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손 ‘양심’에 이끌려

참여연대회원들과 함께한 ‘주권회복의 날’

▲ 시청에서 나부끼는 참여연대 깃발

12월14일 오후 3시 시청앞 ‘주권회복의 날, 10만 범국민 평화대행진’이 진행되고 있는 동안 수많은 깃발사이로 참여연대 깃발이 나부낀다. 안진걸간사는 연신 걸려오는 회원들의 전화에 위치를 설명해주고 있다. “프라자호텔 정면 신호등 아래에 깃발이 있거든요. 네네. 회원들 많이 오셨어요. 빨리 오세요”

매주 목요일 오후시간에 안내데스크에서 상냥한 목소리로 전화를 받아주시는 박승경 회원은 행사시작부터 차가운 아스팔트위에 앉아 계셨다. “주권을 찾기 위해서 이보다 더한 일이 있겠어요?”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당당하게 참석했다는 박승경 회원은 소파전면개정하는 그날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한다.

노래모임 ‘참좋다’ 회원인 유요한 회원에게 참석하게 된 이유를 묻자 도리어 ‘당연히 해야할 일 아니냐’고 반문한다. “지금 여기서 끝날 일이 아닙니다. 전국민이 들고 일어나 빠른 소파개정과 진정한 사과를 받아내야해요. 오늘 집회가 전세계 진정한 평화를 위한 시위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 불을 밝히는 회원들
대형 성조기가 참석자들 손에 갈갈이 찢겨지고 뒤이어 지난 월드컵 응원을 연상시키듯 대형 태극기가 머리위를 지난다.

월드컵 응원때도 거리에 나왔는데 오늘 안 나오면 양심에 걸릴 것 같아 나오셨다는 김미영 회원은 과거의 집회가 너무 무거움에 눌렸는데 지금은 젊은 사람들 축제처럼 활기가 있어 더 큰 호응을 얻는 것 같다고 한다. “자발적 집회이기 때문에 더 두려워할 것예요”

▲경찰들과 몸싸움을 벌리는 시민들

촛불이 밝혀지고 계속해서 모여드는 인파에 어느새 시청앞 도로까지 모두 메워졌다. 그러나 미 대사관 앞까지의 평화행진이 전투경찰들에 의해 저지당했다. 시민들이 “영차 영차” 힘껏 그들을 밀어부친다. “못 이긴척 길 좀 열어줘” “안돼는 거 아시잖아요? 저희도 어쩔 수 없어요” 얼굴을 마주한 시민과 전투경찰의 대화가 오간다. 간혹 분에 못이겨 과격한 행동을 하려는 사람도 있었지만 오히려 시민들의 제지를 받았고 부상을 당한 전경을 위해서 길을 열어주기도 했다.

▲ 최민섭 회원 가족

회원중에 가족이 함께 한 경우도 많았다. 최민섭회원 가족은 주권회복이라는 글자를 목에 걸고 나왔다.

“Pride of Asia(아시아의 자부심)보다 Pride of Korea(한국의 자부심)부터 해야해요.” 고 심미선양과 동갑인 딸 소리양은 월드컵때는 신났는데 지금은 언잖고 기분이 않좋다고 한다. “황당해요. 주권회복 소파개정 빨리 되었으면 좋겠어요” 미선양도 살아있다면 이렇게 의젓하게 자라고 있을 것이다.

▲ 이윤식 회원 가족

이윤식 회원 역시 가족 모두 참여했다. 미군을 철수하라고 해야 소파개정될 것 같다는 이윤식 회원은 “그동안 너무 속아 살아온 것 같다. 잘못을 솔직히 인정하고 고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아침이슬과 아리랑이 울려퍼지고 “미선이 효순이를 살려내라” “소파전면개정하라”는 구호가 멈추지 않았다. 한꺼번에 터져나오는 함성소리는 모두의 마음을 뭉클하게 한다.

▲시민들로 가득 메워진 광화문 사거리

마침내 경찰의 저지선이 뚫리고 시민들은 광화문으로 향했다. 도중에 조선일보사 앞에서 편파보도에 항의하는 시민들이 계란을 던졌다. 광화문 사거리에 이순신 동상앞까지 행진한 시민들은 미 대사관을 눈앞에 두고 있었지만 경찰은 전경버스를 동원해 도로를 봉쇄해버렸다. 일부 시민들은 길가에 세워진 전경버스위에 올라가 풍물을 치기도 하고 일부 중고생들은 전경버스에 낙서를 남기기도 했다.

시민들로 가득 메워진 광화문 사거리에 서서 문득 임권택감독의 ‘축제’라는 영화가 생각났다. 시민들은 고 심미선 신효순 양의 추모 촛불뿐만 아니라 가슴 뭉클한 그 무엇인가를 함께 밝히고 있었다.

백종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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