만큼 북한정부는 인권 개선을 위한 전향적인 정책을 강구해야 한다. 북인권문제가 북한체제에 대한 정치적 공격의 소재로 악용되며, 북 인권 문제에 대한 국내외의 여론이 비난일변도로 치딛는 데는 북한이 인권문제 자체를 인정하고 않고 있으며 적극적인 개선의지와 조치를 국제사회에 보여주지 않는 등 북한 당국이 자초한 측면이 있다.

북한 당국은 어느 나라에서나 내부의 인권문제가 존재하고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주민들의 인권상황을 공개하고 국제사회의 정보접근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국제인권 기구의 기술협력 자문서비스와 같은 인권 개선 프로그램을 수용하고 유럽연합(EU)을 포함하여 쌍무간이든, 다자간이든 국가간 인권대화에 나서는 등 국제사회와의 접촉면을 확대해나가는 유연한 자세를 취할 필요가 있다. 북한 스스로 이러한 노력을 기울일 때 국제사회는 북한을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인정하고 필요한 지원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반면 북한이 지금과 같이 인권 논의 자체를 거부한다면 실질적이고 점진적인 인권개선 노력조차 설 자리를 잃게 될 것이다.

한국 정부의 국제사회의 북 인권 논의에 대한 능동적인 개입과 대북 설득 노력이 필요하다.

그 동안 한국 정부는 유엔의 결의안 논의나 미국과 일본의 북한인권법 제정 등에 능동적으로 개입하거나 건설적인 대안을 제시한 적이 없다. 물론 인권문제에 대한 북한의 경직된 태도나 어렵게 화해협력의 관계로 나가고 있는 남북관계 등을 고려할 때 북 인권 문제를 거론하기 쉽지 않다는 한국 정부의 입장을 이해 못할 바가 아니다. 그러나 정부는 북 인권 상황에 대한 비난과 성토가 문제를 해결할 수 없으며 오히려 북한의 대외관계 개선과 대화의 여건 마련을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이야말로 북한 주민들의 실질적인 인권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점을 알려나가야 한다. 또한 북한이 국제기구의 인권 프로그램이나 한국을 포함한 국가간 인권대화를 수용하도록 설득하는 것도 한국 정부의 몫이라고 할 수 있다. 나아가 남북 화해협력을 더욱 발전시키기 위해서라도 한국 정부는 한반도 분단으로 인해 지금껏 남아있는 반인권적인 법제도들을 개선하기 위한 대화를 북한에 제안하는 등 점진적이되 능동적으로 북 인권 문제에 접근할 필요가 있다.

탈북자들의 강제송환 및 기획망명 조장은 중단되어야 하며, 재외 탈북자들의 인권침해를 구제할 국제사회의 협력방안이 조속히 마련되어야 한다.

지난 90년대 중반 극심한 식량난으로 인해 탈북행렬이 이어진 이후 탈북자들이 처한 인권실태는 국제사회에 커다란 관심과 우려의 대상이 되고 있다. 지난 몇 년간 북한의 식량난이 완화되고, 미국의 북한 인권법 발효, 탈북자의 중국내 외국 공관 진입 등 탈북 문제가 정치적, 외교적 문제로 비화되면서 중국 당국이 대대적인 단속을 강화함에 따라 최근에는 탈북자의 수가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북한 당국 역시 정치적 탈북자와 경제적 이유로 일시 탈북한 사람을 구분하여 처벌하고 있으며 송환된 탈북자들에 대한 처우가 향상되는 등 전반적으로 처벌이 완화된 것으로 보이고 있다.

그러나 조중국경지대의 탈북자들이 처한 반인권적 상황은 심각한 우려를 낳고 있다. 이들은 기본적으로 신분의 불안정성으로 인해 특히 인신매매와 노동 착취의 대상이 되고 있다. 먼저 중국 등지에서 체류하고 있는 탈북자들의 정확한 규모와 실태, 탈북동기와 향후 거취 의사 등에 대한 객관적이고 신뢰할 만한 조사가 진행될 필요가 있다.

또한 탈북자 신분의 불안정성과 이로 인한 인권침해를 방지하기 위해 ‘이주민으로서 권리’가 보장되어야 한다. 탈북자 상당수가 경제적 혹은 생계적 동기에 의한 탈북자로서 북한에 복귀하고자 하는 사람들임을 감안한다면 이들에 대한 단속과 송환, 처벌 위주의 정책은 심각한 인권침해를 야기할 수 있다. 아울러, 탈북자 중 정치적 동기를 비롯한 인도적 동기로 남한 혹은 제3국행을 원하는 혹은 원했던 이들에 대한 강제 송환과 정치적 박해와 처벌은 중단되어야 한다. 중국 정부는 이들의 의사를 존중해야 하며, 북한 정부는 이들에 대한 정치적 처벌을 중단해야 한다. 탈북자들은 이주자로서 다루어져야 하지만 때로는 그들이 ‘정치적 난민’의 처지로 전락할 수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따라서 그들의 강제송환에 앞 서 그들이 본국 송환 후 직면하게 될 처우에 대한 사려 깊은 검토가 선행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탈북자 문제를 결코 정치적, 상업적으로 악용해서는 안 된다. 탈북 및 망명을 조장하는 행위는 자제되어야 하며 인도적 이유로 이를 지원하는 것이 불가피한 경우라 할지라도 신중하게 시도되어야 한다. 탈북을 빌미로 한 각종 브로커 행위는 근절되어야 한다. 북한체제를 정치적으로 공격하거나 붕괴시키기 위한 의도를 가지고 탈북자들에게 제3국행을 종용하거나 이러한 활동을 하는 단체를 지원하는 행위는 탈북자 인권 보호의 인도적 취지를 훼손함은 물론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한 환경조성에 매우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중단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한국 정부는 탈북자 정착정책이 한국행 기획탈북의 빌미가 되지 않도록 신중하게 시행해야 하며, 미국 정부는 북한인권법 등 정치적 의도에서 비롯된 대북인권정책이 오히려 탈북자의 인권상황을 악화시키고 있음을 직시하고 정책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

박정은 (평화군축센터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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