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매향리 의정부는 울고 있다

30만평 미군기지 신설반대 현장농성 50일

의정부는 ‘평화군’과 ‘한미연합군’사이에 전쟁(?) 중이다. 평화군은 시민사회단체(의정부평화시민연대)와 주민(미군기지 신설백지화를 위한 의정부 아파트 협의회)이고, ‘한미연합군’은 2002년 3월 ‘연합토지관리계획(LPP)’에 의거하여, 의정부에 30만평의 미군기지를 추가로 신설하려는 대한민국정부와 미국의 연합군이다.

▲ 미군기지신설예정지에 설치된 망루와 초소(사진 : 의정부평화시민연대)

실제로 미군기지 신설 예정지 경계인 의정부시 고산동 76번지 부근에 ‘평화군’은 미군기지 신설 백지화를 위한 ‘평화지킴이 초소와 망루’를 설치하고 진행한 현장농성이 50일째를 향해가고 있다. 일단 평화군의 노력을 일정한 전과(?)를 올리고 있다.

즉, 2003년 3월부터 공사를 시작하겠다던 애초의 ‘한미연합군’ 작전은 평화군의 끈질긴 투쟁과 ‘미래 한미동맹 정책구상’이라는 새로운 변수로 말미암아 5월이 다가서는 지금에도 공사를 시작하고 있지 못하다.

헬기소음으로 학교 수업 수시 중단

그럼 무엇이 이토록 의정부 시민사회 전체가 들고 일어설 만큼 비장한 싸움을 만들었는가? 단적으로 말하자면, 그것은 38만 의정부 시민, 그리고 나아가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시민들의 생명과 안전에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새롭게 신설되는 30만평 미군기지는 불과 200미터정도의 거리를 두고 10만명이 밀집해 살아가는 대단위 아파트 지역의 한가운데에 들어선다. 신설예정지에는 현재도 20여 만평의 미군기지(캠프 스텐리)가 있는데, 지금도 20여층의 고층 아파트 위로 아슬아슬하게 헬기들이 날아다니면서 9.11 테러같은 사고의 위험에 항상 노출되어 있으며, 아이들은 헬기소음으로 학교수업이 수시로 중단되고 있다.

30만평 신설미군기지는 11개 미군기지가 이전해 들어오는 데 주로 헬기와 탱크, 유류부대등이 들어선다. 무엇보다 무시무시한 사실은 탄약고이다. 연합토지관리계획에 의하여 설정된 ‘안전지역권’에서도 신설예정지 부근은 1급 위험지역으로 주변지역 5만 5천평이 관리되고 있다. 현재 이 탄약고에는 어떠한 무기체계가 있을지 아무도 알 수 없다. 다만 미군스스로가 1급 위험지역으로 설정해놓고 있다는 사실자체가 웅변적으로 그 위험성을 말해주고 있다는 점이다.

30만평 미군기지 신설부지는 수락산과 광릉숲 사이에 있다

한편, 이제 신설되는 미군기지는 재래 미군기지와는 질적으로 다르다는 점이다. ‘미사일방어체제(MD)’, ‘선제핵공격가능성’, ‘신속전 혹은 기동전’ 등으로 표방되는 부시행정부의 군사전략은 매우 공격적이다. 이런 미국의 전략은 상대국가를 자극하고 있으며, 유사시에 미국의 군사기지는 일차적인 공격대상이 될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더욱 비극적인 사실은 미군기지의 경우는 우리나라의 통제권으로부터 벗어난 ‘성역’이라는 사실이다. 한마디로 상황에 따라서는 의정부시민들은 자신들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미군들의 방어용 ‘인간방패'(?)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 망루를 세우는 도중 잠깐 벌어진 주민과 경찰과의 대치상황(사진 : 의정부평화시민연대)

문제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30만평 미군기지 신설지는 수락산과 광릉숲을 사이에 두고 입지한다. 광릉숲은 유네스코가 인정할 만큼 천혜의 생태자원으로서 조선시대부터 국가적 차원에서 조성해온 소중한 자원이다. 실재로 미군기지 신설지인 농경지에는 광릉숲으로부터 넘어온 것으로 추정되는 노루가 뛰어노는 곳이다. 이런 곳에 헬기, 탱크가 드나들고 유류부대가 50만평이나 조성된다면 우리의 소중한 생태계는 교란되고 파괴될 것이 자명하다.

바로 이러한 정황이 ‘평화’를 주장하는 의정부의 시민사회가 ‘평화군’이니, ‘평화지킴이 초소, 망루’와 같은 군사적 용어를 사용해야만 할 만큼 절박한 상황논리를 만들고 있다는 점이다.

의정부 시민의 생명을 담보로 안보를 강요하지말라

그렇다면 이것은 과연 의정부라는 지역만의 문제일까? 현장농성 26일째이던 지난 3월 26일 현장 농성장에서는 미군기지 9개 주둔지역 단체 등 12개 단체가 의정부 투쟁을 지지하고 연합토지관리계획의 전면재협상을 촉구하는 공동기자회견을 가졌다.

대구, 평택, 군산, 동두천과 같은 미군기지 주둔지역도시들도 미국의 군사적 이해를 위해서 시민들의 일상적인 삶은 무시되거나 파괴되어도 된다는 ‘비극적 관행'(?)이 의정부 투쟁을 통해서 깨어지길 진심으로 성원하고 있다는 것이다. 바로 이것이 의정부 투쟁의 성격이 소위 쓰레기 매립장이나 납골당 입지 등으로 대변되는 지역이기주의문제와는 차원이 다르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 미군기지를 형상화한 화형식(사진 : 의정부평화시민연대)

한마디로 의정부는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볼모로 더 이상 ‘안보’를 강요하지 말 것을 절규하고 있는 것이다. 즉, 이제 국가의 안보가 곧 시민의 안보는 아닐 수 있다는 점을 우리는 주장한다. 한마디로 시민들은 평화를 원한다.

우리 안의 평화로 눈 돌려야

이제 우리는 국제적 평화의 문제와 함께 가까운 ‘우리 안’의 평화에 눈을 돌려야 때라고 생각한다. 인구절대다수가 입지해 있는 서울로부터 불과 수 킬로미터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에 우리 모두의 평화로운 삶을 ‘원천적으로’ 봉쇄할 수 있는 미래의 재앙이 입성하려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하며, 그것을 저지하려는 선봉대에 의정부시민들이 나서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특수와 보편’의 관계를 논하든, ‘보편과 전체’의 관계를 논하던, 아니면 ‘거시와 미시’의 변증법적 관계를 논하든지 간에…. 평화의 문제를 접근하면서 우리가 발딛고 살아가는 삶터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의정부의 투쟁이 우리 모두의 평화를 생각해보는 출발점으로 다시금 조망되길 간절히 빌어본다.

이병수 /의정부평화시민연대 집행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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