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 북한자유법안과 2004 북한인권법안에 대한 한국 시민사회의 의견(2004. 4.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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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0414_Korean_Civil_Society_Statement_on_NKHR_&_NKFR.doc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민주주의법학연구회, 인권운동사랑방, 좋은벗들,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천주교인권위원회, 평화네트워크, 통일연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인권위원회

한국의 시민사회단체는 현재 미국 의회에 상정, 계류되어 있는 2003 북한자유법안과 2004 북한인권법안에 대해 큰 우려를 느낀다. 만일 이러한 법안이 의회를 통과한다면, 향후 대북 협상에 심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법안이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대화에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뿐 아니라, 북의 인권 상황을 개선할 수 있는 기회도 차단할 것이라 우려하고 있다.

1. 몇 가지 논의의 전제

1) 식량권도 중요한 인권이다

현재 북 인권의 가장 주요한 과제 중 하나는 만성적인 식량난과 경제 위기로 인한 기아와 빈곤 문제의 해결이다. 생존권은 다른 인권을 누리기 위한 기본 전제이며, 식량권은 인권 향상을 위한 필수적 요인이다. 생존권에 대한 보장 없이, 인권 신장이란 불가능할 뿐 아니라 지극히 공허하다. 따라서 제반 북 인권의 개선에 우호적인 조건을 창출하기 위해, 국제사회는 인도적 지원을 지속하는 동시에 경제재건을 위한 개발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 기아문제가 해결될 때 기타 기본권에 대한 북 주민들의 요구 수준도 높아질 것이며, 이에 상응하는 인권 신장을 위한 공간 형성도 가능할 것이다. 따라서 북 인권 상황을 개선하는데 구체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것은 정치적 의도가 내재돼 있는 북한인권법안과 같은 것을 추진하는 것이 아니라 대북 인도적 지원을 위한 예산을 늘리는 일이다.

2) 봉쇄 고립정책보다는 포용정책이 효과적이다.

북한자유법안은 인권 문제를 대량살상무기에 관한 협상이나 대량살상무기확산방지구상(PSI) 등 안보 관련 의제들과 연계함으로써, 인권 문제를 정치화시키고 있다. 이러한 접근은 북을 더욱 고립화시킬 뿐 아니라 한반도의 긴장을 고조시킬 것이다. 북이 국제사회의 일원이 될 수 있도록 돕는 포용정책이 북의 인권 개선을 돕는 최선책이다. 국제사회와 함께 하고자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북에 대해 봉쇄 정책을 지속하는 것은 북이 추진하는 개혁 시도를 위축시킬 것이다. 미국은 북이 세계은행이나 아시아개발은행 및 각종 국제원조기구로부터 개발 원조를 받을 수 있도록 함으로써, 북의 지속적인 개혁을 도와야 한다. 또한 미국은 반세기나 지속돼 온 북에 대한 경제제재 조치를 해제하고, 북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제외시켜야 할 것이다.

3) 탈북의 예방과 탈북자에 대한 인도적 지원이 병행돼야 한다.

대다수의 탈북자 문제는 일차적으로 북한의 식량난과 그로 인한 인권 상황의 악화가 기인한 결과이다. 따라서 북의 주민들이 충분한 식량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북을 원조하는 등의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북한자유법안이나 북한인권법안에 규정된 바처럼, 난민촌 건설이나 기획망명 등을 무리하게 시도하는 것은 탈북자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4) 인권 문제가 북한 체제 붕괴의 목적으로 이용되어선 안 된다.

리처드 루거 미 상원 외교위원장은 북한자유법안이 상정되기 약 4개월 전인 2003년 7월 워싱턴 포스트에 기고한 글을 통해, “우리는 일부 탈북자들이 미국에 재정착하는 것을 허가하고 동맹국들도 그렇게 하도록 압력을 가해야 한다”며 “… (이런 조치는) 1989년 동독의 대규모 탈출사태가 동독을 무너뜨린 것처럼 평양 정권의 붕괴를 재촉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밝힌 바 있다. 이러한 언급은, 북한자유법안과 북한인권법안이 북 인권의 개선이 아니라 북 체제의 붕괴를 의도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불러일으킨다.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자신들의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인권 문제를 이용해서는 안 된다. 북 인권 문제는 인권 자체의 옹호와 증진 차원에서 다루어져야 하며, 실질적으로 인권을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이 모색돼야 한다.

다시 한번 강조하건대, 북한자유법안이든 북한인권법안이든 그 어떤 다른 법안이든 북 ‘체제붕괴’를 의도하는 내용을 포함하는 한, 한반도에는 불필요한 긴장이 조성될 것이 자명하다. 한반도 긴장과 전쟁가능성은 북 내에서의 인권 신장의 여지를 제약할 것이다. 따라서 한반도 및 주변 지역의 평화 확보를 통한 대외적 여건을 조성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5) 북한자유법안과 북한인권법안은 한미관계에도 우려스러운 영향을 미칠 것이다.

북한자유법안과 북한인권법안이 미 의회에서 통과된다면, 그것은 한국의 시민사회에 커다란 당혹감을 줄 것이다. 우리는 남북 상호 교류를 통한 양측에 대한 이해 증진이 궁극적으로는 한반도의 평화와 안보를 이끌 수 있다고 믿기 때문에, 오랫동안 남북 관계의 개선을 위해 노력해 왔다. 법안의 상정 자체가 이미 상당한 우려와 의구심을 자아낸 것이 사실이다. 한국 사회의 대다수는 미국의 대한반도 정책이 남북한 양측과의 대화와 이해에 기초하여 점진적이고 건설적인 변화를 이끌어내도록, 일방주의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추진되기를 원하고 있다. 미 의회가 자신의 동맹국인 한국 내의 다양한 의견을 존중하지 않고 북한자유법안과 북한인권법안과 같은 법안들을 상정한 것은 대단한 유감이다.

2. 우리의 제안

우리는 북 인권의 개선 및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대북 정책이 다음과 같은 원칙에 의해 추진되어야 한다고 권고한다. 나아가, 한국의 시민사회단체도 한반도의 평화와 북의 인권 개선을 위해 노력할 것이며, 미국 및 국제사회의 양심세력들과의 연대를 통해 동북아 안정과 평화를 구축하는데 힘쓸 것이다.

첫째, 북의 인권 개선을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은 어떠한 정치적 목적성도 배제해야 한다. 또한 한반도 평화와 북미 간 협상에 장애가 되지 않도록 평화적인 방법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둘째, 북 주민들의 생존권 보장은 조건 없는 대북 지원을 통한 인도적인 방법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이러한 조치들은 장기적으로 북 주민들의 정치적 자유의 신장을 돕게 될 것이다.

셋째, 북의 인권 개선, 민주주의의 향상, 그리고 한반도의 평화는 북과 관련국들이 상호 체제를 인정, 존중하는 가운데 진작될 수 있다. 우리는 남북한이 1991년 채택한 남북기본합의서의 정신에 따라 교류와 협력을 적극 추진할 때 한반도에 평화가 정착될 것으로 믿는다. 따라서 미국의 정책은 상호 체제인정과 국제협력, 특히 남북 협력에 장애가 되지 않아야 한다.

넷째, 우리는 이상과 같은 관점에서 비추어 볼 때 북한자유법안과 북한인권법안에 대하여 깊은 우려를 느낀다. 미 의회가 이러한 우리의 입장을 경청해주기를 희망한다.

별첨-의견서 전문 및 북한자유법안, 북한인권법안 조항에 대한 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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