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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미동맹
  • 2002.07.28
  • 548

미군장갑차 여중생 살인 규탄 5차 범국민대회, 서울에서 열려



고 신효순, 심미선 양이 눈을 감은 지도 한 달이 훌쩍 넘었다. 14살의 어린 여학생들이 미군에 의해 죽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이 재판권조차 행사할 수 없는 데 대한 국민적 분노는 들불처럼 일고 있다. 이 사건의 재판관할권 이양과 부시 미 대통령의 공식 사과를 촉구하는 범국민규탄대회는 어느덧 다섯 차례에 이르고 있다. 회를 거듭할수록 대회의 기세는 하늘을 찌를 듯하다.

27일 제 5차 범국민대회는 서울 종묘공원 앞에서 열렸다. 이날 범대위는 형사재판관할권 포기 1차 시한(8월 7일)을 앞두고 있는 미군이 '시간끌기'를 즉각 중단하고 재판권을 포기할 것과 미국 부시 대통령이 유족들과 대한민국 국민 앞에 사과할 것을 촉구하는 한편, 우리 정부에도 이와 같은 국민적 요구를 미국에 전달할 것과 SOFA의 전면적 개정에 나설 것을 강력하게 요구했다.

늦은 4시 대회 참가자 1천여 명은 불볕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미군은 형사재판권을 포기하라", "부시는 공식 사과하라", "불평등한 한미 소파 즉각 개정하라"등의 구호를 외치기 시작했다.

오종렬 범대위 상임대표는 "전국적으로 공동행동이 확산되고 있는 만큼 오늘은 이곳 종묘에 모여 있는 어르신들의 동참을 촉구하기 위해 서울에 모였다"며 사회의 어른들이 나설 것을 호소했다. 또한 "온시민의 외침이 우리 자식들의 운명을 결정할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역시 범대위 상임대표인 문정현 신부는 이날 자리에서 여중생 사망뿐만 아니라 고 전동록 씨의 감전사에 대한 책임부대인 캠프 하우즈의 폐쇄를 촉구했다. 그는 "책임부대 폐쇄의 걸림돌은 한국정부"라며 "일본 오키나와 시민들과 지사, 정부의 요구로 클린턴 전 미 대통령의 사과를 받아낸 것처럼 우리 역시 반드시 사과를 받아내고 부대를 폐쇄시켜야 한다"고 격앙된 목소리로 주장했다.

▲ "효순이와 미선이의 한을 풀자" 불볕더위 아래 학생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날 대회에는 지난 18일 발족한 시민특별수사대(이하 수사대)의 대장 노수희(60)씨도 참가했다. '범국민서명 10만 명 달성 및 살인미군 한국법정처벌'을 위해 발족한 수사대는 사고차 운전병인 워커마크 병장을 공개수배하고 수배전단을 배포하는 등의 활동을 벌이고 있다. 노수희 대장은 현재 400여 명의 대원들이 활동하고 있으며 대부분이 2, 30대 청년들이라고 전했다. 그는 "대원들 모두가 어떤 일이라도 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며 "이러한 반응들을 단순한 수치로 평가할 수 없다. 마치 화산이 분출하는 것 같다. 민족의 자존심 문제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종묘 공원 앞에 앉은 참가자들의 얼굴은 시간이 지날수록 땀으로 뒤범벅이 되었다. 하지만 아예 머리 위에 수건을 올려놓고 부채질을 하면서도 연설자들의 말을 놓칠세라 숨을 죽였다. 공원 앞은 빈자리를 찾기 어려웠다. 공원에 나온 시민들 역시 이날 대회를 끝까지 지켜보며 함께 구호를 외치며 호응을 하고 있었다.

▲ 전국민주중고등학생연합 소속 박성기 군
지난 17일 청소년 행동의 날에 참석한 바 있는 전국민주중고등학생연합 중앙위원장인 박성기 군도 이날 대회를 찾았다. 박 군은 "사고를 저지른 미군을 처벌하지도 못하는 현재 대한민국에서는 원칙과 상식이 살아있습니까"라고 반문하며 "더욱 참혹한 것은 아무런 행동을 하지 않고 있는 정부와 수구언론"이라고 말했다.

그는 "세대를 뛰어넘어 함께 우리의 요구를 외치자"며 "서울시민들 역시 침묵하지 말라"고 호소했다. 특히 그는 집회에 참가한 학생들에게 징계 처리를 운운하는 학교와 교육부 관계자들에게 "집회결사의 자유를 침해하는 명백한 인권유린"이라고 주장해 사람들의 큰 박수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 길을 가로막은 전경들 앞에 드러누운 채 구호를 외치고 있는 학생들


늦은 6시에 종묘 공원을 출발한 대회단은 애초 명동성당까지 거리 행진을 할 예정이었지만 참가자 대열을 둘러싸고 나선 전경들의 저지로 종로 YMCA 앞 건너편 차도에서 6시 반부터 전경들과 대치상태를 이루었다. 한총련 소속 대학생들은 대열을 가로막은 전경들 앞에 드러누워 시위를 벌였다. 그 와중에 곳곳에서 전경들과 대회단 사이에 심한 몸싸움이 벌어지자 "폭력경찰 물러나라"는 구호가 터져 나왔다. 특히 전경들이 휘두른 방패 끝이 예리하게 다듬어져 있어 시민들을 경악케 했다. 또한 월간 '말'의 이준희 기자 취재 도중 전경의 방패에 맞는 사태가 벌어져 거센 항의를 하기도 했다.

▲ 이날 전경들과 대회 참가자들 사이에는 급기야 몸싸움이 벌어졌다


참가자들과 전경들 사이의 대치상태는 8시에 대회가 마무리되면서 끝났다. 이미 거리는 햇빛 대신 간판들로 밝혀져 있었다. 대회가 끝난 후에도 대학생들은 자리를 떠나지 않고 구호를 외쳤다.

유가족들 배상금 수령 결정 보류하기로

한편, 이날 범대위에 따르면 효순, 미선 양의 유족들은 24일 법무부로부터 통지받은 배상금(각각 1억 9천여 만원)에 대해 수령여부 결정을 보류하기로 했다. 유족들은 "재판권 포기, 추모비 문제 어느 것도 해결된 것이 없는데 어떻게 돈을 받을 수 있겠느냐"며 결정을 미룬 것으로 알려졌다. 유족들은 배상통지서를 받은 7월 24일부터 2개월 내에 배상금 수령 여부를 결정해야 하며 동의하지 않을 시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할 수 있다.

유족들은 "미군당국이 먼저 약속을 지키라"고 주장하고 있다. 유족들은 지난 12일 미 2사단장과의 면담에서 추모비 건립과 한국 검찰이나 정부가 수사에 필요한 정보를 요청했을 경우 가능한 모든 정보를 제공할 것을 약속받은 바 있다. 하지만 당시 추모비 건립을 약속했던 미 2사단장(러셀 아너레이)은 지난 19일 임기를 마치고 출국한 상태다. 러셀 아너레이 소장은 여중생 유족 등이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검찰에 고소하고 출국정지를 요청한 미군 6명 가운데 한 사람이다.

이에 대해 범대위는 "유가족들과 함께 미군당국의 기만적이고 오만방자한 태도를 규탄하며 우리의 요구사항들을 관철시키기 위한 거센 투쟁을 국민들과 함께 전개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오는 31일 수요일 늦은 6시에는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효순, 미선 양의 49재 추모제가 진행될 예정이다.

▲ 전경들과 저녁까지 대치한 대회 참가자들이 '아침이슬'을 부르는 모습
김선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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